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 문지아이들 163
김려령 지음, 최민호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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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려령 작가의 인물들은 모두 심상치 않다. 불행한 아이같지만 유쾌한 완득이도 그렇고 <우아한 거짓말>에서 어린 나이에 자살한 동생이 있는 민지도 그렇다. 우리는 그들의 모습에서 어둠을 기대한다. 당연히 어두울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작가는 그들의 상황을 인정하지만 따뜻하게 품어준다. 불행한 현실을 바꿀 수 없겠지만 그들의 마음까지 어둠에 침몰되게 하지 않는다. 그래서 김려령 작가의 글을 좋아한다.

『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은 김려령 작가가 3년 만에 펴 내는 신작동화다. 책의 앞부분을 발췌하여 만든 가제본으로 받아 읽어 볼 수 있었다. 아니나다를까. 『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의 주인공 초등학생 현성과 장우 또한 심상치 않다. 아이의 눈으로 그려진 가난의 모습이 보이고 어른들의 행동에 상처받는 장우가 있다.

현성의 집은 영업이 종료된 도로상의 비닐하우스 꽃집이다. 차를 타고 가다보면 도로 맞은 편에 몇 채의 비닐하우스 꽃집만 있는 도로를 볼 수 있다. 차를 타고 가다가 그 꽃집들을 보면서 생각했다. '과연 누가 저런 곳에 꽃을 사지?' 이 책속에 현성이 그런 집에 살고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내가 본 꽃집은 영업중이지만 현성이 살고 있는 꽃집은 이미 영업을 안 한다는 걸. 고속도로를 만들기 위한 정부의 정책에 보상을 받고 이제 폐허가 된 곳이다.

현성의 아버지는 삼촌말만 믿었다. 사정이 있어 정부 보상금을 자신의 명의로 못 받지만 통장 주인이 받는 즉시 주기로 했다며 다른 사람 명의의 통장과 도장을 흔들어 보였다. 아버지는 순진하게 그 말을 믿었다. 겨울만 지나면 보상금을 받고 아파트로 이사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불행은 파도를 타고 온다고 한다. 가난도 그렇다. 돈이 돈을 번다고 하듯 가난 또한 가난을 몰고 온다. 부족은 또 다른 부족함을 불러일으킨다. 『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에서는 한 가족의 빈곤이 점차 번져나가는 걸 보여준다. 집, 교육, 화목한 가정, 전기 등등 잃어가는 빈곤의 모습을 현성의 눈으로 보여지니 더욱 서글프게 다가온다.

하지만 김려령 작가는 그런 분위기에서도 웃음을 잊지 않는다. 현성에게 또 다른 친구 조장우를 소개해주니까. 엄마 심부름에서 '강력분'과 '박력분'을 두고 고민하는 모습에서부터 현성의 빈곤을 편견없이 바라봐주는 장우, 그 안에서 그들은 제목 그대로 '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이라는 제목으로 업로드를 한다.

가제본의 내용은 여기까지다. 책 속에서 현성의 시선으로 그려진 빈곤의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을 생각한다. 아직은 여섯 살 밖에 되지 않았지만 내게 "엄마는 돈 없잖아."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하는 아이들. (장난감을 사 주지 않을 핑계로 자주 돈 없다는 말을 남용한다) 내 아이들에게는 말로만 듣던 가난이지만 이 동화 속 현성은 생활 속 가난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너무 당연하다시피 빈곤을 심어주었다. 하나씩 잃어가는 그 빈곤은 마음의 빈곤 또한 일으키지만 다행히 작가는 현성을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아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 동영상이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며 과연 이 두 소년들에게 어떤 일이 다가올지 알 지 모르지만 확신할 수 있는 건 이들이 자기 방식으로 일을 헤쳐나갈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다.

이제 정식 출간된 김려령 작가의 신작동화 『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 코로나로 양극화와 고립화가 최고조를 달리는 이 때 우리 주위를 둘러 볼 수 있는 따뜻한 동화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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