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다 - 나다움을 찾는 확실한 방법
모종린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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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소확행' 또는 '워라벨' 과 같은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신조어가 생겨났다. 예전처럼 조직에 충성하며 정형화된 삶을 살기보다 자신의 여가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물질에 집착하기보다 소소한 행복을 누리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각자의 다양한 생활 방식을 엿볼 수 있다. 《인문학, 라이프스타일을 재건하다》는 <골목길 자본론>으로 유명한 모종린 교수님이 라이프스타일의 역사를 따라 나다움을 찾아가는 인문서이다.

먼저 이 책에서 라이프스타일을 분류하는 기준은 물질과의 독립성과 추구하는 탈물질주의의 가치이다. 물질을 대하는 태도와 생활방식에 따라 부르주아, 보헤미안, 히피, 보보, 힙스터, 노마드 등 6개 유형으로 분류하여 이 유형들이 탄생하게 된 배경과 특징 그리고 이 라이프스타일에 기반한 기업들과 도시들까지 설명해준다.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면서 자신에게 속한 유형이 어떤 유형인지 알게 해 주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도와주는 책이다.

가장 역사가 견고하고 물질 안정을 추구하는 유형은 부르주아이다. 차별적 소비, 신분적 편익을 획득하며 자신의 부를 과시하는 부르주아는 전형적인 지금의 기득권자들이다. 어떤 가치보다 물질적 안정을 우선시하는 이 부르주아 계급은 폐쇄된 그들의 문화와 맞게 높은 담장, 그들만의 교육을 지키는 게이티드 커뮤니티 (Gated Community)를 지향한다.

물질 안정에 충실한 부르주아 계급과 유사하지만 탈물질을 추구하는 보보의 라이프스타일을 저자는 강남좌파에 비유해준다. 교육 받은 엘리트 세대인 보보를 대표하는 지식인들이 진보를 이끌어나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진다. 미국의 경우 보보 문화가 형성된 예와 달리 정치권의 386세대의 정치적 보보 외에 라이프 스타일로는 정착되지 않은 한국 보보의 특징은 한국 사회가 미국에 비해 탈물질화가 덜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인문학, 라이프스타일을 재건하다》에는 각 라이프 스타일에 맞춤화된 비즈니스 형태 또한 흥미롭다. 부르주아부터 노마드까지의 기업 형태 중 아마존에 인수된 미국의 홀푸드 마켓과 한국 연희동의 사러가쇼핑센터는 의미심장하다. 전국 체인의 형식을 띤 홀푸드마켓에의 몰락과 지역 상권의 성격을 띤 사러가쇼핑센터는 대기업에 잠식되어 가는 동네 상권에서 진정 살아남기 위한 대안을 제시한다는 사실이 인상깊었다.

현재까지 굳건한 부르주아들과 이 부르주아에 도전하는 보헤미안, 보보,힙스터 그리고 현재 급부상하는 노마드까지 각 라이프스타일은 보완되기도하며 대체되기도 하였다. 《인문학, 라이프스타일을 재건하다》를 읽으면서 독자는 과연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이 어느 유형에 가장 근접한지 유추할 수 있다. 그리고 어떤 식으로 살아갈 것인지 저자가 제안을 곰곰히 되씹으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코로나로 사람들의 생활 패턴이 급변하는 지금, 많은 사람들이 당연시 여기던 물질주의를 반성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저자 또한 이 코로나가 경제와 생활의 흐름을 바꾸었듯이 앞으로의 세대는 부르주아를 대체할 수 있는 탈물질주의를 향한 움직임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이 책은 그 흐름을 찾는 이들에게 좋은 대안이 되어줄 듯하다. 또한 무조건적인 도시 재개발을 계획하는 정치권들 또한 이 책을 강력하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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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의 타자기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황희 지음 / 들녘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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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불행은 유전된다고 말한다. 부모의 불행은 자녀에게 깊숙이 각인된다. 자녀들은 부모의 불행을 보며 부모처럼 살지 않을 거라고 다짐한다. 그 악순환을 끊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그 근원은 굉장히 견고하다. 특히 몸이 자유롭지 않은 장애인의 경우에는 더욱 더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소설 《기린의 타자기》는 그 불행의 쇠사슬에 묶여 있던 모녀 서영과 지하가 스스로 일어서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린 성장 소설이다.

《기린의 타자기》는 황희 작가의 두 번째 소설로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이 소설은 원치 않는 결혼을 한 서영의 불행한 결혼 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 대형교회 목사이자 시의원인 남편과 결혼해 두 아이까지 낳았지만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는 서영의 모습이 비춰진다. 친정집은 시댁에서 도와주는 돈때문에 서영의 불행을 못 본 척하며 서영은 누구 하나 도와주지 못하는 자신의 신세를 체념하며 살아간다. 입주 도우미 외에는 말도 걸지 않는 서영은 시부모님의 명에 의해 지하 와인창고에 감금된다.

서영에게는 두 자녀가 있다. 청각언어장애인 딸 지하와 아들 지민. 시댁 식구들은 장애인인 지하를 부끄러워하며 오직 손자인 지민만 가족 대우를 해 준다. 자포자기한 서영과 달리 지하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 엄마를 원망하며 집을 떠난다. 소식 없는 지하를 찾는 이 없이 서영은 와인창고에서 묵묵히 하루를 버텨나간다. 오늘도 CCTV 감시를 받으며 감금되어 있는 서영에게 입주도우미가 몰래 자신 앞으로 온 책 <조용한 세상>을 건네준다.

소설은 엄마 서영이 시부모님 몰래 딸 지하가 쓴 <조용한 세상>의 내용과 미국과 한국을 순간이동으로 오가며 생활하는 지하와 동행자 이든 그리고 반려견 울프의 이야기가 교차되어 그려진다. 소설이라지만 지하의 순간이동능력은 어색하게 다가온다. 순간이동이 너무 현실성없이 느껴졌다. 하지만 책 후반부에 그려지는 순간이동의 진실을 알게 되는 순간 그 지하의 능력이 바로 불행한 자신의 모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였음을 알게 해 준다.

딸이 쓴 소설을 읽으며 서영은 자신의 모습을 바라본다. 체념한 자신을 다시 일으켜 주는 딸의 소설 <조용한 세상>의 내용과 지하의 홀로서기가 그려지며 음울한 분위기를 만들어내지만 서영이 용기를 내면서부터 또 하나의 희망을 안겨준다. 서영이 결혼과 함께 포기해야만 했던 타자기를 다시 보게 되며 이들이 결코 현실에 지지 않을 것임을 시사해준다.

단지 아쉬웠던 건 지하는 자신의 소설에 엄마 서영을 산후우울증으로 묘사한다. 물론 사실 그대로 쓸 수 없는 한계가 있었겠지만 엄마는 산후우울증과 전혀 결이 다른 폭력의 문제였음에도 산후우울증으로 설정해야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엄마 서영의 상태를 좀 더 직접적으로 썼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불행을 끊기란 힘들다. 그 현실을 감당하기 힘들어 많은 사람들이 자포자기하거나 회피함으로 로그아웃을 선택한다. 하지만 로그아웃한 상태에서 우리는 결코 끊을 수 없다. 우리의 현실에 로그인해 행동하고 풀어나가야 한다. 처음에 로그아웃을 선택했던 지하가 로그인을 하며 당당히 현실과 부딪혀갈 때 그들의 얽힌 불행의 실타래가 풀릴 수 있었다. 홀로서기에 성공한 지하처럼 엄마 서영 또한 현실에 로그인함으로 또 다른 희망을 그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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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공주 해적전 소설Q
곽재식 지음 / 창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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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도 정보도 알 수 없는 소설 《신라 공주 해적전》을 사전서평단으로 읽어보았다. 아는 내용이 전무인 상태에서 받아 본 이 소설은 과연 어떤 내용이기에 미공개로 독자들에게 선 보일 생각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더욱 기대가 되었다.

《신라 공주 해적전》은 신라 장보고가 망하고 장보고의 수하에 있던 여성 장희가 도망친 후 생계를 위해 "행해만사"라는 깃발을 들며 사람의 이목을 끌면서 시작된다. "행해만사" 즉 무슨 문제든지 말만 하면 다 풀어준다는 뜻으로 노래를 부르며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지만 어린아이 하나를 제외하고 관심조차 주지 않는다.

끝났다고 생각하며 자리를 치우는 장희에게 쫓기듯이 달려온 사람 '한수생'이라는 남성이 도움을 요청한다. 굶주린 마을 사람들로부터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내몰린 한수생은 안전하게 도망칠 수 있도록 해 달라며 은팔찌를 내민다.

한수생의 은팔찌만을 들고 도망가려던 장희는 순간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다시 돌아와 바다로의 항해를 시작하며 《신라 공주 해적전》는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된다. 재치있고 약삭빠른 장희, 소심하지만 의리 있는 한수생, 이 둘 의 이야기에서부터 작가의 상상력이 빛을 발한다. 쉴 새 없이 벌어지는 이들의 상황 속에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는 장희의 재치가 매우 놀랍다. 특히 장희와 한수생이 붙잡혀 군사들에게 끌려갈 때 시시각각 달라지는 장희의 재치를 보노라면 변화무쌍한 장희의 센스에 놀라곤 한다.

장희의 재치가 놀라운 점은 뛰어난 상황 판단도 있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능력이다. 상황을 인정한 후 상대를 치켜세우면서 약점을 파고 드는 장희의 언변을 듣노라면 이 말에 속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신라 공주 해적전》의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신라의 공주가 왕실을 박차고 해적단에 뛰어들어 모험을 하게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읽을수록 나의 상상력의 부족을 깨달았다. 그리고 출판사에서 왜 공주 해적의 정체를 숨겼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공주 해적의 정체야말로 작가의 한계 없는 상상력에 감탄하게 되는 부분이였다.

마지막 장희와 함께 다닌 한수생의 선택 또한 의외였지만 이 소설의 결말이 흔히 예상하는 흔한 이야기로 해피앤딩을 이야기하지 않아 더욱 좋았다. 장희가 이 소설을 끌고 갔다면 한수생은 마지막을 담당하며 감동과 묵직함을 선사해준다. 《신라 공주 해적전》은 근래 읽은 소설 중 가장 기발한 소설이다. 작가의 상상력이 매우 자연스럽게 그려져 전혀 어색하지 않고 장희의 재치와 함께 순식간에 읽어나갈 수 있는 소설이다. 가볍게 웃을 수 있는 소설을 원한다면 《신라 공주 해적전》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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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여자들 - 편향된 데이터는 어떻게 세계의 절반을 지우는가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지음, 황가한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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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또는 국회의원 등 정치권에서는 자신의 법안을 내세우기 위해 수많은 자료를 조사한다. 그들이 조사한 자료들은 정책을 입안하기 위한 근거로 사용된다. 그래프 또는 도표를 작성하여 내세우는 통계, 또는 데이터들을 보며 항상 생각나는 의문점이 있다. 저 데이터들은 과연 무엇을 기준으로 하였을까? 가령 가정의 경우 4인 가정을 기준으로 하여 조사한다. 따라서 4인 가족 기준에 맞는 정책들을 내세운다. 2인 가정 또는 1인 가정에 대한 법에는 내세우지 않는다. 편향된 데이터는 기준이 되지 않는 측이 소외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보이지 않는 여자들》의 저자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는 영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여성운동가로 2013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에 선정되었고 '올해의 인권 운동가상'을 수상했다. 이 《보이지 않는 여자들》은 '부재'에 관한 이야기이다. 바로 어떤 현상을 조사하기 위한 데이터를 만들 때 여자를 배제한 채 남성을 기본으로 설정으로 자료를 만듦으로 여성에 대한 데이터가 배제되는 현실에 대해 고발한 책이다.

먼저 저자는 이 사회가 남자를 '디폴트' 즉 '기본'이라고 간주하는 현실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가령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조차도 '남성'언어의 경우 여자와 섞여 있어도 '남성형' 통칭을 사용하지만 여성의 경우 여자 9명과 남자 1명이 있는 경우라도 남자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남성형' 통칭을 사용됨을 말한다. 저자의 설명은 스페인어를 연상케 한다. 남성명사와 여성명사가 뚜렷한 스페인어지만 남성과 여성이 함께 있을 때 남성명사로 사용하도록 한다. 왜 여성이 있는데도 남성으로 불리어져야 하는가? 바로 남자를 기본이라고 간주하기 때문이다.

남자가 '기본'이라는 인식은 많은 편향된 데이터를 낳는다. 남성 위주의 실험은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저자는 먼저 데이터의 종류를 일상, 직장, 설계, 의료, 공공생활, 재난 등 여섯 가지로 나뉘어 그동안 여성에 대한 데이터가 얼마나 부족한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분석해간다.

가장 먼저 일상의 경우 여성에 대한 데이터가 왜 중요한지를 저자는 먼저 밝혀준다. 가령 육아의 주된 책임자는 엄마이다. 맞벌이의 경우 주로 아이 등하원을 맡는 경우도 엄마가 많다. 식사 준비를 위해 시장에 가거나 돌봄노동을 주로 하는 여성들은 직장과 집을 왕복하는 남성의 이동 패턴과 많은 차이가 난다. 하지만 정부에서 교통수단을 정비하고자 할 때 여성들의 이동 경로가 아닌 남성들의 이동 경로가 우선시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남자를 기본으로 간주하고 남자만의 자료를 준비했기 때문이다. 도로를 만들거나 교통 수단을 확대할 때 남성에게 유리한 정책으로 되는 악순환을 초래하게 된다.

의료의 경우 같은 질병이라 하더라도 남성과 여성의 증상이 다르다. 증상이 다른 만큼 각자의 증상에 맞는 치료법과 약이 만들어져야 한다. 하지만 이 사회는 디폴트 인간을 남자로 규정함으로 여성에 대한 연구는 배제하였다. 시중에 파는 많은 약들이 남자를 기본으로 만들어지고 결국 여자들에게는 효험이 없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저자가 예를 드는 SARS 사스 전염병 시 임산부에 대한 연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질병 예방에 도움이 될 만한 데이터가 전혀 만들어지지 않았다.

저자는 젠더 데이터의 부재는 결국 여자가 살아가는 데 위험한 세상이 되었음을 강조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젠더 데이터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사회 각 분야에 여성의 진출이 필요하며 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

누군가는 데이터 부재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데이터는 우리의 일상을 좌우할 수 있는 정책이 만들어진다. 여성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약이 만들어진다. 이제까지 젠더 데이터의 부재로 남성위주의 정책이 만들어졌다. 여성들은 반강제적으로 남성 위주의 생활방식으로 살아가야만 한다.

《보이지 않는 여자들》은 우리가 알지 못한 데이터의 부재가 만들어가는 현실을 명확하게 깨닫게 해 준다. 나조차도 당연시 여겼던 많은 부분들이 남성 기준의 삶으로 살아왔는지 알게 해 준다. 여성이 권리를 찾기 위해서, 삶이 진정 젠더 평등한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 평등한 데이터가 만들어져야 함을 알 수 있게 해 주는 강력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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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않아 이별입니다
나가쓰키 아마네 지음, 이선희 옮김 / 해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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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을 읽다 보면 독특한 소재를 많이 접하게 된다. 현실을 그린 한국 문학에 비해 일본 소설은 상상력과 작가가 중심 인물에에게 부여하는 특별한 능력으로 현실을 더 깊게 보도록 만들어낸다. 《머지않아 이별입니다》는 죽은 고인의 영을 느낄 수 있는 주인공 시미즈 미소라의 능력을 통해 죽음과 삶을 따뜻하게 그려낸 소설이다.

《머지않아 이별입니다》의 저자 나가쓰키 아마네는 데뷔작인 이 소설로 제19회 소학관문고 소설상을 수상함으로 문단에 등단했다. 저자 역시 이 소설의 시미즈 미소라처럼 장례식장에서 2년간 아르바이트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남편의 간병을 위해 파트타임으로 일하며 남편이 잠든 시간을 이용해 글을 써왔던 작가는 남편의 간병 생활의 경험을 살려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시미즈 미소라는 졸업을 앞둔 대학생이자 취업 준비생이다. 부동산 회사로 취업을 하고 싶지만 취업의 문턱 앞에서 매번 고배를 마신다. 막연히 취업을 기다릴 수만 없는 미소라는 잠시 쉬었던 반도회관 장례식장의 홀서빙 아르바이트를 다시 시작한다. 죽음의 실체를 들여다보는 곳, 인생의 마지막을 장식해 주는 곳, 산자와 죽은자가 이별하는 장례식장에서 시미즈 미소라는 고인의 영을 볼 수 있는 스님 사토미씨와 사토미씨의 절친한 친구이자 장례 디렉터인 우루시바리와 함께 하며 고인의 장례를 준비한다.

《머지않아 이별입니다》에서는 다양한 고인들의 사연이 그려진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고인, 병으로 어린 자녀가 하늘나라로 이별하는 부모, 끝없는 슬픔에 끝내 잠식되어버린 여인 등등.. 그들 모두에게 슬픈 이야기가 있다. 쉽게 이별하지 못하는 부모, 그리고 쉽게 떠나지 못하는 영혼, 곧 태어날 아기에 대한 희망을 꿈꾸었으나 계단 추락사로 순식간에 아내와 아이를 잃은 남편.. 모두의 슬픈 사연들 속에 저자는 남겨진 자들에 대한 위로를 그려낸다.

자신과 아이를 마음 편히 보내주라는 아내의 부탁, 그리고 혼자 하늘나라로 가기 힘들어하는 어린 영혼을 위해 함께 하늘나라 길동무가 되어주던 시미즈 미소라의 언니 등.. 산자와 고인 모두 서로가 위로해주며 마지막 길을 향한다.

유족들에게는 이 마지막이 결코 끝이 아니며 계속하여 살아가야함을, 고인에게는 웃으며 작별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우루시바라를 위시한 사토미와 미소라는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

책 속에 그려진 죽음 중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바로 어린 자녀를 떠나보낸 장례식이였다. 그토록 애타게 기다렸던 아이였건만 병으로 딸을 먼저 하늘나라에 보내야만 했던 부모의 마음과 부모를 두고 떠나기 싫어 맴돌던 어린 아이의 마음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왔다. 무엇보다 자신의 슬픔보다 아내의 슬픔을 먼저 챙기며 함께 이겨나가자고 위로해주는 부부의 모습은 이들이 결코 슬픔에 매몰되지 않을 것임을 알려주며 감동을 안겨준다.

하루에도 몇 십 건의 시신이 안치되는 장례식장. 이 죽음들이 결코 남의 이야기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이 죽음은 또한 삶이다. 죽음을 인지하며 준비하는 삶은 결코 후회를 마련하지 않는다. 죽음을 생각할 때 우리는 비로소 현실을 충실하게 살아갈 수 있다.


사람을 보내는 일을 하는 사이에 깨달은 게 있다.

죽음은 특별한 게 아니라

나의 가까운 사람에게도 반드시 찾아온다는 걸.

아무리 붙잡고 싶어도

손가락 사이를 스윽 빠져나간다는 걸.


이 소설을 읽으며 예전에 즐겨보던 드라마 <판타스틱>의 한 대사가 떠올랐다.

"유언을 써보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겠더라고요. 웰빙 웰빙 하는데 웰다잉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라며 "어떻게 죽을까 생각하다보면 어떻게 살지 답이 나오거든요"라고 말한다.

고인의 시신을 보며 고인의 삶을 추리하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보며 내 마지막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를 상상해본다. 과연 잘 살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을까? 후회 없는 인생을 살 수 있을까?


《머지않아 이별입니다》는 우리에게 죽음 앞에 더욱 겸손해지고 지금을 더욱 충실하게 사랑하도록 말해준다. 더욱 사랑하고 더욱 잘 살아갈 때 우리가판타스틱의 대사처럼 웰다잉을 할 수 있음을 가르쳐준다.


이 소설을 읽으며 근래 이 세상을 떠난 많지 않은 지인들이 떠올랐다. 장례식장에서 짧은 생을 살다간 그들의 모습을 애도하며 다시 한 번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을 하지만 일상 속에 돌아오면 빛의 속도로 죽음을 잊게 된다. 하지만 죽음은 항상 우리 곁에 있다. 《머지않아 이별입니다》는 죽음이 결코 슬프기만 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게 해 주는 소설이다. 이 죽음 앞에서 더욱 인생을 껴안으며 행복해질 수 있게 붙잡도록 해 준다. 죽음 또한 삶의 한 부분임을 인지하며 내게 남겨진 삶을 끝까지 사랑할 것을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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