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살인 2 - 내 안의 살인 파트너
카르스텐 두세 지음, 전은경 옮김 / 세계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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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 명상과 살인을 연기시켜 사람을 죽이는 변호사 비요른 디멜의 이야기가 2편으로 돌아왔다.

독일 문학에서 장기간 베스트셀러를 지켜온 《명상 살인 2》에는 새로운 범죄 파트너가 등장한다. 바로 주인공 비요른 디멜의 또 다른 자아, 내면 아이와 함께이다. 마흔이 넘은 성인 비요른 디멜과 그 내면에 있는 상처받은 어린 아이 비요른 디멜. 성인과 아이가 함께 벌이는 기발한 범죄행각이 펼쳐진다.

《명상 살인 2》에는 초반부터 설정이 매우 독특하다. 주인공 변호사 비요른 디멜이 관리하는 범죄 두목 다르간파 두목 다르간을 죽이고 또 다른 세력인 보리스파의 두목 보리스를 지하실에 감금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범죄조직의 두목까지 살인하며 조직원들에게는 거짓말을 해가며 사실상 범죄 조직을 이끌어나가는 주인공과 공범자가 평범한 일상에서 운영해나가는 기관은 다름 아닌 '유치원'이다. 그것도 인맥이 아니고는 들어가기 어려워 부유한 아이들이 주로 입학하는 유명한 사립유치원이다. 이 유치원에 비요른 디멜의 딸 에밀리도 재학 중이고 심지어 비요른 디멜은 반 학부모 대표이다.

다시는 살인하지 않으리라 다짐한 비요른 디멜이 별거 중인 아내 카밀리아와 딸 에밀리와 함께 간 알프스 산장에서 그의 요구를 무시한 종업원 닐스에게 한 장난으로 종업원이 추락사한 사건이 발생한다. 마음을 주체하지 못했던 비요른은 심리 치료사 브라이트너를 찾아가고 치료 도중 어린 시절 부모님으로부터 상처 받은 어린 내면 아이가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음을 알게 된다. 마음 속의 상처가 건드려질때마다 어린 아이가 튀어나와 일을 방해하고 있다. 이제는 내면 아이와 상의하여 일을 진행해야 한다.



《명상 살인 2》에 새로 등장한 '내면 아이'는 주인공의 범죄에 취약점이자 최고의 조력자 역할을 한다.

비요른 디멜이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범죄에 알리바이를 제공할 스토리텔링이 필요할 때는 어린 아이의 무궁무진한 상상력과 창의성을 발휘해 비요른 디멜이 빠져 나갈 구멍을 만들어준다. 소설 초반부터 끝까지 내면 아이의 존재는 긴장감을 부여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비요른 디멜이 있는 유치원 아이들 중 경찰도 있어 사실상 적과의 동침을 해 나가는 설정 또한 재미있지만 무엇보다 이 소설에서 가장 재미있는 점은 기후 위기를 주요 소재로 재미있게 녹여낸다는 점이다.

딸 에밀리가 지구 환경을 생각해 과일 스무디를 먹지 않거나 학부모 회의에서 플라스틱 줄이기와 친환경 에너지 사용, 그리고 탄소 줄이기 실천을 위한 킥보드까지 여러 심각한 내용들이 소설에서 코믹하게 그려지며 주인공의 범죄 행각에 긴장감을 부여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아마 《명상 살인》 시리즈의 저자 카르스텐 두세가 환경보호자가 아닐까 생각할 만큼 환경 보호에 대한 대책이 소설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성인 혼자서는 절대 생각해낼 수 없는 범죄들. 내면아이가 만들어낸 스토리텔링이 또 다른 범죄를 몰고 오고 그 범죄를 해결해 나가는 이들의 콤비는 환상의 짝궁이다. 한 가지 사건을 묵직하게 이끌어 나가는 추리 소설도 재미있지만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일들을 처리해 나가는 비요른 디멜의 활약은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해준다.

《명상 살인 2》 에 이어 3권이 곧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과연 3권에서도 내면 아이가 함께 할지 또 다른 파트너가 등장할 지 매우 궁금해진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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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법칙 - 권력, 유혹, 마스터리, 전쟁, 인간 본성에 대한 366가지 기술
로버트 그린 지음, 노승영 옮김 / 까치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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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그린은 '법칙'으로 유명하다. 그간 그가 써온 작품들은 <인간 생존의 법칙>, <인간 욕망의 법칙>, <인간 관계의 법칙>, <마스터리의 법칙> 등 인간의 본질에 기초하여 여러 법칙의 글을 출간했다. 그리고 새로운 2022년, 이 모든 법칙을 총망라하는 그의 신작이 나왔다. 바로 《오늘의 법칙》 이다.

로버트 그린의 『오늘의 법칙』은 제목답게 오늘 바로 '하루'를 목적으로 하는 책으로 365일을 목표로 한다.

1월 1일을 시작으로 12월 31일 마지막까지 성공해 나아갈 수 있는 법칙을 알려주는 책으로 각 달에 맞춰 출발점부터 시작하여 12월 종점까지 단계별로 나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마스터리 mastery,

즉 숙달을 향한 첫걸음은 언제나 내면을 향해야 한다.

자신의 참모습을 깨닫고 그 내적 힘과 다시 연결되어야 한다.

<오늘의 법칙> 1월 1일


2022년 1월 1일. 우리는 무엇에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로버트 그린은 바로 '자기 자신'으로부터 출발할 것을 알려준다.

유일무이한 자신만의 숙명을 깨닫는 것. 올바른 출발을 위해 1월은 자기 자신을 찾는 방법을 자세하게 설명한다.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자신이 좋아하거나 집착했던 것, 자신의 특징이나 남과 다른 점등을 철저하게 파헤치도록 조언한다. 멀리서 찾지 말고 철저히 자기 자신의 과거와 현재에서 자신의 참모습을 발견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초반의 법칙이 '자기 자신'에서 출발해서 숙달에 이르는 과정이 로버트 그린의 전작 <마스터리의 법칙>이라면 중반에 접어들어서는 로버트 그린의 <인간 관계의 법칙>과 <권력의 법칙>이라고 할 수 있다. 성공은 단지 기술, 숙달만으로는 부족하다. 관계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숙달은 무용지물에 가깝다. 윗사람과의 관계, 동료와의 관계, 아랫 사람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로버트 그린은 권력 게임, 유혹, 설득 등 관계에 관한 법칙을 알려준다.

자신을 어떻게 드러내는가에 따라서 대접이 달라진다.

상스럽거나 평범하게 보이면

결국에는 사람들도 당신을 얕잡아볼 것이다.

왕은 자신을 존경하고 남들에게서도 같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당신의 값어치를 정하는 것은 당신 자신의 몫이다.

<오늘의 법칙> 4월 20일


자기 자신에서 타인과의 관계로 나아가서 종점은 다시 자기 자신이다.

출발점이자 종점인 자기 자신이다. 후반부는 숙달과 관계에서 성장하여 진정한 자유를 추구하는 '궁극적 자유'로 나아갈 수 있도록 안내한다.

자기 인생의 모든 결과를 자신으로부터 되돌아볼 수 있고 실패한다 하더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으며 숙명에 끝까지 충실한 삶에 이르는 과정에 이르도록 알려준다. 이러한 과정에 이르렀을 때 바로 12월 31일 마지막 종착점인 '궁극적 자유'에 도달할 수 있다.

365일 법칙 중 내게 가장 인상깊었던 법칙은 바로 11월 6일 법칙 "누구 탓인가?"의 문장이다.

실패에서 당신이 무슨 역할을 했는지 살펴보라.

반드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동안 내 실패 원인을 아이들에게 돌렸다. 물론 알고 있었다. 아이들은 죄가 없음을. 하지만 쌍둥이를 키우는 게 너무 바쁘고 힘들어 공부할 시간이 없었다고 일에 집중하기 힘들다고 핑계를 댔다. 그리고 지난 주 나는 직장 상사와 면담을 했다. 내 업무 과실을 들추며 질책하는 상사 앞에서 나는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내 자신이 100% 실패 원인이었음을. 이제 더 이상 아이들 핑계를 댈 수 없음을 알았다. 내가 실패를 항상 타인에게 돌렸기에 나는 성공하지 못했다. 실패는 도돌이표였다. 로버트 그린의 『오늘의 법칙』은 정확하게 그 점을 지적했다.

2022년 1월 1일, 새해가 밝았다. 많은 사람들이 새해 목표를 이야기한다. 나에게 새해 목표가 무엇인지 묻는다면 나는 '더 이상 아이들 핑계 대지 말기'라고 말할 것이다. 내 인생에 100% 책임지는 삶. 그러기 위해서 이 책을 옆에 두고 두고 읽어 오늘 하루를 충실하게 잘 살아내고 싶다. 새해를 시작하는 모든 분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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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직 도시 - 기업과 공장이 사라진 도시는 어떻게 되는가
방준호 지음 / 부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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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눈 감아 버려도 괜찮은가?

그들의 고통은 고립된 채 그들만의 고통이어야 하는가?

그럴 수 있는가?


《실직도시》라는 제목부터 마음을 무겁게 한다. 하지만 저자와 출판사 담당자들 역시 '현대중공업 조선소'와 '한국지엠 군산 공장'이 철거한 후 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후폭풍을 견디고 있는 군산을 이보다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제목을 찾지 못했을 것이다.

책의 초반은 한국지엠 군산 공장 철거 후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군산을 방문한 2018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대중공업에 이어 한국 지엠 공장까지 철거하여 고용 및 산업 위기 지역으로 지정된 후 현장 방문을 온 경제부총리 뒤에는 전북도지사와 군수 그리고 지엠대우 노동자였던 김성우씨가 있다. 기자들은 경제부총리의 말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열심히 사진을 찍고 음성을 기록한다. 자신들이 처한 현실의 어려움을 설명하는 실직자 김성우씨의 말은 구체적이지만 김성우씨의 말을 경청하는 경제부총리의 말은 두루뭉실하다. 하지만 기자들은 구체적이고 절박한 김성우씨의 말보다 공허한 경제부총리의 말을 받아적기에 바쁘다.

공허하고 당연해도 중요한 말과

구체적이고 절박하지만 덜 중요한 말을

무참히 갈라 내는 것이 우리 일이라고. 나는 그때 믿었다.


기자들뿐이 아니였다. 언론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들 또한 군산 노동자들의 절박한 말을 잘 듣지 못했다. 그저 안 됐지만 어쩔 수 없다고만 생각했다. 그리고 쉽게 잊혀졌다. 문제에 대한 원인은 본사가 결정한 일이니 해답도 없으니 다른 대기업 공장 유치만이 정답이라는 원론적인 말만이 맴돌았다.

《실직도시》의 저자 방준호 기자는 군산에 머물며 현대중공업 조선소와 지엠 공장이 세워지던 과정을 취재한다. 군산시청 공무원 백일성씨가 사방을 뛰어다니며 현대중공업 조선소를 유치하기 위해 대학에 조선소 관련학과 신설하고 고등학교 또한 조선소 인력을 키우기 위한 교육과정으로 개편된다. 그야말로 대기업 공장이 세워지기 위한 조건으로 탈바꿈한다.

한국지엠 공장 또한 마찬가지였다. 대우 자동차 공장은 지엠과 인도 타타대우상용차로 매각된다. 이제 군산은 현대 중공업 조선소와 지엠대우 공장이 군산을 대표하는 일자리가 된다. 땅값이 들썩이고 군산 토박이 및 외지 사람들이 유입된다. 협력업체들 또한 신바람이 났다. 안정적인 대기업 공장 근로자라는 정체성은 노동자들의 자부심을 높여주었다. 대기업 공장들의 유치로 신바람나있던 그 때 다른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무엇보다 의사 결정을 하는 기구가 없이

공장만 달랑 한국에 있는 형태인 것이 걱정스러웠어요.

말 그대로 생산 기지가 되는 것이죠.

생산 기지라는 건 생산 원가만 따지게 되죠.

언제든 어려워지면 공장을 접을 수 있겠다는

이야기를 그 때도 했어요.


이 우려의 목소리는 현실이 된다. 저유가 시대에 수주가 줄어드는 조선소와 수요가 줄어드는 지엠 차량. 수요가 줄어드니 당연히 본사에서는 계산기를 두드리기 바쁘다. 생산원가가 안 맞아 일방적으로 철수를 결정하고 뉴스로 공장 철수 소식을 듣게 되는 지엠 노동자들. 비정규직은 어떤 보호책도 없이 실직자가 되고 정규직은 희망퇴직금과 다른 공장으로의 배치 전환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 풍요로웠던 모든 삶이 정지가 된다.

《실직도시》는 지역 곳곳을 돌아다니며 흔하게 볼 수 있는 '기업하기 좋은 도시' 광고를 떠올리게 한다. 모든 지역들이 노동 문제 해결을 위해 기업 유치하는 것을 제1목적으로 삼는다. 공장이 세워지면 자연스레 일자리가 해결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도시들이 대기업의 입맛에 맞게 바꾸고 열심히 일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은 군산의 모습을 보며 이제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지역에게 일자리는 무엇인가.

사람에게 일자리는 무엇인가.

사람을 위해, 이 숱한 관계를 위해

일자리가 존재할 수도 있는 거였다.

거기 맞는 일자리를 지역이 구상할 수도 있는 거였다.


대기업의 생산 기지로만 존재했던 군산의 현대중공업 조선소와 지엠 공장의 노동자는 철저히 생산 원가로서만 평가받았다. 그들의 절박함이 멀리 떨어진 미국의 디트로이트 본사에 통할 리 없었다. 대기업 유치에 급급하여 온갖 세금을 감면해주며 혜택을 제공하고 존재하는 것만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은 결국 오래가지 못한다. 일자리가 사람을 위해 지역을 위해 구상할 수 있는 단계로 나아가야 함을 이제는 고민해야 할 때이다.

새롭게 떠오르는 '광주형 일자리'와 '군산형 일자리' 등 새로운 일자리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도 대기업에 치중하는 현상이 피할 수 없다. 함께 상생하기 위한 발자국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군산은 과연 이 후폭풍을 견디고 새롭게 나아갈 수 있을까? 《실직도시》에서 보여지는 군산의 현재는 아직까지 불투명하다. 전기차 '명신'이 인수하고 공장이 들어섰지만 지엠 공장때는 꿈도 꿀 수 없다. 문제점은 알지만 해결책은 요원하기만 하다.

다시 저자가 했던 첫 번째 질문으로 돌아가본다. 이 고통은 단순히 그들만의 고통이어야만 하는가? 이대로 내 일이 아니라고 눈감아 버려도 괜찮은가? 군산의 지엠 공장 노동자들 또한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은 공장 철수 이후, 미국 다른 지역의 공장이 철거하고 남은 지구 반대편의 고통이 바로 자신의 고통이 될 수 있음을 알았다. 글로벌 시대에 지구 반바퀴 지역의 고통이 단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님을 깨달았다. 이건 우리에게도 통한다. 아직까지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외치는 지역 관공서뿐만 아니라 노동자인 우리 모두가 단순히 그들만의 고통으로만 생각할 때 군산과 같은 문제가 우리 앞에 도돌이표처럼 되돌아올 수도 있음을 말해준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근본적인 질문 앞에 다시 고민해야 한다.

우리에게 일자리가 무엇인지. 지역에게 일자리가 무엇인지. 기업만 빛나는 일자리가 아니라 지역과 사람 그리고 기업이 함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일자리를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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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까발린 영화감독 세르조 레오네
박홍규 지음 / 틈새의시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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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출신 영화감독 세르조 레오네를 아냐고 묻는다면 모른다고 답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영화 <황야의 무법자> , <좋은 놈, 나쁜 놈, 추한 놈>, <석양의 무법자>, <옛날 옛적 미국> 등의 영화를 모르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설사 보지는 않았어도 한 번쯤 들어본 영화 제목일 만큼 할리우드 영화에서 한 획을 그은 작품들이다. 그리고 이 작품들은 모두 세르조 레오네라는 감독 아래 만들어진 작품들이다.

미국 할리우드에서 명성을 떨친 세르조 레오네이지만 그의 출신은 이탈리아다. 세르조 레오네는 파시즘이 횡횡하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화계에서 일했던 아버지와 영화계에서 은퇴한 어머니에게서 태어났다. 2차 세계대전을 말하지 않고는 세르조 레오네를 말할 수 없다. 그가 이 시절에 겪은 일들이 후에 그의 작품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미군이 파시즘과 나치와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던 세르조 레오네는 이탈리아가 미군에 항복하고 미군의 점령 안에 거할 때 달라질 거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세르조 레오네가 목격한 미군의 현실은 독일군과 다르지 않은 다만 전승국의 군인이었다는 점뿐이며 아메리칸 드림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미국에 대한 실망은 후에 그의 서부극에서 중요햔 영향을 미치게 된다.

《미국을 까발린 영화감독 세르조 레오네》라는 제목답게 이 책은 영화 감독 세르조 레오네의 작품 속에 미국 강대국에 대한 비판이 어떤 식으로 자세하게 소개해준다. 남북전쟁 때 세 명의 악당이 보물을 찾는다는 설정의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추한 놈>에서 세르조 레오네는 '좋은 놈, 나쁜 놈, 추한 놈'이라는 구별은 근원적인 면에서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나쁜 놈이 이타적인 행동을 하고 추한 놈이 훌륭한 인물일 수도 있음을 말하는 그의 영화의 밑바탕에는 '미국이 폭력 위에 세워졌다'는 미국의 허울을 폭로하며 남북전쟁을 비판한다.

저자가 설명해 주는 세르조 레오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그의 작품을 단순히 서부극으로만 보았던 시각이 달라짐을 느낄 수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처럼 세르조 레오네의 작품을 더 풍성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길잡이 역할을 해 준다. 이탈리아 출신이며 미국을 거침없이 까발리면서도 할리우드에서 명성을 포기하지 않은 독특한 이력의 세르조 레오네의 작품과 함께 들여다보는 그의 세계를 더 깊이 알 수 있도록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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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예술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정윤희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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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머먼드 챈들러는 미국 하드보일드 추리 소설의 거장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챈들러의 <기나긴 이별>을 12번이나 읽고 폴 오스터가 극찬한 소설가 중의 소설가로 통하는 레이먼드 챈들러의 소설 주인공 '필립 말로'는 영국 자가 코난 도일의 '셜록 홈스'와 견줄만큼 유명하다.

레이먼드 챈들러의 소설 《살인의 예술》은 다섯 편의 단편 추리소설이 소개된 소설집이다. 특이한 점은 이 책의 표제작이자 제목인 <The Simple Art of Murder>, 즉 <살인의 예술>은 나와 있지 않다는 점이다.

다섯 편의 단편 소설에는 모두 다른 탐정이 등장한다. 보통 추리소설의 경우 동일 인물이 여러 가지 사건을 해결하는 단편을 수록하는데 레이먼드 챈들러는 각각의 다른 주인공들이 여러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챈들러의 소설에 초보자인 내게 이 책에 대한 느낌은 '무법자의 세계'였다. 첫 번째 단편 <황금 옷을 입은 왕>에서의 주인공 스티브가 야간 경비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음에도 힘없이 쫓겨나는 장면과 스티브가 레오파드를 내쫓는 방법 등은 마치 무법 세계처럼 거칠다. 또한 등장인물에 여자가 많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퇴폐적인 묘사라는 느낌을 준다.

'소설가의 소설가'로 불린 레이먼드 챈들러의 작품이라서 기대가 컸지만 내용이 기대치에 만족한다고 보기 어려웠던 이유는 시대를 감안하더라도 마초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책의 분위기에 적응하기 어려워서였다. 술을 마시면서 운전하는 장면이나 총질이 난무하는 이 소설 속에 쉽게 빠져들지는 못했다.

하지만 마초적인 부분을 제외한다면 이야기 속의 반전과 해결 과정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책의 내용을 분위기에 맞게 맞깔나게 번역해서 읽을 때 분위기가 풍성하게 전달되는 점도 매우 훌륭하다. <황야의 무법자> 풍과 같은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에울리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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