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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1 - 미조의 시대
이서수 외 지음 / 생각정거장 / 2021년 9월
평점 :

이효석 문학상 수상이 발표되었다. 솔직히 매년 발표되는 문학상 수상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대상 수상이 지난 해 황산벌 청년문학상을 수상한 이서수 작가라니... 내가 이 대상 수상자에게 관심을 갖게 된 건 작가의 황산벌 청년문학상 수상작 <당신의 4분 33초>를 알고 있어서기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작가의 오랜 무명생활을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긴 공백기 동안 문학을 하기 위해 택배일을 해가며 근근이 버텨오던 작가가 '황산벌 청년문학상'에 이어 바로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하다니. 마치 내 일처럼 기뻤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할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1』은 그렇게 작가의 관심때문에 읽게 된 책이었다.
올해 이효석 문학상은 대상인 이서수 작가 이외에 다섯명의 작가가 우수상에 선정되었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1』 단편집에는 <빛의 과거>로 유명한 은희경 작가, <내가 되는 꿈>의 최진영 작가 등 낯익은 작가들도 있지만 김경욱 작가와 김멜라 작가, 박솔뫼 작가등 다소 내게 낯선 작가들의 단편이 실려있다.
이서수 작가의 수상작 <미조의 시대>의 미조는 작품 주인공 이름이다.
시를 쓰는 엄마와 함께 사는 미조. 미조는 열심히 구직활동 중이다. 직장 생활 중 여러차례 부도가 나서 정착할 수 없었던 미조는 면접관 앞에 설 때마다 죄인된 기분이다. 성인물 웹툰을 그리는 수영 언니 소개를 받고 찾아갔지만 싼 값에 오래 일하기 원하는 얌체 같은 회사들 앞에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다. 아버지의 유산 5000만원으로 집 전세금을 얻어야 하는 현실 앞에 공인중개사를 찾아가지만 그만한 돈으로 구할 수 있는 건 반지하만 가능하다는 암울한 소식뿐이다.
왜 작가는 <미조의 시대>라고 했을까? 그건 아마 미조의 시대가 아닌 바로 우리, 2030의 시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철수의 시대가 될 수 있고 영희의 시대도 될 수 있는 현 시대 젊은이들의 암울한 현실이다. 헬조선인 이 시대가 청춘들을 어떻게 학살하는지 미조의 모습과 성인물 웹툰을 그리며 우울증과 탈모에 시달리는 수영의 모습에 생생하게 그려진다. 먹고 살기 위해서 울며 토하면서까지 성인물 웹툰을 그리고 먹고 살기 위해 시를 포기하고 폐지를 줍겠다는 미조의 엄마까지.. 바로 우리 이웃의 모습이다. 그래서 더욱 서글프다.

작가의 자선작인 <나의 방광, 나의 지구> 또한 마찬가지다. 마흔이 되기 전에 집을 구해야 하지만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 앞에 초조함만 더해가는 주인공에게 현실은 '과민성 방광'을 선물한다. 아직까지 집이 없어 몇년째 전세살이를 하고 있는 나의 상황과 비슷해서일까 주인공의 감정에 쉽게 이입되곤 한다.
그 외에도 다른 작가들의 작품도 인상깊다. 김멜라 작가의 단편 <나뭇잎이 마르고>에서는 장애가 있는 '체'를 당당하게 묘사한 부분도 인상깊었고 아버지의 죽음으로 글쓰기를 비춘 김경욱 작가의 <타인의 삶> 단편도 좋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대상 <미조의 시대>이외에 가장 인상깊은 작품은 최진영 작가의 <차고 뜨거운>이었다. 불행은 유전된다고나 할까.. 폭력 아빠에게서 자신을 지켜주었던 엄마에 대한 부채감, 아빠의 불행이 엄마에게로 전이된 듯한 엄마의 불행중독증, 엄마의 끊임없는 신세한탄은... 바로 나의 엄마의 모습이었다. 남의 행복을 질투하고 자신에게 관심을 요구하는 듯한 엄마의 모습이 주인공 엄마 모습과 오버랩되어 비쳐졌다. 그런 엄마가 버거우면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우리 형제의 모습처럼 보였다. 행복을 느껴보지 못했기에 행복이 뭔지 모르는 엄마의 모습과 행복을 불안해하는 주인공에게 공감이 되어 읽고 나서도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1』 에 수록된 작품들이 올해는 공감이 되는 우리의 모습들을 반영한 것 같아 의미깊었다. 연이은 수상으로 이제 기대주가 된 이서수 작가의 다음 행보도 궁금하고 내년에는 또 어떤 작가들이 당선이 될 지 기대가 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