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동물원
진 필립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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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까지 내가 읽은 스릴러의 대부분은 특정한 사건이 벌어진 후 범인과 형사 또는 피해자의 심리전과 추적 등 긴박감으로 이루어진 소설이 대부분이였다. 
<밤의 동물원>은 긴박감 넘치는 사건의 전개보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사건의 현장에서 범인의 눈에 띄지 않게 숨어 살아남아야 하는 고도의 긴장감을 선물해 주는 책이다. 

이 책의 주인공 조앤은 4살배기 아들 링컨을 키우고 있는 워킹맘이다. 조앤이 유치원에서 링컨을 픽업하여 자주 가는 장소는 바로 동물원이다. 그리고 여느 날과 다름없이 조앤은 링컨과 함께 동물원에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폐장 시간이 가까워오고 문이 닫히기 전에 빨리 빠져나가고자 하는 조앤은 서둘러 나가는 중에 총성 비슷한 소리를 듣지만 그저 폭죽 비슷한 소리로 여기며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마음은 급하고 링컨은 엄마의 재촉에도 걸음을 서두르지 않는다. 출입구를 향해 가던 중  조앤의 눈에 띈 것은 바로 사람들의 시체와 라이플총을 든 두 사람.. 
살아남기 위해 조앤은 아들을 안아올리고 달리기 시작한다. 

<밤의 동물원>은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저녁 5시부터 밤 8시 사이의 동물원에서 범인의 눈을 피해 숨어 있는 조앤과 아들 링컨이 숨어 있는 모습을 긴장감 있게 보여준다. 
완전히 어두워지지 않은 황혼과 말로는 쉽게 통제가 되지 않는 4살배기 아들 링컨, 그리고 온갖 짐승들 사이에서 조앤은 들키지 않기 위해 동물 우리를 넘고 아들을 조용시키기 위해 온갖 말로 달래가며 모험을 하는 엄마의 용감함을 보여 준다. 

총을 들며 인간 사냥을 하는 범인은 두 명. 하지만 어렵게 문자로 연락을 하는 남편과 인터넷 속보는 상황과 다른 뉴스를 보도한다. 그게 아니라고 설명하지만 뉴스는 바뀌지 않는다. 
도대체 왜 경찰들은 빨리 동물원에 투입되지 않고 출입구 바깥에서 경계태새만을 취하는 것일까? 

이 위험한 상황에서 4살 아들은 배고픔과 소변 등을 조절하지 못하고 엄마인 조앤은 아이의 짜증이 커지기 전에 아이의 욕구를 해결시켜 줘야 하는 등 상황은 극도의 긴장감으로 몰아간다. 
자신의 몸 하나 숨기도 힘들지만 아들을 지켜야만 하는 엄마이기에 아슬아슬한 모험을 해 나가는 조앤이 행동은 같은 엄마의 입장으로서 더욱 공감을 할 수 있게 해 준다. 

범인과의 추격전과 같은 긴박함보다는 한정된 공간 안에 숨어 있어야 하는 아슬아슬한 상황들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어린 아이가 있는 엄마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읽는 내내 마음을 조이게 만든다. 
또한 후반부에 이르러 왜 경찰과 언론들이 뉴스를 다르게 내 보낼 수밖에 없었는지 보여주는 부분은 저자의 스토리텔링 능력에 감탄을 하게 된다. 

나 역시 엄마로서 주인공과 아들의 입장에서 쉽게 읽을 수 있었고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엄마란 어떤 의미인지 그 의미를 다시 곱씹게 되는 스릴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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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촛불이다 - 광장에서 함께한 1700만의 목소리
장윤선 지음 / 창비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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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촛불이다>는 지난 2016년 JTBC가 최순실의 태블릿 속에 있는 온갖 국정농단의 증거를 보도하기 시작하면서 불붙기 시작해 역사상 전무후무한 평화 촛불혁명으로 정권교체를 이룩한 광장의 역사를 다룬 책이다. 그동안 촛불혁명이 일어난 과정이나 사진을 담은 책은 많았지만 광장에서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기록한 책은 없었다. <우리가 촛불이다>는 표제에도 기록되었듯이 광장에서 함께한 1700만의 목소리였다. 

정윤선 기자는 이 책에서 다양한 연령층과 직업인의 목소리를 기록한다. 10대부터 60대, 70대, 중,고등학생부터 전업주부, 직장인, '염병하네'로 온 국민에게 사이다를 안겨 준 청소부 아줌마, 할머니, 할아버지, 자영업자 등등 많은 시민들의 목소리를 통해 추운 날씨 속에  이 광장에 모일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인가를 들려준다. 

목소리라고 이 책은 표현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나에게는 목소리가 아닌 우리들의 울부짖음과 분노라고 말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치열한 입시 경쟁 속에서 그들의 꿈을 위해 밤을 새가며 공부해야 하는 중,고등학생들은 단지 엄마 최순실의 입김만으로 이화여대에 들어간 정유라에 대해 분노했고 힘겹게 대학교에 들어갔지만 더욱 치열한 취업경쟁에 뛰어들게 되는 대학생은 단 몇 번만의 출석만으로도 성적 처리가 되는 정유라에 대해 좌절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자녀들을 둔 엄마들은 이러한 나라를 아이들에게 줄 수 없기에, 그리고 박정희에 대한 향수로 박근혜를 찍었던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그들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미안함에 거리로 나와야 했다. 

<우리가 촛불이다>의 저자는 무폭력 평화시위만으로 정권교체를 일궈낸 촛불혁명의 기적과 감동을 생생하게 기록한다. 온 국민이 자원봉사자가 되어 쓰레기를 줍고 커피, 음식을 자원해서 나누어 주고 퇴진행동이 적자라는 뉴스에 단 하루만에 적자액을 채우고도 남는 후원액 등을 기록하며 다시 한 번 그 때의 감동을 우리에게 전해준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책의 백미는 바로 우리의 목소리다. 그 목소리에는 흙수저로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이 서글픈 현실에 대한 목소리가 느껴진다. 대중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권력자들에 대한 분노, 정의가 상실된 이 사회에 대한 분노, 세월호로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 이웃들을 무기력하게 떠나보내야만 했던 잃어버린 7시간 30분에 대한 분노 등등... 이들의 분노는 어느 한 사람만의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것이였다. 그러하기에 많은 사람들이 하나가 될 수 있었고 끝까지 서로의 손을 잡으며 기적을 일궈낼 수 있었음을 이 책은 보여준다. 

<우리가 촛불이다>를 통해 그 때의 감격을 떠올리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다만 아쉬웠던 건 12월 2일 탄핵 투표 예정이었던 국회가 탄핵을 보류하자 전화와 문자 등으로 국회의원을 압박하며 탄핵을 추궁하였던 그 때의 모습과 촛불에서 횃불을 들며 국회의원들의 결단을 요구하였던 그 때의 모습을 그려주었으면 더 생동감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촛불혁명 이후 정권교체를 이루어내었지만 우리는 이게 끝이 아니고 아직도 진행 중임을 알고 있다. 
슬프게도 대통령 하나만 바뀌었을 뿐 다른 것은 바뀌지 않았다는 탄식이 흘러나온다. 아직도 적폐청산의 뿌리는 깊고 여전히 정의는 멀게만 느껴진다. 모두가 바라는 사회, 정의와 공정이 원칙이 되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우리가 촛불이다>를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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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게 사랑하는 너에게 : 뻔하지만 이 말밖엔
그림에다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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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 올린 저자의 글과 그림에서 가장 많이 실린 댓글이 "우리 집에 다녀가셨나요?"라고 한다. 
우리의 보통 가족 이야기를 그린 이야기라는 말에 책을 읽었다. 책을 읽고 난 후 내가 댓글을 올리자면 맞다. 우리 집 이야기다. 하지만! 우리 남편보다 저자가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이 훨씬 더 크다. 

부모의 마음은 다 똑같은 거라고 하는데 저자의 글을 읽다 보면 맞아 맞아 맞장구 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날이 갈수록 커지는 아이들, 그리고 그 순간을 붙잡고 싶은 부모의 마음.. 
하나 둘 씩 자기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지면서 대견스럽기도 하지만 점점 나의 손길을 떠나게 되는 아이를 바라보며 씁쓸하기도 한 부모의 마음. 나 역시 어느새 훌쩍 커 버린 아이들을 보면서 아이들의 성장에 기쁘면서도 쏟살 같은 시간의 흐름에 깜짝 놀라며 놀라곤 한다. 
그러하기에 바로 지금 이 순간이 더욱 소중하다. 
이 순간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책을 읽다 보면 질투를 하게 되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아이가 생기면 아이 위주로 생활하게 되다 보니 서로에게 소홀해질 때가 많다. 특히 엄마의 경우 자신보다는 아이를 더 챙기다 보면 자기관리며 일상적인 일들에 지장을 받게 된다. 하지만 그러한 엄마의 고충을 아는 아빠들은 많지 않다. 
나 역시 남편에게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섭섭함은 나에 대하여 잘 모른다는 것이였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표현하는 그림은 아내의 일상과 육아를 세심하게 관찰하며 따뜻하게 그려내고 있다. 
외출할 때 아이들 준비물을 챙기느라 정작 자신은 화장도 못하는 상태에서 부랴부랴 외출을 하고 가족 식사 준비와 아이가 남긴 잔반을 해치우느라 좀처럼 살이 빠지지 않는 그림을 보며 아... 이 분은 정말 아내를 잘 알고 있구나.. 아내가 어떻게 생활하는지 알고 있구나라는 감탄과 질투를 동시에 느끼게 된다. 


책 곳곳에 그려진 아이들의 모습과 일상이 꼭 우리 집을 보는 것만 같다. 
많은 독자들의 "우리 집에 다녀가셨나요?"라는 댓글처럼 정말 우리 집을 다녀간 것 같다. 

완벽하게 사랑하는 너에게 그리고 날이 갈수록 더 사랑하는 가족이 있어 행복함을 느낄 수 있어 읽는 내내 공감하며 행복할 수 있었다. 
엄마들에겐 공감을 아빠들에겐 엄마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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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카르테 1 - 이상한 의사 아르테 오리지널 6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채숙향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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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카르테>는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의 저자이자 현직 의사이기도 한 나쓰카와 소스케의  4부작 장편소설이다.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에서 책에 대한 저자의 깊은 내공에 상당히 감명깊어 전업 작가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현직 의사라니... 

그의 현장 경험이 물씬 풍기는 이 <신의 카르테>를 안 읽어볼 수가 없었다. 


<신의 카르테>는 작은 소도시에 있는 조그마한 중소병원인 혼조병원 내과의 구리하라 이치토가 환자들과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병원 이야기이다.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일본도 서울의 큰 대학병원 또는 대형병원을 선호하는 추세로 인해 지방의 작은 병원들은 언제나 인력난에 허덕인다. 전공이 내과지만 이 곳에서는 전공불문하고 모든 과를 넘나들며 환자들을 돌보기 바쁘다. 

환자를 불러오는 의사로 불리우는 구리하라는 병원에서는 괴짜로 통한다. 부인과의 결혼기념도 지키지 못하고 밤낮 울려대는 응급신호, 

왜 구리하라는 5년 동안 이 작은 병원을 떠나지 못하는 걸까? 


책을 읽노라면 한 편의 의학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죽음 앞에 서 있는 사람들, 의사로서 피할 수 없는 고뇌, 그리고 숨가쁘게 돌아가는 병원 상황에서도 시작하는 연인들 (주인공은 아님).. 하지만 저자가 이 책을 통해 그리는 것은 바로 사람들이다. 

말기암 선고를 받고 대형병원에서 거부당하며 끝까지 자신을 거부하지 말아줄 것을 부탁하는 아즈미, 한 숙소에서 생활하면서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하고 초라한 제 자신에 낙담한 학사와 무명 화가인 남작 등.. 각 사람들 하나 하나의 이야기가 맞물려진다.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가 되어 줄 수 있는지를 돌아보게 만든다. 

이러한 사람냄새는 큰 대형병원에서는 결코 느끼지 못하는 것이기에 구리하라는 혼조병원에 남기로 선택하며 1권은 마무리된다. 


각 사람에게 소중한 것이 있다. 구리하라에게는 의사로서의 성공과 의료기술보다 사람을 선택했다. 사람이 있는, 함께 웃고 나눌 수 있는 환자들이 그에게는 소중했다. 어쩌면 이 세상에 구리하라같은 의사는 소설 속에서만 가능한지 모른다.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는 무의미해진지 오래고 힘 안 드는 내과만을 선호하고 돈벌이로만 이용되고 있는 이 현실 속에 어쩌면 현직 의사이기도 한 저자가 만들어 낸 구리하라 주인공은 자신이 되고자 하는 의사를 작품 속에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분명 이렇게 따뜻한 글을 쓸 수 있는 의사라면 실제로도 환자들에게 친절한 의사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2권에서도 주인공의 고군분투 고생담이 가득할 것 같지만 마음을 훈훈하게 해 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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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우는 것 같다 시요일
신용목.안희연 지음 / 미디어창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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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라서 그런지 아버지 보다는 엄마와 더 친밀하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아빠보다는 엄마를 더 잘 이해하게 되고 엄마와 연락을 더 자주 하게 된다. 아빠에게는 그냥 엄마에게 연락하면 되지 뭐 라는 안일한 마음이였다. 엄마의 병 판정 후 아빠의 눈물과 회환어린 뒷 모습을 바라보며 어느 새 늙어 버린 아빠를 보게 되었다. 항상 강하면서 다정한 모습으로 그 자리에 서 있어줄 것만 같은 아빠... 그 분도 많이 외로워하고 우리의 손길을 그리워하는 분이였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당신은 우는 것 같다>, 부제 [그날의 아버지에게]는 시 큐레이션앱 '시요일'에서 엄선한 아버지에 대한 시 산문집이다. 아버지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이 시와 산문으로 엮어 만든 이 책에는 많은 아버지들의 다양한 모습들이 그려진다. 아버지가 저자의 등 긁어 주던 추억, 유산한 엄마를 퇴원시키기 위해 돈을 빌리려 친구집에 갔지만 행복해 보이는 친구 가족의 모습을 보고 말도 못 건네고 돌아왔던 아버지, 가부장적인 모습으로 인해 자주 다퉜던 아버지... 

 책을 읽으면서 나에게는 무슨 추억이 있나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엄마가 나에게 아빠의 자식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하실 때마다 항상 말씀하시던 추억이 있다. 
엄마가 우리를 혼내려 할 때마다 아빠가 잽싸게 우리를 안고 달려가 본인이 운전하던 우유 트럭에 우리를 태워 엄마의 화가 풀릴 때까지 밖에서 운전하셨다고 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제까지 아빠에게 혼났던 적은 없었다. 가끔씩 잔소리는 하셨지만 단 한 번도 가볍게 손을 대신 적은 없었다. 
고아로 자라서 더욱 가정에 대한 애착이 있으시고 자신이 못 받은 사랑을 자식들에게만은 아낌없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주고자 하셨던 아빠였다. 
아버지, 아버지라는 말 속에 아버지의 소년을 가둬놓았고 
아버지의 연애를 가둬놓았고, 
날개를 갖지 못한 새와 노래하는 돌멩이와 잔디 위를 
구르던 여름 동산의 몸으로 서둘러 맞이했던 겨울, 
그 추위를 가둬놓았다.
아버지 속에 나의 미래도 함께 갇혀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아마 내가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가 없었다면 위의 구절을 결코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알 것 같다. 아이들이 나에게 엄마라고 부르는 이름 속에 얼마나 큰 무게와 짐이 얹혀 있는지 나는 예전엔 미처 알지 못했다. 시인이 아버지라고 부를 때마다 아버지가 자신을 아버지라는 이름 속에 가둬 놓고 자신의 미래도 함께 짊어져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이 있는 이름이라는 것을... 
이제는 알 것 같다.

시인들의 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담은 시와 산문을 읽으면서 나의 아버지에 대한 추억이 모자이크처럼 하얀 도화지를 모자이크처럼 하나 하나 맞춰간다. 아버지도 다르고 그들의 사랑하는 방식이 다르지만 자식에 대한 사랑 그 하나만은 같기에 가능하다. 
처음부터 부모였던 사람은 없듯이 우리의 아버지 또한 처음부터 아버지는 아니였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그들만의 방식으로 끝까지 사랑하는, 지금도 사랑하는 아버지. 나의 아버지가 아직 살아 계심에 감사하다. 사랑한다고 더 늦지 않게 말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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