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우는 것 같다 시요일
신용목.안희연 지음 / 미디어창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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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라서 그런지 아버지 보다는 엄마와 더 친밀하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아빠보다는 엄마를 더 잘 이해하게 되고 엄마와 연락을 더 자주 하게 된다. 아빠에게는 그냥 엄마에게 연락하면 되지 뭐 라는 안일한 마음이였다. 엄마의 병 판정 후 아빠의 눈물과 회환어린 뒷 모습을 바라보며 어느 새 늙어 버린 아빠를 보게 되었다. 항상 강하면서 다정한 모습으로 그 자리에 서 있어줄 것만 같은 아빠... 그 분도 많이 외로워하고 우리의 손길을 그리워하는 분이였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당신은 우는 것 같다>, 부제 [그날의 아버지에게]는 시 큐레이션앱 '시요일'에서 엄선한 아버지에 대한 시 산문집이다. 아버지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이 시와 산문으로 엮어 만든 이 책에는 많은 아버지들의 다양한 모습들이 그려진다. 아버지가 저자의 등 긁어 주던 추억, 유산한 엄마를 퇴원시키기 위해 돈을 빌리려 친구집에 갔지만 행복해 보이는 친구 가족의 모습을 보고 말도 못 건네고 돌아왔던 아버지, 가부장적인 모습으로 인해 자주 다퉜던 아버지... 

 책을 읽으면서 나에게는 무슨 추억이 있나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엄마가 나에게 아빠의 자식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하실 때마다 항상 말씀하시던 추억이 있다. 
엄마가 우리를 혼내려 할 때마다 아빠가 잽싸게 우리를 안고 달려가 본인이 운전하던 우유 트럭에 우리를 태워 엄마의 화가 풀릴 때까지 밖에서 운전하셨다고 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제까지 아빠에게 혼났던 적은 없었다. 가끔씩 잔소리는 하셨지만 단 한 번도 가볍게 손을 대신 적은 없었다. 
고아로 자라서 더욱 가정에 대한 애착이 있으시고 자신이 못 받은 사랑을 자식들에게만은 아낌없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주고자 하셨던 아빠였다. 
아버지, 아버지라는 말 속에 아버지의 소년을 가둬놓았고 
아버지의 연애를 가둬놓았고, 
날개를 갖지 못한 새와 노래하는 돌멩이와 잔디 위를 
구르던 여름 동산의 몸으로 서둘러 맞이했던 겨울, 
그 추위를 가둬놓았다.
아버지 속에 나의 미래도 함께 갇혀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아마 내가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가 없었다면 위의 구절을 결코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알 것 같다. 아이들이 나에게 엄마라고 부르는 이름 속에 얼마나 큰 무게와 짐이 얹혀 있는지 나는 예전엔 미처 알지 못했다. 시인이 아버지라고 부를 때마다 아버지가 자신을 아버지라는 이름 속에 가둬 놓고 자신의 미래도 함께 짊어져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이 있는 이름이라는 것을... 
이제는 알 것 같다.

시인들의 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담은 시와 산문을 읽으면서 나의 아버지에 대한 추억이 모자이크처럼 하얀 도화지를 모자이크처럼 하나 하나 맞춰간다. 아버지도 다르고 그들의 사랑하는 방식이 다르지만 자식에 대한 사랑 그 하나만은 같기에 가능하다. 
처음부터 부모였던 사람은 없듯이 우리의 아버지 또한 처음부터 아버지는 아니였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그들만의 방식으로 끝까지 사랑하는, 지금도 사랑하는 아버지. 나의 아버지가 아직 살아 계심에 감사하다. 사랑한다고 더 늦지 않게 말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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