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흥준 교수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중국편 1,2권>을 가제본으로 만나볼 수 있었다.
그 광활한 중국 대지 중에서 유흥준 교수님의 평생 로망이였던 돈황과 실크로드의 답사기와 막고굴 및 주요 문화유산에 대한 우리가 잘 몰랐던 숨겨진 유래와 뒷 이야기 등으로 가득한 책이다.
제 1권 《돈황과 하서회랑 - 명사산 명불허전 鳴不虛傳》은 서안에서 출발하여 돈황, 그리고 돈황에서 명사산에 가는 여정이다.

천수를 거쳐 맥적산석굴, 난주의 병령사석굴, 하서사군 그리고 가욕관, 그리고 명사산까지의 여정 등을 그린 1권은 주로 삼국지의 조자룡에 얽힌 유적지, 그리고 이백과 두보 등 자세한 설명으로 그 지역의 문화유산을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특히 맥적산석굴의 잔도 등 그 웅장함을 가감없이 설명하면서 저자는 함께 온 일행이 왜 한국에는 이러한 문화유산이 없는 것일까라는 말에 문화유산은 결코 비교대상이 없다고 강조한다.
문화란 그 나라의 자연환경에 맞추어 구현되는 법입니다.
이제 우리는 남의 문화를 볼 때 그 자체의 생성과 발전과정을 보면서 세계사적 견문을 넓혀야지 그것이 우리나라에 있나 없나를 생각할 필요도 이유가 없습니다.
인도의 아열대성 기후로 인해 석굴사원이 조성되었고 중국의 경우 바위의 석질이 모래가 굳어져 이뤄진 역암이기 때문에 석굴 조영에 제격이었던 반면 사암이 없는 한국의 경우 마애불을 조성하며 우리 자연에 맞게 산사를 지어 불교의 신앙형태를 계승하였던 것이다.
오히려 좁은 영토에서 외세의 침입에도 끊임없이 자국의 문화를 만들어가며 독립국가로 지켜올 수 있었던 역사적 사실에 대해 자긍심을 가질 것을 저자는 촉구한다.
유홍준 교수님의 역사 이야기 중 가장 인상깊었던 대목은 「하서사군」에 수록된 한나라의 환관 중항열에 흉노로 가서 선우를 섬기면서 조언한 내용이다.
"흉노가 강한 것은 입고 먹는 것이 한나라와 다르고, 의존하는 일이 없기 떄문입니다.
그런데 지금 선우꼐서 한나라의 풍습과 물자를 좋아하게 되면
그들 물자의 10분의 2도 소비시키기도 전에 흉노는 모두 한나라에 귀속되고 말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결코 우리와 무관하지 않게 느껴진 부분은 바로 우리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일제시대 때 일본이 한국을 문화적으로 말살시키기 위한 문화말살정책과 6.25전쟁 이후 미국의 밀로 인해 한국의 밀이 터전을 잃어버리게 된 아픈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난주, 가욕관을 거쳐 명사산에 이르며 그 아름다움의 감동을 "명사산은 명불허전"이라고 함을 끝으로 다시 돌아올 것을 기약하며 1권의 여정은 마무리된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 중국편 2권》은 『막고굴과 실크로드의 관문』으로 첫 번째 답사 때 갔던 막고굴의 여정과 1차 답사 때 보지 못했던 막고굴의 특굴 등을 더 자세히 답사하기 위해 비수기인 겨울에 이뤄진 막고굴 2차 답사, 그리고 제국주의 침략에 의해 빼앗긴 돈황문서의 슬픈 역사를 담고 있다.
문화유산 보호차원으로 이루어진 특굴 참관 불허로 인한 1차 답사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2차 답사를 한 만큼 막고굴의 2차 답사는 함께 동행한 원욱 스님의 불교사 설명과 미술사학과의 최선아 교수님의 부연 설명이 깃들어져 사진과 함께 막고굴의 설명이 풍부하게 담겨 있다.
동양의 비너스라고 일컬어지는 제45굴, 왜 저자가 추운 한 겨울에 이 45굴을 그토록 가고 싶어했는지 사진과 함께 저자는 그 아름다움을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불교 이외에도 여러 종교, 역사, 문학, 민속 등 거대한 대배고가사전 같은 사료인 돈황문서가 도사 왕원록에 의해 발견되어지고 그 가치를 알지 못한 무지로 인해 영국의 오렐 스타인, 프랑스의 폴 펠리오, 러시아의 블라디키르 오브루체프 등 학자들이 제국주의의 후원을 등에 업고 약탈을 자행할 수 있었는지를 설명한 막고굴의 역사는 사회의 무지로 인해 눈 뜨고 코 베어간다는 말이 연상될 만큼 우리의 문화 유산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해 준다.
중국 뿐만 아니라 조선 시대 추사 김정희가 제주도 유배시 영국 배에서 놓고 간 정밀하게 그린 제주도와 남해안을 그린 지도를 보고 깜짝 놀랬다는 일화는 그 당시 제국주의 국가들이 침략하기 위해 치밀하게 조사하였음을 나타내준다.
돈황문서를 침탈해간 약탈자와 함께 무기징역을 산다는 각오로 들어가 첫 번째 아내와 헤어지면서까지 끝까지 남아 돈황을 지킨 상서홍 등 돈황의 수호자들의 역할은 이 유산이 지켜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이 있었는지를 설명해 준다.
영토의 차이부터 문화유산의 규모까지 한국과 다른 중국 답사기를 보면서 저자는 이 유산에 대한 감동과 함께 중국의 반절도 안 되는 조그마한 나라 한반도에서 찬란한 자국 문화가 형성되었는가를 줄곧 설명해주며 우리의 문화유산에 대한 자긍심을 함께 심어준다.
그리고 의식이 높아진 중국의 문화유산 관리 방법에 감탄하면서 우리 또한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를 설명해준다.
풍성한 사진과 함께 문화유산에 대한 여러 역사적 이야기, 그리고 중국의 여러 명시가 함께 곁들어진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중국편》은 하나의 보물창고 같았다.
어렴풋이 알고 있는 중국을 이 책을 통해 생생하고 살아 움직이는 하나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