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이 아닌 날들 - 가족사진으로 보는 재일조선인, 피차별부락, 아이누, 오키나와, 필리핀, 베트남 여성의 삶
미리내 지음, 양지연 옮김, 조경희 감수 / 사계절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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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이 보편화되며 셀카가 유행하고 온갖 인증샷이 난무하는 시대이다. 

지금의 사진이 남들에게 보여지기식이 대부분이라면 오랜 과거에서 사진은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 사진들이 한국이 아닌 일본에서, 피차별부락에서, 심지어 아이누, 오키나와를 넘어 필리핀과 베트남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사진들은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보통이 아닌 날들』은 그 오랜 사진들이 바로 "여기, 우리가 살고 있어요!"라고 외치는 목소리라고 말한다. 일제 치하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재일조선인으로, 피차별부락민으로, 아이누, 오키나와, 필리핀 등 소수민족으로 살아가는 여성들. 한 때는 부인하고 부끄러워했던 자신들의 역사를 오랜 가족 사진을 통해 자신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이야기를 담은 책 『보통이 아닌 날들』은 우리 시대의 마이너리티 지대에 살고 있는 여성들의 삶을 그려낸 책이다. 


재일조선인으로 일본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사진 속에 예쁜 저고리를 입고 환하게 미소짓고 있는 어린 아이의 모습 뒤에 감춰진 저고리를 입은 재일조선인들을 향한 차별. 외국인으로서 살아가는 그들의 고통이 숨겨져 있음을 우리는 알지 못한다. 

일제 치하에 강제 징용되어 일본으로 오거나 생계를 위한 수단으로 일본행을 택하여 차별 속에 살아가는 재일조선인들에게는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이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였다. 



대한민국 출신으로 일본으로 건너와 지금의 남편을 만나 일본에 정착했지만 일본어를 못하는 고독함과 외로움, 친인척의 냉대로 병들어가는 엄마의 몸과 마음. 그 외로움 속에 쓸쓸히 살아가야 하는 여성들의 삶이 어디 한 둘 뿐이였을까. 외국인으로 살아가는 일조차도 여성에게는 남자들보다 더욱 무거운 짐이였다.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가족을 부양하고 외로움의 무게를 홀로 감당해야 했던 재일조선인 여성의 삶. 

그들에게는 삶이 전투였고 고난이였지만 이 사진을 볼 고국의 가족들에게 "여기, 우리 잘 살고 있어요."라며 애써 웃으려고 하는 사진의 표정은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조선시대 하층민인 백정과 같이 전근대 사회의 최하층민이었던 사람들이 사는 피차별부락민으로 사는 삶. 사는 곳 자체가 자신의 신분을 말해주며 그들이 받는 차별이 당연시되던 곳. 피차별부락민. 

그들에게 차별은 일상이였다. 피차별부락민이라는 이유 만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부모님으로부터 냉대를 받는 곳. 결혼을 통해 벗어나고자 하는 곳이지만 피차별부락민에게는 결혼조차도 쉽지 않은 관문이였다. 

차별은 생활 속 도처에 있었다. 


여자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죽을 고생을 했어. 

그렇지만 일절 불평하지 않았어. 지금 생각하면 눈물이 나. 


재일조선인과 피차별부락민이라는 복합 차별 속에서 살아가는 여성들. 그들은 차별 속에서 살아나온 할머니와 어머니의 역사에 함께 이제 더 이상 차별을 당연시하지 않기로 다짐하며 자신들의 부락 여성의 삶을 기록하며 인간의 존엄성을 찾기로 다짐한다. 그것이 이 복합 차별 속에서 자신들을 지켜낸 가족들의 힘이기에 그 원동력으로 자신의 존엄성을 찾기 위한 전투가 진행 중이다. 


어디에서도 난민이며 외국인의 삶을 살아가는 아이누, 오키나와 및 필리핀 베트남 여성들. 

소수민족으로 살아가는 삶이 그들에게 전혀 녹록치 않은 삶이였음을 짐작한다. 마이너리티 삶을 살아가는 그들의 사진은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이 책을 읽으며 다시 생각해본다. 

"여기, 우리가 살아가고 있어요."라며 사진을 보는 이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동시에 

"우리는 앞으로도 살아가고 이겨낼 겁니다." 라고 말하는 그들의 다짐이 있는 것이 아닐까. 

자신의 슬픈 사연을 마음에 고이 품고 잘 해낼 거라고, 지금까지 살아 왔으니 앞으로도 살아낼 것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 많은 사진 한 장 한 장이 바로 그들의 소중한 역사이자 발자취임을 이 책은 말한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들을 모야 <자이니치 가족사진전>은 사각지대에 살고 있는 여성들의 연대와 자신의 정체성을 더 이상 훼손당하지 않으려는 강한 의지로 느껴진다. 


아무도 들려주지 않았던 마이너리티 여성의 삶. 하지만 이 『보통이 아닌 날들』의 사진의 주인공들은 비록 자신들이 남에 의해 마이너리티로 명해졌지만 그들의 삶은 결코 마이너리티가 아닌 한 인생의 소중한 주역임을 말해 준다. 그리고 더 이상 그 차별을 당연시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한다. 

아무도 관심가져주지 않던 할아버지,할머니,부모님의 이야기들을 사진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끊임없이 이야기를 한다. "여기 우리 살고 있고 앞으로도 당당히 살아갈 겁니다." 

그들의 사진에는 또 다시 어떤 사진들과 이야기들이 있을지 기대가 된다. 그리고 이 차별을 버텨내고 꿋꿋이 자신을 지켜낸 그들의 삶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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