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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의 마흔 수업 -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는 당신을 위한
김미경 지음 / 어웨이크북스 / 2023년 2월
평점 :
절판
지난 1월 15일은 외사촌의 결혼식이었다. 그 사촌은 우리들에게 특별한 친척이였다.
결혼하는 사촌의 아버지, 즉 내게 작은 외삼촌은 어렸을 적 돌아가시고 외숙모는 재혼을 하셨다.
아이들만 남겨논 채. 그 사촌들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키우셨고 사촌들은 그 상황 속에서 훌륭하게 성장했다. 생각만해도 마음이 아파오고 응원해주고 싶은 존재, 그 사촌들의 존재가 그랬다.그래서 첫째 사촌이 결혼할 때도 모든 친척이 출동했고 둘째가 결혼한다는 소식에도 모든 가족이 모였다.
그 결혼식에서 큰 외삼촌을 만나지 않았다면 내게 그 날은 그저 축복해 주는 결혼식이었을 것이다.
그날 그냥 결혼식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면...
그날 혼주들이 쉴 수 있는 휴게소에 가지 않았다라면..
그래서 큰 외삼촌과 만날 틈이 없었다라면...
부모님의 성화에 너무 이른 시간에 도착한 우리는 쉴 곳을 찾어 혼주들이 쉬는 휴게실에서 쉬고 있었다.
안마의자까지 마련된 그 자리에서 쉬고 있는 내게 큰 외삼촌이 다가오셨다.
큰 외삼촌은 외갓댁의 첫째이자 돌아가신 작은 외삼촌을 대신해 혼주 역할을 해 주신다.
나와 동갑인 딸이 있어 친척들 사이에서 나와 외삼촌의 딸은 종종 비교대상이 되곤 한다.
어떻게 지내냐는 안부인사부터 전립선암이 재발해 수술받으셨다는 안부를 나누며 훈훈히 마무리 하려던 차,
외삼촌은 불쑥 내게 말씀하셨다.
"현경아, 너는 집 안 사냐?
응? 갑자기 웬 집? 당황스러웠지만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네? 집 사야죠. 그런데 지금 고금리인 이 시기에 집을 사면 큰일이죠!"
그 때부터였다. 나를 향해 그 분은 자기 자랑 아니 자기 자식들 (특히 나와 동갑인 딸) 자랑을 늘어놓으셨다.
"야, 돈이 있으면 지금이 딱 살 때이지. 집값 바닥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
넌 이제까지 집 살 돈도 안 모아놨냐?
우리 OO는 이미 집 한 채 마련하고 둘째 OO는 인천에 집이 있어. 우리 막내 OO는 내가 결혼할 때 집 사 줬잖아."
"OO 은 현재 울산에 있잖아. 알지? 현대 대기업에 있어서 울산에 내려가 있어.
연봉이 8천이 넘는다. 너는 얼마 버냐? 결혼한 지 오래됐는데 집 하나 없고 뭐했냐?"
그렇게 한바탕 자랑을 쏟아내시던 외삼촌은 자랑을 끝마친 후 다른 친척과 인사를 하기 위해 휑하니 가버리셨다. 나의 기분을 온통 산산조각낸 채.
그리고 그 날 결혼식 내내 나는 분통이 터져 결혼식에 집중할 수 없었다.
외삼촌의 말을 한 달 내내 곱씹고 곱씹으며 다짐했다.
내가 이 모욕을 되갚아주겠다고. 꼭 OO보다 잘 되고야 말겠다고.
외삼촌의 말은 언제나 나를 찌르는 가시였다. 그러던 중 김미경 강사의 신간 《김미경의 마흔 수업》에서 김미경 강사도 똑같은 경험담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천하의 잘 나가는 자기계발 강사이자 MKYU 학장인 김미경 강사가 이런 말을 들었을 줄이야!!
내가 외삼촌에게 들었던 말과 김미경 강사가 아버지에게 들었던 말이 이처럼 똑같다니!!
나처럼 아버지의 뼈아픈 말을 되씹고 복기하며 분통에 치밀어 있는 나와 달리
김미경 강사는 다른 선택을 한다.
자신이 이루지 못한 것에 집중하는 대신 자신이 이룬 것들에 초점을 맞추도록!
그래서 누가 자신을 비교할 때 자동으로 대답할 수 있도록 말이다.
김미경 작가를 따라 나도 내가 이룬 것들을 적어보았다.
- 아이 둘 쌍둥이를 낳은 상황에서, 더구나 육아휴직도 없는 조그마한 중소기업에서 나는 살아남았다.
(누군가에게는 이게 별 일 아니겠지만 나는 이제까지 버틴 내 자신이 대견스럽다.)
그리고 나는 현재까지도 일을 하고 있다.
- 나는 아이를 낳고 극한 우울증 속에서 책을 읽었다. 책은 내게 자기계발의 수단이 아니였다.
육아와 회사라는 울타리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취미였고 살얼음판인 부부관계에서 읽고 서평을 쓰는 행위는 내 지름길이었다.
다시 생각해보니 나는 작년 바디프로필을 찍었다.
그리고 나는 새벽기상을 하며 제2의 인생을 도약중이다. 열심히 하는 내게 우울한 미래가 있을 수 없다. 나의 해 낸 목록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앞으로 이 목록은 가득 채워질 것이다.
《김미경의 마흔 수업》에서 저자는 우리에게 비교를 재해석하라고 권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꼭대기만 들고 나오지
바닥은 잘 안 보여준다.
여기에 비교의 함정이 있다.
남의 꼭대기만 보고 비교를 한다는 것이다.
김미경 강사는우리가 비교해야 할 것은 남의 꼭대기가 아닌 자신의 밑바닥과 싸우라고 말한다.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진정 내가 기억해야 할 건 외삼촌이 아닌 바로 나의 밑바닥이라는 걸.
그리고 집중해야 할 건 외삼촌의 비교의 말이 아닌 나의 밑바닥이라는 걸.
어제의 나를 넘어서야 한다는 걸.
다시 마음을 되잡아본다. 그리고 내가 세운 목표들에 집중하기로 다짐해본다.
경마장의 말에게 말안경을 씌운다고 한다. 말이 옆에서 뛰는 다른 말들에게 시선을 돌리지 않고 오직 앞만 보고 달리게 하기 위해서이다.
내가 되씹어야 할 부분은 외삼촌의 그 비교가 아닌 나의 미래의 모습이다.
내가 보아야 할 부분은 다른 친척의 집과 연봉이 아닌 지금 나의 모습이다.
내가 싸워야 할 부분은 다른 사람이 아닌 나의 밑바닥이다.
그러니 아직 시작도 안 했다.
나는 나아지고 있고 나아질 것이다.
포기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