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피투성이 연인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30
정미경 지음 / 민음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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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차가운 건 '삶'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살아있는 한 끝까지 견뎌내야 하며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것.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지만 죽지 못해 꾸역꾸역 살아가는 인생. 살아가는 동안 인생은 점점 차가워진다. 뜨거웠던 혈기가 점차 식어가고 마지막 싸늘한 시신이 되기까지 우리는 차가워지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 인생의 차가운 면들을 가장 깊게 들여다보는 소설가라면 나는 감히 2018년 작고한 故 정미경 작가를 말하고 싶다. 담담한 듯 그리면서도 인생의 어두운 면까지 어떤 감정의 개입없이 그 사실 날 것 그대로의 면을 보여주는 정미경 작가야말로 우리에게 인생의 면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제는 더 이상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없지만 그야말로 작가의 세계를 보여주는 소설집인 《나의 피투성이 연인》이 민음사의 '오늘의 작가 총서'로 재단장해 출간되었다.


《나의 피투성이 연인》은 표제작인 《나의 피투성이 연인》을 비롯해 <호텔 유로, 1203>, <성스러운 봄>, <비소 여인>, <나릿빛 사진의 추억>, <달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등 여섯 편의 단편집으로 이루어져 있다.


표제작인 <나의 피투성이 연인>은 남편이자 소설가인 김주현 작가의 사망 후 딸과 함께 살아가는 유선의 이야기이다. 소설은 남편의 죽음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남편을 잃고 난 후 계속되는 유선에 초점을 맞춘다. 도서관 사서와 과외로 살아가는 유선에게 한 출판사 대표가 알려지지 않은 남편의 유작을 출간하고 싶다며 제의한다.

마지못해 남편의 컴퓨터를 살펴보던 유선은 남편이 일기 형식으로 쓴 문서를 발견한다.


나의 어디가 좋아?

모르겠어.

말해 줘.

모든 게 좋아. 너의 모든 것.

그렇게 많이?


남편의 죽음의 원인조차 알 수 없었던 유선이었기에 다른 여자와의 대화가 담긴 이 글은 유선의 영혼을 좀먹는다.

알 수 없는 원인의 가려움이 그녀를 잠식하며 이 글을 생각할수록 가려움의 증세는 더욱 심해진다. 최근 스트레스를 심하게 겪은 일이 있냐는 의사의 반응에 유선은 강하고 단호하게 그런 일은 없다고 대답한다.

소설은 유선이 결국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남편의 글에 잠식된 듯하다. 그 잠식된 듯한 삶에서도 유선은 과외를 이뤄나가고 자신과 함께 홀로 남겨진 딸을 챙기고 사서와 과외 일을 해 나간다. 미칠 것 같은 마음과 반대로 그녀의 표면은 언제와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작가의 서늘함이 가장 강하게 발현되는 때는 유선이 출판사 대표에게 전화해 남편이 남겨 놓은 어떤 글도 없다고 통화하는 마지막에서이다. 자신을 그토록 괴롭혔던 그 글을 없던 것으로 정의하고 죽은 남편을 향해 사람들에게 당신은 끝까지 나의 연인으로 남아있으라는 그녀의 말은 이 모든 걸 감당하고 살아가겠다는 그녀의 다짐으로 들린다.


당신은 내 속에서, 언제까지나, 마지막 보여 주었던 그 모습처럼,

나의 피투성이 연인으로 남아 있어야 해.

지나고 보니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는 게 인생이고

어떤 일도 견뎌 내는 게 인간이더라.


여섯 편의 단편 중 인생의 고통에 대해 가장 서늘한 작품은 <성스러운 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불치병에 걸린 딸의 병원비로 두 개의 보험설계사 일을 하며 동분서주하는 나는 대학교 시절 교양수업을 들었던 은사의 차 사고에 대한 보험금 청구 처리를 하기 위해 연구실을 방문한다.

보험금을 지급받기 위해 자신을 방어하는 교수와 피해자의 실수로 몰아가며 지급하지 않으려고 교수를 극한의 상황에 몰아치는 이 상황은 주인공이 딸의 병원비를 추궁하는 의사의 무미건조함과 어떻게든 딸의 병원비를 감당하기 위해 빚을 지며 살아가다 결국 딸의 병원비를 포기하며 죽음에 내몰리게 된 딸의 이야기가 교차된다.

자신이 보험설계사로서 대학 은사를 궁지로 몰아가고 은사의 숨겨진 비밀을 들춰내며 고통으로 내몰릴수록 주인공 나가 애써 묻어두고 있던 자신의 고통 또한 선명해진다. 애써 고통을 감당해냈지만 남는 건 아이를 포기했다는 아내의 냉소와 침묵 그리고 생활고 속에 고통을 느낄 수조차 없었던 나의 고통을 통해 인생의 잔인함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자신의 치부를 들켜버린 은사, 돈 때문에 아이의 치료를 중단한 나, 고통의 무게는 다르지만 끝까지 그들이 짊어지고 가야 할 무게라는 사실이 끝내 주인공을 울게 한다.


희망은 있는 겁니까?

이건, 질문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어쩔 수 없이 저희도 보호자에게 물어보아야 하지만,

이게 질문이 될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질문이란, 비록 불완전할지라도 어딘가에서 대답을 찾을 수 있는 걸 말하겠지요.

이럴 땐 의사나 보호자나 질문이 아닐 딜레마에 부딪치는 거죠.

끝내 답을 찾을 수 없는.


인생에서 질문조차 될 수 없는 고통. 어떤 답도 있을 수 없다는 게 고통이 주는 극한점이 아닐까.

그 정답 없는 삶 속에서 매번 극단의 선택을 해야 하며 감당해야 하는 인생. 고통을 감당해냈건만 끝내 돌아온 건 또 다른 고통 뿐이었다. 역설적이게도 삶이 완벽하다는 걸 가장 늦게 깨달았을 때는 생명을 포기한 마지막 순간이었다.

딸의 카테터를 뽑아 버린 순간 깨닫게 되는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한 경이로움. 인생은 끝까지 고통을 안겨준다.


이 단편집에서의 인물들은 모두 힘든 상황을 살아간다. 자신을 사랑해주는 남자를 뒤로 하고 자신에게 명품백을 사주기 위해 호텔로 향하는 나, 삶에 대한 적의와 냉소로 가득찬 연인 윤이 주위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 넣는 비소 연인, 떠들썩하고 인정 많은 동네이지만 끝내 치정살인으로 귀결되고 부유한 연인 윤조를 포기하지 못하는 나 등등 사람들의 모습 그대로가 이 소설에서 그려진다. 놀랍다면 이들에게 동정이라기보다는 삶이란 이런 것이다라며 담담하게 말하는 저자의 내러티브가 이야기 속에 스며드는 듯하다.


고통을 마주하고 고통을 껴안고 살아가는 삶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작가의 소설 속에 나의 모습을 투시해본다. 나의 고통과 내 삶의 무게를 대조해본다. 동네 뒷골목의 사람들을 향한 그대로의 모습을 찍으며 행복해하던 승우가 끝내 포기하고 인생의 화려한 모습 결혼식의 사진사로 남기로 했다는 승우의 결심처럼 우리의 인생 또한 행복했던 때를 복기하며 그 때로 돌아가고자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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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 직장을 넘어 인생에서 성공하기로 결심한 당신에게
김호 지음 / 김영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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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나이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친구 자녀들에 비해 어린 아이들을 보며 항상 마음 속으로 질문하곤 한다. "과연 내가 언제까지 일 할 수 있을까?" 법정 정년이 60이라고 하지만 평생 직장이 아닌 이상 그 누구도 기대할 수 없는 없음을 알고 있다. 평생 직장이 사라진 시대, 항상 치고 올라오는 동료들과 AI의 현실화 속에 이제 나만의 살 길을 찾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내 마음을 지배한다.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는 나와 같은 걱정을 마음 속에 품는 직장인들을 위한 책이다. 직장을 나오는 순간 회사의 직책으로 정체성을 찾곤 했던 수많은 직장인들을 위해 퇴직 후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주는 성공학 개론이다.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의 저자 김호 더랩 에이치 대표는 글로벌 제약회사를 거쳐 독립 커뮤니케이션 컨설팅사 한국 대표를 역임한 후 더랩에이치를 설립해 리더십 조직문화 코칭 및 워크샵 퍼실리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직업인이다.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의 경험과 상담하면서 느낀 제 2의 직업을 준비하는 직장인들을 위해 이 책을 저술했다.

이 책은 가상의 인물 호와 보람의 대화로 각 장의 주제를 소개해준다. 홍보회사 과장으로 재직 중인 보람은 은퇴 이후를 두려워하는 일반 직장인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며 친구 호는 저자의 역할로 주제에 맞는 질문을 하고 그에 맞는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직장인과 직업인의 차이는 뭘까? 말 그대로 직장인은 한 조직에 속해 있는 사람을 말한다면 직업인은 조직 근무 여부와 관계없이 일을 하는 사람을 뜻한다. 직장인은 회사를 나오는 순간 정체성과 일이 사라지지만 직업인은 정체성도 일도 사라지지 않는다. 직장인은 분명한 끝이 있고 그 끝은 날마다 가까워 오지만 직업인은 노력하는 한 끝을 유예시킬 수 있다. 많은 직장인들이 직업인으로 가야 함을 잘 알고 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저자 김호 대표는 직업인으로 가는 첫 걸음은 다름아닌 바로 나 자신으로부터 시작해야 함을 강조한다. 직장인들 대부분은 하루의 대부분을 직장에서 시간을 보낸다. 기본 8시간과 야근 또는 출장등 회사일에 매여 하루 이틀 보내다보면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이 정년이 가까워온다. 회사일에 치여 정작 자신을 돌보지 못하거나 아무런 준비가 안 되어 있는 상태에서 맞이하는 은퇴 앞에 직장인들은 속수무책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저자는 먼저 직장에 있는 동안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명확히 하며 자신의 욕망을 분명하게 알 것을 제시한다. 단지 회사에서 임원으로 성장하며 더 높은 연봉을 목표로 하지 말고 은퇴 후에도 쓸 수 있는 자신의 전문성을 키워나갈 수 있는 성취형으로 나아갈 때 직업인으로 갈 수 있다.

내가 끝까지 하고 싶은 욕망을 찾기 위해 강제적인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 자신에 대해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설계해야 함을 이야기하며 자신을 객관적으로 알 수 있는 유용한 도구를 알려주어 읽는 이들의 이해를 돕는다. 특히 저자는 나와 같이 시간이 없다고 하소연하는 워킹맘들을 위해 김서현 에델만 상무의 예를 들어주며 이는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사항임을 강조한다.


자기만의 시간과 함께 자신만의 직업을 찾기 위해서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가를 알아야 한다. 현 직장과 연결되어 있는 부분이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전혀 다른 분야라 하더라도 결코 문제가 되지 않음을 예로 들어준다. 회사원이였다가 육아로 그림책을 접한 후 진로를 바꾼 <어른의 그림책> 저자이자 '그림책37도'의 대표인 황유진 대표와 대기업 취업 후 무용 심리학을 접한 후 퇴직한 박유미 대표 또한 좋은 예이다.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는 자신이 나아가야 할 전문성을 찾았다면 그 후 어떻게 관리를 하며 커리어를 쌓을지 실용적인 방법을 제시해준다. 처음 전문성을 찾기 까지는 온전히 자신에게 투자해야 하므로 남이 아닌 자신을 보는 관점에 충실할 것을 이야기했다면 전문성을 쌓는 과정은 타인이 보는 나를 신경써야 하는 단계로 가야 한다.

가령, 남들에게 내 전문성을 입증할 수 있는 경험과 평판 인맥 관리 방법등에 관한 팁을 제시해 주며 끊임없이 자신의 전문성을 이카이빙 (자료화) 할 것을 이야기한다. 끊임없이 결과물을 만들어낼 때 직업인으로 발돋움하며 오래 일할 수 있다.


나의 경우 워킹맘이다 보니 사람들은 내게 분발할 것을 예전처럼 기대하지 않는다. 앞서 말했듯 타임 푸어로 일과 육아에 시달리는 워킹맘들은 직장에서 버텨나간다는 표현이 적합하다. 이 상황을 저자 또한 자신이 상담한 예를 들어 임원으로 갈수록 여성 임원이 남성 임원에 비해 현저히 적은 현실을 이야기한다. 여성에게 주어지는 교육, 돌봄의 굴레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함을 인지하며 일과 가정을 놓지 않고 이어온 사람들의 경험담을 들려준다.

그 중 의도적으로 '하루 한 시간과 한 평의 공간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끊임없이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B씨의 인터뷰가 매우 인상깊었다.

"모성애는 의심받을지언정, 나를 지키는 일은 절대 포기하지 않기를 스스로 다짐 중"이라는 인터뷰를 읽으며 동생이 떠올랐다. 아이 둘의 엄마이자 같은 워킹맘인 동생이 일주일에 한 번 하는 화상 영어 강좌도 너무 피곤해 집중하기 힘들다며 울었던 동생을 보며 엄마가 일에서 성공한다는 게 남들보다 몇 배 이상 힘들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책 한 권 읽기도 벅찬 워킹맘, 전업주부들에게 버지니아 울프가 말한 '자기만의 방' 처럼 더욱 노력하여 자기만의 시간을 확보해야 함을 알면서도 쉽지 않은 현실에 씁쓸해졌다. 비록 힘들지만 끝까지 나아가야 하며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죄책감을 줄이며 협업과 네트워크 관리에 충실해야 함을 가르쳐준다.

워킹맘들에게는 완벽한 부모, 좋은 며느리와 아내 역할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고 자신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이루어나가야 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현재 나의 직장을 돌아보았다. 과연 내가 이 곳에서 나의 전문성을 키워 나갈 수 있을 수 있을까?

수입업무와 해외업체와의 코레스 업무만 하는 내가 퇴직 후 밥벌이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없었다. 무엇보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대답하지 못했다. 앞으로 내게 남겨 진 시간이 더 없다는 생각에도 마음이 조급해졌다. 하지만 조급하다고 저자가 강조하는 첫 단추를 무시할 수 없음을 알게 해 준다. 늦은만큼 나를 위한 시간과 투자를 더욱 많이 해야함을 깨닫는다.

이 책은 사회 신입생보다는 30대 중반의 직장인들이 읽는다면 더 없이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듯하다. 직장 생활에서 커리어와 평생 직업을 찾을 수 있는 좋은 책이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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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다 - 나다움을 찾는 확실한 방법
모종린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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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소확행' 또는 '워라벨' 과 같은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신조어가 생겨났다. 예전처럼 조직에 충성하며 정형화된 삶을 살기보다 자신의 여가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물질에 집착하기보다 소소한 행복을 누리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각자의 다양한 생활 방식을 엿볼 수 있다. 《인문학, 라이프스타일을 재건하다》는 <골목길 자본론>으로 유명한 모종린 교수님이 라이프스타일의 역사를 따라 나다움을 찾아가는 인문서이다.

먼저 이 책에서 라이프스타일을 분류하는 기준은 물질과의 독립성과 추구하는 탈물질주의의 가치이다. 물질을 대하는 태도와 생활방식에 따라 부르주아, 보헤미안, 히피, 보보, 힙스터, 노마드 등 6개 유형으로 분류하여 이 유형들이 탄생하게 된 배경과 특징 그리고 이 라이프스타일에 기반한 기업들과 도시들까지 설명해준다.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면서 자신에게 속한 유형이 어떤 유형인지 알게 해 주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도와주는 책이다.

가장 역사가 견고하고 물질 안정을 추구하는 유형은 부르주아이다. 차별적 소비, 신분적 편익을 획득하며 자신의 부를 과시하는 부르주아는 전형적인 지금의 기득권자들이다. 어떤 가치보다 물질적 안정을 우선시하는 이 부르주아 계급은 폐쇄된 그들의 문화와 맞게 높은 담장, 그들만의 교육을 지키는 게이티드 커뮤니티 (Gated Community)를 지향한다.

물질 안정에 충실한 부르주아 계급과 유사하지만 탈물질을 추구하는 보보의 라이프스타일을 저자는 강남좌파에 비유해준다. 교육 받은 엘리트 세대인 보보를 대표하는 지식인들이 진보를 이끌어나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진다. 미국의 경우 보보 문화가 형성된 예와 달리 정치권의 386세대의 정치적 보보 외에 라이프 스타일로는 정착되지 않은 한국 보보의 특징은 한국 사회가 미국에 비해 탈물질화가 덜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인문학, 라이프스타일을 재건하다》에는 각 라이프 스타일에 맞춤화된 비즈니스 형태 또한 흥미롭다. 부르주아부터 노마드까지의 기업 형태 중 아마존에 인수된 미국의 홀푸드 마켓과 한국 연희동의 사러가쇼핑센터는 의미심장하다. 전국 체인의 형식을 띤 홀푸드마켓에의 몰락과 지역 상권의 성격을 띤 사러가쇼핑센터는 대기업에 잠식되어 가는 동네 상권에서 진정 살아남기 위한 대안을 제시한다는 사실이 인상깊었다.

현재까지 굳건한 부르주아들과 이 부르주아에 도전하는 보헤미안, 보보,힙스터 그리고 현재 급부상하는 노마드까지 각 라이프스타일은 보완되기도하며 대체되기도 하였다. 《인문학, 라이프스타일을 재건하다》를 읽으면서 독자는 과연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이 어느 유형에 가장 근접한지 유추할 수 있다. 그리고 어떤 식으로 살아갈 것인지 저자가 제안을 곰곰히 되씹으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코로나로 사람들의 생활 패턴이 급변하는 지금, 많은 사람들이 당연시 여기던 물질주의를 반성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저자 또한 이 코로나가 경제와 생활의 흐름을 바꾸었듯이 앞으로의 세대는 부르주아를 대체할 수 있는 탈물질주의를 향한 움직임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이 책은 그 흐름을 찾는 이들에게 좋은 대안이 되어줄 듯하다. 또한 무조건적인 도시 재개발을 계획하는 정치권들 또한 이 책을 강력하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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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의 타자기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황희 지음 / 들녘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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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불행은 유전된다고 말한다. 부모의 불행은 자녀에게 깊숙이 각인된다. 자녀들은 부모의 불행을 보며 부모처럼 살지 않을 거라고 다짐한다. 그 악순환을 끊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그 근원은 굉장히 견고하다. 특히 몸이 자유롭지 않은 장애인의 경우에는 더욱 더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소설 《기린의 타자기》는 그 불행의 쇠사슬에 묶여 있던 모녀 서영과 지하가 스스로 일어서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린 성장 소설이다.

《기린의 타자기》는 황희 작가의 두 번째 소설로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이 소설은 원치 않는 결혼을 한 서영의 불행한 결혼 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 대형교회 목사이자 시의원인 남편과 결혼해 두 아이까지 낳았지만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는 서영의 모습이 비춰진다. 친정집은 시댁에서 도와주는 돈때문에 서영의 불행을 못 본 척하며 서영은 누구 하나 도와주지 못하는 자신의 신세를 체념하며 살아간다. 입주 도우미 외에는 말도 걸지 않는 서영은 시부모님의 명에 의해 지하 와인창고에 감금된다.

서영에게는 두 자녀가 있다. 청각언어장애인 딸 지하와 아들 지민. 시댁 식구들은 장애인인 지하를 부끄러워하며 오직 손자인 지민만 가족 대우를 해 준다. 자포자기한 서영과 달리 지하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 엄마를 원망하며 집을 떠난다. 소식 없는 지하를 찾는 이 없이 서영은 와인창고에서 묵묵히 하루를 버텨나간다. 오늘도 CCTV 감시를 받으며 감금되어 있는 서영에게 입주도우미가 몰래 자신 앞으로 온 책 <조용한 세상>을 건네준다.

소설은 엄마 서영이 시부모님 몰래 딸 지하가 쓴 <조용한 세상>의 내용과 미국과 한국을 순간이동으로 오가며 생활하는 지하와 동행자 이든 그리고 반려견 울프의 이야기가 교차되어 그려진다. 소설이라지만 지하의 순간이동능력은 어색하게 다가온다. 순간이동이 너무 현실성없이 느껴졌다. 하지만 책 후반부에 그려지는 순간이동의 진실을 알게 되는 순간 그 지하의 능력이 바로 불행한 자신의 모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였음을 알게 해 준다.

딸이 쓴 소설을 읽으며 서영은 자신의 모습을 바라본다. 체념한 자신을 다시 일으켜 주는 딸의 소설 <조용한 세상>의 내용과 지하의 홀로서기가 그려지며 음울한 분위기를 만들어내지만 서영이 용기를 내면서부터 또 하나의 희망을 안겨준다. 서영이 결혼과 함께 포기해야만 했던 타자기를 다시 보게 되며 이들이 결코 현실에 지지 않을 것임을 시사해준다.

단지 아쉬웠던 건 지하는 자신의 소설에 엄마 서영을 산후우울증으로 묘사한다. 물론 사실 그대로 쓸 수 없는 한계가 있었겠지만 엄마는 산후우울증과 전혀 결이 다른 폭력의 문제였음에도 산후우울증으로 설정해야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엄마 서영의 상태를 좀 더 직접적으로 썼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불행을 끊기란 힘들다. 그 현실을 감당하기 힘들어 많은 사람들이 자포자기하거나 회피함으로 로그아웃을 선택한다. 하지만 로그아웃한 상태에서 우리는 결코 끊을 수 없다. 우리의 현실에 로그인해 행동하고 풀어나가야 한다. 처음에 로그아웃을 선택했던 지하가 로그인을 하며 당당히 현실과 부딪혀갈 때 그들의 얽힌 불행의 실타래가 풀릴 수 있었다. 홀로서기에 성공한 지하처럼 엄마 서영 또한 현실에 로그인함으로 또 다른 희망을 그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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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공주 해적전 소설Q
곽재식 지음 / 창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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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도 정보도 알 수 없는 소설 《신라 공주 해적전》을 사전서평단으로 읽어보았다. 아는 내용이 전무인 상태에서 받아 본 이 소설은 과연 어떤 내용이기에 미공개로 독자들에게 선 보일 생각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더욱 기대가 되었다.

《신라 공주 해적전》은 신라 장보고가 망하고 장보고의 수하에 있던 여성 장희가 도망친 후 생계를 위해 "행해만사"라는 깃발을 들며 사람의 이목을 끌면서 시작된다. "행해만사" 즉 무슨 문제든지 말만 하면 다 풀어준다는 뜻으로 노래를 부르며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지만 어린아이 하나를 제외하고 관심조차 주지 않는다.

끝났다고 생각하며 자리를 치우는 장희에게 쫓기듯이 달려온 사람 '한수생'이라는 남성이 도움을 요청한다. 굶주린 마을 사람들로부터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내몰린 한수생은 안전하게 도망칠 수 있도록 해 달라며 은팔찌를 내민다.

한수생의 은팔찌만을 들고 도망가려던 장희는 순간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다시 돌아와 바다로의 항해를 시작하며 《신라 공주 해적전》는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된다. 재치있고 약삭빠른 장희, 소심하지만 의리 있는 한수생, 이 둘 의 이야기에서부터 작가의 상상력이 빛을 발한다. 쉴 새 없이 벌어지는 이들의 상황 속에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는 장희의 재치가 매우 놀랍다. 특히 장희와 한수생이 붙잡혀 군사들에게 끌려갈 때 시시각각 달라지는 장희의 재치를 보노라면 변화무쌍한 장희의 센스에 놀라곤 한다.

장희의 재치가 놀라운 점은 뛰어난 상황 판단도 있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능력이다. 상황을 인정한 후 상대를 치켜세우면서 약점을 파고 드는 장희의 언변을 듣노라면 이 말에 속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신라 공주 해적전》의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신라의 공주가 왕실을 박차고 해적단에 뛰어들어 모험을 하게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읽을수록 나의 상상력의 부족을 깨달았다. 그리고 출판사에서 왜 공주 해적의 정체를 숨겼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공주 해적의 정체야말로 작가의 한계 없는 상상력에 감탄하게 되는 부분이였다.

마지막 장희와 함께 다닌 한수생의 선택 또한 의외였지만 이 소설의 결말이 흔히 예상하는 흔한 이야기로 해피앤딩을 이야기하지 않아 더욱 좋았다. 장희가 이 소설을 끌고 갔다면 한수생은 마지막을 담당하며 감동과 묵직함을 선사해준다. 《신라 공주 해적전》은 근래 읽은 소설 중 가장 기발한 소설이다. 작가의 상상력이 매우 자연스럽게 그려져 전혀 어색하지 않고 장희의 재치와 함께 순식간에 읽어나갈 수 있는 소설이다. 가볍게 웃을 수 있는 소설을 원한다면 《신라 공주 해적전》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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