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세계시민의 자발적 이란 표류기 - 로하니 취임부터 트럼프의 핵 협상 탈퇴까지, 고립된 나라에서 보낸 1,800일
김욱진 지음 / 슬로래빗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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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전 부시대통령이 북한과 함께 이란을 악의 축이라고 지정하고 경제 재재가 이행될 때에도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건 한국의 이야기가 아닌 남의 나라 이야기였다. 그것도 아주 멀고 먼 미지의 중동에 있는 나라 이란. 우리가 알 바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미국을 비난하기보다는 그러게 뭐하러 핵을 만들어라며 이란이 자초한 자업자득이라고만 단순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내가 너무 미국의 입장에서 다른 나라들을 봐 왔던게 아닐까? 미국이 나쁘다고 하면 무조건 나쁜 것일까? 왜 미국은 핵보유해도 상관 없고 이란이나 북한에만 제재를 가하는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강대국의 입장에서 세계를 바라보았다는 생각을 했다. 유럽이나 미국은 많은 경험자들이 있고 가깝게 느껴지지만 먼 중동은 아랍어도 거리상으로도 제대로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알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질 무렵 책 <어느 세계시민의 자발적 이란 표류기>를 만나게 되었다. 

저자 또한 이란을 가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제 갓 결혼한 풋풋한 신혼인데 하물며 먼 중동으로 누가 가고 싶어할까? 하지만 이미 인기있는 나라는 경쟁이 치열하고 과감한 도전을 하기로 결심한 저자는 이란으로 떠나게 된다. 4년간의 장기 근무.. 아무리 사랑이 넘친다고 해도 나라면 그 먼 나라까지 떠날 수 있었을까? 새삼 저자의 부인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이 책은 이란에 대해 생 초보인 저자가 직접 현지 테헤란에서 4년 동안 머물며 겪고 느낀 경험담을 들려준다. 이슬람 혁명으로 인해 술이 금지되고 여성들의 히잡 착용 등 이슬람 종교로 인해 사회 곳곳에 가해지는 제재와 그 속에서 몰래 일탈하는 이란인들의 괴리, 이란의 대중 교통과 아랍어와 이란인들이 쓰는 페르시아어가 다르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어느 세계시민의 자발적 이란 표류기>에서 저자는 경제 재제로 인해 이란에서 어떤 결과를 초래하고 이란인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를 자세하게 기술한다. 내가 내 일이 아니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일들이 그 당사자인 이란에는 모든 산업이 낙후되고 하루 하루 먹고 사는 게 전쟁이 되었음을 알려준다. 한 강대국 대통령의 한 마디가 한 약소국을 어떻게 쥐고 흔드는지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객관적인 입장에서 드러낸 이 글을 통해 소름이 끼쳤다. 

                  "인저 이란 에." (여기는 이란이야.) 

일이 잘 안 풀릴 때 현 상황에 대한 자조가 섞인 이 표현이 널리 쓰인다라는 사실이 마음이 아프다. 
왜 한 나라가 다른 나라에 의해 좌지우지 되어야만 한단 말인가..  
다른 나라에 여행을 갈 때에도 수많은 제약이 따르고 제한된 선택에 살아야만 하는 이란. 
혁명을 꿈꾸었지만 결국 혁명에 성공한 일부 세력들만이 기득권이 되어 소수만이 누리는 부요함. 

그 속에서 자조섞인 농담을 하며 현실 수긍하며 살아가는 이란인들의 모습이 안타깝다.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의 분쟁, 이란을 둘러싼 각 중동국의 이해관계 등을 쉽게 풀이되어 있어 이란에 대해 이해하기가 쉽다. 또한 이란인들이 얼마나 개혁에 열망하는지 알게 되었다. 
이란보다 상황은 좋지만 헬조선,흙수저라고 불리며 삼포,칠포 세대의 젊은이들의 절망이 가득한 이 한국 사회의 모습과도 비교하며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지구촌 사회를 살고 있는 이 때 과연 우리는 다른 나라를 이웃으로 인식하며 그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해 준다. 그들을 제대로 알고 있나? 아니 알려고 노력은 하는 걸까? 
<어느 세계시민의 자발적 이란 표류기>를 통해 이란에 대한 궁금증이 일부 해소되었다. 시시각각 변하는 국제 정세에서 이란이 어떤 변화를 겪게 될지 매우 궁금해졌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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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왕이 온다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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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 나와 있는 많은 소설 등의 대부분은 범인이 사람이거나 현대 문명, 페이스북이나 SNS 등을 이용한 범죄 등을 다룬 영미 소설이 많다. 

<보기왕이 온다>는 사람이 아닌 보기왕, 부기만이라는 요괴를 다룬 일본 공포소설이다. 많은 영미 미스테리 소설이 과학적인 추론을 통해 사건이 전개되지만 <보기왕이 온다>는 전통적, 미신적인 방법으로 사건이 전개된다. 

주인공인 다나카 히데키는 어린 시절 치매에 걸린 외할아버지댁에 자주 지냈다. 할머니가 이웃집에 마실 가시고 할아버지와 단 둘이 있을 때 정체를 알 수 없는 목소리의 방문을 받는다. 두려움에 떨려 문을 열지 못하고 대답을 하는 다나카는 문 밖의 손님이 찾는 대상이 외할머니와 오래 전에 돌아가신 외삼촌 히사노리라는 소리를 듣고 뭔가 심상치 않는 일임을 직감한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든 할아버지는 "절대 문을 열어주면 안 된다, 대답도 해선 안 돼."  경고하고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할머니로부터 할아버지 동네에 보기왕이라는 괴물 이야기가 전해져 오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과연 그 손님은 보기왕이라는 괴물이었을까? 

시간이 흐르고 결혼을 약속한 애인 가나 를 부모님께 인사드리기 위해 부모님 집을 방문한 히데키는 외할머니로부터 조언을 받는다. 


가나를 소중히 대해주렴. 
다정하게 대해줘야 해. 계속 보살펴주지 않으면 안 돼.


그 후 할머니도 돌아가시고 다나카와 가나의 사이에는 딸 치사가 태어난다. 

훌륭한 아빠가 되기 위해 부인 가나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히데키는 예전의 죽은 외삼촌을 찾아왔던 정체불명의 손님이 다시 자신의 가정을 곤경하는 것을 알고 친구의 소개로 오컬트 작가 노자키와 영매사 마코토를 알게 된다. 
대책을 원하는 다나카에게 마코토가 해 준 대답은 


집에 가셔서 부인과 아이에게 다정하게 대해주세요.


엉터리라고 생각한 다나카는 화를 내며 그 자리를 나오지만 그 후 본격적인 보기왕 괴물의 공격을 받게 된다. 

<보기왕이 온다>는 전혀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괴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인간의 공포와 몸부림을 생생하게 재현해낸다. 어느 하나 속도를 늦추지 않고 거세게 휘몰아치는 보기왕의 공격은 어느 공포 소설보다도 손에 땀을 더 쥐게 만든다. 

이 책은 3명의 시점에서 일이 진행된다. 첫 번째는 주인공 다나카 히데키, 두 번째는 부인 가나, 마지막으로 제 삼자인 오컬트 작가 노자키의 시점에서 일이 진행된다. 
그 중 가장 나의 뒤통수를 친 부분은 바로 부인 가나의 이야기이다. 나 역시 아이를 키우고 하루 하루 육아전쟁에 시달리는 엄마로서 느끼는 마음과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작가는 내 마음을 들여다본것처럼 자세하게 들려준다. 

할머니와 영매사 마코토가 다정하게 대해 주라는 뜻이 과연 어떻게 하여야 다정하고 소중하게 대한다는 것인지 이 소설은 진지하게 묻는다. 과연 내 방식대로 생각했던 다정함이 상대방에게 최선인걸까? 
상대방을 배제한 체 자신의 관점에서 다정하게 대해준다고 생각한 것들이 얼마나 오만인가를 저자는 이야기한다. 

자신이 정상이라고 간주하고 당연하게 여기는 일들이 타인에겐  아픔일 수 있음을 가나의 시점에서 그리고 노자키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서양의 공포소설이 과학적이라면 이 일본의 <보기왕이 온다>는 동양적이면서 우리 인간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단지 공포가 아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이 <보기왕이 온다 >가 첫 작품이라는 게 놀랍다. 이 처녀작으로  일본호러소설대상에서 대상에 맞게 내용면이나 공포면에서 모든 기대를 뛰어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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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와 장미의 나날
모리 마리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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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먹으면 점잖고 어른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내 나이가 어때서라고 노래부르며 인생을 즐기며 자기만의 매력을 풍기는 캐릭터들을 드라마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나이가 어때서.. 
여기 <홍차와 장미의 나날>의 저자 모리 마리라는 귀여운 할머니가 있다. 

유명한 작가 아버지를 둔 명망 있는 집에서 태어났지만 두 번의 이혼을 겪고 아디들과도 떨어져 지내야 했던 마리, 사망한 지 이틀 뒤에 발견될 말큼 고독한 인생이었던 마리의 생은 우리들의 눈으로 보기엔 불쌍한 인생처럼 보인다. 하지만 <홍차와 장미의 나날>의 저자에게는 쓸쓸함보다는 과거를 회상하고 현재를 살아가는 모습 속에서 자기동정과 같은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맛있는 것 하나에도 행복해하며 여러 요리에 대한 추억과 저자의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웃음이 나올 때가 있다. 뭔가 철이 안 든 할머니 같다고나 할까? 
특히 아무도 저자가 요리의 달인이라는 사실을 믿어 주지 않고 화려한 요리보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간단한 요리들을 만들어가며 행복을 느끼는 것. 그것이 쓸쓸한 저자의 인생, 표지처럼 곤란한 인생이지만 잘 먹겠습니다라고 말하며 버틸 수 있었던 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요리를 잘 하지 못하는 나이지만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한 번 시도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에 대하여 과연 나는 어떤 추억을 갖고 있었나라고 돌아보게 만든다. 
인생이란게 뭐 별 거 있을까? 음식 하나에도 행복할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성공한 인생 아닐까? 
저자 모리 마리는 우리가 이제서야 깨달았던 작은 행복, 소확행의 행복을 저자의 삶에서 실천하고 있었던 것이다. 

코카콜라를 즐겨 마시고 커피 대신 홍차를 좋아하였던 모리 마리의 글은  매우 따뜻했다. 

이웃집 할머니같이 친근한 모리 마리. 지금쯤 천국에서도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행복해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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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귤
김혜나 지음 / 은행나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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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나 작가의 <청귤>은 6편의 단편소설이 담긴 저자의 첫 소설집이다. 
이 6편의 단편에 담긴 주인공들은 모두 소외된 자들, 상처입은 자들이다. 첫 번째 단편 [로레나]는  필리핀에서 건너 와 삼촌의 구타와 주변의 멸시를 견디며 살아가는 로레나의 이야기다. 
표제작이기도 한 [청귤]은 풍요로운 상황에서도 외로운 미영과 작가라는 이름으로 힘들게 살아가는 지영의 이야기이며 각각의 단편 소설들의 주인공들은 외로움을 품고 있다. 

그래서일까? 소설을 읽는 동안 그 외로움들이 나에게 전이된다. 
상대방의 상황은 전혀 아랑곳없이 페디큐어를 받기 위해 긴 줄을 늘어선 친척들, 페디큐어를 해야 하는 당사자의 피곤함과 통증은 그들에겐 알 바 아니였다. 해가 저물어가는 저녁 작은 방에서 쓸쓸히 눈물 짓는 로레나의 모습에 담긴 외로움. 그게 과연 로레나만의 외로움일까? 
갑과 을의 관계가 횡행해지고 우리가 무차별적으로 행하는 횡포가 당연시되어 가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모두 혼자 쓸쓸히 눈물 짓고 있는 우리들의 외로움은 아닐까 생각한다. 

두 번째 단편 [이야기의 이야기]는 주인공이 작품에서는 보이지 않는 상대방이 주인공에게 이야기를 해 달라고 하는 요청에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상대방의 요청에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뇌수막염에 걸리고 사시 진단을 받은 이야기,첫 번째 소설 [로레나]의 주인공 로레나의 이야기 등 남들에게 하지 못한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누군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줌으로 인해 변화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천천히 드러낸다. 

자신의 삶이 청귤같다고 말하며 화려함 속에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는 미영과 성폭력의 상처 속에서도 짝궁의 잦은 구타와 성폭력에 대한 고통으로 인한 울부짖음 속에서도 어느 누구도 들어주지 않아 아픔이 된 주인공들의 이야기들은 내가 과연 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나 자문해보게 된다. 

엄마가 자주 하시던 말씀이 있었다. "내가 아프다고 할 때 모두 내 이야기를 듣지 않고 웃어넘겼어.그게 정말 한이 돼." 이 소설을 읽으면서 자꾸 엄마의 하소연이 메아리친다.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더라면 이렇게까지 되지 않았을 거라는 엄마의 말씀이 주인공의 이야기에 자꾸 오버랩된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존재가 있다면 이 궁핍한 일상에 위안이 되어 줄 수 있었을텐데 우리는 들어주는 것에 너무 인색해 왔음을 작품 속의 인물등을 통해 말해주는 것 같다. 

저자의 작품을 처음 접했지만 각 인물들의 아픔과 상처가 여운이 책을 덮고 난 이후에도 깊게 남는 작품이다. 나도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하고 싶고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게 만든다. 

 

당신이 바로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존재라는 것을. 
내가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이 바로 당신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당신이 없으면 나도 없고, 내가 없어지면 이야기도 소멸한다는 사실을요.


말하자면 이 귤 같은 거야. 
사람들은 여름에도 귤이 난다면서 신기해하고 그것을 먹어보려고 하지.
그런데 이걸 막상 나무에서 따서 손으로 가져와 보면 예쁘지도 않고 맛있지도 않아. 
이건 그냥 쓰고 시고, 딱딱하기만 해. 

진짜로 먹을 수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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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선의 영역
최민우 지음 / 창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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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미래를 알 수 있다면 그건 축복일까 저주일까? 
많은 사람들이 자식의 앞날, 궁합, 운수를 알기 위하여 무속신앙인을 찾아가거나 타로 카드를 보곤 한다.
과연 미래를 안다면 자신에게 다가오는 불행을 알 수 있을까? 

상가주인이자 보석상을 운영하는 주인공의 할아버지는 앞 일을 볼 수 있는 분이였다. 
다만 점쟁이처럼 전문적이 아닌 예언의 당사자를 향해 한 두 마디씩 내뱉고 의식을 잃으시면 자신이 한 말을 잊어버리고는 하지만 할아버지의 예언은 항상 적중했고 그런 예언은 가족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되곤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할아버지의 마지막 예언 대상자는 바로 주인공. 단 두마디였다. 

"만나서는 안 될 사람을 만날 거다." 
"소중한 걸 잃게 된다. 힘들 거다. 용기를 잃지 마라. 도망치면 안 돼." 

할아버지의 임종 후 주인공은 취업을 하고 일을 위해 방문한 공기업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던 서진을 만나 고 둘은 연인관계로 발전해 간다. 
인턴을 그만두고 직장을 알아보던 서진은 취업준비에 열심이지만 취업의 문턱은 매우 높다. 
전 직장상사의 험담으로 인해 자기 주장이 강한 아이로 낙인찍히며 이 바닥에서 취업은 힘들것이라는 것을 인지한 순간 서진의 마음 속에 강한 증오감이 발생하며 그 날 서진은 자신의 몸에 그림자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된다. 서진이 그림자를 잃어버린 순간 주인공은 할아버지의 예언이 실현되었음을 알게 된다. 

<점선의 영역>에서는 우리에게 "우리 주변에 있는 것들이 우리가 잘 알지 못해도 잘 움직이기만 하면 과연 이대로 괜찮은 걸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스마트폰의 원리를 알지 못해도 작동만 하면 그대로 괜찮은 것인가? 
우리 주변의 일들이 내게 유익한 결과를 가져다준다면 그 자체로 괜찮은 것일까? 
그에 대한 답을 저자는 서진을 통해 보여준다. 
처음에 자신의 그림자가 사라지는 것에 대한 의문을 계속 추적해 나가던 서진이 자신의 그림자가 사라진 이후 자신이 반감을 가지던 사람이 겪는 사건들을 지켜보며 후련함을 느낀다. 그리고 더 이상 의문을 갖지 않고 의미 찾기를 포기한다. 
잘 됐다, 상관없다라고 생각한 이후 자꾸만 희미해져가는 서진의 모습을 통해 의미를 잃은 채 포기해 버리는 순간 우리의 삶도 희미해져감을 말해준다. 

할아버지의 예언은 실현되었다. 하지만 어떻게 살아갈지 결정하는 건 결국 할아버지의 예언이 아닌 주인공과 서진의 몫이었다. 그들이 새로운 점을 찍고 점선을 만들어갈 때 더 이상 예언은 그들에게 장애가 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미래가 불안할수록 점쟁이에 더욱 많은 돈을 쏟아부을 것이다. 
결혼,대학입시, 취업 등을 물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인생을 살아가는 건 예언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다. 인생의 도화지에 어떤 점선을 그릴 수 있는 부분은 누가 대신 해 줄 수 없다. 
내가 스스로 점선을 잇고 의미를 만들어 갈 때 진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는 걸 말해 준다. 

<점선의 영역>, 얇지만 책의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읽는 내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며 생각하게 해 주는 이 작은 소설이 읽는 이들에게 정말 소중한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려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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