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왕이 온다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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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 나와 있는 많은 소설 등의 대부분은 범인이 사람이거나 현대 문명, 페이스북이나 SNS 등을 이용한 범죄 등을 다룬 영미 소설이 많다. 

<보기왕이 온다>는 사람이 아닌 보기왕, 부기만이라는 요괴를 다룬 일본 공포소설이다. 많은 영미 미스테리 소설이 과학적인 추론을 통해 사건이 전개되지만 <보기왕이 온다>는 전통적, 미신적인 방법으로 사건이 전개된다. 

주인공인 다나카 히데키는 어린 시절 치매에 걸린 외할아버지댁에 자주 지냈다. 할머니가 이웃집에 마실 가시고 할아버지와 단 둘이 있을 때 정체를 알 수 없는 목소리의 방문을 받는다. 두려움에 떨려 문을 열지 못하고 대답을 하는 다나카는 문 밖의 손님이 찾는 대상이 외할머니와 오래 전에 돌아가신 외삼촌 히사노리라는 소리를 듣고 뭔가 심상치 않는 일임을 직감한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든 할아버지는 "절대 문을 열어주면 안 된다, 대답도 해선 안 돼."  경고하고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할머니로부터 할아버지 동네에 보기왕이라는 괴물 이야기가 전해져 오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과연 그 손님은 보기왕이라는 괴물이었을까? 

시간이 흐르고 결혼을 약속한 애인 가나 를 부모님께 인사드리기 위해 부모님 집을 방문한 히데키는 외할머니로부터 조언을 받는다. 


가나를 소중히 대해주렴. 
다정하게 대해줘야 해. 계속 보살펴주지 않으면 안 돼.


그 후 할머니도 돌아가시고 다나카와 가나의 사이에는 딸 치사가 태어난다. 

훌륭한 아빠가 되기 위해 부인 가나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히데키는 예전의 죽은 외삼촌을 찾아왔던 정체불명의 손님이 다시 자신의 가정을 곤경하는 것을 알고 친구의 소개로 오컬트 작가 노자키와 영매사 마코토를 알게 된다. 
대책을 원하는 다나카에게 마코토가 해 준 대답은 


집에 가셔서 부인과 아이에게 다정하게 대해주세요.


엉터리라고 생각한 다나카는 화를 내며 그 자리를 나오지만 그 후 본격적인 보기왕 괴물의 공격을 받게 된다. 

<보기왕이 온다>는 전혀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괴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인간의 공포와 몸부림을 생생하게 재현해낸다. 어느 하나 속도를 늦추지 않고 거세게 휘몰아치는 보기왕의 공격은 어느 공포 소설보다도 손에 땀을 더 쥐게 만든다. 

이 책은 3명의 시점에서 일이 진행된다. 첫 번째는 주인공 다나카 히데키, 두 번째는 부인 가나, 마지막으로 제 삼자인 오컬트 작가 노자키의 시점에서 일이 진행된다. 
그 중 가장 나의 뒤통수를 친 부분은 바로 부인 가나의 이야기이다. 나 역시 아이를 키우고 하루 하루 육아전쟁에 시달리는 엄마로서 느끼는 마음과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작가는 내 마음을 들여다본것처럼 자세하게 들려준다. 

할머니와 영매사 마코토가 다정하게 대해 주라는 뜻이 과연 어떻게 하여야 다정하고 소중하게 대한다는 것인지 이 소설은 진지하게 묻는다. 과연 내 방식대로 생각했던 다정함이 상대방에게 최선인걸까? 
상대방을 배제한 체 자신의 관점에서 다정하게 대해준다고 생각한 것들이 얼마나 오만인가를 저자는 이야기한다. 

자신이 정상이라고 간주하고 당연하게 여기는 일들이 타인에겐  아픔일 수 있음을 가나의 시점에서 그리고 노자키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서양의 공포소설이 과학적이라면 이 일본의 <보기왕이 온다>는 동양적이면서 우리 인간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단지 공포가 아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이 <보기왕이 온다 >가 첫 작품이라는 게 놀랍다. 이 처녀작으로  일본호러소설대상에서 대상에 맞게 내용면이나 공포면에서 모든 기대를 뛰어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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