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고독
크리스틴 해나 지음, 원은주 옮김 / 나무의철학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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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의 아름다운 고독』은  2차 세계대전에서 프랑스에서 전쟁 속 여성들의 강인함과 용기를 보여주었던 소설 ,<나이팅게일>로 유명한 크리스틴 해나의 신작이다

『나의 아름다운 고독』은 베트남 전쟁 참전 후 돌아온 아버지가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떠돌이 삶을 살아가던 리나의 가족이 아버지와 같은 포로병이었던 보가 유산으로 알래스카에 있는 자신의 조그마한 오두막과 토지를 리나의 아버지에게 넘겼다는 편지를 받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알래스카. 알류트 어로 '거대한 땅'을 일컫는 인디언 말 답게 광활하고 거대한 대지이다. 여름과 겨울이 길고 미국인들도 살기 꺼려졌던 땅, 문명으로부터 벗어나 산과 얼음, 추위로 알려진 이 알래스카에 리나의 가족은 이 곳에서라면 아빠가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으리라 믿으면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이사한 알래스카 주에서는 비록 사람은 많지 않지만 살아남기 위한 지역 공동체를 만나게 되고 정착하기 위한 도움을 받는다. 부유한 이웃 톰 워커, 전 검사출신이자 이젠 잡화점 주인인 큰 마지, 오두막을 리나의 아버지에게 넘긴 보의 아버지 얼 할렌 등. 척박한 자연환경 속에서 그들은 결속하여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살아간다

그 곳에서 만난 리나의 유일한 친구 매슈 워커는 아직 알래스카의 겨울을 겪지 못한 리나에게 알래스카의 겨울에 대해 설명해 준다

끔찍하고 아름다워
내가 정말 알래스카인이 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지
대부분은 겨울이 끝나기 전에 남쪽으로 도망 가.


거대한 고독의 땅


레니가 정의한 알래스카의 겨울. "거대한 고독의 땅." 진정한 알래스카인이 되기 위해서는 이 고독을 통과해야만 한다. 그리고 레니의 가족들 또한 이 고독을 피할 수 없다
점점 심해져가는 아빠의 광기어린 삐뚤어진 사랑과 폭력, 극한 추위, 경제적 궁핍, 야생동물의 공격, 이웃의 죽음, 살아남기 위한 끝없는 생존을 위한 노동 등 레니는 알래스카의 겨울을 통과하며 서서히 알래스카인으로 성장해 나간다.  

『나의 아름다운 고독』의 절정은 바로 저자가 그린 알래스카의 아름다움이다
거칠기도 하지만 아름다운 미지의 땅. 알래스카의 아름다움을 저자는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곳에서는 자연의 목소리가 가장 컸다
바위에 와서 부딪히는 파도의 숨소리, 수상 비행기와 부교에 찰싹거리는 물소리
바위 위에 모여 있는 바다사자들의 먼 울음소리
머리 위를 도는 갈매기의 수다 소리 
(p210-211)


자연의 아름다움과 웅장함을 만끽하며 자연과 더불어 때론 맞서며 살아가는 알래스카인들을 저자는 아름답게 보여진다. 그리고 왜 이러한 환경에서 공동체들의 사람들이 이 잔혹한 알래스카의 고독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지를 보여준다

 
시간은 흘러 새로운 문명이 알래스카에 들어오며 이 공동체에도 변화가 찾아온다
전기가 들어오고 관광객으로 붐비며 오래 된 술집을 개조하며 이 곳을 더욱 발전시키고자 하는 톰 워커와 변화를 원치 않는 사람들 간의 대립, 그리고 생계를 위해 변화를 수용하는 젊은 세대와 변화 거부파인 레니의 아버지와 얼 할렌 등의 세대차를 통해 저자는 시대에 따른 공동체의 대립과 변화를 보여준다

혹독한 겨울을 통과하며 알래스카의 고독까지 사랑하게 되는 레니의 성장기
그 잔인함까지 레니는 『나의 아름다운 고독』이라 명하며 알래스카를 온 몸으로 받아들인다
읽고 난 후 과연 내가 레니의 입장이였다면 이 고독을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을까
무엇이 레니에게 이 고독까지 사랑할 수 있게 만들었을까
그건 사랑이 아니였을까라고 생각한다. 사랑이 당사자의 장점 뿐만 아니라 단점과 아픔까지 사랑하고 감싸주는 것이듯 알래스카의 여름 뿐만 아니라 잔혹한 겨울까지 사랑하게 되면서 이들은 알래스카와 하나가 되어 갔을 것이다

『나의 아름다운 고독』을  읽은 후 알래스카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알래스카에 간다면 레니와 그 이웃들이 반겨줄 것만 같은 건 나만의 착각일까?
광활한 대지 위에 펼쳐지는 사람들의 삶이 장엄하게 펼쳐지는 이 책은 600페이지를 훌쩍 넘기게 할 만큼 매혹적이다. 깊은 감동과 안타까움, 긴 여운을 남기는 이 소설을 다른 이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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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도망치고 싶지만 - 일과 일터와 나 사이에서
박유미 지음 / 윌링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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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 3년차마다 권태기가 온다고 한다처음 1년은 업무에 적응하느라 여념이 없고2, 3년이 되면 업무가 손에 익고 지루해진다고 한다따라서 이직이 가장 많이 있는 시기도 3년차부터라고 한다
《오늘도 도망치고 싶지만》은 간호사 9년차이지만 아직도 자신의 업무에 대해 고민하고 매 순간을 전쟁과 같은 병원에서 숨가쁘게 달려가는 한 간호사의 에세이다

우리가 의학드라마에서 보여지는 모습의 의사와 간호사들의 모습은 당당하고 중대한 병에 걸린 환자의 모습을 보면서도 태연하게 눈 하나 꿈쩍하지 않을 것 같은 모습을 보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9년 차가 되었음에도 환자 한 명 한 명의 아픔과 사연에 마음 아파하며 수많은 죽음을 목격하면서 함께 슬퍼해주는 모습이다
적응할려야 적응할 수 없는 직업... 매번 대하는 각양각색의 환자들의 아픔과 사연을 들으며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하는 저자의 모습은 단지 의사의 지시만을 받고 이행하는 것이 아닌 각 환자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역할을 찾아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많은 직장인들이 가슴에 사직서를 품고 다닌다고 한다저자 역시 밥 먹을 시간도 없이 환자를 보며 자신이 이 곳에 어울리는 사람인지 매번 고민한다그런 저자에게 선배는 위로는 커녕 현실적인 조언을 한다

이곳은 아무도아무도 맞는 사람이 없어요
그냥 버틸 수 있으면 있는 거고버티지 못하면 그만두는 거죠.


힘내라고조금만 버티라고도 말하지 못하는 종합병원의 간호사.. 
선배의 조언을 듣다 보면 나 역시 자주 들었던 말이 떠오른다
"
버티는 사람이 승자다." 
끝까지 버텨낼 수 있는 사람이 이기는 거다라는 말을 하지만 이 병원 현장에서는 그 말이 통하지 않는다
실제 많은 간호사들이 최소 2년 이상의 경력을 쌓으면 자연스레 심사평가원과 같은 기관에 들어가기 위한 공부를 할 준비를 한다고 한다
임상 간호는 단지 기관에 들어가기 위한 디딤돌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은 씁쓸하지만 저자의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그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의사와 달리 환자와 보호자와 대면하는 시간이 많아 감정적으로 감정 상할 때도 많고 새해도 연휴도 아무런 의미없이 매일매일이 전투에 나서는 듯한 저자의 모습..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일터에 나가는 직장인들의 모습이 아닐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하루 하루 버텨가고 9년차를 지나고 10년차를 향해 달려가는 저자를 지금까지 버텨내게 했던 건 무엇이었을까자신의 노고를 당연시하게 여기지 않고 감사하게 생각하며 보내오는 편지와 주위의 위로 그리고 저자가 말한 대로 '바쁘게 일을 하고 난 후집으로 걸어가는 순간자신의 일에서 느껴지는 보람이 아니였을 것이다

저자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하루 하루를 버텨간다직장인들 또한 바쁜 업무 속에서 하루를 이겨내고 아이 육아에 바쁜 엄마에게도 쉼이 없는 육아를 힘들어서 못해먹겠다고 하면서도 순간 순간을 살아낸다
하지만 그 순간들이 모여 지금의 우리를 여기까지 버티게 한 것 같다그 순간들이 넌 지금까지 잘 버텨왔다고 위로해 주는 것 같다
그러니 괜찮다고힘들면 쉬어가도 된다고 위로하는 것 같다

 
《오늘도 도망치고 싶지만》을 읽노라면 한 편의 의학드라마를 보는 것보다 더 급박하고 긴박한 의료 현장이 눈에 그려진다환자 한 명 한 명의 아픔이 간호사의 눈을 통해 전달되어진다
자신을 돌볼 새도 없이 정신없이 바쁘게 뛰느라 녹초가 된 의료진의 한숨이 들린다
저자의 일상을 통해 바쁜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함께 힘내고 버텨가자고 이야기한다
자신도 버텨가고 있으니 우리도 버텨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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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쓸쓸할 때 - 가네코 미스즈 시화집
가네코 미스즈 지음, 조안빈 그림, 오하나 옮김 / 미디어창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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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비운의 여류 동요시인 가네코 미스즈
<
효리네 민박>에서 효리가 윤아에게 가네코 미스즈의 시를 말하며 [유리]를 낭송하며 우리에게 알려진 이름이다. 과연 무엇이 가수 효리에게 영감을 주게 되었는지 너무 궁금했다

『내가 쓸쓸할 때』는 기존 다른 삽화 없이 시들만 모아 엮은 형태에서 처음으로 삽화가 실린 가네즈 미스코의 시화집이다
가네코 미스즈의 시의 주제는 매우 소박하다. 사월, 메아리,유리, 햇살, 고치와 무덤... 우리의 자연 속의 꽃과 들을 노래한다

모두의 눈동자 
요술 단지예요 

하늘의 구름까지도
작아져서 모오두 들어오죠.  

모든 큰 사물도 작아져서 우리의 눈 동자에 모든 걸 담을 수 있다는 시인의 고백은 어린 아이들과 같은 순수한  시각을 보여준다. 마치 세속에 때묻지 않는 듯한 해맑은 아이의 마음이 비쳐지는 듯하다



『내가 쓸쓸할 때』의 <풀이름>은 아무도 관심 기울여주지 않는 풀 한 포기에도 이름을 지어 풀의 이름을 불러주는 모습은 저자의 슬픈 인생을 떠올리게 된다
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저자의 시와 달리 남편의 잦은 학대와 창작 활동 금지 및 불행한 결혼 생활. 그렇게 그늘에 가리워진 그녀 자신의 인생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풀로 비유하며 자신의 모습을 아는 건 하늘의 해님뿐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자기라도 그 이름을 불러주고 알아주어야 겠다는 건 아무도 자신에게 관심없지만 자기 자신이라도 아껴주어야겠다는 고백이 아니였을까

표제작인 『쓸쓸할 때 』 역시 저자의 인생을 알게 될 때 더욱 깊게 다가온다

내가 쓸쓸할 때
남들은 모르거든

내가 쓸쓸할 때
친구들은 웃거든.

남들은 모르는 고독과 외로움.. 홀로 감당해야만 했던 외로움이 짙게 배어나는 시다
 
『쓸쓸할 때 』의 시를 읽노라면 외롭게 구석에서 땅바닥에 그림을 그리는 쓸쓸한 여자 아이가 떠오른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짙은 외로움 속에 시인의 글은 눈물이 된다

사람은 무덤으로 
들어갑니다,
어둡고 쓸쓸한 
그 무덤 속으로

그리고 착한 아이는
날개 돋아,
천사 되어
날 수 있어요


 『고치와 무덤』 의 착한 아이는 바로 가네코 미즈마를 말한 게 아닐까
비록 그녀의 인생은 끝없은 억압과 학대 속에 억눌려 있었지만 죽음으로나마  비로소 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하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짐작해본다

자연을 노래하는 시인의 시가 너무 해맑아서 시를 읽고 난 후 알게 된 시인의 인생은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불행 속에서도 자연과 생명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시들이기에 더욱 빛이 난다
내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노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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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놓고 살았다 사랑을 놓고 살았다
고두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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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1]에서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라는 우리가 잘 아는 시어가 있다
고두현 시인의  『시를 놓고 살았다 사랑을 놓고 살았다』는 나태주 시인의 시구를 더욱 음미하게 해 주는 책이다

『시를 놓고 살았다 사랑을 놓고 살았다』에서는 제목 그대로 사랑을 이야기하는 시를 모아 그 시에 대한 배경을 함께 그려줌으로 읽는 이로 하여금 시를 더 잘 음미할 수 있도록 시집이자 에세이다
시집에는 총 4종류의 사랑이 분류되어 있다


                       
유일한 사랑 & 영원한 사랑 
                       
격정적 사랑 & 비운의 사랑 
                       
금지된 사랑 & 위험한 사랑
                       
첫사랑 & 마지막 사랑 

영원한 사랑에서 가장 인상깊게 다가온 시는 엘리자베스 브라우닝의 <당신을 어떻게 사랑하느냐고요?>이다.


당신을 어떻게 사랑하느냐고요
나날의 가장 행복한 순간까지 당신을 사랑합니다
칭찬에서 수줍어하듯 순수하게 당신을 사랑합니다
나의 한평생 숨결과 미소와 눈물로써 당신을 사랑합니다
신의 부름 받더라도 죽어서 더욱 사랑하리다 

                                                (44p  일부)

 수줍은 소녀처럼 연인에게 자신의 들끓는 마음을 고백하는 사랑 고백의 시가 엘리자베스의 병과 주위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끝내 사랑을 이룬 평생의 반려자 로버트 브라우닝의 주머니에 쪽지로 넣어 주었다는 시의 사연을 읽고 있노라면 부끄러워 연인 앞에서 차마 고백하지 못하고 조심스레 연인의 주머니에 넣으며 쑥스러워하는 엘리자베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죽는 날까지 아니 죽어서도 더욱 사랑한다던 한 여인의 고백이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 있을까
그 사랑고백의 쪽지를 읽는 남성의 마음은 감동과 환희로 얼마나 행복할까라는 생각에 부러워진다

비극적인 사랑에서는 루와 릴케의 이루지 못한 사랑이 인상적이다. 정신적 계약결혼상태라 하더라도 이미 배우자가 있던 루를 사랑한 릴케, 릴케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 루에게 바치는 시 [내 눈의 빛을 꺼주소서]는 자신의 신체를 가져간다 해도 다른 신체가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리라는 열렬한 고백이다.


내 심장을 막아주소서, 그러면 나의 뇌가 고동칠 것입니다.
내 뇌에 불을 지르면, 나는 당신을 
피에 실어 나르겠습니다

서로 만나지 못한다고 해도 그들의 사랑이 도덕적이지 못하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사랑은 서로에게 삶을 살게 하는 삶의 동아줄이였을 것이다. 서로에게 살아가게 하는 의미이자 끝까지 버티게 해 주었기에 자신의 신체의 일부분이 없어진다고 하여도 다른 신체가 그 사랑을 고백하게 하였을 것이다. 
비록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그 사랑을 결코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랑. 지금의 우리에겐 이해못할 수 있지만 그들에겐 사랑이 이루어지는 게 중요한 게 아닌 사랑하는 자체가 그들에게는 큰 의미였을 것이다.


시집 곳곳에 담긴 사진들이 시의 감상을 도와준다. 시를 읽고 보며 감상할 수 있도록 시인은 그림과 설명으로  사랑의 시로 우리의 마음을 간지럽힌다. 

정신적인 사랑보다 육체적인 사랑이 우선시되고 헤어짐이 일상화되며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라는 문구로 현 시대의 사랑을 나타내는 요즘. 시인은 오랜 시인들의 여러 사랑을 이야기한다. 
영원한 사랑, 비운의 사랑, 금지된 사랑, 마지막 사랑... 각 시에 담긴 사연을 들어 우리가 잊고 있던 사랑의 순수함과 위대함을 보여준다. 

각 시에 담긴 사연들이 시의 글자를 더욱 빛나게 해 주고 문맥의 의미가 때론 처절하게 때론 사랑스럽게 떄론 안타깝게 각양각색의 의미로 다가온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처럼 자세히 보아야 에쁜 것처럼 오래 보아야 예쁜 것처럼 더욱 예쁘게 만들어준다. 
날씨가 추워지는 이 초겨울. 우리의 마음을 사랑으로 녹여주는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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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가들 -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탄생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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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혁명 이후로 많은 사람들은 정의가 실현되었다고 믿었다. 모든 것이 제 자리를 잡아갈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얼마 안 가 우리는 그런 우리의 믿음이 착각이라는 것을 알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특검이 힘들게 구속한 이재용 부회장은 집행유예로 풀러났고 유력 대선 후보였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추행 사건은 무죄로 풀려났다. 온 국민들을 분노케 하였던 기득권들에 대한 재판은 온갖 구실을 이유로 그들에게 면죄부를 주었다
 
《불멸의 신성가족》에서 특권의식으로 똘똘 뭉친 법률가들의 속살을 파헤쳤던 김두식 교수는 『법률가들』을 통해 왜 그들이 지금의 특권의식을 가지게 되었고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그 뿌리를 파헤치는 작품이다. 그 뿌리를 알기 위해 저자는 일제시대부터 그들의 계보를 추적해 나간다

저자는 법률가들의 계보를 제 4그룹으로 나누어 설명해 나간다
1법률가군 - 고등시험 사법과 합격자 
2법률가군 - 이류에서 일류로 편입된 사람들 
3법률가군 - 특별한 자격시험 없이 판검사에 임용된 행운의 사람들 
4법률가군 - 해방 이후 실시된 조선변호사 시험 합격자들 및 이법회의 존재 

1법률가군을 저자는 
모든 것을 가진 자라고 정의한다.  주로 재력이 있는 집안의 아이들이 경성 제국대학이나 일본 본토의 제국대학을 거쳐 일본 고등시험 사법과에 합격한 엘리트들을 의미한다
독립운동이나 해방 등에는 관심이 없이 일제에 부역하며 일제의 구미에 맞는 재판을 하였던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개인과 가문의 영달만이였다

저자는 제1법률가군에서 독립가 집안에서 친일 검사가 나올 수 있었음을 강조한다. 독립운동가인 큰아버지 김응섭을 둔 집안에 친일검사로 자리잡아가는 과정을 설명하며 친일과 반일 사이의 딜레마에 있던 그들의 고뇌와 선택을 집중하여 설명해나간다

2법률가군은 조선변호사 시험에 합격하여 변호사 개업을 했던 인물들이다. 주로 고등고시 사법과 출신이 풍족한 집안의 출신이였다면 일반 독학자들에게 입신양면의 길을 열어 준 남겨진 관문은 조선변호사시험이였다. 1법률가군에 비해 친일 이력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그들 중에 저자는 조선변호사시험 출신들의 아버지격인 허헌 변호사로부터 그 뿌리를 이야기해 나간다. 하지만 이들은 수시로 자신의 존속 자체를 위협받았다. 고등시험 사법과에  밀려나갔고 심지어 폐지가 예정된 상태이기도 했다
그저 고등고시 사법과 낙방을 위한 안전장치로 시험을 보는 수험생들도 있는가 하면 시험에 합격하고도 변호사 임용을 하지 못한 적도 많았다. 해방 후 그들에게 판검사 임용의 길이 열렸지만 좌익이나 중도성향의 변호사들에게는 그 기회의 문이 빨리 닫혔음을 저자는 강조한다

해방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벼락처럼 찾아왔다
조선변호사시험 합격자들에게는 대규모 판검사 임용이라는 엄청난 기회의 문이 열렸다.
좌익이나 중도성향의 변호사들에게 그 문은 유난히 빨리 닫혔다
문이 열렸다는 기억을 간직하기도 어려울 만큼 짧은 순간이었다.


3법률가군은 벼락 같은 행운을 맞은 사람들로 식민지 시절 법원서기를 했다 해방 이후 판검사로 임용된 사람들을 말한다. 그 중 저자가 주목한 사람은 오제도 사상검사를 주목한다
빨갱이를 잡아넣는 데 누구보다 앞장섰던 사상검사 오제도의 이력을 자세히 소개하며 여러모로 자격이 되지 않았던 오제도와 김치걸을 비교하며 제3법률가군이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의 한계를 설명해준다

저자가 설명해 나가는 법률가들의 계보가 일제시대의 친일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이 지금의 잘못된 특권의식을 형성되었음을 말한다. 처음부터 그들에게는 정의와 질서의 수호가 아닌 식민지 시대의 그들의 신분상승이 주된 목적이였다. 일제시대를 거쳐 해방 그리고 미군정의 지배하에 좌익과 중도성향을 가진 자들은 권력에 의해 월북되거나 사상검사들에 의해 제거되어갔고 정권에 맞는 법률가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현 계보가 그려지게 되었다는 사실은 우리 역사의 슬픈 그림자라고 할 수 있다

선출직이 아닌 임명직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는 법률가들의 특권의식의 뿌리를 찾기 위해 저자는 3년간의 탐정 생활을 했다고 고백한다. 역사 속에 사라져간 수많은 법률가들이 비록 일부분을 발췌한 샘플북에서도 생생하게 드러날 정도로 광범위하다

법률가들의 뿌리는 슬픈 우리 역사이자 식민지 시대가 만들어낸 잔재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우리가 만약 친일의 잔재를 제대로 청산해 내었더라면 법률가들의 뿌리는 과연 지금과 달라졌을까라고 생각해본다
하지만 잘못된 역사의 산물이라고 하여도 저자는 결코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조선정판사 사건을 예로 들며 강조한다. 권력의 비위에만 집중하며 초점수사를 하였던 법률가들, 과연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심판이 없는가라는 안타까움이 깊게 남는다





<위 내용은 출판사로부터 일부를 발췌한 가제본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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