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가 쓸쓸할 때 - 가네코 미스즈 시화집
가네코 미스즈 지음, 조안빈 그림, 오하나 옮김 / 미디어창비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일본의 비운의 여류 동요시인 가네코 미스즈.
<효리네 민박>에서 효리가 윤아에게 가네코 미스즈의 시를 말하며 [유리]를 낭송하며 우리에게 알려진 이름이다. 과연 무엇이 가수 효리에게 영감을 주게 되었는지 너무 궁금했다.
『내가 쓸쓸할 때』는 기존 다른 삽화 없이 시들만 모아 엮은 형태에서 처음으로 삽화가 실린 가네즈 미스코의 시화집이다.
가네코 미스즈의 시의 주제는 매우 소박하다. 사월, 메아리,유리, 햇살, 고치와 무덤... 우리의 자연 속의 꽃과 들을 노래한다.
모두의 눈동자
요술 단지예요
하늘의 구름까지도,
작아져서 모오두 들어오죠.
모든 큰 사물도 작아져서 우리의 눈 동자에
모든 걸 담을 수 있다는 시인의 고백은 어린 아이들과 같은 순수한 시각을 보여준다. 마치 세속에 때묻지 않는 듯한 해맑은 아이의 마음이 비쳐지는 듯하다.
『내가 쓸쓸할 때』의 <풀이름>은
아무도 관심 기울여주지 않는 풀 한 포기에도 이름을 지어 풀의 이름을 불러주는 모습은 저자의 슬픈 인생을 떠올리게 된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저자의 시와 달리 남편의
잦은 학대와 창작 활동 금지 및 불행한 결혼 생활. 그렇게 그늘에 가리워진 그녀 자신의 인생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풀로 비유하며 자신의 모습을 아는 건 하늘의 해님뿐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자기라도
그 이름을 불러주고 알아주어야 겠다는 건 아무도 자신에게 관심없지만 자기 자신이라도 아껴주어야겠다는 고백이 아니였을까.
표제작인 『쓸쓸할 때 』 역시 저자의 인생을 알게 될 때 더욱 깊게 다가온다.
내가 쓸쓸할 때,
남들은 모르거든.
내가 쓸쓸할 때,
친구들은 웃거든.
남들은 모르는
고독과 외로움.. 홀로 감당해야만 했던 외로움이 짙게 배어나는 시다.
『쓸쓸할 때 』의 시를 읽노라면 외롭게 구석에서 땅바닥에 그림을 그리는 쓸쓸한 여자
아이가 떠오른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짙은 외로움 속에 시인의
글은 눈물이 된다.
사람은 무덤으로
들어갑니다,
어둡고 쓸쓸한
그 무덤 속으로.
그리고 착한 아이는
날개 돋아,
천사 되어
날 수 있어요.
『고치와 무덤』 의 착한 아이는 바로 가네코 미즈마를 말한 게 아닐까?
비록 그녀의 인생은 끝없은 억압과 학대 속에 억눌려
있었지만 죽음으로나마 비로소 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하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짐작해본다.
자연을 노래하는 시인의 시가 너무 해맑아서 시를 읽고 난 후 알게 된 시인의 인생은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불행 속에서도 자연과 생명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시들이기에 더욱 빛이 난다.
내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노래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