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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도망치고 싶지만 - 일과 일터와 나 사이에서
박유미 지음 / 윌링북스 / 2018년 10월
평점 :
직장생활 3년차마다 권태기가 온다고 한다. 처음 1년은 업무에 적응하느라 여념이 없고2년, 3년이 되면 업무가 손에 익고 지루해진다고 한다. 따라서 이직이 가장 많이 있는 시기도 3년차부터라고 한다.
《오늘도 도망치고 싶지만》은 간호사 9년차이지만 아직도 자신의 업무에 대해 고민하고 매 순간을 전쟁과 같은 병원에서 숨가쁘게 달려가는 한 간호사의 에세이다.
우리가 의학드라마에서 보여지는 모습의 의사와 간호사들의 모습은 당당하고 중대한 병에 걸린 환자의 모습을 보면서도 태연하게 눈 하나 꿈쩍하지 않을 것 같은 모습을 보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9년 차가 되었음에도 환자 한 명 한 명의 아픔과 사연에 마음 아파하며 수많은 죽음을 목격하면서 함께 슬퍼해주는 모습이다.
적응할려야 적응할 수 없는 직업... 매번 대하는 각양각색의 환자들의 아픔과 사연을 들으며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하는 저자의 모습은 단지 의사의 지시만을 받고 이행하는 것이 아닌 각 환자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역할을 찾아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많은 직장인들이 가슴에 사직서를 품고 다닌다고 한다. 저자 역시 밥 먹을 시간도 없이 환자를 보며 자신이 이 곳에 어울리는 사람인지 매번 고민한다. 그런 저자에게 선배는 위로는 커녕 현실적인 조언을 한다.
이곳은 아무도, 아무도 맞는 사람이 없어요.
그냥 버틸 수 있으면 있는 거고, 버티지 못하면 그만두는 거죠.
힘내라고, 조금만 버티라고도 말하지 못하는 종합병원의 간호사..
선배의 조언을 듣다 보면 나 역시 자주 들었던 말이 떠오른다.
"버티는 사람이 승자다."
끝까지 버텨낼 수 있는 사람이 이기는 거다라는 말을 하지만 이 병원 현장에서는 그 말이 통하지 않는다.
실제 많은 간호사들이 최소 2년 이상의 경력을 쌓으면 자연스레 심사평가원과 같은 기관에 들어가기 위한 공부를 할 준비를 한다고 한다.
임상 간호는 단지 기관에 들어가기 위한 디딤돌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은 씁쓸하지만 저자의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그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의사와 달리 환자와 보호자와 대면하는 시간이 많아 감정적으로 감정 상할 때도 많고 새해도 연휴도 아무런 의미없이 매일매일이 전투에 나서는 듯한 저자의 모습..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일터에 나가는 직장인들의 모습이 아닐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하루 하루 버텨가고 9년차를 지나고 10년차를 향해 달려가는 저자를 지금까지 버텨내게 했던 건 무엇이었을까. 자신의 노고를 당연시하게 여기지 않고 감사하게 생각하며 보내오는 편지와 주위의 위로 그리고 저자가 말한 대로 '바쁘게 일을 하고 난 후, 집으로 걸어가는 순간' 자신의 일에서 느껴지는 보람이 아니였을 것이다.
저자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하루 하루를 버텨간다. 직장인들 또한 바쁜 업무 속에서 하루를 이겨내고 아이 육아에 바쁜 엄마에게도 쉼이 없는 육아를 힘들어서 못해먹겠다고 하면서도 순간 순간을 살아낸다.
하지만 그 순간들이 모여 지금의 우리를 여기까지 버티게 한 것 같다. 그 순간들이 넌 지금까지 잘 버텨왔다고 위로해 주는 것 같다.
그러니 괜찮다고. 힘들면 쉬어가도 된다고 위로하는 것 같다.
《오늘도 도망치고 싶지만》을 읽노라면 한 편의 의학드라마를 보는 것보다 더 급박하고 긴박한 의료 현장이 눈에 그려진다. 환자 한 명 한 명의 아픔이 간호사의 눈을 통해 전달되어진다.
자신을 돌볼 새도 없이 정신없이 바쁘게 뛰느라 녹초가 된 의료진의 한숨이 들린다.
저자의 일상을 통해 바쁜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함께 힘내고 버텨가자고 이야기한다.
자신도 버텨가고 있으니 우리도 버텨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