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당신의 작은 공항
안바다 지음 / 푸른숲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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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세가방 큐레이션에서 처음 보았던가. 기억나지 않지만 두 사람 사이의 거리를 ˝공항˝ 으로 묘사한 제목과 푸른나무가 우거진 삽화가 있는 책표지가 너무 마음에 들었던건 기억난다. 처음엔 제목에 ˝공항˝ 이 들어간 책이 집 안의 공간과 사물에 대한 에세이인것이 어색했으나 프롤로그를 읽고 금방 이해하고 빠져들어 읽었다.

이 책은 코로나 이후에 마음껏 집과 나라밖을 오갈 수 없게된 우리에게 익숙한 집을 깊고 넓게 살펴보고 사유한 저자의 내 집 여행기다.

방탄소년단 노래 <내 방을 여행하는 법> 가사와 매우 유사한 관점을 가졌지만 문학과 미술에 깊은 조예를 지닌 저자는 단순 추억이상의 사유를 풀어낸다. 그 사유가 가끔은 너무 감성적이라 다소 오글거릴때도 몇번 있었지만, 우리가 가장 기초적인 생활을 하고 욕구를 해소하는 곳에 대한, 그곳에서 우리와 함께하는 사물들에 대한 경외심과 존중감 자체엔 감탄이 나왔다.

그와 더불어 유명한 예술가들이 집안의 공간과 가구들에 특별한 애착을 가져온 이야기들은 흥미로웠다. 마르셀 프루스트가 거의 매일 침대서 생활하며 책을 써온 사실, 글렌굴드가 한 의자를 가지고 다니며 어디서든 그 의자에 앉아 활동했다는 사실은 몰랐던 사실이라 알게되서 좋았다.

국내 백신접종자가 60%가 넘어서 학교에선 슬슬 다시 대면수업 비율을 늘리려 한다. 하지만 그 말이 우리가 코로나 전처럼 다닐 수 있단 말은 아니다. 한동안은 더 불안과 살아야 하는 현실에, 제대로 내 방을 여행한 저자의 여행기에 귀를 기울여보는걸 추천한다.

스포일러: 제목 속 ˝나와 당신의 작은 공항˝ 은 현관을 가리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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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호흡의 필요
오사다 히로시 지음, 박성민 옮김 / 시와서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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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하며 느리게 읽기 고유의 매력을 느낀 나는 올해가 가기전에 책 한권은 더 느리게 한달동안 필사하며 읽어보자 결심했고 그 두번째 책은 <심호흡의 필요> 가 되었다.

<심호흡의 필요> 는 제목과 표지, 그리고 전 책이 초록글씨로 써있는 외관만 보고도 느리게 읽기 좋은 책 느낌이 왔다. 작가가 말과 글로 심호흡을 해야 했을때 하루에 필요한만큼 숨을 쉬듯이 썼다 는 이 산문집은 내가 살아가는 일상에서 평범한듯 특별하게 내게 기쁨, 영감, 힘, 아련함 을 주는 다양한 것들에 대한 책이다. 거기엔 꽃 화분, 철봉 같은 동네풍경 속 오브제도 있고, 골목길, 큰나무, 별무리 같은 자연도 있다. 난 이 부분에 해당되는 part 2 전체를 손글씨로 쓰며 하루에 2-3장씩 이 책을 읽었다. 그래서 마치 일본의 한적한 시골마을을 산책하고, 숲에서 삼림욕을 하며 작은데서 큰 어려움을 이길 힘을 키우는 힐링여행을 다녀온 것 같았다. (전체적으로 토로로 속 시골마을이 생각났다.)

쓰진 않고 속독해서 본 part 1 은 한 인간이 진짜 어른이 되는 순간 10 장면을 찰나도 놓치지 않고 자세히 적어나가는데, 어떠한 통찰력이 느껴지는 순간도 있었고, 또 뭔가 어릴때만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걸 잃어버린 아련한 아쉬움도 느껴졌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 쓰여진 글을 시간을 건너서 출판사 시와 서의 아름다운 편집된 책한권으로 만나, 한달동안 가을밤에 촛불을 켜고 손으로 쓰며 이 책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어 즐거웠다. 작가뿐만 아니라 나도 글로 심호흡한 한달이었다.

무언가에 쫒기는 것 같을때, 열심히는 하는것 같은데 뭔가 결실은 안보이는것같아 허망할때, 한달 필사 챌린지를 추천한다. 작은 성취감도 매일 느낄수 있고, 무엇보다 글로 숨쉬는 기분이 꽤나 상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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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한 재능 -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무엇도 될 수 없는
수미 지음 / 어떤책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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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부터 글을 쓰는게 좋아 관련전공으로 대학에 가고, 아동극 수업때 소질이 있어보인다는 말을듣고 아동극과 희곡을 써온 한 성실한 글쓰는 자의 이야기. 학창시절엔 친구들과 그들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이름을 넣어 소설을 써주며 친구들의 인생 (팬픽)작가로 불리던 저자는 본격적으로 자신보다 큰 재능을 가진자들과 함께 수업을 듣고 생활하다가 고민을 시작한다. ˝작가로 살기에 내 재능이 충분할까.˝ 라고. 그 때 들은 교수님의 답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는 10년을 해보고 결정지으라˝ 는 말을 몸소 살아낸 저자.

사실 스포일러를 하자면, 세상에 ˝애매한 재능˝ 은 없다. 저자는 자신이 천재가 아닌 범재, 즉 애매하게 글쓰는 재능을 가진자 이지만 그러기에 천재들은 모를, 다른이에게 용기와 위로가 되는 자신만의 글을 쓸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재능은 크기와 상관없이 소중하다고 말한다.

좋아한 부분
📖🔖 205 쪽
천재가 아닌 평범한 사람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그것은 얼마나 분명한 경지인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하는 평범한 사람의 일을 평가 절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에세이는 한편으로는 요즘 많이나오는 자기긍정 에세이같지만 사실 결이 명료히 다르다. 개인적으로는 저자가 살아난 그 10년의 검증기간(?), 그리고 그 10년동안 이룬 숱한 실패와 소박한 성취들이 준 메세지의 진정성, 그리고 깊이 때문인 것 같다. 앞 문단에 적은 자신의 재능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말할 때 저자는 자기합리화를 하지도, 혹은 체념하지도 않았다. 대신에 저자는 정말 자신의 삶과 행보에 대해 당당하고 자신있는, 빛나는 근거있는자신감으로 둘러쌓여 있었다. 내게 저자는 이름같이, 속이 아름다운 꽃 같은 귀한 사람으로 보였다.

플러스, 서울촌놈인 내게 경상도, 그것도 부산이 아닌 창원에 대해 머릿속에 그림그리게 해준 책. 저자의 이웃과 친구들이 도서관에서, 카페에서, 육아의 한가운데서 서로가 좋아하는 것과 생업 사이에서 열심히 사는 모습을 엿보고있자니 창원이라는 내게 낯선 도시가 친숙해졌다. (마치 <백조세탁소> 를 읽고 여수가 친근해진 느낌처럼) 말미에 1인극 <정상> 의 배우님인 카페사장님, 우동집 사장님, 김달님 작가님 등의 핵심 등장인물(?) 들이 자신의 재능을 찾아 어떤 선택을 하는지는 스포일러 하지 않겠다.

진로, 혹은 자신이 가는 길에 대한 근원적 고민이 해결되지 않은 모두에게 추천한다. (작가지망생이 아니라도). 비슷한 결의 책으로는 소설 <양과 강철의 숲>, <라이팅 클럽>, 에세이 <팔리는 작가가 되겠어 계속 쓰는 삶을 위해> 등이 있다. 재능과 천직의 상관관계에 대해 고찰하게 하는 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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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미라클 모닝 음주법이란 무엇인가? 어쨌든 아침에 깨어 있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해가 뜰 때까자 마지는 음주 행태를 일컫는다. 불굴의 정신력으로 우리는 입산에 성공했다.

집에 없던 엄마도 술집에서 찾았다(가족관계등록부의 엄마는 아닌데, 이미 그 문서에 엄마는 없으므로 누굴엄마 삼을지는 순전히 내 마음이다). "엄마!" 하고 부르면 ‘너랑나랑호프‘의 권복자 씨가 다가와 안아준다.
나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 자꾸만 고맙다고 한다. 내가 한 거라곤 고작 먹고 마신 것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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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프 좋아하세요? - 나를 먹여 살리는 정직한 기다림의 맛 좋아하세요? 시리즈 5
황유미 지음 / 카멜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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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듣는순간 느꼈다. ‘나, 이 책 좋아할 것 같아.‘ 수프를 좋아해서 주식처럼 먹는 사람이 쓴 책이라니! 뭐든지 뭉개지고 부드러운 형태로 먹는걸 좋아해 시리얼도 5분 일부러 불려먹는 나에겐 이 책의 발간 소식은 들은 순간부터 호기심과 기대를 불어넣어 주었다.

마지막장까지 날아가듯이, 하지만 결코 흘려읽지 않고 정독했다. 이 책은 많은이에겐 에피자이저 일 뿐인 수프에 대한 애정가득한 연애편지이다. 그리고 동시에, 많은 시행착오끝에 일과 관계와 생활 속에서 자신에게 맞는 옷을 찾아낸 저자의 자신의 삶 돌보기 지침서이기도 하다.

저자는 수프와 자신의 삶을 자주 비유한다. 그리고 수프를 끓이고, 먹고 , 때로는 남기는 행동들 사이의 성찰에서 나의 1인분의 삶을 긍정하고 최선을 다해 사는것에 대한 성찰을 아주 친근하지만 기발한 언어로 잘 풀어준다.

한번 리스트를 만들어 보았다. 수프가 저자에게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정은 작가님의 <커피와 담배> 에서 커피는 ㅇㅇ 하고 리스트업 한 부분에서 영감을 얻음)
•수프는 기다림
•수프는 취향존중
•수프는 삶의 품위
•수프는 돌봄의 손길
•수프는 성취
•수프는 느슨함
수프 하나가 어떻게 이렇게 많은 의미가 있을까? 그만큼 수프에 진심인 저자의 모습에서 난 이렇게 무언가에 진심이여야만 사실 우리가 이 치열하고 차가운 대도시에서 건강히 일상을 유지할 수 있나 라고도 생각해 보았다.

이게 다가 아니다. 수프가 소재이니만큼, 다양한 종류의 수프 레시피가 나오는데 비록 오뚜기에 야채토핑만 얹는 수프에 의존하는 나에게도 숨겨둔 요리세포를 건드렸다.

프렌치 어니언 수프, 단호박수프, 미네스트로네, 옥수수 수프, 양송이 크림수프, 포타주, 굴라시, 감자수프 등 이름만 들어도 한그릇 얻어먹고 싶은 수프들이 가득하다.

몇년전 미국 서부에 연수를 간적이 있었다. 요즘같은 추수감사절 주간에 동네 교회에서 수프 포트럭 식사가 있었다. 그때 각 집에서 슬로우 쿠커에 수프 한개와 어울리는 빵 한봉지씩을 가져와 함께 나눠먹던 모임이 참 인상깊었다. (나의 원픽은 스플릿 피 와 햄수프! 초록색 완두콩 수프에 두툼한 핑크햄이 큐빅처럼 박힌 수프다)
아직 코로나 여파로 힘들수도 있지만, 작가님 북토크가 있다면 수프 포트럭을 해서 다 한그릇씩 수프먹으며 얘기나누면 좋을것같다고 생각만 해보았다.

이 책이 출간된 날 받아서 누구보다도 빨리 이책을 읽고 완독서평을 쓰게 되어 기쁘다. 갑자기 추워져 외적, 내적 추위가 밀려오는날과 정말 잘 어울리는 따스한 수프같은 책이니 이 겨울 많은 독자들을 만날 수 있길 바란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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