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사랑스런 옛 물건 - 낙랑시대 상다리부터 대한제국 베이킹 몰드까지, 유물을 만끽하는 새로운 감상법
이해인 외 지음 / 책밥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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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디자인을 전공한 두 저자가 순수히 미학적인 안목으로 읽어주는 박물관속 유물이야기. 박물관에서 유물들을 별 감흥없이 프리패스 했던 사람들에게 얼마나 우리 옛날 것이 서양 인테리어 소품만큼, 혹은 그보다 더 아름답고 다양한지 ‘보그체‘ 로 알려준다. 디자인 전공자들 답게 우리가 이미 잘 안다고 생각했던 청자, 백자, 한복등의 라인, 기법을 북유럽의 ㅇㅇ 브랜드 스타일 풍 등과 함께 대비해서 알려줄때 유물들의 가치를 다시보게 되는 맛이 있다. 더불어 요새 영화,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언어들로 유물들을 매치해서 알려주니 더 몰입이 된다. (챕터제목도 홈데코, 아웃도어, 패션 등 잡지 챕터같다)

실제로 이 책을 조금 읽고 국립중앙박물관에 다녀왔는데 평소같으면 휙 지나쳤을 유물들에 발길이 멈추고 이곳저곳 들여다보게 되었다)

우리 것이 좋은 것임을 산뜻하고 발랄하게 알려주는, 가볍게 완독할수 있는 좋은 책

이 책과 비슷한 톤에 좋은 책으로 #뮤지엄서울 과 #아주사적인궁궐산책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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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계의 모든 말 - 둘의 언어로 쓴 독서 교환 편지
김이슬.하현 지음 / 카멜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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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작가이자 동갑내기 친구, 김이슬과 하현 작가가 브런치 플랫폼을 통해 교환한 편지 묶음집. 그들은 다른듯 같고 서로의 일상과 마음을 많이 공유한, 단순 친구라기엔 애틋함과 동료애가 강한 결의 우정을 지니고 있다.

이 책은 하현 작가님의 글 톤에 <그렇게 밤마다 우리는 이야기가 되겠지> 를 통해 팬이되며 #관객의취향 에서 구매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한 편지에 한권의 책에 대해 소개하는 독서교환일기로서는 초반엔 관심이 없었다. 최근 몇달사이에 <채링크로스 84번지> 를 시작으로 두 화자가 한 책이나 대중매체에 대해 펜팔일기 쓰는 책을 4-5권 읽어서 그런지 이 책 속이 소개된 각자의 책 설명이나 매력어필은 다소 약한거 아닌가 라고도 생각했었다. 책과 내 이야기 밸런스가 깨졌다고도 셍각했었고.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반론 1.
무언가를 소재로 펜팔을 쓰는데 #1 목표는 일단 정보전달이라기보단 서로의 감정을 돌보고 서로를 세워가는게 당연한거 아닌가?

반론 2. 이 책 부제인 ˝둘의 언어로 쓴˝ 에 주목. 한 책의 전반적 플롯이나 설정이 매력적일수도 있지만 지금 내가 직면한 고민과 가장 밀접한 몇페이지에 ˝꽂혀서˝ 쓸 수 있는것 또한 독서편지 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두 작가가 서로의 말랑하다못해 물렁해서 흠이난 복숭아를 우리에게 보여주며 이 복숭아의 향기와 계절한정 정경을 찬미하는 책이다. 약하면 약한대로 서로를 안고가고, 같은 기억속 다른 포인트를 끌어내며 그 추억을 더 귀하게 광나도록 닦는다. 그리고 그 생각의 사적과 끝엔 그들 손에 잡힌 책의 한 구절이 있다.

이 독서편지가 다른 유사 장르책과 하나 차별되다 느낀건 시가 많이 등장했단 점 이다. 열심히 접하고 있지만 아직 시는 왈가왈부하려면 평론가여야 하거나 기초식견이 좀 있어야겠지란 생각이 들어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김이슬 작가가 읽고 반추하고 자신의 언어로 소화하는 시는 저 하늘이 떠있지 않다. 지금 내 감정과 고민과 밀착된 시, 그리고 시를 둘러싼 마음들을 읽고 함께 느끼며 시에 대한 진입장벽이 많이 낮아진게 좋았다.

무엇보다, 개인적인듯 보편적인 두 여성의 편지는 내가 소심히 함께 껴서 같이 어깨동무하고싶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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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일렁임은 우리 안에 머물고 - 나의 첫 영화 이야기
김상혁 외 지음 / 테오리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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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저자의 첫 영화 경험에 대한 에세이 앤솔로지. 처음에 이 표지를 봤을땐 저 ˝일렁임˝ 이 영화 혹은 영화를 보는 경험과 연관되었을 거라 생각을 못했다. 뭔가 잠자리의 눈 같은 모양이 휘황찬란해서 감이 안왔지만 아주 작게 영화 이야기 라고 써있어서 영화에 대한 에세이구나 라고 알게되었다. 하지만 곱씹어 볼수록 ˝마음의 일렁임˝ 이라는 단어의 뜻도, 소리도, 모양도, 우리가 영화나 다른 형태의 예술과 만나고 공명할 때의 감정을 잘 나타내는 단어같다. (이 단어는 박연준 시인님 산문에서 나왔다) 가슴 속 이름모를 동요와 감정의 울림을 ‘일렁임‘ 만큼 동적이고 예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싶다.

많은 작가들 만큼 다양한 첫 영화들 이야기가 있다. 비디오 테이프 가게에서 가족용 영화를 엄선해 빌려와 케빈 코스트너의 <늑대와 춤을> 을 보다 아버지의 눈물을 본 이야기, 지금 생각하면 마음의 감기를 앓았던 엄마와 극장에 미이라를 멀리가서 보고오다 멀미한 이야기, 딸과 처음 같이 극장에서 본 영화에 대한 기억, 인생의 첫사랑으로 남은 영화 등. 영화 자체에 대한 인상이나 기억만큼, 누구와 어떤 시간에, 어떤 분위기에서 봤는지도 저자들에겐 중요하고 생생했다는게 인상적이었다.

책을 읽으며 여러번 내 자신에게 물어봤다. 내 첫 영화는 무엇인지를. 유년시절 기억이 잘 안 떠오르고 학창시절엔 가족들과 영화취향이 달라 주로 혼자 영화보던 기억 뿐이었다. 대학을 다닌곳에선 일년에 한두번 영화를 볼까말까했다. 너무 시골이라 차없는 내게 극장은 멀어서. 대학졸업후 서울서 일한 뒤부터가 내겐 인상적인 영화, 영화관의 기억이 많다. 강의 끝난 뒤 평일 낮 극장에서 거의 나 혼자 있는데서 본 메릴스트립 주연의 <철의 여인>, 퐁당상영 시간을 기어코 맞혀가서 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엔딩의 롱테이크 산책신을 보며 한없이 울었다) 와 <스포트라이트> (이후 20번도 더봤다 대사 외울때까지). 나에겐 최고의 웨스앤더슨 영화 <문라이트 킹덤>, 석사후배와 먼 극장을 찾아가서 본 리즈 위더스푼 주연의 <더 와일드> 등. 내겐 사회생활과 대학원 생활 중 찾아본 강남과 압구정 CGV 아트하우스 영화들이 내게 일렁임을 준 영화들인것 같다.

아기자기한 소품같은 책. 아! 이 책 읽으면서 시네마천국 OST 듣는것 추천! 주로 언급된 영화들이 고전영화들이라서 독서에 더 몰입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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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위 스님의 가벼운 밥상
정위.이나래 지음 / 브.레드(b.read)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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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정위스님의 가벼운 밥상> 이지만 사실상 <정위 스님의 행복이 가득한 사찰> 같은 느낌의 책. 이 책은 헬로인디북스 이보람 대표님의 선물로 만나게 된 책인데, 사찰음식 레시피 책인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단순 채식 레시피만 있는책이 아니다. 이 책은 28개월동안 기자이자 저자인 이나래 님과 취재진이 스님이 계신 길상사 를 다니며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찰 음식과 실내외 자연친화적인 디자인에 깃든 스님만의 미학을 조미료없는 언어로 담아낸 책이다.

2010년에 처음 나온 책이라는데 요즘 한창 열올리는 제로웨이스트 와 비거니즘의 정수를 정위스님은 이미 실천하고 계셨다. 떨어진 나뭇가지들을 모아다가 컵을 받치는데 쓰고, 옷과 천은 당연히 기워입고, 버려야하는 나무토막과 돌을 적당한 사람의 손에 맡기거나 자리를 찾아줘 나무조각으로, 빨래터로 재탄생 시키신다. 당연히 식재료도 버리는게 없다. 그래서 매화 뿌린 비빔밥도, 강된장도, 오이말이국수도, 채소가득 떡국도 여느 한식집보다 맛있다.

이렇게 가진 환경내에서 자연과의 조화를 염두에 두고 소박하지만 멋스럽게 사는 스님의 라이프스타일이 진짜 멋쟁이 라고 생각했다. 꼭 유명 브랜드의 그릇, 식탁보만으로 공간이 멋져지지 않음을 깨달았다. 단지 공간과 소품의 조화를 고려해 작은 자수하나 천에 놓고, 귀여운 장식 달아주고, 음식의 속성과 어울리는 그릇을 매치시켜 줌으로도 그 순간의 식사가, 다과가 더 근사해질 수 있음을 알게되었다.

스님은 처음엔 놀라워하며 비법을 묻는 취재진을 꽤 당황스러워 하신다. 그러다가 저자의 글에서 ˝고민해보니 아무래도 밖에 나갈때면 꼭 정갈히 색 배합을 맞춰 옷과 비녀를 고르던 어머니의 기질을 물려받은게 아닐까˝ 하셨다. (여기서 좌절감이 ㅋㅋㅋㅋ) 아....역시 업사이클링도 타고난 미적감각이 있어야 하는군 하고 타고난 곰손에 파괴왕 집안 자식은 좌절했다. 하지만 농담이고, 모든 버려질 것을 가여워하고 쓸모를 찾아주려는 마음은, 금손도 곰손도 다 가질수 있는 마음이니 뭘 갖다 버리기전에 한번이라도 더쓰고 생각해봐야겠다 다짐한다.

그리고 스님만의 감성으로 재탄생한 크림파스타, 핫케이크, 커피국수와 빙수 등은 신기했다. 커피국수는 나도 좀.... 그렇지만 크림파스타는 해볼까 싶다.

@helloindiebooks 대표님 다시한번 좋은 책과의 만남 중신해주셔서 감사해요!

덧: 정위 스님의 감각으로 버려지는 나뭇가지나 소나무에 미니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드시면 얼마나 독창적이고 멋스러울까를 생각해보았다. 급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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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책방 - 홍대 앞 동네서점 땡스북스 10년의 이야기
손정승.음소정 지음 / 유유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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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에 대한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는다. <고마워 책방> 은 합정역 3번출구 (7번인가?) 에서 약 6-7분 걸어가면 닿을 수 있는 노란간판의 동네책방 땡스북스의 이야기이다. 올해로 10년차 동네책방이 된 그곳의 탄생부터 지금까지를, 현재 그곳을 지키는 책방지기 두분의 목소리로 1월부터 12월까지, 일기형식으로 적혀있는 책이다. 각 절기에 맞는 에피소드들과 책방의 연차때마다 한 고민과 해결, 그리고 그곳을 왔다간 손님들, 거래처들, 직원들 이야기가 가득 담겨있다.

흥미로웠던 건, 각 저자에 따라 다른 폰트로 글이 쓰여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말투와 톤이 개개인마다 다르듯, 글도 말투가 있다. 그걸 공동저자인 책에서 다른 폰트로 구현하니 각자 저자의 (메인저자들 말고 추천사들 까지도!) 목소리가 시각적으로도 보여서 좋았다.

현실적인 이야기와 고민도 많지만 마지막 장을 덮으며 가장 기억에 남던건 책방 이름처럼 가득한 감사함 이었다.

아! 그리고 이 책은 직접 땡스북스를 방문해보고 책을 만나보았으면 더 생생히 다가온다. 집과는 멀어 단골은 아니지만 몇번을 다른 계절에 오고가보며 내가 그 공간에서 느낀 정서들을 떠올리며 읽으니 더 따뜻함이 배가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전 혹은 후에 꼭 땡스북스를 방문해 보시길 권한다. 저자의 말처럼 책으로 ˝별걸 다 해보는˝, 책이 그냥 정물이 아니라 살아 숨쉬고 내게 말을 걸어오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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