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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 타오르다
우사미 린 지음, 이소담 옮김 / 미디어창비 / 2021년 8월
평점 :
호우. 흡입력 최고.
사실 이 책 광고를 창비 출판사 인스타에서 보고 저 책은 꼭 읽어야겠구나 싶었다.
˝오늘도 지구는 둥글고, 일은 끝이 없고, 그래도 최애는 고귀해˝ 라지 않나. 저 작가, 덕후생활에 대해 뭘 좀 아는데? 라는걸 저 짧은 문장으로 안다. 동족이라면.
알다시피 난 돌판 (트위터 등의 sns 에서 아이돌 덕질이 주인 그룹, 판을 일컫는 줄임어) 이 전공이 아니다. 내 주요 활동무대는 롤판 (돌판에서 파생된, 리그오브레전드 프로게이머 팬덤을 말함) 이다. 그래서 이 소설 속 고등학생 아카리가 최애를 ‘파는‘ 방식에 있어서 나와는 다른게 많았다. 페이커와 티원 선수들은 음악 CD 를 내거나, 인기투표를 하거나 연기를 하진 않으니까. 하지만 저자가 정말 집요하고 깊숙히, 세밀히 묘사하는 아카리의 ‘척추‘ 인 최애를 향한 애정의 정체, 팬심의 핵심은 너무나도 나의 그것과도 같았다.
일단 최애와 실제로 친해지거나 어떤 관계 같은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그가 진심으로 행복한 모습을 내가 계속 라이브 방송이나 sns 게시물, 게임 경기와 인터뷰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받고싶다는 점 등.
하나 살짝 우려되는 점은 이 책이 99년생 작가가 쓰고 기성세대 평단이 이 소재 자체를 신선하게 여겨 상을 받았다는데서 온다. 그게 왜 걱정인가 싶겠지만, 혹여나 이 책 속 아카리의 덕질이 스테리오타입으로 굳어서 새로운 ‘덕질하는 요즘애들‘ 의 고정관념로 굳을까 싶어서다.
솔직히 아카리의 누적되는 현실도피성에는 과한게 적지 않다는 얘길 꼭 하고싶다. 책에서도 팬의 종류가 다양하다고는 나오지만 아카리 같이 감정의 동요와 헌신도가 하늘을 치는 팬이 모든 열성팬의 생활양식은 아니라는 거다.
아카리는 미성년자 기도 하고, 가족이나 학교 내에서 그를 이해하고 지속적으로 소통하려는 환경이 잘 조성되지 않았다는 것도 꼭 설명에 덧붙하고 싶다. 열정적 덕후들 중엔 소위 일코 (일반인 코스프레) 를 매우 능수능란하게 하며 학업이나 업무등을 유능하게 하는사람도 많다는 얘길 특히 이 책을 읽은분이 3040이상의 기성세대라면 꼭 덧붙이고 싶다.
후하후하. 너무 동족얘기라 완독일기에 감정이 실렸다. 그만큼 내 마음을 엑스레이로 찍어 여기 실었나 싶은 부분이 많은 책이라 좀 아쉬운 부분에 대해 덕지덕지 설명도 하고싶었나 보다.
돌판, 롤판, 연뮤 (연극 뮤지컬 줄임말), 혹은 어떤 분야든. 삶에서 시간, 에너지, 돈을 다해 한 분야 연예인을 맹렬히 아끼고 사랑했던 모두에게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꼭 북토크가 해보고 싶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