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할 땐 뇌 과학 - 최신 뇌과학과 신경생물학은 우울증을 어떻게 해결하는가
앨릭스 코브 지음, 정지인 옮김 / 심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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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커 선수가 몇달전 인터뷰에서 요즘 읽고 있다고 해서 페책대 리뷰 쓰기위해 읽은책. 페이커 선수의 독서가 이과, 특히 비한국인 지성인이 쓴 뇌과학에 많이 편향되어 있는 편이라서 Aㅏ 또.... 라는 생각이 첨 들었던건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읽어보니 <우울할 땐 뇌과학> 은 우울증, 혹은 부정적인 감정의 사이클에 갇혀 있다고 느끼는 누구든지 부담없이 읽기 좋은 책이었다. 사실 이 책은 뇌과학 스페셜리스트가 과학적 검증을 매우 탄탄하게 해서 쓴, 자기개발서 같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우울함을 설명하는 첫 4 챕터에서 우울할 때 뇌에서 일어나는 일 (예: 해마가 작아지고 제기능을 못한다, 안정적 상태유지를 하자고 몸을 꼬신다 등) 을 차분히 설명하거, 이후 챕터 5-12를 통해 흔히 우리가 보편적 자기개발서 에서 봐온 행동 (예: 운동, 감사, 심리치료, 요가 대인관계 등) 이 뇌의 어떤부분에 긍정적인 자극을 주고, 어떠한 호르몬 분비를 촉진 (혹은 억제) 하는지를 다양한 실험결과와 통계들과 함께 내놓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저자가 제안하는 우울의 하강나선을 깨고 상승나선으로 전환시키는 방법들은 다 거창하고 큰결심을 해야하는 것이 아니라서 거부감이 덜했다. 나에겐 특히 운동과 바이오피드백 챕터가 그랬다.

📖🔖(155쪽)
˝하지만 난 그런 건 못 해.˝ 운동을 거부할 때 흔히 하는 말이다. ˝일주일에 세 번씩이나 헬스장에 가는 건 도저히 못 해.˝ 그러면 일주일에 한 번만 가라. ˝그래도 난 마라톤은 할 수 없어.˝ 그러면 1킬로미터만 달려라. ˝난 달리기는 못 하는데…….˝ 그러면 걸어라. 못 하는 일에 초점 맞추기를 그만두면 자기가 어떤 일을 할 수는 알고 놀라게 될 것이다.

📖🔖 (220 쪽)
여기서는 요가만을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 장에서는바이오피드백(biofeedback) 곧 몸이 하는 일에 따라 뇌의 활동이 달라진다는 단순한 사실을 다룬다. 요가는 그저 의식적인 바이오피드백을 통해 뇌의 변화를 촉진하는 하나의 예일 뿐이다.

이렇게 저자는 일단 하강곡선을 깨는 행동을 취하는 것 자체를 권장하고 독려한다. 우리말로 ˝시작이 반이다˝ 를 아주 여러번 하는 느낌. 운동을 부담스러워하는 내게 일단 침대서 나와서 걷기부터 해도 뇌가 다르게 움직인다 는 많은 용기를 주었다.

저자는 또한 항우울제, 상담치료의 뇌과학적 영향도 언급하며 적극적으로 자신의 우울에 머물지 않기를 선택하라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며 난 이 메세지는 꼭 우울증을 진단받은 사람들에게만 필요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다. 체념하고 무기력하게 자신의 처지를 부정적이게 보고 불행해하는 사람 모두에게 저자가 어깨를 툭툭쳐주며 뇌과학 너드 (nerd) 최선의 위로와 격려를 하는건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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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생애 소설Q
조해진 지음 / 창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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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자신이 살고 일해오던 곳을 마음에 큰 상실의 상처를 입고 도망치듯 떠난 세 인물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라디오 방송작가로 열심히 일하던 자신의 노력을 가십과 웃음거리로 삼은 동료들과 연인과의 이별에서 도망가기위해 영등포에서 제주로간 윤주, 3달을 만났지만 6년을 잊지못한 옛 애인을 혹시라도 만날까 싶어 홍콩에서 영등포로 윤주의 집을 에어비엔비로 렌탈한 시징, 그리고 아버지가 월남전 참전했다는 죄책감으로 로스쿨 모의법정에서 변론을 마치지 못한 트라우마로 제주도에서 제2공항 철회운동을 하며 활동가로 살아가는 미정.

<완벽한 생애> 는 이렇게 완벽과는 거리가 먼 마음의 빈공간과 트라우마를 피해 어디론가 도피 온 그들의 흔적을 따라다니며 담담하지만 단호하게, 슬픔과 고통을 들여다보며 정면으로 애도를 거치지 않고는 회복은 있을 수 없다는 메세지를 전한다.

진정한 애도를 거치고 성장하고 살아나가는 평범한 이들의 이야기를 항상 사랑한다. 세 인물 모두 서울, 제주, 홍콩 어디서도 볼 수 있을 것 같은, 공감가능한 아픔을 가지고 있고 열심히 살아나가며 거기서 자신의 속도로 나오려는 사람들이라 빠르게 몰입하며 읽었다. 그러면서 곳곳에 제주 2공항 이슈, 홍콩시위 이슈 등을 충분한 자료수집 뒤에 넣은 작가의 세심함도 보였다.

이렇게 쓰니 매우 건조한 소설같지만, 사실 <완벽한 생애> 는 매우 감수성 뿜뿜한 소설이다. 분량 대부분이 세 안물이 자기 눈 앞 풍경을 바라보며 느끼는 감상, 기억하는 과거, 그리고 생생히 묘사하는 감정들이라 정적인듯 감수성이 풍부하다. 가을날과 잘 어울리는 소설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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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떠나기 위해서는 머물러야 한다. 슬픔과 고통과이별에는 충분한 시간과 확실한 공간이 필요하다. 그것을애도의 시공간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까. 애도 없이 찾아오는 변화와 평화는 과도하게 진압된 평온과 다르지 않다.
애도가 없는 곳에서 상처는 덧날 것이다.  - P166

생애는 완벽할 수 없고 완벽할 필요도 없다.
소설을 마무리하는 동안 나는 그렇게 생각하곤 했다.
그리고 그 완벽하지 않음은 또다른 투신과 좌절과 희망으로 다시 완벽으로 나아간다, 다치면서, 부서지면서 - P173

윤주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기회가 와서 잡았을 뿐이고 애정을 갖고 노동했으며 그 노동의 대가로 돈을 받아 꾸려졌던 삶…… 평범해 보이지만그 평범함을 유지하기 위해 늘 바빴고 발을 동동거리며뛰어다녔는데, 이 세계에선 그런 삶이 언제라도 비웃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윤주를 무기력하게 했다.  - P54

윤주야."
그가 불렀다. 그는 윤주야,라고 불렀을 뿐인데도 윤주는 목마름을 일깨우는 비바람이 온몸을 관통한 것 같은반가운 통증을 느꼈다.
윤주야, 네가 명복을 한번 빌어줄래?"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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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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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저스도, 마블도, 아니 어떤 우주복 입은 사람 나오는 장르물도 잘 안보는 내가 읽고 많이 좋아한 첫 SF 소설은 김초엽 작가님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이었다. 일단은 추천을 정말 압도적으로 많이 받아서 용기내어 읽었지만, 7편의 단편이 묶인 그 소설집을 다 읽고 그 이야기들을 사랑하는데는 큰 힘이 필요하지 않았다. 왜냐면 다양한 분야의 과학기술과 우주적 상상력이 그저 전시가 된 장식품이 아니었다. 대신에 그러한 소재들은 이야기 속 사람들의 보편적 감정과 인류애에 집중하게 해주게 해주는 매개였다. 왜 이과와 문과의 적절한 콜라보 라고 지인들이 얘기했는지 알만큼.

김초엽 작가님에 대한 내 신뢰는 사실 두번째로 읽은 작가님의 논픽션 책이자 김원영 작가님과 공저한 <사이보그가 되다> 를 읽은뒤였다. 각각 청각 장애와 지체장애를 가진 저자들은 자신들이 장애를 진단받으면서 자신과 함께하게 된 보조기구들 (보청기, 휠체어 등) 과 살아가며 자신들이 어떤 의미에서의 ˝사이보그˝ 임을 발견한다. 그리고 자신들 주위와 국내외에서 개발되고 퍼지는 장애인을 ‘위한‘ 기술들이 사실은 비장애인의 기준과 시각에서 디자인 된것이 많다는 점을 지적하며, 정말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인격적으로 공존하기 위한 최적의 기술은 과연 무엇일까 에 대한 고민에 대한 나름의 답을 매우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으로 해나간게 안상깊었다. 그래서 아이언맨 영화를 보다 재미도 없고 옴팡지게 지말만하는 토니스타크를 버리고 극장을 뛰쳐나가고 싶었던 내게 400쪽이 가까운 과학소재 책을 일주일 안에 읽게하는 마법을 부린 작가다.

이토록 긴 서론에서 내가 <지구 끝의 온실> 에 품은 큰 기대가 느껴지는가? 김초엽 작가의 첫 장편소설 이라는 점도 호기심과 기대를 품게하는데 한몫했다.

짧게 얘기하자면, <지구 끝의 온실> 은 앞에서 내가 언급한 저자의 장점들이 매우 잘 드러난 소설이다. 글울 쓰기전에 선행되는 탄탄한 자료조사와 그 조사에 기반해 소설 속 이야기들의 개연성을 세워나간다는 점, 그리고 그 소재들을 통해 하고싶은 이야기가 결국은 절망적인 것 같은 상황속에서도 인간은 서로 협력하고 정을주고 살고싶은 작은 선의에 대한 것이라는 점도.

하지만 장편이다 보니 이전 단편에선 짧게 압축된 주요 등장인물들이 인류멸망직전 상황에서 어렵게 생존하고 끊임없이 이기적인 인간들에게 배신당하거나 고통받는 부분이 초반에 너무 길게 펼쳐져서 이야기 과몰입이 심한 내겐 좀 힘들었다. 나오미와 아마라가 프림빌리지 입성 전까지가 좀 괴로웠던 것 같다. 사람에게 가장 잔인할 수 있는게 인간이란걸 너무 자세히 마주하니 이 책 앞뒤에 쓰인 ˝인류애˝ 부분은 대체 언제나올까만 기다렸다.

인류애 부분은 당연히 사람냄새 나는 SF 를 쓰는 저자의 전작같이 곳곳에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그게 시간이 한참지나 더스트 시대가 옛날이 되버린 시점에 아영이라는 식물연구원과 세계 식물학회의 협동이란 걸로 주로 나타나다 보니
나름 긴 챕터동안 정들은 프림빌리지의 몇몇 등장인물들의 뒷이야기는 알 수 없게되어 역시 그들에게도 과몰입했던 내겐 약간 회수되지않은 떡밥(?) 같은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하지만 이 아쉬움들은 부수적인 것일 뿐. 저자가 항상 한 작품을 위해 과학 내에서도 다양한 분야를 바닥부터 공부해서 견고한 소설적 세계관을 다지는 것엔 언제나 경외감이 든다. (이번엔 식물, 원예학이 주 분야였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이야기에서 좋아하는 점은 사람과 사람간의 정과 호감, 사랑을 얘기할 때 거기에 성별이나 나이, 종 등을 크게 부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점은 전작 <우리가 빛의 속도로...> 에서도 언뜻 비추었지만 <지구 끝의 온실> 에서 더 명확해진 것 같다. 난 점점 이런 보편적 정과 사랑, 인간이 다른 인간 (혹은 타 종) 을 마음에 품고 위하는 이야기를 더 많이 보고싶다. 언제나 그 감정이 ‘연애감정‘, ‘이성/동성애‘, ‘모성애‘ 라는 라벨을 붙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한국 드라마나 영화가 그 라벨링을 집요하게 붙이는데 지친 나는 그게 없는 저자의 이 작품이 좋았다.

김초엽 작가님의 다음 공부는 어떤 분야일까. 그리고 거기선 어떤 이야기가 구축될까. 또 기다리고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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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씩씩하고 다정한 연결 - 서로의 책장을 탐한 두 여자의 독서 펜팔 스무편지 2
구보라.도티끌 지음 / 스튜디오 티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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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소개한 <우리 세계의 모든 말들> 과 같은 독서편지 펜팔책. 하지만 어떤이도 같지 않듯이, 어떤이의 독서 뒤 사유도 같지 않다. 특히 이 책은 두 독립출판 작가의 독서교환 편지이기에 그들이 읽은 책 리스트의 독립출판물이 많은게 큰 특징이었다. 또 흥미로웠던 특징은, 두 작가가 서로의 서재에서 책을 빌려 읽고 독서편지를 쓴 점이다. 서로 다른 취향의 숲을 경험하고 그에 대한 후기같은 책이야기를 썼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일단 제목처럼, 두 작가의 편지는 씩씩하고 정답다. <우리 세계의..

가 밤 12시 이후 심야라디오 감상으로 사유한 책편지라면, <이토록..> 은 정오의 희망곡 감성으로 파워넘치게 읽고느낀, 역동적 책편지 같았다.

물론 <아무튼 비건> 을 읽으며 느낀 답답함과 고민, 올리버 색스의 <고맙습니다> 를 읽으며 생각하게 된 나의 죽음 처럼 소재자체가 가볍지 않은 사유도 많았다. 하지만 한 책당 4쪽이 넘어가지 않는 편지 속에 그들의 낙관과 씩씩함은 고민의 경중을 떠나 근거있는 생기와 희망을 복돋아줬다.

Tmi: 요새 신간중에도 편지글 모음책이 많이나오는데 코로나가 펜팔과 마니또를 부활시키나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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