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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호흡의 필요
오사다 히로시 지음, 박성민 옮김 / 시와서 / 2020년 5월
평점 :
필사하며 느리게 읽기 고유의 매력을 느낀 나는 올해가 가기전에 책 한권은 더 느리게 한달동안 필사하며 읽어보자 결심했고 그 두번째 책은 <심호흡의 필요> 가 되었다.
<심호흡의 필요> 는 제목과 표지, 그리고 전 책이 초록글씨로 써있는 외관만 보고도 느리게 읽기 좋은 책 느낌이 왔다. 작가가 말과 글로 심호흡을 해야 했을때 하루에 필요한만큼 숨을 쉬듯이 썼다 는 이 산문집은 내가 살아가는 일상에서 평범한듯 특별하게 내게 기쁨, 영감, 힘, 아련함 을 주는 다양한 것들에 대한 책이다. 거기엔 꽃 화분, 철봉 같은 동네풍경 속 오브제도 있고, 골목길, 큰나무, 별무리 같은 자연도 있다. 난 이 부분에 해당되는 part 2 전체를 손글씨로 쓰며 하루에 2-3장씩 이 책을 읽었다. 그래서 마치 일본의 한적한 시골마을을 산책하고, 숲에서 삼림욕을 하며 작은데서 큰 어려움을 이길 힘을 키우는 힐링여행을 다녀온 것 같았다. (전체적으로 토로로 속 시골마을이 생각났다.)
쓰진 않고 속독해서 본 part 1 은 한 인간이 진짜 어른이 되는 순간 10 장면을 찰나도 놓치지 않고 자세히 적어나가는데, 어떠한 통찰력이 느껴지는 순간도 있었고, 또 뭔가 어릴때만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걸 잃어버린 아련한 아쉬움도 느껴졌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 쓰여진 글을 시간을 건너서 출판사 시와 서의 아름다운 편집된 책한권으로 만나, 한달동안 가을밤에 촛불을 켜고 손으로 쓰며 이 책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어 즐거웠다. 작가뿐만 아니라 나도 글로 심호흡한 한달이었다.
무언가에 쫒기는 것 같을때, 열심히는 하는것 같은데 뭔가 결실은 안보이는것같아 허망할때, 한달 필사 챌린지를 추천한다. 작은 성취감도 매일 느낄수 있고, 무엇보다 글로 숨쉬는 기분이 꽤나 상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