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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Y는 우리가 지금껏 이야기했고 앞으로 더 자세히들여다볼 구체적인 사이보그의 형상 figure 이다. 아이언 맨 슈트를 입고 하늘과 바다를 누비는 슈퍼히어로도 아니고, 기계와 인간,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경계와 구분을 없애고 횡단하는 잡종적인 존재의 경이로운 상징도 아니다.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연결들의 거점에서 등장하는 사이보그적 존재는 그 연결들 때문에힘을 발휘할 뿐 아니라, 그 연결들을 지탱하고 견딘다는 점에서(김혜리 기자의 표현을 약간은 변형된 의미로 인용해본다면) "청테이프처럼 영웅적이다.
- P113

 경계해야 할 점이 있다면,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장애인들 역시 기술의 일방적인 수혜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기술과 인간 사이의 모순적이고 충돌하는 관계는 특히 사이보그의 최전선에 있는 장애인의 삶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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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서 기계와 결합한 존재란 아이언 맨 슈트를 입고 하늘을 날거나 온갖 화려한 차종으로 변신하는 모빌리티를 타는 존재가 아니라, 낡은 철제 수동 휠체어를 탄 이들, 오래된 전동 휠체어를 타고 배터리가 방전될까 걱정하는 이들, 3일에 한 번씩신장 투석기에 접속하고 4시간씩 혈액의 노폐물을 걸러주느라스케줄 조정에 곤란을 겪는 이들이다. 그러므로 사이보그가 되어서 스스로를 온전한 존재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언젠가 도래할 첨단의 기계와 결합하거나 기계 없이도 ‘정상적인 몸이 될날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일상에서 사용하는 기계들과 더 안전하고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공존하는 길을 모색해야한다. 바로 지금 이곳의 현실에서 ‘온전한 사이보그‘로 살아가기 - P63

무엇보다 ‘인간적인 기술‘을 홍보하는 이 영상들은 장애와 기술에 대해 주목해야 할 가장 중요한 질문들을 지워버린다. 장애인들이 일상에서 실제로 이 기술을 어떻게 느끼는지, 어떻게 사용하고 어떤 어려움을 맞닥뜨리는지, 이 기술이 정말로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것인지와 같은 질문들 말이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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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은 돈으로 살 수 없다. 작가의 글솜씨나 화가의 그림 실력,
수영선수의 수영 실력, 발끝으로 도약하는 발레리나의 춤동작, 피아니스트의 유려한 연주…… 누군가 오랜 시간을 들여 연마한 기술, 자기 인생을 걸어 쌓은 전문성은 돈으로 가질 수 없다. 좋은 날씨, 마음의 평화, 우아한 태도 역시 돈으로 살 수 없다. 늙지 않는생각, 다정한 마음,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자존감)은 돈으로 살 수없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동시에 나를 사랑하는 일, 가족의 신뢰, 친구들의 우정은 어디에서도 살 수 없다.
- P153

빗소리에 눈을 뜬다. 커튼을 젖혀 여니 세상은 이미 빗속에 잠겨있다. 나무들이 머리를 감는 듯 물기를 치렁치렁 매달고 서 있다.
사과와 두유를 먹으며 늑장을 부린다. 시계를 보니 늦을 것 같다.
발레복을 챙겨 후다닥, 집을 나선다. 빗물이 종아리를 때린다. 찰박찰박, 빗물과 신발이 만나는 소리, 빠른 걸음으로 이십 분 즈음 걸으면 내가 다니는 발레 교습소가 있다.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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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


언니는 자꾸뒤를 봐달라 한다.
멀미하는 소녀들은 뒤를 조심해야 한다면서자기만의 물고기를 들킬지도 모르니까투명한 유리컵붉은 물고기가 쏟아진다.
- P46

나는 그의 얼음을 쥐고 서 있다.
얼음이 녹고,
물이 되고그마저도 마르고 나면무대는 사라지고두 발이 지워지고감상은 투명해질까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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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트렁크 팬티를 입는다 - 까탈스런 소설가의 탈코르셋 실천기 삐(BB) 시리즈
최정화 지음 / 니들북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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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몸을 꾸미고 바라보는 시각을 남 중심이 아닌 내 중심으로 바꾸고 싶었던 한 소설가의 내몸 탐구생활.

"탈코르셋" 이라는 단어에 겁먹을 것 없다. 일단 당신에게 페미니즘이든 뭐든을 가르치기에 이 책은 "바늘만하게" 얇상하다. (그래서 출판사가 니들북? 죄송합니다...) 그리고 이 에세이의 서사는 지극히 저자의 개인경험 중심적이다.

저자는 브래지어와 삼각팬티, 스타킹을 벗기로 결정했다. 이유는 한번 해봤더니 몸이 숨을 쉬는 것 같았고, 이전에 추구하던 "예쁨" 과 새로 경험한 "편안함" 중 내가 더 우선순위로 삶고 싶은 가치가 편안함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쁨이 숨을 막아서 저자는 편안함과 자유로움을 선택했고 그래서 라이프 스타일이 바뀌었다. 예쁘려고 쓰던 돈과 관심을 운동으로 근육량을 늘리고 포근하게 숙면하기위한 이불을 고르는데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본인의 선택에 만족한다.

하지만 여기서만 그쳤다면 이 책은 2프로 부족했을 것이다. 여성이 아름다움의 당연한 요소를 거부할때 외부인의 오지랖이 없었을리가! 특히 가족이나 친구 등 나를 아낀다는 사럼에게서. 저자의 답은 간단하고 쿨하며 현실적이라 맘에들었다.

bookmark가까운 사람에게 이해 받지 못함을 받아들여라... (중략) 그런 말들에 휘둘리지 말고 그저 브래지어를 계속 하지 마라. 그리고 당신과 가까운 사람들의 걱정하는 시선과 말들을 그냥 넘겨라. (p.39)
한마디로 읽씹. 그리고 적당한 무시.

이 책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우리의 옷차림과 꾸밈에 대해 한번 거리를 두고 낮설게 생각하게 도와준다. 솔직히 난 저자의 모든 변화에 다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여태까지 해온 옷차림에 대한 선택이 진짜 나를 위한거였는지, 한번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꼭 일독을 권한다. 독서 중에 내가 바꾸고 싶은것, 혹은 여전히 지키고 싶은것에 대해 남의 의견 1도 들어가지 않은 나만의 고유한 생각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적어도 충분히 생각하고 내린 결정이기에 후회하지 않을것이다.

*본 리뷰는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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