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세상의 기쁜 말 - 당신을 살아 있게 하는 말은 무엇입니까
정혜윤 지음 / 위고 / 2021년 8월
평점 :
품절


정혜윤 PD님의 책은 이번이 세번째다. 첫 책은 <아무튼 메모>, 두번째는 <앞으로 올 사랑>, 그리고 이 책. 솔직히 <아무튼 메모> 때는 마냥 저자의 화법이 낯설고 책 속에 소개된 다양한 생각과 사건들이 내게는 조금 버거웠다. (많은 동네서점과 독서인들이 2020년도 올해의 책으로 꼽아서 당황했던.) 하지만 <다시 올 사랑> 부터는 방대한 세상의 사건들과 책, 사람에 대한 저자의 앎을 진부하지 않은 스토링텔링으로 엮어 들려주는 저자의 화법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비록 그 이야기들 속엔 현재 판데믹을 초래한 인간의 이기심에서 비롯된 각종 불편한 진실이 많아 ‘모르고 살았으면 좋았을걸‘ 이라고 많이 생각했다.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알아야 불편해지고, 불편해야 변화를 일으킬 행동을 할수있다˝ 는말에 동의하며 그 책을 읽은 뒤 판데믹을 보는 시각과 내가 그 안에서 해야할 일에 대한 생각이 크게 바뀐 적이 있다.

그렇게 각성을 하게해준 책에 이은 후속작 제목이 <슬픈 세상의 기쁜말> 인게 의외였다. <앞으로 올 사랑> 에선 미래는 디스토피아 스러웠고 인류애가 사라질 팩트가 가득했으니까. 하지만 동시에 궁금했다. 그렇게 사실을 직시하며 괴로운 한 사람이 긷어올린 ˝기쁜말˝ 은 뭔지. 그 말은 누구의 말인지.

이미 서론이 길었으니 본론을 말해보자면 이 책은 아무리 절망적이고 슬픈일이 많아도 그 사이에서 기어코 기쁘게, 자유롭게, 타인과 연다하며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평범하지만 강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저자는 고유의 화법으로 자신이 세계 각지에서 만난, 큰 슬픔을 이기고 행복을 개척한 사람들과의 대화를 소개한다. 그리고 각 대화 속 화자를 제일 대표할만한 단어 하나씩을 찾아낸다. 그 단어들이 바로 ˝슬픈 세상의 기쁜 말˝ 이다.

저자가 찾아가 목소리를 들은 사람들 중엔 유명인이 하나도 없었다. 사회에서 규정한 ‘성공‘ 을 한 사람도 없었다. 그리고 대부분 상실이나 재난 같은, 큰 아픔을 겪었지만 거기에 가라앉지 않고 매일의 마음 속 싸움을 이겨내 ˝내 삶의 전문가˝ 가 된 사람들이다. 그들에겐 한가지 공통점이 있었는데 바로 비슷한 아픔을 겪은 사람들을 찾아가 나도 당신같이 아팠다고, 지금도 애쓰는 중이라고 먼저 손을 내밀어 기꺼이 ‘우리‘ 가 되려 했다는 점이다.

읽는 내내 눈물이 팍 터져온 순간이 너무 많았지만 한참을 넘기지 못하고 뚝뚝 눈물을 흘리며 읽었던 부분은 프랑스의 재난 생존자 공동체가 내린 연대의 정의를 읽었을 때다.

📖🔖 99쪽
연대
 원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겪을 수밖에 없었던일로 알게 된 모든 것을 당신께 알려드릴게요. 온 힘을다해 당신을 도울게요. 당신은 나보다 덜 슬프도록요.

이 책은 정말 극한의 재난이나 절망 속에서도 존재하는 인류애를 유려한 문장으로 실어내었다. 소위 요즘 말로 ˝인류애가 사라진˝ 분들께 추천한다.
두고두고 기억하며 삶의 실전에서 날 일으켜 세울때 사용할 사랑의 말이 가득했던 이 책을 초판이 나온 달에 만나고 완독할 수 있어 영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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