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기님의 페어퍼를 읽다가. 일은 하기 싫고, 월요일이고 날씨는 꾸물꾸물 하고 에.. 또... 그냥.. 그렇다는거지요. ^-^
유명한 모임이 하나 있습니다. 우주회. 뭐. 알만한 분들은 다 아시죠? 雨酒會 비오면 모여서 술한잔 하자 뭐 이런 이야기지요. 꽤 오래 활동했고, 꽤 많은 일들이 있는 모임입니다. 원래 술 들어가면 많은 일들이 벌어지는 법이니까.
1. 팔차선 도로앞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선배가 갑자기 납작 엎드려 신호를 기어가기 시작하는 겁니다. 우리는 깜짝놀랐고, 사고를 우려해 지나가는 차들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선배를 간신히 끌고 횡단보도를 무사히 건넜지요. 그리고 선배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들이 말이야. 위험하게 말이야. 도로 한복판에 사다리를 갖다 놓고 말이야"
2. 잠시 한눈을 판 , 정말 아주 잠시의 시간이였습니다. 그녀는 어느새 세워져 있는 차 본네트 위에서 윗통을 모두 벗어던지고 바지를 막 벗으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녀를 간신히 차에서 끌어내렸습니다. 하이힐을 신고 기어올라간 덕분인지 차 본네트는 여기저기 긁힌 자국이 선명했고, 우리는 앞유리에 붙어있는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런데.. 차주인은 바로 옆에 있었습니다. 그는 으흐흐흐 하고 웃으면서 젊은 사람들이 술 마시다보면 그럴 수도 있다고 말하더군요. 그에게는 차 보다도 젊고 잘빠진 여자의 스트립이 더 중요했나봅니다.
3. O선배는 선수입니다. 그래서 그 선배랑 단둘이 술을 마시면 안된다는둥, 취한 사람은 절대 O선배랑 단둘이 보내서는 안된다는 둥 추문이 따랐었죠. 선배는 항상 사람좋은 얼굴로 허허 웃기만 하고 딱히 변명을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술 하면 어디서 쓰러져 본적 없는 저는 그날 쓰러졌습니다. 좀 마셨었나 봅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누구도 제가 쓰러질 것을 예상하지 못하고 O선배와 저만 남겨두고 모두 가버렸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O선배와 단 둘이 남게 된것입니다~!!!
다음날 아침 저는 눈부신 아침 햇살에 눈을 떳습니다. 그리고 그제서야 아차 싶었습니다만, 아무일 없어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침대에는 저 혼자 누워있었습니다. 가물가물한 기억을 뒤저봤지만 아무일 없는것은 확실한 듯 싶었습니다. 샤워를 하고 문을 열고 숙박업소를 나서려는데, 선배가.. 거기 있었습니다. 문 앞에.. 문에 등을 대고 앉아서 자고 있었던 거였어요. 자기 주머니에는 오만원 밖에 없더라고, 제 지갑을 뒤지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같은 방에 있기도 뭐하고 그래서 그 앞에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렇습니다. O선배는 진정한 선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