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공허한가 - 문제는 나인가, 세상인가 현실의 벽 앞에서 우리가 묻지 않는 것들
멍칭옌 지음, 하은지 옮김 / 이든서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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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모든 문제 해결의 답은 나에게


이 책<우리는 왜 공허한가>의 지은이 사회학자 멍칭옌은 ”문제는 나인가 세상인가“를 묻는다. 현실의 벽 앞에서 우리가 묻지 않는 것들은 무엇인가, 사람들은 자신의 고민을 누구에게 털어놓고 조언을 얻는다고 하지만, 그 자신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 다만, 자신의 선택이 맞는지 어떤지를 알 수 없어서 누군가에게서 동의를 얻고 그 생각에 지지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조언이라는 수단을 이용한 것일 뿐이다. “수다”를 떨라고, 말을 말을 하다 보면 자신의 고민을 풀어버릴 답을 찾는다고. 이 책에 추천의 글을 남긴 중국 정법대학의 리 쥔의 말이다. 그는 수다의 장점을 “문제에 대해 생각한 뒤에 나 스스로 결정하고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카네기에게 조언을 구한 남자, 혼자 열심히 떠들다가 이야기를 마칠 무렵에 카네기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카네기가 그 남자에게 말 한마디 하지 않았는데,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그는 자신이 내린 결정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확인하고 싶어 카네기에게 이야기했고 이 말을 묵묵히 듣고 가끔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고, 자신의 결정에 확신했다는 말인데, 바로 이게 수다의 장점이 아니겠는가, 많은 사람이 이런 유의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지은이는 사실 어디에도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저 사회 속에서 내가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마음 놓을 수 있는 방식을 찾고 있을 뿐이다. 위의 카네기와 만났던 사내가 바로 그런 전형일지도 모른다. 


지은이는 구체적이면서도 추상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갖는 것. 그것이야말로 사회학이 우리에게 준 가장 귀중한 선물이 아니겠냐고 말한다. 책 구성은 3장 13개 주제다. 1장은 추상의 시대,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 현대인의 공허,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이유를 비롯하여 게임중독의 심리, 알고리즘이라는 새로운 식민지, 사이버 폭력 키보드맨의 탄생, 2장 현대인의 공허, 그리고 그 너머, 다수가 만든 외모 올가미(외모지상주의), 훌쩍 떠나고 싶은 여행지는 어딘가에서 주변이 없는 삶, 어디에서 길을 잃은 걸까, 집은 많지만 내 집이 없는 현실(집은 생산설비며 도구가 돼버린 쉼터이자 시대의 짐이 된 집을 통해 주거와 투자, 재산 등으로 집은 본래 목적에서 더없이 멀어졌다), 교육은 가공업이 되고, 3장, 존재의 가벼움과 관계의 무거움을, 고령화 사회 당신의 부모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라는 물음, 우울증이 많은 사회, 미니멀리즘을 실천하지 못한 이유


현대사회, 사회병리학의 13가지 문제들


삶의 의미상실, 게임중독, 외모지상주의, 탈맥락, 내 집 강박은 영끌로, 우울한 사회, 공장이 돼버린 대학, 고령화, 비움보다는 채움으로, 남을 배려하되 철저하게 내 삶을.


공허(空虛), 아무것도 없이 텅 빔, 실속이 없이 헛됨이란 뜻이다. 공허란 어느 날 갑자기 내게 다가온다. 지금까지 뭔가를 이루었다고 생각했고, 자타공인 성공한 사람인데, 그는 공허함을 느낀다. 왜일까, 성공해야 한다는 지나친 욕심 때문일까, 오히려 부족함이 없는 환경 때문에 일어나는 것인가, 물질적으로 재산적으로 전례 없이 풍요한 시대에 나타나는 특징을 보면, 공허라는 심리를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현대사회에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첫 번째 특징은 ‘사람의 도구화’ 인간사회는 서로 협력하면서 사는데, 분업화된 시스템에서는 사람들은 무언가에, 누군가에게 필요한 ‘도구’로서의 운명을 살게 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전 사회적인 ‘소외화’다. 현대사회는 뭐든지 ‘돈’을 절대적 목적으로 삼기에 돈이 절대적인 도구라는 사실을 망각한다. 직업과 교육, 결혼과 가정의 존재 의미와 애초의 목적을 다르게 이해한다. 성적은 비즈니스로 바뀐 것, 결국 본질에서 본래 목적에서 멀어지는 ‘소외’가 당연하게. 목적과 수단의 전도다. 세 번째로 ‘모순과 분열’ 내 삶의 주인은 바로 나, ‘자아실현’ 세상의 중심은 ‘나’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며 그것이 성공하는 인생의 출발점이라는 인식이 강한데, 살다 보면 내 능력과 의지의 한계를 실감, 지위나 역할과 관계없이 ‘이건 내 잘못이 아니다’라고, 


대체 무엇이 우리를 이토록 힘들게 하는 걸까?


무엇이 개인의 의지와 역량을 제한하는 걸까? 한계는 사회와 보이지 않는 것의 존재하기에 그렇다. 현대인이 직면한 구조적인 긴장의 근원적 요소들(제도, 질서, 문화, 전통, 풍속), 재독학자 한병철의 ”피로사회“와 같은 맥락이다. 마르크스가 주장했던 ‘소외화’와 ‘물신숭배’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책 속에 담긴 사회병리학 주제를 따라가다 보면 중국이나 한국, 미국 또 다른 유럽의 선진국이라는 나라들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 즉 보편현상이 된 것이다. 


초개인화 사회, 혼밥, 혼술, 1인용 가전제품마저 등장했다. 구조적인 차단과 고립, 인간은 섬이 아니라는 16세기 영국 시인 존 던의 시구처럼, 인간의 신성함이란 독립적이고 고립된 삶을 사는 게 아니라 함께 어울려 사는 것이다. 나 홀로 병 우울, 누군가에게 내 속내를 털어놓으면 될 것을, 도대체 어디서 부터 잘못된 것일까? 어디서부터 꼬인 것일까?, 인간의 도구화, 목적과 수단의 뒤바뀜, 내 인생의 주인공인 나, 이건 내 잘못이 아니라는 착각, 이런 특징이 사회병리학의 근간을 이룬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게 있다. 인간은 과거를 짊어지고 앞으로 ‘기어가는’ 존재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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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히는 군주론 - 新譯 君主論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세키네 미츠히로 엮음, 이지은 옮김 / 힘찬북스(HCbooks)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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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코스모스 도서평가단>


일본의 전문번역가가 엮은 "군주론“

 

번역자 세키네 마쓰히로는 마키아벨리<군주론> 영어판을 저본으로 <술술익히는 군주론>을 엮었다. 편역이다. 부록으로 도쿄대의 로마사 연구자 本村凌二(모토무라료지)의 해설을 싣고 있다. 번역이란 어떤 관점으로 해야 할 것인가 또한 이 책을 보는 방법일 듯하다. 팔레스타인태생의 미국의 문화비평론가 에드워드 사이드의<오리엔탈리즘>(교보문고,2015 개정증보)을 번역한 박홍규선생은 첫머리 90쪽 가량에 번역이란 무엇인지를 논하고 있다. 지은이의 의도를 적확하게 파악하고 전후 문맥과 텍스트의 바탕에 흐르는 세계를, 즉 보이지 않는 곳까지 한 권의 책을 통해서 통찰해낼 수 있어야만 한다고, 번역은 단순히 원저의 언어를 다른 언어로 바꾸는 기술이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고 말하면서 한국 사회의 "번역론"에 질타를 가했다. 

 

이런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은 군주론을 일본인 혹은 일본어로 충분히 사고할 수 있는 독자대상으로 엮은 것이기에, 단순히 일본어를 한국어로 바꿨다는 정도의 생각으로는 이 책을 온전히 읽어낼 수 없다. 술술읽히다는 뜻은 전후 맥락 속에서 일본 사회에서 생활하는 이들의 문화와 공감대에 터잡아 쓴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겠다. 

 

세키네는 묻는다. 1513년에 나온 군주론을 21세기 현실에 적용할 수 있을까?

 

보편성에 관한 물음인 동시에 지배-피지배의 본질에는 변함이 없음을, 다만 중세사회의 로마 즉 이탈리아의 도시국가들의 패쟁과 혼란, 프랑스 등 주변 강대국들 사이와 관계 속에서 약한 처지의 (중국, 일본판의 전국시대)도시국가의 군주가 어떻게 슬기롭게 대외내적으로 대처해날 것인가, 세키네는 "리더는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가' 라는 주제일 수 있지만, 개인으로 눈을 돌려 냉혹한 현실, 내 주변을 둘러싼 이들과 관계, 즉 인간관계를 어떻게, 그리고 '나'를 지키며 온전한 나로 살아갈 수 있을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를 사유하는 단서를 제공한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

 

이 책은 26장으로 이뤄졌다. 적어도 한 달 동안 <군주론> 약한 처지인 사람들, 소수파들이 '나'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우선, 통치란 무엇인가에서 출발한다. 권력을 다른 사람에게 준 사람은 자멸한다. 이는 내 인생 주인공의 자리를 남에게 넘겨주면 나는 빈껍데기의 아바타이거나 꼭두각시가 된다는 말이다. 인정사정없이 철저히 밟아라, 이는 한비자의 <한비자>에서 나오는 대목과도 같은 맥락이다. 인정에 휘둘리다가는 내가 죽는다. 외부에 의존하지 말라는 것이다. 지지로 군주가 됐을 때, 우선 힘을 길러라 자력 있는 집단, 사고방식이 같은 집단, 아랫사람을 대하는 태도, 자비롭기보다는 '냉혹'하라, 암군으로 사람 좋다는 소리 듣고 휘둘리기보다는 두려운 존재로 남아라. 세상에 온갖 못된 짓을 하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착한 일 한 번 하면, 99번 잘하다 1번 잘못하면 진짜 나쁜 놈으로 낙인찍힌다는 사실을, 26장 안에 녹아있는 마키아벨리즘의 3원칙, 정치와 윤리 도덕은 층위가 다르다. 정치인이 도덕인 일 필요는 없다. 세상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보고 싶은 보여주면 된다. 거기에 진심이 담길 필요는 없다. 이른바 정치마케팅과 선전을, 마지막 이건 준비하라는 것인데, 시대(운이 있더라도)가 아무리 원해도 실력을 갖추지 못하면 기회를 잡을 수 없다.

 

마키아벨리에 관한 오해, 서양의 한비자 마키아벨리

 

세키네가 엮은 내용은 마키아벨리 정치철학의 3대 기둥의 틀이다. 한비자의 <한비자>에 실린 내용과 같은 맥락 혹은 유사성은 두 사람의 활동했던 시기가 무려 1750년 차이가 간극이 있지만 놀랄 정도다. 여기에 모토무라의 해설<로마인과 함께, 로마인의 정신을 마음에 새기며>은 마키아벨리에 관한 세상의 오해를 조금은 풀 수 있는 대목이 실려있다. <군주론>의 한계는 약소국이 강대국 기운데 나라를 지키기 위한 수단을 논하고 있다. 지금의 세계 질서와 마찬가지로, 도의에 반하는 말만 강조하는 마키아벨리를 권력의 기술자라고 평하는 것도 이해된다. 모토무라는 마키아벨리의 <디스코르시>를 읽어볼 것을 권한다. 이 책은 그가 리비우스의 <로마건국 이래의 역사>를 읽는 중에 집필했다고 한다. 하지만, 후대에 전해지는 마키아벨리 모략꾼으로 기억하게 했던 작위적인 노력 특정한 문장, 문구, 전후 맥락을 생략한 채로 가공하면 악마를 만들 수 있기에 또한 누구든 그리될 수 있다. 플커라인하르트의<마키아벨리: 권력의 기술자, 시대의 조롱꾼>(북캠퍼스, 2022)의 핵심은 악행과 잔인함은 공익을 위해서라면 서슴없이 활용하라는 말이다. 또 하나 철학자 니체나 유대인 출신의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마키아벨리를 호의적으로 봤다고 하는데, 아마도 마키아벨리가 하고 싶은 말뜻을 제대로 이해하였기 때문은 아닌가 싶다. 

 

지금 마키아벨리를 읽어야 할 이유 "나"를 지키기 위해

 

지금 우리가 마키아벨리를 읽어야 할 이유는 차고도 넘쳤다. "나"을 지키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라는 답이 가장 편안할 듯하다. 이 책은 지금까지 여러 저자들이 쓴 <군주론>론과는 조금 맥을 달리하는데 최근에 나온(이시한의 <아주 개인적인 군주론>(21세기북스, 2023) 나 인문학자 김태현의<군주론 인생 공부> (파스칼, 2024), 사기와 사마천 연구자 김영수의 <한 번만 읽으면 여한이 없을 한비자> 등과 비교해가면 읽어보면 어떨까 싶다. 아주 흥미로운 단서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책표지의 카피, 혼군의 거부, 명군은 소통, 우리 시대 진짜 주인은 누군인지를 묻는 책, 군주론은 백성론이라는 말이 핵심이며,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한국 정치의 한 장면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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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일본어 + 한국어) (미니북) - 일본어와 한국어로 만나는 일본어와 한국어로 만나는 미니북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오다윤 옮김 / 세나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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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어린 왕자 읽기


“앙투안 마리 장 바티스트 로제 드 생텍쥐페리”라는 이 긴 이름의 생텍쥐페리는 1900년생, 그의 문학세계 이해를 위해서는 삶의 궤적을 따라 가보는 것이 유용할 듯하다. 그는 귀족 출신으로 어렸을 때부터 문학에 심취, 1926년 첫 작품인 <비행사>를 발표하고 항공사의 조종사로 일하면서 이듬해에는 모로코의 카사블랑카와 세네갈의 다카르 사이를 왕복하는 야간 항공우편 비행을 하면서 <남방 우편기>를, 1930년에 <야간 비행>을 집필, 이 소설로 페미나 문학상을 받기도, 당대의 유럽, 육군 항공 정비병을 거쳐, 조종사가 되면서 그와 하늘의 인연이 시작됐다. 1939년 2월에<인간의 대지>를 발표, 아카데미 프랑세즈의 소설 대상을 받는다. 같은 해 2차 대전 발발로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 1940년 미국으로 망명, 1941년 <전시 조종사>를, 1943년 연합군에 합류 공군 조종사로, 그해 4월에 어른을 위한 동화<어린 왕자>를 펴냈다. 


생텍쥐페리는 하늘을 날며 글쓰기를 했고, 책 읽기를 하면서 비행기를 몰았다. 전쟁과 이데올로기 망령에 휘들리고 시달리는 정치판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눈치보기를 강요하는 세상 말 그대로 지옥을 경험하게 된 그는 친독일이냐 반독일이냐는 논쟁에 휘말려 우울이 되기도, 1944년 정찰비행을 하다가 사라졌다. 하늘에 별이 된 것인지. <어린 왕자>는 생텍쥐페리 자신이었는지도 모른다. 하늘을 날며 상상의 나래를 펴고, 자유를 만끽했지만, 현실인 지상에 내려오면 그의 자유는 줄에 묶인 듯하고, 정치 색깔론쟁의 대상이 되어 사상검증을 당하는 어린 왕자였다. 138쪽 "어른들은 역시 굉장히 이상하다고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여행을 계속했다." 하지만 어린 왕자는 여전히 세상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있는 그대로가 아닌 뭔가에 덮여있는 듯한, 뭔가가 감춰져 있는 듯한 말이다. 하지만 하늘, 우주는 그렇지 않아.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우리는 늘 갈등과 끊임없는 결단을 내려야 하는 곳에 살고 있다. 자유조차도 선택인 세상에서, 어른들을 위한 동화란 바로 이를 강조하는 게 아닌가 싶다. "삶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일깨워주는"


일본어로 번역된 <어린 왕자> 읽기


옮긴이 오다윤은 어린 왕자를 일본어로 읽기를 하면서 언어 감각을 익히는 것도 좋겠다는 의도에서 책을 내놓았다고 한다. 일본어본은 아오조라분코판을, 의역이 아닌 직역을 했다고.


“별에서 나올 때 그 아이는 철새를 이용했을거라 생각한다.” 

星から出るのに、その子は渡り鳥を使ったんだと思う。


일본어의 표현 ~のに, 나올 때(때는 시간을 말하는 게 하니라 그 무렵의 상황을) 일본어와 한국어의 미묘하게 다른 뉘앙스를.


레옹 베르크에게(10~11쪽) 왼쪽에는 일본어를 오른쪽에는 한국어 그리고 밑에는 단어를, 아마도 이렇게 일본어 공부를 하면 꽤 효율적이다. 물론 개인차는 있겠지만, 어린 왕자 한국어본을 읽을 때와 이렇게 대역본을 읽을 때의 느낌이 다르다. 단어를 대입하는 것보다, 전체로서 느낌이 어떠한지, 


일본어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도 새롭게 다가온다. "일본어로 생각하기" 학습이 동시에 진행되기에, 한국어와 문법이 비슷하고, 한자를 많이 사용하기 쉬울 것이라는 생각은 잠시 멈추게 한다. 언어는 소통의 도구이고, 한 사회의 문화와 가치관을 반영하는 것이기에, "표현"을 눈여겨 봐야 한다. 한국어는 능동체가 기본이지만, 일본어는 그렇지 않다는 점. 이런 맥락을 어떻게 녹여내고 있는지, 아무튼 입체적으로 어학학습교재로도 흥미롭다. 사회현상을 다루는 시사, 일본 신문 사설 읽기, 드리마 보기 등도 나름의 효과가 있지만, 한일 양국의 <어린 왕자>를 읽은 독자들은 각각 어떻게 표현하며, 맥락을 어떻게 이해하는가 하는 접근법도 꽤 유용하다. 미니북이지만, 결코 미니북이 아닌 큰 책이다. <모모>의 일본어판도 이런 묘미가 있어, 손에 쏙 들어오는 변형 문고판으로 모모도 나온다면 어떨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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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처치 구급상자 : 산업현장 편 - 생명을 지키는 응급처치 가이드 응급처치 구급상자
이태양 지음 / 군자출판사(교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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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산업현장의 응급처치 구급상자


지은이 이 태양은 산업현장의 응급구조사로 활동하다 교육 강사를 거쳐 안전돌보미 회사 대표를 맡고 있다. 이른바 현장에서 발로 뛰며, 응급처치해 온 만큼, 그만의 노하우로 일하는 사람들에게 이것만 주의하라고 권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2024.1.27.부터 상시노동자 5인 이상 사업 또는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 개인사업자든 법인사업자든 구분하지 않는다)으로 산업현장에서 사고가 일어나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법적 책임 그 처벌 수위도 만만치 않다. 사망자가 나오면 1년 이상 징역, 10억 원 이하의 벌금(현실적으로 안전배려의무를 지키지 않은 경우, 즉 잠재적 상시적 발생 가능성과 그 위험성이 있는 환경을 그대로 내버려 두다 노동자가 죽게 되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하겠다는 것이 법취지다)


산재는 5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에서 사망사고의 90%가 일어난다. 전체 재해 발생률로 보면 44.2%이다. 산업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안전점검을 해야 하고 안전보건 관리자 등도 늘 점검해야 하기에 빨리빨리 한 개라도 더 만들겠다는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한다. 이른바 안전을 게을리하면 득보다 실이 많다는 말이다.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재해와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재해를 약간 다르지만, 후자는 신체형, 벌금형 등을 무겁게 하여 산업현장의 안전문화를 정착시키라는 취지다. 


이 책의 구성과 내용은 6장이며 1장에서는 산업재해와 중대재해처벌법에 관한 기본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2장~3장에서는 사고유형별로 응급조치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실제 현장에서 중심을 잃고 넘어졌을 때, 독성가스를 마셨을 때, 산소 부족으로 질식했을 때, 화상, 날아오는 물체에 맞았을 때, 높은 곳에서 떨어지고, 날카로운 물체에 베이는 등 지혜 발생 순위에 따라 13가지 유형과 쓰러졌을 때 의식 여부, 경련, 통증, 마비, 구토 설사, 호흡곤란 등 9가지 증상별 응급처치가 실려있다. 4장 사고 예방과 대처에서는 개인 보호구, 사고 발생 위험요소, 사고 초기 생명 유지에 필요한 주요조치법, 재난 상황에서 관리자가 해야 할 행동 가이드 등이 그리고 5장에서는 산업현장에 갖춰야 할 응급의료장비 15종을, 6장은 관리자가 알아두면 도움이 되는 팁, 부록으로 “사업장 응급처치 시안”으로 안전보건관리자, 노동자 교육용이 실려있다. 


TV 드라마 중증외상센터보다 더 험한 산업현장


아주대 권역외상센터에서 닥터헬기를 타고 응급구조에 나서는 모습부터 중동분쟁 지역 파견 한국군 장교를 구출하는 등 극적인 요소(흥미 진작을 위해)도 들어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결국, 그가 전국적으로 설치된 권역외상센터 시스템 구축의 계기를 마련했지만, 산업현장은 드라마 속 광경보다 더하다. 하인리히 법칙(1:29:300) 1건의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29건의 가슴을 쓸어내리는 아차 하는 순간이 있었고, 다시 300건의 경고성 징후가 있었다는 것이다. 


EHS경영(안전경영)은 인간 존엄의 개념에서 평가되고 실행돼야, “안전문화화”


안전불감증, 성과를 시간과 돈을 환산하는 문화는 한 사람을 죽을 때 회사가 입는 손해가 이익보다 더 크고, 사회적 지탄을 받고 기업 신뢰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면 기를 쓰고 재해 예방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게 된다. 이 대목에서 홍성훈은 그의 책<안전경영의 시대가 온다>(라온북, 2024)에서 역발상 “안전과 경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대재해법은 회피 대상이 아니라 넘어서야 할 과제라고, 이 과정에서 “안전”이라는 열쇳말을 경영전략, 미래성장콘텐츠, 최소한의 기업생존보험으로서 인식해야 함을 강조한다. 안전 경영체제구축 등이 주된 내용이다. 


아울러 최병철은 <맹자, 장자에게 리스크 매니지먼트를 묻다>(대경북스, 2024)에서 인간 존엄을 지표로 말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기원전 춘추전국시대의 고전 속에서 안전경영을 배운다는 발상이다. EHS경영(안전경영)은 산재 예방 교육을 의무에서 문화로 자리매김해야 산재 예방도 안전경영도 근본적으로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산업현장의 “위험”은 바로 사고방식과 인식, 인문학적 접근 속에 바로 안전문화화라는 것이다. 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과제다. 이 책은 산업현장에서 기계적인 환경, 보건, 안전 지키기 운동만으로는 안전경영전략 차원으로까지 끌어올릴 수 없고, 안전문화라는 질을 달리하는 발상의 전환이 없으면, 산업현장에서는 그저 보여주기식으로,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냐는 말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들릴 것이다. 일하는데 위험이 따르는 건 당연하다는 생각, 일하는데 애초부터 위험이 존재할 여지를 없애면 되지라는 생각, 지은이 말처럼 잘못된 질문에 잘못된 답을 하기보다는, 잘못된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해야 한다. 


“리스크”와 “매니지먼트”를 어떻게 보는 가에 달려있다


이 책의 저술 목적은 산재 예방의 최소한의 행동수칙이다. 위와 같은 철학적 배경의 것인지 직접적인 언급이 없어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산재 예방이라는 관점과 안전보건이라는 측면에서 최단 시간, 적절하게 응급조치를 함으로써 골든아워(이국종의 수필집 제목이기도 하다) 즉 죽음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책에서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은 “위험성 평가”다. 물론 이 평가리스트는 고용노동부 누리집에 실려있지만, 문제는 리스크 매니지먼트 현장 경험을 담아 사고별, 증상별 응급조치 방법과 좁은 공간 등 실제 구조하기 곤란한 상황에서 처치법 등 매우 유용한 내용을 싣고 있다.


위험성 평가와 작업중지권


노사는 사업장에서 핵심위험요인을 찾아 개선해야 한다. 위험성 평가는 TBM(생산공정별 툴박스미팅, 소모임)을 통해 일하는 사람 모두에게 공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위험성 평가의 절차, 평가방법, 체크리스트 작성 등에 관한 주요 내용을 적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리스크와 매니지먼트를 어떻게 이해하는가가 관건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도요타자동차의 생산라인은 그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작업중지권이 주어진다. 정사원이든 파견사원이든 계약직이든 묻지 않는다. 문제는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게 목적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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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기억, 남겨진 사랑 : 두 번째 이야기 그리운 기억, 남겨진 사랑
김정회 외 지음 / 디멘시아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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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그리운 기억, 남겨진 사랑 


이 책은 제8회 디멘시아 문학상 수기 부문 4개의 작품(김정회, 이종건, 김상문, 손윤희)이 실린 두 번째 이야기다. 치매(癡?=모두 어리석다는 의미다)라는 부정적 의미는 바뀌어야 할 용어다. “디멘시아”로 표기할 수도 있고 “인지 기능저하증” 혹은 “인지증”으로, 개호란 말은 이미 간병이나 돌봄으로 바뀌었는데. 아무튼, 치매란 용어는 여전히 쓰고 있다. 가치 중립적이라 생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은 것인지, 한자어로 치매란 어리석다는 의미 가 아니라 낙인이다. 문화적으로 인사불성, 넋을 놓아버린 상태라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는 목숨만 부지한 그런 몹쓸병이라 인식하는게 사회통념이다. 


아무튼 “치매”라는 용어를 쓴다. 어머니와 32년째 함께 걸어온 김정회의 ‘거꾸로 걷는 그림자’, 이정건의 ‘사랑의 궁극’, 김상문의 ‘나만의 치매 대처 방법: 알면 걱정할 것 없다’ 그리고 손윤희의 ‘다정한 말 한마디’ 저마다 제각각의 사연으로 자신의 운명이거니 하면서 받아들이는 돌봄, 노노돌봄 시대, 돌봄의 극한, 자식들에게 그리고 늙고 힘없는 배우자에게 짐이 돼버린 사람들, 어느 날 갑자기 잃어가던 기억이 잠시 되돌아오곤 한다. 기억의 조각이, 그러다 다시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 그런 상태로. 그래서 이런 현상을 옛날에는 치매, 어리석게 변해버린다는 의미로, 백세 시대를 맞이하게 된 지금은 노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다. 문학을 통해 치매를 앓고 있는 이들과 그 가족들에게 이른바 치매 인식개선 차원에서 2021년부터 공모가 진행된 디멘시아 문학상의 수기 부문의 작품들, 우리는 작품의 행간에서 현실을 읽어야 할 듯하다. 지금까지는 이렇게라도 견뎌냈다. 이제 앞으로는 어떻게 할 것인지, 실린 글들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서는 이런 생각이 맴돈다. 


거꾸로 걷는 그림자에 드리워진 또 다른 그림자


김정회의 수기다. “삶은 마치 건널목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건너는 과정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황색 신호등에서 기다림과 인내를 배우고, 적색 신호등 앞에서 위험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초록 신호등의 건널목을 건너며 평화와 안전을 배운다. 나는 오늘도 빨간불이 켜진 건널목 앞에서 서성인다.” 우리의 인생 경로를 비유한 것이다. 


하얀 종이에 물감을 칠하니 사물과 경치로 변하네. 참 신기하다는 인지기능이 떨어진 어머니, 그림은 어머니의 잃어버린 기억과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 신체 기능이 퇴화하고 늙는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벌어지는 일들, “치매”라는 질병은 단순히 환자 한 사람만이 겪고 감당해나갈 수 있는 질병이 아니다. 이 병은 환자와 가족의 삶에 긴장과 어려움을. 가족의 사랑과 사회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말로 글을 맺는다. 이글 속에는 치매라는 질병의 성격과 돌봄이란 노동, 여성의 가내 노동으로서 당연시된 노동, 그와 겹치는 가족 사이의 정과 의리,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잃어버리는 순간을 치매라고 한다면 그럴 수 있겠다. 이종건의 사랑의 궁극은 작가의 아버지는 94세에 돌아가시기 전까지 누워만 계셨다고, 어머니는 88세로 거제 땅에 부모님을 모셔두고 아내와 아이들이, 그 자신은 다니던 회사를 정년퇴직하고서야 부모가 계신 곳으로 돌아오게 됐다고, 장남인 자신과 아내가 떠안아야 할 돌봄, 그 끝에 아내마저 정신을 놓을 때가 있다니, 이중, 삼중으로 동생이 어머니를 잠시 돌봐주겠다는 말에 해방감을 느낀다. 


수기는 치매 인식개선 차원이며, 치매 환자를 돌보는 사람들에 제각각 겪는 어려움, 나만 어려운 게 아니라고, 모두 그렇게 산다고, 시간이 지날수록 잃어가는 기억과 소중한 삶의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위로와 희망을 잃지 않도록.


문학의 세계에서 그려지는 추억, 현실 세계에서는 독박 육아처럼, 독박 돌봄도, 요양원에 입원할 수도 없는 치매 환자를 결국 가족 돌봄을 해야 하지만 이 역시도 임시방편일 뿐이다. 언제까지 국가가 노인복지를 넘어서 긴병 끝이 효자 없다는 말처럼, 치매는 양면성을 지닌다. 경로효친 사상 또한 엷어지고 가구와 가족구조 변화 속에서 가족 돌봄 또한 어려워진다. 결국, 국가의 책무로써 이를 감당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 또한 씁쓸하다. 24년부터 치매 관리센터가 자치단체별로 활동하기 시작했지만, 사회적 돌봄으로까지 확대되지 않고 있다. 문학의 세계는 문학으로, 현실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를 작품 행간에서 읽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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