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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히는 군주론 - 新譯 君主論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세키네 미츠히로 엮음, 이지은 옮김 / 힘찬북스(HCbooks) / 2024년 8월
평점 :
<북코스모스 도서평가단>
일본의 전문번역가가 엮은 "군주론“
번역자 세키네 마쓰히로는 마키아벨리<군주론> 영어판을 저본으로 <술술익히는 군주론>을 엮었다. 편역이다. 부록으로 도쿄대의 로마사 연구자 本村凌二(모토무라료지)의 해설을 싣고 있다. 번역이란 어떤 관점으로 해야 할 것인가 또한 이 책을 보는 방법일 듯하다. 팔레스타인태생의 미국의 문화비평론가 에드워드 사이드의<오리엔탈리즘>(교보문고,2015 개정증보)을 번역한 박홍규선생은 첫머리 90쪽 가량에 번역이란 무엇인지를 논하고 있다. 지은이의 의도를 적확하게 파악하고 전후 문맥과 텍스트의 바탕에 흐르는 세계를, 즉 보이지 않는 곳까지 한 권의 책을 통해서 통찰해낼 수 있어야만 한다고, 번역은 단순히 원저의 언어를 다른 언어로 바꾸는 기술이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고 말하면서 한국 사회의 "번역론"에 질타를 가했다.
이런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은 군주론을 일본인 혹은 일본어로 충분히 사고할 수 있는 독자대상으로 엮은 것이기에, 단순히 일본어를 한국어로 바꿨다는 정도의 생각으로는 이 책을 온전히 읽어낼 수 없다. 술술읽히다는 뜻은 전후 맥락 속에서 일본 사회에서 생활하는 이들의 문화와 공감대에 터잡아 쓴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겠다.
세키네는 묻는다. 1513년에 나온 군주론을 21세기 현실에 적용할 수 있을까?
보편성에 관한 물음인 동시에 지배-피지배의 본질에는 변함이 없음을, 다만 중세사회의 로마 즉 이탈리아의 도시국가들의 패쟁과 혼란, 프랑스 등 주변 강대국들 사이와 관계 속에서 약한 처지의 (중국, 일본판의 전국시대)도시국가의 군주가 어떻게 슬기롭게 대외내적으로 대처해날 것인가, 세키네는 "리더는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가' 라는 주제일 수 있지만, 개인으로 눈을 돌려 냉혹한 현실, 내 주변을 둘러싼 이들과 관계, 즉 인간관계를 어떻게, 그리고 '나'를 지키며 온전한 나로 살아갈 수 있을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를 사유하는 단서를 제공한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
이 책은 26장으로 이뤄졌다. 적어도 한 달 동안 <군주론> 약한 처지인 사람들, 소수파들이 '나'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우선, 통치란 무엇인가에서 출발한다. 권력을 다른 사람에게 준 사람은 자멸한다. 이는 내 인생 주인공의 자리를 남에게 넘겨주면 나는 빈껍데기의 아바타이거나 꼭두각시가 된다는 말이다. 인정사정없이 철저히 밟아라, 이는 한비자의 <한비자>에서 나오는 대목과도 같은 맥락이다. 인정에 휘둘리다가는 내가 죽는다. 외부에 의존하지 말라는 것이다. 지지로 군주가 됐을 때, 우선 힘을 길러라 자력 있는 집단, 사고방식이 같은 집단, 아랫사람을 대하는 태도, 자비롭기보다는 '냉혹'하라, 암군으로 사람 좋다는 소리 듣고 휘둘리기보다는 두려운 존재로 남아라. 세상에 온갖 못된 짓을 하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착한 일 한 번 하면, 99번 잘하다 1번 잘못하면 진짜 나쁜 놈으로 낙인찍힌다는 사실을, 26장 안에 녹아있는 마키아벨리즘의 3원칙, 정치와 윤리 도덕은 층위가 다르다. 정치인이 도덕인 일 필요는 없다. 세상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보고 싶은 보여주면 된다. 거기에 진심이 담길 필요는 없다. 이른바 정치마케팅과 선전을, 마지막 이건 준비하라는 것인데, 시대(운이 있더라도)가 아무리 원해도 실력을 갖추지 못하면 기회를 잡을 수 없다.
마키아벨리에 관한 오해, 서양의 한비자 마키아벨리
세키네가 엮은 내용은 마키아벨리 정치철학의 3대 기둥의 틀이다. 한비자의 <한비자>에 실린 내용과 같은 맥락 혹은 유사성은 두 사람의 활동했던 시기가 무려 1750년 차이가 간극이 있지만 놀랄 정도다. 여기에 모토무라의 해설<로마인과 함께, 로마인의 정신을 마음에 새기며>은 마키아벨리에 관한 세상의 오해를 조금은 풀 수 있는 대목이 실려있다. <군주론>의 한계는 약소국이 강대국 기운데 나라를 지키기 위한 수단을 논하고 있다. 지금의 세계 질서와 마찬가지로, 도의에 반하는 말만 강조하는 마키아벨리를 권력의 기술자라고 평하는 것도 이해된다. 모토무라는 마키아벨리의 <디스코르시>를 읽어볼 것을 권한다. 이 책은 그가 리비우스의 <로마건국 이래의 역사>를 읽는 중에 집필했다고 한다. 하지만, 후대에 전해지는 마키아벨리 모략꾼으로 기억하게 했던 작위적인 노력 특정한 문장, 문구, 전후 맥락을 생략한 채로 가공하면 악마를 만들 수 있기에 또한 누구든 그리될 수 있다. 플커라인하르트의<마키아벨리: 권력의 기술자, 시대의 조롱꾼>(북캠퍼스, 2022)의 핵심은 악행과 잔인함은 공익을 위해서라면 서슴없이 활용하라는 말이다. 또 하나 철학자 니체나 유대인 출신의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마키아벨리를 호의적으로 봤다고 하는데, 아마도 마키아벨리가 하고 싶은 말뜻을 제대로 이해하였기 때문은 아닌가 싶다.
지금 마키아벨리를 읽어야 할 이유 "나"를 지키기 위해
지금 우리가 마키아벨리를 읽어야 할 이유는 차고도 넘쳤다. "나"을 지키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라는 답이 가장 편안할 듯하다. 이 책은 지금까지 여러 저자들이 쓴 <군주론>론과는 조금 맥을 달리하는데 최근에 나온(이시한의 <아주 개인적인 군주론>(21세기북스, 2023) 나 인문학자 김태현의<군주론 인생 공부> (파스칼, 2024), 사기와 사마천 연구자 김영수의 <한 번만 읽으면 여한이 없을 한비자> 등과 비교해가면 읽어보면 어떨까 싶다. 아주 흥미로운 단서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책표지의 카피, 혼군의 거부, 명군은 소통, 우리 시대 진짜 주인은 누군인지를 묻는 책, 군주론은 백성론이라는 말이 핵심이며,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한국 정치의 한 장면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