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그리운 기억, 남겨진 사랑
이 책은 제8회 디멘시아 문학상 수기 부문 4개의 작품(김정회, 이종건, 김상문, 손윤희)이 실린 두 번째 이야기다. 치매(癡?=모두 어리석다는 의미다)라는 부정적 의미는 바뀌어야 할 용어다. “디멘시아”로 표기할 수도 있고 “인지 기능저하증” 혹은 “인지증”으로, 개호란 말은 이미 간병이나 돌봄으로 바뀌었는데. 아무튼, 치매란 용어는 여전히 쓰고 있다. 가치 중립적이라 생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은 것인지, 한자어로 치매란 어리석다는 의미 가 아니라 낙인이다. 문화적으로 인사불성, 넋을 놓아버린 상태라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는 목숨만 부지한 그런 몹쓸병이라 인식하는게 사회통념이다.
아무튼 “치매”라는 용어를 쓴다. 어머니와 32년째 함께 걸어온 김정회의 ‘거꾸로 걷는 그림자’, 이정건의 ‘사랑의 궁극’, 김상문의 ‘나만의 치매 대처 방법: 알면 걱정할 것 없다’ 그리고 손윤희의 ‘다정한 말 한마디’ 저마다 제각각의 사연으로 자신의 운명이거니 하면서 받아들이는 돌봄, 노노돌봄 시대, 돌봄의 극한, 자식들에게 그리고 늙고 힘없는 배우자에게 짐이 돼버린 사람들, 어느 날 갑자기 잃어가던 기억이 잠시 되돌아오곤 한다. 기억의 조각이, 그러다 다시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 그런 상태로. 그래서 이런 현상을 옛날에는 치매, 어리석게 변해버린다는 의미로, 백세 시대를 맞이하게 된 지금은 노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다. 문학을 통해 치매를 앓고 있는 이들과 그 가족들에게 이른바 치매 인식개선 차원에서 2021년부터 공모가 진행된 디멘시아 문학상의 수기 부문의 작품들, 우리는 작품의 행간에서 현실을 읽어야 할 듯하다. 지금까지는 이렇게라도 견뎌냈다. 이제 앞으로는 어떻게 할 것인지, 실린 글들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서는 이런 생각이 맴돈다.
거꾸로 걷는 그림자에 드리워진 또 다른 그림자
김정회의 수기다. “삶은 마치 건널목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건너는 과정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황색 신호등에서 기다림과 인내를 배우고, 적색 신호등 앞에서 위험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초록 신호등의 건널목을 건너며 평화와 안전을 배운다. 나는 오늘도 빨간불이 켜진 건널목 앞에서 서성인다.” 우리의 인생 경로를 비유한 것이다.
하얀 종이에 물감을 칠하니 사물과 경치로 변하네. 참 신기하다는 인지기능이 떨어진 어머니, 그림은 어머니의 잃어버린 기억과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 신체 기능이 퇴화하고 늙는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벌어지는 일들, “치매”라는 질병은 단순히 환자 한 사람만이 겪고 감당해나갈 수 있는 질병이 아니다. 이 병은 환자와 가족의 삶에 긴장과 어려움을. 가족의 사랑과 사회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말로 글을 맺는다. 이글 속에는 치매라는 질병의 성격과 돌봄이란 노동, 여성의 가내 노동으로서 당연시된 노동, 그와 겹치는 가족 사이의 정과 의리,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잃어버리는 순간을 치매라고 한다면 그럴 수 있겠다. 이종건의 사랑의 궁극은 작가의 아버지는 94세에 돌아가시기 전까지 누워만 계셨다고, 어머니는 88세로 거제 땅에 부모님을 모셔두고 아내와 아이들이, 그 자신은 다니던 회사를 정년퇴직하고서야 부모가 계신 곳으로 돌아오게 됐다고, 장남인 자신과 아내가 떠안아야 할 돌봄, 그 끝에 아내마저 정신을 놓을 때가 있다니, 이중, 삼중으로 동생이 어머니를 잠시 돌봐주겠다는 말에 해방감을 느낀다.
수기는 치매 인식개선 차원이며, 치매 환자를 돌보는 사람들에 제각각 겪는 어려움, 나만 어려운 게 아니라고, 모두 그렇게 산다고, 시간이 지날수록 잃어가는 기억과 소중한 삶의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위로와 희망을 잃지 않도록.
문학의 세계에서 그려지는 추억, 현실 세계에서는 독박 육아처럼, 독박 돌봄도, 요양원에 입원할 수도 없는 치매 환자를 결국 가족 돌봄을 해야 하지만 이 역시도 임시방편일 뿐이다. 언제까지 국가가 노인복지를 넘어서 긴병 끝이 효자 없다는 말처럼, 치매는 양면성을 지닌다. 경로효친 사상 또한 엷어지고 가구와 가족구조 변화 속에서 가족 돌봄 또한 어려워진다. 결국, 국가의 책무로써 이를 감당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 또한 씁쓸하다. 24년부터 치매 관리센터가 자치단체별로 활동하기 시작했지만, 사회적 돌봄으로까지 확대되지 않고 있다. 문학의 세계는 문학으로, 현실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를 작품 행간에서 읽어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