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개
성지혜 지음 / 문이당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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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논개와 옥이, 주논개를 왜장의 목을 끌어안고, 님에게로 갔다. 남강 푸른 물속으로 


칠순의 진주사람 작가 성지혜, 그의 평생 업이 “논개”를 형상화하는 것이었다. 그의 첫 작품은 “남강”을 20대에 썼으니, 얼추 50년 세월이 걸려 촉석루의 주논개를 소설 속으로 불러와 동무처럼 다정하게 그려낸다. 마치 논개의 사당에 그려진 인물도가 밤이면 빠져나와 작가의 작업실에서 당대의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주듯이, 


논개는 주 씨다. 어릴 적 이름은 ‘옥’ 우리에게 알려진 상식은 그저 역사 교과서에 실린 최경회의 부실이었고, 기생이었으며, 최경회에게 독화살을 날린 적장을 촉석루로 유인하여 그를 끌어안고 남강에 빠져 죽었다는 것이다. 의리와 절개의 상징으로 묘사한다. 하지만, 이 소설 <논개>는 당대 조선의 상황, 임진년에 왜란에 이르기까지 전국적 상황이 나온다. 동인과 서인이 일본에 다녀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동태를 살피고 선조 앞에서는 동인, 서인이 제각각 달리 말하니, 이를 당파성이라 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일 듯... 


최경회와 칠 곱 살 된 옥이와 만남 두 사람의 나이 차이는 40년쯤일까, 손녀와 할아버지뻘쯤 된다. 했다. 소설에서는 왜란의 주요 의병장들이 등장하고, 선조의 우유부단과 의심증도, 사야가 김충선도 등장한다. 논개라는 인물, 당대의 반상의 법도와 삼강오륜, 강상의 법도를 들여다보면서 옥이, 논개를 “내연녀”라 했다. 내연녀라는 당대의 표현이었을까, 아니면 사전에 실린 사실혼 관계였을까, 하지만, 최경회와 논개 사이는 이때까지는 플라토닉러브인 듯, 작가는 왜 ‘내연녀’라는 표현을 썼을까, 


서당 훈장을 하던 아버지 주달문과 어머니 박 씨 사이에서 1574년 선조 7년에 우렁찬 울음소리와 함께 태어난 논개, 아버지가 가르치는 학동들 틈에 끼여 천자문을 떼고, 경전을 익혔다. 어릴 적 이름이 ‘옥’였던 논개가 칠 곱살 무렵에 아버지를 여의고, 엇나간 삼촌 주달무는 어린 조카를 같은 고을에 김풍헌에게 민며느리로 팔아넘기고, 옥이는 엄마 박 씨 손에 이끌려 외가가 있는 경상도 함양으로 피신하였는데, 이곳까지 쫓아온 김풍헌은 모녀를 장수로 끌고 와 장수 현감에게 고소했다. 현감 최경회는 모녀를 무죄방면하고 침방의 관비로 삼아 관아에 머물게 했다. 어린 옥이는 최경회에게 경전을 배우는 한편, 활쏘기도 좋아하는 야생마로, 거듭난다.


남녀가 유별하고, 여성성을 강조하던 시대에 자수나 집안 살림을 배워야 할 나이에 활쏘기하고 경전을 읽는 이른바 깨어있는 여성으로 글쎄다 운명지어진 여인의 길을 벗어나 학문을 닦고 무예를 익히도록 배려한 최경회, 옥이를 향한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나이로는 할아버지와 손녀뻘이 되는데 말이다. 최경회의 아내는 여성 특유의 감으로 옥이를 질투했다고... 옥이 마음에 현감 최경회는 정인으로 자리한 듯, 


김시민 진주목사, 그는 진주성을 지켰지만, 중과부적으로 왜군에게 당하고, 의병으로 골자 부대라는 정식칭호를 받아 항전했던 최경회는 같은 고종후, 김천일 등과 함께 남강에 뛰어들어 순절하고, 끌려간 백성들은 일본을 거쳐, 마카오로, 유럽의 여러 나라로 노예로 팔려간다. 전쟁이 남긴 상처는 피지배계층이 오롯이 떠안아야 했다. 

분연히 일어선 논개는 결사대를 꾸려 최후의 항전을 하는데. 그리고 최경회에게 독화살을 쏜 왜장 게야무로 로구스케를 유인하여 그와 함께 남강에 몸을 던진다. 그가 빠져나올 수 없도록 구리 가락지를 끼고.. 


"촉석루에 삼장사 모여

강물 가리키며 한잔 술에 씁쓸한 웃음

강물은 도도히 흐르나니

그 물결처럼 불사의 혼은 마르지 않으리"


이런 시를 남기고 순절한 삼장사, 논개는 최경회에게 속삭인다. 님아, 조금만 기다리세요. 저의 맥박처럼 님에게 달려갈게요라며, 


도대체 무엇 때문에 백성을 버린 주군을 위해 싸웠을까?, 조상 땅을 지키기 위해, 사명당 유정이 왜 승려들이 칼을 들었을까? 백성이 죽어가는 것을 지켜볼 수 없어서라고, 그렇다. 백성을 버리고 제 목숨 구하겠다고 도망간 왕을 위해서가 아니다. 모두 지켜야 할 것이 있었기에, 왜군에 맞서 싸웠다. 왜장 김충선(사야가)는 조선에 건너오자마자 철포군을 데리고 조선에 투항하는데, 작가는 그가 문화의 나라 선진의 나라였기에 조선에 살겠다고 했다. 당대 일본 안에서의 지위 불안정과 숙청당할 우려도 없지는 않았을 터, 전쟁이란 모두에게 이렇게 모진 재난이요 재앙이다. 논개와 함께했던 이름 없는 백성이 진주에 남강에 촉석루에 자신의 기억을 모아두고, 후세의 소설가들이 그들의 애환을 끄집어내어 주기를 바라기나 한 듯이, 


이 소설은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박제화된 교과서 속 “임진왜란”이 아니라, 전국에서 들고 일어섰던 무영씨들의 목소리를, 아기자기한 사랑 이야기와 노류장화의 길을 걸었던 여인들, 논개의 동무들... 


소설 제목은 <논개>이지만, 임진왜란 당시의 왜군에 대항하여 싸우는 민초들의 이야기다. 우리에게 잊혀진 이름없는 사람들이다. 역사는 조선이란 나라를 위해 싸웠다지만, 실은 그들은 가족과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싸웠을 뿐이었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논개가 왜 논개였을까, 후세는 왜 논개를 역사적 인물로 추승했을까?, 단지 최경회의 복수를 했다는 게 아니라, 일본군과 맞서 싸우는 결기가 때문이었을 것이리라. 자신의 운명을 개척한 여성이었기에 그러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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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항선 하나에 두 명의 사냥꾼
    고호 지음 / 델피노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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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제목부터가 흥미롭다. 밀항선 하나, 거기에 두 명의 사냥꾼이 탔을까? "왜"라는 호기심이 책 앞으로 끌어당긴다. 밀항선 하나에 두 명의 사냥꾼,

    고호의 장편소설<밀항선 하나에 두 명의 사냥꾼>, 지그문트 바우만의 흔들리는 세상 “액체 현대”라는 불확실, 불안정의 시대를 아우르는 개념의 중요 요소인 ‘소비사회’에서 행복의 척도는 “돈”이다. 물신숭배, 조정래 표현을 빌리면 <황금종이>가 모든 견고한 가치가 무너뜨려 흐물흐물한 액체로 변해버린 것이다. 소비가 삶의 본질이 되기에 돈은 행복의 필수 요소다. 신자유주의는 곧 각자도생을, 노동자 계급의 분화의 요인 또한 “돈”이기에, 돈만 있으면 행복할 것으로 믿고, 끊임없이 소비하는 나, 소비하기 위해 돈을 벌며 지쳐가는 나, 그렇지만 여전히 돈이 있어야 행복하다고 믿는 나와 너, 그리고 우리는 악순환의 굴레에 빠져든다.

    이 소설은 돈을 둘러싼 이야기다. 사람이 일반적으로 지닌 신념은 돈 앞에서 어떻게 무너지는가?, OTT(넷플릭스)에서 상영하는 영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두 부패 경찰이 검은돈에 손을 대려한다. 먹고 살기 힘든 세상, 아내의 병구완과 자식 수술비 마련을 위해... 하지만 그 위에 나는 놈이 있었으니, 이 소설의 흐름과도 흡사, 적어도 “돈”에 관해서는 말이다. 만능 해결사인 “돈”, 경찰대학을 일등으로 입학한 똘똘한 삼십 대 후반의 양태열 경감, 조직폭력 전담수사반을 지휘해 왔다. 가끔 대한민국 사회 정의를 위해 악을 일소한다는 뜨거운 열정이 누군가를 불편하게 해, 일명 꼴통으로 취급되는데... 얼마전 건설사를 협박한 조폭들을 잡아들이는데, 이 과정에서 건설사가 담당 공무원에게 뇌물을. 건설사는 조용히 흐지부지 처리를 바라고, 우여곡절 끝에. 힘없는 경찰 코스프레이에 양태열은 좌천, 남해안 시골 파출소장으로 전근하면서부터, 사건은 시작되는데,

    가짜 최영춘이 한국으로 들어오게 된 계기가 도입부를, 그리고 세월이 얼마나 흘렀을까?, 양태열이 근무하는 시골 파출소, 기술학원 이사장의 부인 최영춘으로 위장한 그녀(진기심)는 기술학원에서 빌붙어 먹고 사는 이사장의 사촌 동생들 앞에 나타나고, 밀항선 한 척을 발견한 양태열, 러시아 여성과 중국 여성을 싣고 있었는데...

    밀항선 하나에 두 명의 사냥꾼, “스파이크 피트” 전쟁터의 위장 전술, 함정을 파놓고 그 안에 죽창을 세워, 함정에 빠지는 순간 죽음을... 거미줄처럼, 이야기의 흐름은 말단 마약 운반책의 기막힌 전략과 전술로 그를 얕잡아 본 조직의 큰돈을 꿀꺽해버리는데, 치밀하게 동조자를 함정 빠뜨린다. 기막힌 사냥꾼인 셈이다. 이를 잡기 위한 경찰 역시 또 한 명의 사냥꾼이다, 이들의 두뇌 싸움인지 뭔지를 모르겠지만, 아무튼 소설의 몰입도는 좋다.

    이제 아메리칸드림이라는 꿈과 희망의 상징이 코리안 드림을 바뀌는 중인가?, 여전히 알 수는 없지만, 마약에서 더는 자유롭지 못한 나라, 좁은 땅덩어리에 치밀한 치안망과 사방을 지켜보는 CCTV를 뚫고, 마약상은 자유자재로 한국을 넘나든다. 이 소설은 마치 위에서 말한 영화<더러운 돈에 손대지 말라>나 박보검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굿보이>의 러시아마피아, 중국의 조선족, 그리고 한국의 세관원, 이렇게 국제적인 마약밀매단의 어두운 활동에 한국 국가대표 출신들, 좌천되고 조직에서 꼴통을 취급당하는 이들이 모여 특수팀을 만들어 활동하듯이...

    이 소설에 등장하는 가짜 최영춘은 진짜 최영춘의 몸종 일을 해오면서,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한 여성이 중국의 마약밀매단에 속아 한국으로 밀항하고, 한국에서 만난 남자, 동거남은 가정폭력을 휘두른다. 신분을 위장하면서 한국 사회에서 십수 년을 맨 밑바닥의 마약 운반책으로 활동하면서, 한 몫을 꿈꾸는, 인정욕구에 목말라하는 그저 뻔한 스토리로 그칠 뻔 했지만, 여기에 한국의 엘리트 경찰의 좌절을 통해, 그러면서도 경찰 본능으로 범죄자를 쫓는 태열을 통해 경찰의 생리 구조와 마약밀매단의 그것이 별반 다르지 않음을, 권력과 돈의 이중주가 누군가를 힘있고 능력있는 사람으로 포장해준다는 불편한 이야기를 거침없이 토해낸다. 독립운동을 하다 쫓겨 만주로, 이들은 중국에서는 업둥이요, 한국 사회에서는 이부형제라는 현실, 어쨌든 사연팔이 그 이면에 감춰진 무서움은 한 때 무엇을 했냐가 아니라 지금, 현재, 이미 방향을 잃고 흔들리는 군상이 어디까지 변할 수 있는지를... 이 소설의 바탕을 이루는 "액체 현대"와 "소비 사회"의 모습을 본다.

    지은이 고호는 “돈”이란 “황금종이” 앞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무너지는지, 항공사의 스튜어디스(크루 혹은 캐빈)이었던 28세의 여성 "서현"을 통해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갑질을 하는지, 또 그녀의 가치기준이 "돈"임을, 평범을 가장한 똑똑한 여성이 얼마든지 악마가 될 수 있음을, 인간 내면의 선과 악의 구별은 그저 그런 것이다. 이 소설은 전체로써 불편한 한국 사회의 모습을 그린다. 돈과 권력이면 프리패스가 가능한 사회, 투철한 경찰 역시도 심적갈등을 느끼는 심리묘사 등이 몰입도를 높여준다.

    마약 공화국 한국으로 가는 길목에서 한 방을 노리는 이들의 심리적 갈등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여전히 한국은 ‘액체 현대’의 ‘소비 사회’의 표상인 ‘돈’ 공화국이다. 황금 종이의 나라, 무엇을 위해 싸울 것인가, 누구를 위해 헌신할 것인가, 직업적 윤리관도, 그 무엇도 없는 무법천지라는 민낯을 보여준다. 타인은 지옥이란 말처럼, 흔들리는 정체성, 불확실하고 불안한 현대 사회의 또 다른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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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로 보는 1분 철학 관계수업
    서정욱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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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우주, 자연, 인간이 무엇인가에 답하는 게 철학의 과제

    철학사에서는 철학의 과제를 우주, 자연, 인간이 무엇인가에 답하는 것이라 한다. 고대철학자들은 우주를 관측을 기구도 자연을 연구를 과학적인 이론도 부족하여 인간 문제에 눈을 돌리게 된다. 서양철학의 아버지 탈레스, 그의 철학의 시작은 과학적 사고방식이었지만, 아테네 중심으로 철학이 시작되면서는 ‘대화’로 인간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지은이의 중요한 지적, 철학자들은 누구의 스승이거나 후견인으로 권력자의 주변에서 권력을 극대화할 수 있게 돕기도 했지만, 권력자와 관계는 단순화 배경이 아닌 사유를 통한 투쟁의 장이자 협력관계였다. 권력자는 철학자에게 배운 인간관계를 자신의 세계로 해석하였고,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쳤다는 점이다.

    이 책<만화로 보는 1분 철학 관계 수업>은 철학자의 인간관계를 10명의 철학자를 골라 각자의 인간관계 특징을 장으로 구분하여 살펴본다. 1장, 소피스트였던 프로타고라스처럼‘자신을 보호하는 법’, 2장, 제논처럼‘이성’으로 나를 지키는 법, 3장, 아리스토텔레스처럼‘덕’을 실천하는 법, 4장 아우렐리우스처럼‘적’을 만들지 않는 법, 5장. 볼테르처럼‘의견이 달라도’ 대화할 수 있는 법, 6장. 칸트처럼‘의무’로 관계를 지키는 법, 7장. 쇼펜하우어처럼‘행복’을 추구하는 법, 8장. 니체처럼‘힘의 관계를 직시’하는 법, 9장. 사르트르처럼‘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는 법, 10장. 레비나스처럼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



    철학자들이 생각하는 “인간관계”란

    궤변론자로 해석되는 소피스트로서 절대주의와 상대주의론으로 유명한 프로타고라스는 ‘인간은 만물의 척도’라고 했듯이, 그는 인간관계를 배려도 중요하지만, 그전에 내 중심을 잡는 것도 무너지지 않을 기반을 만드는 게 먼저라고, 그는 어렸을 적 시장에서 짐을 나르는 일을 하면서 깨달은 것은 기술이 아니라 삶을 버티는 논리였다. 그의 인간관계는 ‘따뜻함’과 ‘거리 두기’를 함께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인간관계를 다루는 심리학에서 ‘바운더리’라는 말, 자기중심을 우선 잡지 않으면 타인에게 휘둘리는 삶이 된다고 했듯이 2천 년도 넘은 생각이 지금도, 아마도 이런 연유로 고전과 철학은 늘 현대로 소환되고 이어지는 모양이다.

    제논은 체면이 밥 먹여 주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가 남을 만나고 대화할 때 가장 방해되는 게 바로 ‘나를 어떻게 볼까?’라는 체면이다. 체면을 신경 쓰면 진심도 못 전하고, 상대도 편하게 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감정을 억제할 수 있을 때가 돼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짜 관계가 생긴다고 했다. 사르트르의 다른 사람시선에서 자유로워지기와 레비나스처럼 다른 사람 이해하기와도 이어진다.

    이렇게 하나둘 철학자들의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공통으로 “나”다. 나를 중심으로 즉, 내 삶의 주인공은 나라를 정체성이 없으면, 내 인생의 주인공 자리에 다른 사람을 앉히고 그의 말에 따라 사는 삶을, 이런 환경을 가스라이팅(가스라이터와 가스라이티,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이며,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의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이(로빈스턴<친밀한 파괴자>, RHK, 2025),



    아리스토텔레스처럼 덕을 실천하는 법에서는 이렇게 인간관계 속에서 ‘딱 여기까지’라는 노란 선을 그어야 한다고 했다. 알렉산더대왕이 제국 경영의 밑바탕을 이룬 것은 바로 노란 선을 지켰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경계선 이른바 바운더리를 그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관계와 다양한 만큼 덕목이 다르지만 공통으로 통하는 건 노란 선이다. 유학의 가치체계였던 삼강오륜 역시 그러하다. ‘분수’와‘처지’ 즉, 평등의 문제와는 다르지만, 이야기의 핵심은 ‘나’라는 관점에서 보면 수평적이요 보편적이라는 말이다. 칸트의 의무라는 말 역시도 선한 의지(행동의 핵심 동기)는‘의무’를 따르는 데서 나온다는 말이 핵심이다. 인간관계에서 서로를 존중하는 건 기본적인 의무라고 한다. 이 역시 똘레랑스와 맥락이 이어진다.



    철학자가 생각하는 인간관계란 결국에는 ‘나’를 챙기고, 내 삶의 주인공으로 ‘나’를, 따뜻함과 거리 두기, 거리 두기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노란선’심리학에서 말하는‘바운더리’칸트의 선한 의지인 ‘의무’와 다 통한다. 어차피 철학에서 갈라져나온 심리학이니 이런 사고를 하는 것도 당연할지 모른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게 여간 힘든일이지만, 1분 만에 나라면 어떨까라는 계기를 안겨주는 이 책 만화와 1분이라는 키워드에 눈길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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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쓸모 있는 사고를 위한 최소한의 철학 - 철학의 문을 여는 생각의 단어들
    이충녕 지음 / 쌤앤파커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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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학은 어떻게 시작하나요?, 정답은 없다.

    이 책<쓸모 있는 사고를 위한 최소한의 철학>은 거꾸로 읽으면, 쓸데 없는 생각을 버리면 된다는 것인데, 무엇을, 또 어떻게 버리고, 무엇을 남길 것인가, 그것도 최소한으로, “철학의 문을 여는 생각의 단어들”이 최소한의 것이다. 이를 화두 삼아 점차 생각을 키워나가면 나만의 철학이, 지은이가 적은 “가볍게 걸어도 멀리 갈 수 있도록 당신의 철학 여행을 시작하는 사유의 첫걸음”과도 맥락이 통할 듯 싶다. 지은이는 철학의 핵심 지점을 나타내는 개념을 정리하고 이를 길을 안내하는 지도라 했다. 지도를 따라 가면 다행히도 시행착오는 겪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지은이는 철학자들이 당연한 듯 무심코 자주 던지는 말, 그 안에 어떤 의미와 맥락이 있는지를 풀어낸다.

    이 책 구성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5장으로 엮었다. 1장 ‘결국 세상만사를 설명하고 싶어서’에서는 철학의 시작, 만물은 변한다고 갈파했던 철학의 아버지 탈레스에서, 형이상학의 헤라클레이토스, 소피스트, 이데아의 탐구의 플라톤까지, 2장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는 좋은 삶에 대하여, 아리스토텔레스, 다양한 삶의 기준을 말한 에피쿠로스학파, 스토아주의 피론주의, 고백하는 철학의 아우구스티누스, 신앙과 이성의 토마스 아퀴나스, 3장 ‘내가 나인가? 너는 너인가?’에서는 데카르트, 홉스와 로크, 스피노자, 라이프니츠, 버클리와 흄의 철학을, 4장 ‘우리의 세계를 만든다’에서는 칸트와 헤겔, 마르크스, 쇼펜하우어와 니체, 벤담과 밀, 5장 ‘그럼에도 우리는 나아간다’에서는 비판의 철학 호르크하이머, 타인은 지옥의 사르트르와 레비나스, 언어와 실재의 경계 비트겐슈타인, 현상이라는 세계의 후설의 실증주의, 실용성의 제임스, 철학은 현재 진행 중, 수행성의 버틀러와 실재론의 가브리엘, 이들이 표현하는 단어와 철학자를 짝지어 설명한다. 어차피 이 책 분량으로는 모든 걸 다 남아낼 수 없으니,

    세기별로 중요한 철학자들을 골라놓았다. 자연철학, 존재, 인본주의 이데아, 이레테, 아타락시아, 변증론, 자연법, 심신이원론, 실체, 모나드, 관념론, 선험, 변증법과 시대정신, 의지와 표상 그리고 초인, 공리주의, 이성, 실존과 타자, 언어놀이, 실증주의, 실용주의, 수행성과 실재론 등의 개념으로 들여다보는 철학의 길들,

    분열이 극으로 치닫는 시대에 필요한 것은 “철학”

    공동체 안에서 서로 양보하고, 이해하며 작은 차이를 극복하고, 심하면 똘레랑스의 태도와 자세, 세상은 주인공은 “나”이지만 또 다른 나, 즉 타인 또한 사회의 주체이며 그의 인생의 주인공이다. 상호존중, 철학은 뭔가를 외우고 행동강령으로 삼는 게 아니라, 그 무엇을 생각하는 것이다. 나와 생각이 다르면 적으로 규정하는 사회, 왜, 존재라는 개념을 몰라서일까?, 아니면이성과 실존을 몰라서일까? 때로는 이 말이 들어맞는 경우도 있지만, “무지”에서 비롯된 것일 때가 많다. 나는 세상을 어떤 틀로 보고 있는가?, 철학은 세상을 보는 여러 틀 가운데 과연 무엇이 합당한지를 경쟁하면서 생겨났다.

    세상만사의 근원을 찾으려는 자세

    튀르키예에서 생겨난 서양철학, 철학의 아버지라 불린 “탈레스”를 밀레토스의 이오이나파라 부르고 자연철학자라 한다. 학자들은 그를 뮈토스(신화)에서 로고스(이성)으로 전환을 이루었다고 평가, 신비주의가 아닌 이성적 추론을 통해 자연 속 관계를 밝히려 했다. 이 학파의 가장 중요한 개념 은 아르케 즉 시작 혹은 근원으로 세상만사의 근원을 찾으려는 자세다. 서양철학사에서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 흔히 탈레스에서 소크라테스를 거쳐 니체에 이른다는 철학의 줄기, 소크라테스에서 니체 사이에는 2,300여 년이란 시간동안 활동했던 철학자만도 헤아일 수없을 만큼, 이 중에 30여 명, 단순계산으로 적어도 두 세대 혹은 세 세대에 걸쳐 걸출한 철학자가 나왔다는 말이다.

    소피스트의 시대

    상대주의, 회의주의의 대표적인 소피스트 트라시마코스는 “정의란 강자의 이득일 뿐이다”라고, 그가 생각하는 철학자들은 비실용적이고 위선적이었다. 무엇이 진짜 정의인지 알아내지도 못하면서 마치 고상한 정의가 존재하는 것처럼 말하기에,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고 정의 같은 가치를 앞세워 자신의 행동에 의미를 부여할 뿐이라고 질타했다. 인본주의를 말한 프로타고라스, “인간이 만물의 척도다”상대 혹은 관점주의다. 모든 사람을 초월한 절대적인 진리를 존재하지 않는다고, 우리는 여전히 절대와 상대주의에서 흔들리고 있는 것 보면, 이 또한 아주 중요한 개념이지 않을까,

    유럽의 철학적 전통은 플라톤 사상아래

    이렇게 흘러흘러, 플라톤에 이르면 아주 다양한 이데아(감각세계 너머에 있는 실재이자 사물의 원형)를 만나게 된다. 인간의 이데아, 토끼의 이데아, 추상적 개념의 이데아까지, 서양철학사에서 플라톤 사상은 거대한 그늘을 만들었다고, 화이트 헤드라는 철학자는 “유럽의 철학적 전통을 가장 안전하게 일반화해서 정리하자면, 플라톤에 대한 각주로 이뤄져 있다는 것이다.”플라톤은 정의와 조화를 연결한다. 사람들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사회가 곧 정의로운 사회라는 것이다.

    철학은 현재 진행 중

    수행성을 말하는 주디 버틀러, 이는 어떤 관념이 처음부터 규정된 게 아니라 사람들의 행위에 따라 구성돼가는 성질로 젠더를 제시한다. 젠더는 생물학적 성과 달리 시간에 따라서 변해가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남자는 이래야 돼, 여자로 태어났으면 이렇게 살아야 해라는 규정 속에서 살다보면 나중에는 완전히 다른 젠더가 태어날 수 있다는 해체적인 사고방식이다.

    실재론의 가브리엘은, 나의 의식에서 독립된 무엇인가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나말고 다른 사람이 존재하고 하늘에 구름이 실제 존재한다고 믿으면 실제론을 지지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내 의식에서 독립된 그 무엇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냐는 것이 문제다. 우주관찰 속에서 나타나는 것들이라서, 아무튼 알쏭달쏭하다. 우리가 잘 안다고 생각하는 철학자들, 정작 이름도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은 그들이 주장하는 핵심이 담겨있어 꽤 유용하다. 아는 척하기에 딱 좋은 수준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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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집 강아지에게 양자역학 가르치기 - 나의 첫 양자 수업 프린키피아 2
    채드 오젤 지음, 이덕환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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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양자역학 100년, 미시세계의 신비

    2025년은 유엔이 정한 ‘세계 양자 과학기술의 해’다. 양자라는 개념은 여전히 어렵다. 양자역학은 우리가 눈으로 볼 수도 없고, 손으로 만질 수도 없을 정도로 미시세계를 설명하는 물리학이다. 우리의 눈으로 또 감각으로 직접 경험하고 확인할 수 있는 테니스공이나 장난감, 난로와 얼음 조각, 자석과 전깃줄 등 모든 물체의 물리학으로 맨눈으로 볼 수 있는 크기를 가진 모든 물체는 고전 물리학의 법칙에 따른다. 우리가 익히 하는 뉴턴의 고전역학이다. 그런데 현대 물리학은 우리 일상에서 벗어나 세상을 설명한다. 하나는 상대성이론이고 또 다른 하나는 양자 물리학이다. 아주 작아서, 고전 물리학 전자기 파동으로 설명하는 빛의 물리학에도 양자역학이 필요하다. 양자역학 덕분에 태양이 밝게 빛나고, 장미꽃이 붉은 이유도 알게 됐다. DNA 역시 양자역학으로.

    이 책은 양자역학에 관한 핵심을, 인간보다 편견도 선입견도 없는 “강아지” 에미를 등장시켜 설명한다. 양자역학적 상태에 관한 해석도 다양해지고 복잡해진다. 양자역학으로 설명하는 시스템은 어떤 허용 상태의 중첩으로 존재한다. 측정하기 전에는 시스템이 어떤 허용 상태에 있는지를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 없다. 우리는 잘 모르는 것은 신비스럽게 여긴다. 점차 정체를 알게 됨에 따라 신비감은 떨어지지만, 그리 단순하지 않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역설, 상자 속의 고양이가 살아있기도 하면서 동시에 죽어 있기도 하다는 의미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래서 역설이지만, 중요한 것은 “선입견” 없이 봐야 한다.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10개 주제다. 이를 장으로 묶어 10장 체재다. 1장 입자-파동 이중성 2. 하이젠 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 3장 코펜하겐 해석, 4장 다중 세계 해석, 5장. 양자 제논 효과, 6장. 양자 터널 현상, 7장에서 9장은 양자 이론의 가장 이상한 예측도 실험적으로 확인됐음을 보여준다. 7장. 양자 얽힘, 8장, 양자 공간 이동, 9장. 가상 입자와 전기동력학, 10장. 양자 물리학의 오용을 다룬다. 다행히도 책 뒤쪽에 용어설명과 참고서적 목록이 실려있어 양자 물리학의 전체 얼개를 조감해볼 수 있다.

    양자 물리학은 질과 차원이 다른 세계

    막스 플랑크가 1900년에 양자라는 말을 사용했고, 1905년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그는 양자 이론을 정립한 공로로 노벨상을, 이후 한 세대가 지나서 양자역학 이론이 완성된다. 수소 원자에 대한 최초의 양자 모형을 만들었던 닐스 보어, 리처드 파인만, 줄리안 슈잉거,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 에르빈 슈뢰딩거의 고양이 역설, 휴 에버렛의 다중 세계 해석에서 평행 우주와 같은 양자 이론의 개념은 SF 드라마로 우리의 상상력을 같은 시간대 다른 세계에서 나와 똑같이 생각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 존재한다면... 이런 게 가능하다는 설명이기에 꼬꼬무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우리 일상의 편의를 더해주는 것들, 실은 양자역학 때문이다. 전자의 양자역학적 본질을 이해하지 못했다면 컴퓨터를 움직이는 반도체 칩은 만들지 못했을 것이기에, 양자 물리학은 과학의 세계에 머물지 않고, 우주와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의 성질에 대한 한계,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철학 문제도, 피라미드 등 세계의 불가사의로 여겨지는 것들의 탄생 배경을 밝힐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신비스러운 모든 것은 설명할 수 있게 돼, 신비스럽지 않게 될지 모르겠다.

    강아지도 이해하는 불확정성 원리

    지은이와 강아지 에미의 대화 속으로 들어가 보자. 에미가 이해한 불확정성 원리, “제 뼈를 찾을 수 없어요. 제 뼈는 어디에 있는지 아세요?”라고 에미는 지은이에게 묻는다. 지은이는 뼈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얼마나 빨리 움직이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려줄 수 있다고 답한다. 이 말이 무슨 말인고, 단순히 측정 자체가 시스템의 상태를 바꾼다는 뜻이 아니라, 우리가 측정할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어 위치와 운동량을 측정할 때까지는 위치와 운동량이 정의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모든 것이 측정의 효과라고 해석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잘 정의된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그런 것이다. 실제, 양자 이론에서는 물리량이 분명한 값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정확하게 정의되지 않기 때문에 불확실하다”라는 뜻이다. 이 자체도 오해한 경우가 실제로 많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불확정성은 측정의 세부적인 과정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점, 양자 불확정성은 양자 물체가 입자와 파동의 성질을 모두 가지고 있어서 나타나는 결과로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근본적인 한계라는 것이다. 여기서 철학과 충돌하고, 고전 물리학 목표나 기초와 정면충돌한다. 불확정성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3장 코펜하겐 해석과 4장 다중 세계의 해석에서 다루는 측정과 해석의 문제를 비롯한 물리학을 완전히 새로 이해해야 한다.

    보는 것이 전부라는 코펜하겐 해석

    파동함수, 허용 상태, 확률, 측정 이 네 가지 개념은 양자론의 핵심 요소다. 그런데 어떤 확률에서 측정의 결과를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를 설명해주는 수학적 과정이 없다. 물체의 허용 상태에 대한 파동함수를 계산하기 위해 슈뢰딩거 방정식을 사용하고, 확률 분포 계산을 위해 파동함수를 사용한다. 문제는 확률 분포만으로 측정 결과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양자 이론에서 첫 번째 해석은 덴마크의 닐스 보어가 개발했기에 코펜하겐 해석이라 이름 붙였다. 여기서 나오는 것이 슈뢰딩거의 고양이다. 보어는 밀폐된 상자에 고양이와 함께 1시간 안에 50퍼센트의 확률로 붕괴하는 방사성 원자와 원자가 붕괴하면 독가스를 뿜어내 고양이를 죽이는 장치를 넣은 악마의 실험을 했다. 코펜하겐 해석에 따르면 고양이를 설명하는 파동함수에는 ‘살아있는 상태와 ’죽어 있는 상태‘가 똑같이 들어있지만, 상자를 열어보면 파동함수는 두 상태 중 어느 하나로 붕괴할 것이다. 죽어 있는 동시에 살아 있는 고양이는 뭐란 말인가?

    자, 이 정도면 이 책을 읽어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 싶다. 강아지 에미와 우리가 느끼는 의문은 같을까 아니면 다를까? 양자역학이란 무엇인가, 여전히 어렵지만, 어렵기에 뭔가 이해되는 방법을 찾아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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