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논개와 옥이, 주논개를 왜장의 목을 끌어안고, 님에게로 갔다. 남강 푸른 물속으로
칠순의 진주사람 작가 성지혜, 그의 평생 업이 “논개”를 형상화하는 것이었다. 그의 첫 작품은 “남강”을 20대에 썼으니, 얼추 50년 세월이 걸려 촉석루의 주논개를 소설 속으로 불러와 동무처럼 다정하게 그려낸다. 마치 논개의 사당에 그려진 인물도가 밤이면 빠져나와 작가의 작업실에서 당대의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주듯이,
논개는 주 씨다. 어릴 적 이름은 ‘옥’ 우리에게 알려진 상식은 그저 역사 교과서에 실린 최경회의 부실이었고, 기생이었으며, 최경회에게 독화살을 날린 적장을 촉석루로 유인하여 그를 끌어안고 남강에 빠져 죽었다는 것이다. 의리와 절개의 상징으로 묘사한다. 하지만, 이 소설 <논개>는 당대 조선의 상황, 임진년에 왜란에 이르기까지 전국적 상황이 나온다. 동인과 서인이 일본에 다녀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동태를 살피고 선조 앞에서는 동인, 서인이 제각각 달리 말하니, 이를 당파성이라 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일 듯...
최경회와 칠 곱 살 된 옥이와 만남 두 사람의 나이 차이는 40년쯤일까, 손녀와 할아버지뻘쯤 된다. 했다. 소설에서는 왜란의 주요 의병장들이 등장하고, 선조의 우유부단과 의심증도, 사야가 김충선도 등장한다. 논개라는 인물, 당대의 반상의 법도와 삼강오륜, 강상의 법도를 들여다보면서 옥이, 논개를 “내연녀”라 했다. 내연녀라는 당대의 표현이었을까, 아니면 사전에 실린 사실혼 관계였을까, 하지만, 최경회와 논개 사이는 이때까지는 플라토닉러브인 듯, 작가는 왜 ‘내연녀’라는 표현을 썼을까,
서당 훈장을 하던 아버지 주달문과 어머니 박 씨 사이에서 1574년 선조 7년에 우렁찬 울음소리와 함께 태어난 논개, 아버지가 가르치는 학동들 틈에 끼여 천자문을 떼고, 경전을 익혔다. 어릴 적 이름이 ‘옥’였던 논개가 칠 곱살 무렵에 아버지를 여의고, 엇나간 삼촌 주달무는 어린 조카를 같은 고을에 김풍헌에게 민며느리로 팔아넘기고, 옥이는 엄마 박 씨 손에 이끌려 외가가 있는 경상도 함양으로 피신하였는데, 이곳까지 쫓아온 김풍헌은 모녀를 장수로 끌고 와 장수 현감에게 고소했다. 현감 최경회는 모녀를 무죄방면하고 침방의 관비로 삼아 관아에 머물게 했다. 어린 옥이는 최경회에게 경전을 배우는 한편, 활쏘기도 좋아하는 야생마로, 거듭난다.
남녀가 유별하고, 여성성을 강조하던 시대에 자수나 집안 살림을 배워야 할 나이에 활쏘기하고 경전을 읽는 이른바 깨어있는 여성으로 글쎄다 운명지어진 여인의 길을 벗어나 학문을 닦고 무예를 익히도록 배려한 최경회, 옥이를 향한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나이로는 할아버지와 손녀뻘이 되는데 말이다. 최경회의 아내는 여성 특유의 감으로 옥이를 질투했다고... 옥이 마음에 현감 최경회는 정인으로 자리한 듯,
김시민 진주목사, 그는 진주성을 지켰지만, 중과부적으로 왜군에게 당하고, 의병으로 골자 부대라는 정식칭호를 받아 항전했던 최경회는 같은 고종후, 김천일 등과 함께 남강에 뛰어들어 순절하고, 끌려간 백성들은 일본을 거쳐, 마카오로, 유럽의 여러 나라로 노예로 팔려간다. 전쟁이 남긴 상처는 피지배계층이 오롯이 떠안아야 했다.
분연히 일어선 논개는 결사대를 꾸려 최후의 항전을 하는데. 그리고 최경회에게 독화살을 쏜 왜장 게야무로 로구스케를 유인하여 그와 함께 남강에 몸을 던진다. 그가 빠져나올 수 없도록 구리 가락지를 끼고..
"촉석루에 삼장사 모여
강물 가리키며 한잔 술에 씁쓸한 웃음
강물은 도도히 흐르나니
그 물결처럼 불사의 혼은 마르지 않으리"
이런 시를 남기고 순절한 삼장사, 논개는 최경회에게 속삭인다. 님아, 조금만 기다리세요. 저의 맥박처럼 님에게 달려갈게요라며,
도대체 무엇 때문에 백성을 버린 주군을 위해 싸웠을까?, 조상 땅을 지키기 위해, 사명당 유정이 왜 승려들이 칼을 들었을까? 백성이 죽어가는 것을 지켜볼 수 없어서라고, 그렇다. 백성을 버리고 제 목숨 구하겠다고 도망간 왕을 위해서가 아니다. 모두 지켜야 할 것이 있었기에, 왜군에 맞서 싸웠다. 왜장 김충선(사야가)는 조선에 건너오자마자 철포군을 데리고 조선에 투항하는데, 작가는 그가 문화의 나라 선진의 나라였기에 조선에 살겠다고 했다. 당대 일본 안에서의 지위 불안정과 숙청당할 우려도 없지는 않았을 터, 전쟁이란 모두에게 이렇게 모진 재난이요 재앙이다. 논개와 함께했던 이름 없는 백성이 진주에 남강에 촉석루에 자신의 기억을 모아두고, 후세의 소설가들이 그들의 애환을 끄집어내어 주기를 바라기나 한 듯이,
이 소설은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박제화된 교과서 속 “임진왜란”이 아니라, 전국에서 들고 일어섰던 무영씨들의 목소리를, 아기자기한 사랑 이야기와 노류장화의 길을 걸었던 여인들, 논개의 동무들...
소설 제목은 <논개>이지만, 임진왜란 당시의 왜군에 대항하여 싸우는 민초들의 이야기다. 우리에게 잊혀진 이름없는 사람들이다. 역사는 조선이란 나라를 위해 싸웠다지만, 실은 그들은 가족과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싸웠을 뿐이었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논개가 왜 논개였을까, 후세는 왜 논개를 역사적 인물로 추승했을까?, 단지 최경회의 복수를 했다는 게 아니라, 일본군과 맞서 싸우는 결기가 때문이었을 것이리라. 자신의 운명을 개척한 여성이었기에 그러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