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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항선 하나에 두 명의 사냥꾼
고호 지음 / 델피노 / 2025년 6월
평점 :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제목부터가 흥미롭다. 밀항선 하나, 거기에 두 명의 사냥꾼이 탔을까? "왜"라는 호기심이 책 앞으로 끌어당긴다. 밀항선 하나에 두 명의 사냥꾼,
고호의 장편소설<밀항선 하나에 두 명의 사냥꾼>, 지그문트 바우만의 흔들리는 세상 “액체 현대”라는 불확실, 불안정의 시대를 아우르는 개념의 중요 요소인 ‘소비사회’에서 행복의 척도는 “돈”이다. 물신숭배, 조정래 표현을 빌리면 <황금종이>가 모든 견고한 가치가 무너뜨려 흐물흐물한 액체로 변해버린 것이다. 소비가 삶의 본질이 되기에 돈은 행복의 필수 요소다. 신자유주의는 곧 각자도생을, 노동자 계급의 분화의 요인 또한 “돈”이기에, 돈만 있으면 행복할 것으로 믿고, 끊임없이 소비하는 나, 소비하기 위해 돈을 벌며 지쳐가는 나, 그렇지만 여전히 돈이 있어야 행복하다고 믿는 나와 너, 그리고 우리는 악순환의 굴레에 빠져든다.
이 소설은 돈을 둘러싼 이야기다. 사람이 일반적으로 지닌 신념은 돈 앞에서 어떻게 무너지는가?, OTT(넷플릭스)에서 상영하는 영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두 부패 경찰이 검은돈에 손을 대려한다. 먹고 살기 힘든 세상, 아내의 병구완과 자식 수술비 마련을 위해... 하지만 그 위에 나는 놈이 있었으니, 이 소설의 흐름과도 흡사, 적어도 “돈”에 관해서는 말이다. 만능 해결사인 “돈”, 경찰대학을 일등으로 입학한 똘똘한 삼십 대 후반의 양태열 경감, 조직폭력 전담수사반을 지휘해 왔다. 가끔 대한민국 사회 정의를 위해 악을 일소한다는 뜨거운 열정이 누군가를 불편하게 해, 일명 꼴통으로 취급되는데... 얼마전 건설사를 협박한 조폭들을 잡아들이는데, 이 과정에서 건설사가 담당 공무원에게 뇌물을. 건설사는 조용히 흐지부지 처리를 바라고, 우여곡절 끝에. 힘없는 경찰 코스프레이에 양태열은 좌천, 남해안 시골 파출소장으로 전근하면서부터, 사건은 시작되는데,
가짜 최영춘이 한국으로 들어오게 된 계기가 도입부를, 그리고 세월이 얼마나 흘렀을까?, 양태열이 근무하는 시골 파출소, 기술학원 이사장의 부인 최영춘으로 위장한 그녀(진기심)는 기술학원에서 빌붙어 먹고 사는 이사장의 사촌 동생들 앞에 나타나고, 밀항선 한 척을 발견한 양태열, 러시아 여성과 중국 여성을 싣고 있었는데...
밀항선 하나에 두 명의 사냥꾼, “스파이크 피트” 전쟁터의 위장 전술, 함정을 파놓고 그 안에 죽창을 세워, 함정에 빠지는 순간 죽음을... 거미줄처럼, 이야기의 흐름은 말단 마약 운반책의 기막힌 전략과 전술로 그를 얕잡아 본 조직의 큰돈을 꿀꺽해버리는데, 치밀하게 동조자를 함정 빠뜨린다. 기막힌 사냥꾼인 셈이다. 이를 잡기 위한 경찰 역시 또 한 명의 사냥꾼이다, 이들의 두뇌 싸움인지 뭔지를 모르겠지만, 아무튼 소설의 몰입도는 좋다.
이제 아메리칸드림이라는 꿈과 희망의 상징이 코리안 드림을 바뀌는 중인가?, 여전히 알 수는 없지만, 마약에서 더는 자유롭지 못한 나라, 좁은 땅덩어리에 치밀한 치안망과 사방을 지켜보는 CCTV를 뚫고, 마약상은 자유자재로 한국을 넘나든다. 이 소설은 마치 위에서 말한 영화<더러운 돈에 손대지 말라>나 박보검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굿보이>의 러시아마피아, 중국의 조선족, 그리고 한국의 세관원, 이렇게 국제적인 마약밀매단의 어두운 활동에 한국 국가대표 출신들, 좌천되고 조직에서 꼴통을 취급당하는 이들이 모여 특수팀을 만들어 활동하듯이...
이 소설에 등장하는 가짜 최영춘은 진짜 최영춘의 몸종 일을 해오면서,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한 여성이 중국의 마약밀매단에 속아 한국으로 밀항하고, 한국에서 만난 남자, 동거남은 가정폭력을 휘두른다. 신분을 위장하면서 한국 사회에서 십수 년을 맨 밑바닥의 마약 운반책으로 활동하면서, 한 몫을 꿈꾸는, 인정욕구에 목말라하는 그저 뻔한 스토리로 그칠 뻔 했지만, 여기에 한국의 엘리트 경찰의 좌절을 통해, 그러면서도 경찰 본능으로 범죄자를 쫓는 태열을 통해 경찰의 생리 구조와 마약밀매단의 그것이 별반 다르지 않음을, 권력과 돈의 이중주가 누군가를 힘있고 능력있는 사람으로 포장해준다는 불편한 이야기를 거침없이 토해낸다. 독립운동을 하다 쫓겨 만주로, 이들은 중국에서는 업둥이요, 한국 사회에서는 이부형제라는 현실, 어쨌든 사연팔이 그 이면에 감춰진 무서움은 한 때 무엇을 했냐가 아니라 지금, 현재, 이미 방향을 잃고 흔들리는 군상이 어디까지 변할 수 있는지를... 이 소설의 바탕을 이루는 "액체 현대"와 "소비 사회"의 모습을 본다.
지은이 고호는 “돈”이란 “황금종이” 앞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무너지는지, 항공사의 스튜어디스(크루 혹은 캐빈)이었던 28세의 여성 "서현"을 통해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갑질을 하는지, 또 그녀의 가치기준이 "돈"임을, 평범을 가장한 똑똑한 여성이 얼마든지 악마가 될 수 있음을, 인간 내면의 선과 악의 구별은 그저 그런 것이다. 이 소설은 전체로써 불편한 한국 사회의 모습을 그린다. 돈과 권력이면 프리패스가 가능한 사회, 투철한 경찰 역시도 심적갈등을 느끼는 심리묘사 등이 몰입도를 높여준다.
마약 공화국 한국으로 가는 길목에서 한 방을 노리는 이들의 심리적 갈등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여전히 한국은 ‘액체 현대’의 ‘소비 사회’의 표상인 ‘돈’ 공화국이다. 황금 종이의 나라, 무엇을 위해 싸울 것인가, 누구를 위해 헌신할 것인가, 직업적 윤리관도, 그 무엇도 없는 무법천지라는 민낯을 보여준다. 타인은 지옥이란 말처럼, 흔들리는 정체성, 불확실하고 불안한 현대 사회의 또 다른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