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나가 아니라 ‘내’가 되고 싶어 - 되는 일이 없을 때 읽으면 용기가 되는 이야기
하주현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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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주현의 분투기,

“내 인생은 나의 것, 자존감을 기르기”

“안 된다는 변명은 자기 합리화일 뿐, 껍데기를 깨고 나올 용기가 필요하다.”

 

 

하주현의 ‘아무나가 아니라 “내”가 되고 싶어’라는 메시지는 2030, 아니 4050에게도 통하는 이야기다. 너무 인색한가 6070세대도 아직 짱짱한 세대다. 생물학적 나이란 별 의미 없다. 카네기의 인생론이니 인간관계를 보기보다는 하주현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라.

 

이 책의 메시지를 정리하면 아마도 위와 같다.

지은이 하주현은 부족하지만, 기회를 주시면 열과 성을 다해서 하겠다고 말하는 게 바로 그의 인생의 무기가 아닌가 싶다. 이 책은 자기 자랑이 아니다. 조금은 잘난 척하는 것으로 보이는 대목조차도 그의 절실함을 덮어버릴 만큼 중요하지도 않다.

 

이 책에서 눈을 뗄 수 없어, 삽시간에 읽어내렸다. 그렇다고 대충 읽은 게 아니라 줄을 그어가면서 열심히 읽었다. 아니, 곱씹고 곱씹어 소화불량이 될 정도로….

 

우선 이 책은 보통 우리 주변에 있는 평범한 청소녀의 20여 년간의 분투기다. ‘누구든 누구나 뭔가 하려고 맘만 먹으면 할 수 있다는 말’ 이 말은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어온 아주 익숙한 말이다. 그런데 이를 실천하기라 쉽지 않다.

 

 

자, 그럼 하주현의 말을 들어보자.

 

 

그는 프롤로그에서 이런 말을 한다. “겉으로 보이는 빛나는 20% 뒤에 가려진 80%는 고군분투하며 버텨 낸 게 녹록하지 않은 날들이었다.” 사실 그는 남들과 비교해 특별히 내세울 것이 없다고 했다. 제일 성적이 낮은 과목이 영어였고, 영어 공포증에 가까웠다고….

 

그런데 어느 모로 보나 자격 미달인 그가 어떻게 미국에서 대학원을 나오고 최고급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일할 수 있었을까?, 영어가 능숙하지 못해 늘 가슴을 졸이며 일을 했고, 프랑스 음식을 몰라서 하루에 다섯 끼를 먹으면서 공부했다고….

 

그는 불리함을 유리함으로 바꿀 줄 아는 능력이 있었던 게 아닌가? 아니다. 그에게는 단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든 ‘최선’, 목숨을 걸고 그 일에 매진하려는 벼랑 끝에 선 ‘절박함’이 있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다. 영어를 모르지만, 영어를 능숙하게 하는 이들보다 손님들에게 신뢰를 받았다. 그는 머리를 쓰지 않고 실수를 인정하고, 가슴으로 감성으로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하고 행동했던 역지사지의 실천을 했다. 남이 모든 보지 않든 그 자신이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즉 경쟁상대는 바로 그 자신이었다.

 

이 책은 4부로 나누어 1부에서 삶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겠지만, 적어도 태도는 선택할 수 있잖아, 2부 나마저 나를 포기할 수 없으니까, 3부는 그래서 내가, 나여야만 할 때, 4부는 삶에는 지름길이 없다고 하니까, 라는 제목을 붙였다. 자신의 분투기가 어떻게 보면 4막 혹은 네 번의 전환점이 있지 않았겠냐는 생각을 해본다.

 

 

안 된다는 변명 보다는 최선을 다해, 아니 벼랑끝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필사의 노력으로

 

 

에피소드, 시계열적인 서술이 이어지는데, 이 중에 눈길을 끌었던 대목은

영어 실력이 형편없어, 아예 통째로 지문을 외어버리는 열정, 대학원 면접에서 지금까지 호텔 일의 경험을 적으면서 영어 실력은 별로지만 자신은 성심성의껏 일했고 고객의 감동과 지지, 신뢰를 얻었다고 했다. 합격 여부 결정은 학과장에게 위임됐는데, 그를 평하는 말이 아주 인상적이다. ‘처음과 끝이 같은 사람’ 이 말은 화장실에 갈 때와 다녀올 때의 태도가 다르지 않다는 것을 학교에서 인정했다. 호텔 관련 최고 대학원이었다는 코넬대학원에 입학하게 됐다. 말 그대로 한결같은 태도가 그를 지탱하게 한 것이다. 또 하나 보자. 장래 호텔 최고책임자가 되기 위해 새로운 영역 경험도 주저하지 않았다. 식음료 부의 경험을 하기 위해 호텔과 레스토랑 인턴을 하루 16시간, 쉼 없이 말이다.

 

내가 사랑하는 일에 무념무상? 아니다. 그에게도 욕망이 존재한다. 그러나 거기에 휘둘리지 않고 먼 미래를 보면서 자신의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한순간의 후퇴도 받아들인다. 르 버나딘이라는 최고급 레스토랑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을 때의 일이다.

 

하주현은 리더십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 카리스마, 서번트, 톱다운이냐 버텀업이냐는 이론에 휘둘리지 않고 현장에 맞는 자신에게 맞는 리더십을 만들어낸다. 이 역시, 그가 몸담은 조직을 위해, 그가 없더라도 돌아갈 수 있게 만드는 시스템을 고민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그가 인용한 글들…. 꽤 열심히 공부하고 끊임없이 노력했던 성실함이 전해져 왔다. 마지막으로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고 늘 걱정스레 바라보던 그의 어머니에게 인정받으려 하지 않고, 그저 나는 나일 뿐, 내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보여주기 위한 삶 속에서는 내가 빠져버리고 대상화될 뿐, 마치 유체이탈처럼, 겉모습은 나인데 내가 아닌 게 되는 그런 우를 범하려 하지 않았다.

 

한국에 돌아와서의 경험은 바로 그가 20여 년간의 전장에서 싸운 장수의 모습이었다. 소신, 자신감, 옳다는 신념이 생길 때까지 끊임없이 현장을 확인하고 원인을 찾는 태도는 단지 운이 좋은 사람이 아니었음을….

 

이 책은 되는 일이 없다고 자신을 탓하고, 운을 탓하는 이들이 꼭 봤으면 한다. 화려한 스펙을 쌓아도, 그것을 어떻게 쓸 것인가, 쓰는 방법을 모르면 마치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되는 것처럼…. 자신을 업신여기지 말고, 남들과 비교해 현실적으로 불리한 처지에 놓일 때라도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뭐지라는 생각보다는 어떤 일을 하든 최선을 다해서…. 이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자양분이 됨을….

 

지은이 하주현 선생의 건승을 기원하면서, 미국에서의 경험을 모두 한국에서 살아가는 후배들에게 전달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힘들더라도 꼭 그렇게 됐으면 한다. 흔들림 없이….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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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에 매달린 사내들
김상하 지음 / 창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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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하 장편소설-공중에 매달린 사내들-

 

 

젖꼭지가 기형적인 세 남자의 이야기, 결론적으로 이들의 젖꼭지는 신의 저주도 아니고 환경 오염으로 인한 변종도 아니다. 인류 진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유전학적인 징후일 뿐,

 

세 남자, 강진(剛進), 중간(中間), 하득(何得), 이름부터가 블랙코미디의 기운이 풀풀 풍긴다. 강하게 밀고 나가라는 의미의 ‘강진’, 적당히 ‘중간’만, 살아가면서 무엇을 어떻게 얻을지 생각하라는 의미의 ‘하득’ 이들의 이름이다. 강진은 중국집 동방불패의 배달원으로 오토바이 하나는 끝내주게 탄다. 그는 5년 후 독립할 작정으로 열심히 일하는데, 동거녀 사임이 그의 젖꼭지가 이상하다면서 집을 나갔다. 젖꼭지가 문제였다. 강진은 이 일로 자포자기, 며칠째 집안에서 두문불출….

 

중국집 동방불패 사장은 배달꾼이 없으니, 문을 열지 못하고, 강진을 찾아 나선다. 가게에 나가지 않고 잠적했다는 소식을 중국집 사장한테 건네 들은 중간은 하득과 함께 삼겹살과 사임이 좋아하는 케이크와 수입 맥주를 사 들고 강진의 집으로 찾아간다…. 원 세상에 젖꼭지가 이상하다고 집을 나간 사임을 이해할 수 없다는 중간과 하득, 너도, 나도 이상한 젖꼭지를 갖고 있었다. 중간은 아예 한쪽이 없다. 그리고 하득은 두 쪽 모두 형태만 희미하게 남아있을 뿐 역시 젖꼭지가 없다. 이게 무슨 일인가? 사건은 이렇게 시작된다….

 

 

젖꼭지 성형수술비 마련을 위해서, 과거의 인연들과 얽히고설킨 어설픈 절도 미수범들

 

 

타이의 유명한 젖꼭지 성형의사 따완(태양이란 뜻), 진짜 세 사람에게는 젖꼭지 콤플렉스로부터 해방해줄 태양 같은 존재를 만나러 가자. 동부이촌동 다파니보석상을 털자고 계획한다.

 

그런데 사건은 이상하게 꼬인다. 다파니보석상에 이 무렵, 과거 세 사람을 쥐락펴락하면서 마구 부려먹었던 연탄구이집 딸 연희, 여고 시절부터 이 세 사람에게 다이아몬드만 가져오면 팬티를 보여주겠다던 그녀…. 시간이 흘러 외할아버지가 부자인 남편을 만나…. 여전히 다이아몬드를 갖고 싶다는 열망을 삭히지 못하고, 디파니보석상을 들락거린다.

 

또 이 세 사람과 인연이 얽힌 이 보석상 곽 사장, 과거, 한강 다리 위에서 강물로 빠진 사람들이 남긴 돈 가방을 자율방범대원이었던 곽 사장에게 건넸던 일이, 곽 사장을 경찰이라 믿고, 그에게 세 사람을 연락처까지 적어주었건만, 그 돈은 곽 사장의 손안으로, 아니 주머니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곽 사장의 다파니보석상 사업은 신통치 않다. 얼마 전 처남에게 억척스레 번 돈 15억 원을 사기당한 일 때문에 열이 뻗친 데다, 사업도 제대로 되지 않으니, 나쁜 쪽으로 머리를 굴리는 중이다. 모든 보석에 보험을 들고, 건물에 화재보험도, 그래서 다이아몬드라면 사족을 못 쓰는 다친녀(다이아몬드에 미친 여자)연희, 그리고 그녀의 남편에게 다이아몬드를 가져가란다. 그런 후에 곽 사장은 건물마저 폭발시켜버릴 요량이었다. 고가의 다이아몬드를 잃어버리고 설상가상으로 건물마저 불타버린 지지리도 재주 없는 사나이가 되고자 했다.

 

 

일은 꼬이고, 경찰에 체포된 세 사람

 

 

몇 차례 예행연습 끝에 D-데이, 드디어 연희부부도 다파니를 찾기로 했던 날이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오토바이를 탄 일단의 젊은이들이 몰려와, 무조건 진품이건 다파니매장의 보석을 몽땅 털어간다. 건물 이 층의 가스 밸브를 살짝 열어두었는데, 이거 잘못하면 자신도 날아가게 생겼다. 경찰이 오고, 이런 풍경을 지켜본 연희부부…. 곽사장이 장난친 거네…. 자신들이 못 미더워 다른 팀을 불렀느냐고 생각하는 동안, 복면을 쓴 세 사람, 경찰이 조사하는 중에 매장에 들이닥치는데…. 이런 황당,

 

 

범죄 이유는 젖꼭지 때문이란다

 

 

세 사람의 범행동기가 뉴스에 보도되고, 이렇게 어리어리한 범죄자들…. 경찰도 실소를 금지 못하는데, TV에서는 환경단체가 환경호르몬의 영향을 주장하고, 전문가입네 하는 이들도 제각각의 한 수를 거든다. K 교수는 기막힌 말을 한다. 이들이 미래 인류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용불용설, 쓸모없는 것들은 사라진다는 논리로, 이미 수유하지 않은 남성들의 젖꼭지는 거추장스러울 뿐이라고, 미래에는 남성들의 젖꼭지를 없어질지도 모를 일이라고….

 

매스컴은 위력은 막강하다. 집을 나갔던 사임이 강진을 면회 간다. 사임은 강진에게 네 젖꼭지 탓이 아니야. 가난은 악순환의 굴레에서 벗어날 미래가 없는 너와 산다는 게 자신이 없어 강진을 떠났다고, 젖꼭지는 그저 변명거리였을 뿐이라고….

 

젖꼭지를 바꿔보려는 네 선택이 실패한 게 아니고, 넌 애초부터 실패한 인생으로 태어난 거라고, 이른바 영원한 흑수저론을 펼친다. 올라갈 사다리는 애초부터 그들에게는 없었는지도 모른다. 환영으로 비친 ‘사다리’, 타고난 조건을 바꾸면 뒤틀린 행복은 다시 돌아올 거라는 허황한 믿음….

 

이렇게 살아가는 2030세대가 얼마나 될까?, 청년 정책론에서 마치 앙 없는 붕어빵처럼 청년은 빠져있고, 오히려 대상화돼버리고만 MZ세대의 특성을 운운하는 헛소리 바보상자 TV에서 떠드는 소리를 믿는 우리 사회

 

젖꼭지를 환경호르몬의 문제라 주장하고, 인류 미래의 모습 가운데 용불용설은 말하는 이들, 다 맞는 말이다. 어쩌면, 이 소설은 빠른 전개와 간결한 구도인 듯하면서 우연이 아닌 필연으로 엮이게 될 사람들의 이야기, 약삭빠른 곽 사장, 그 위를 나는 그의 처남, 신기루를 좇는 연희, 다이아몬드라면 그 모든 인생을 걸겠다는 생각들, 물려받을 재산을 생각하면서, 헛물켜는 군상들, 아무리 열심히 살아가려고 노력해도 올라갈 사다리가 없어져 버린 사회, 젖꼭지가 기형이라고 이것만 바꾸면 모든 게 되돌아올 것이라는 믿음.

 

읽는 동안 웃음이 끊이지 않게 했던 이 소설, 그 마무리는 이 세 사람이 절도미수든 뭐든 감방을 다녀오던 어찌하든 간에 미래가 보이지 않는 게 그렇다고 발로 땅을 제대로 딛고 서 있지도 못한 그저 ‘공중에 매달린 인생’이라는 깨달음.

 

사람이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죽은 뒤에 어떻게 되는지 모르니까, 죽은 뒤에 어떻게 될지 안다면 두려움을 느낄 필요가 없는 거지. 진짜 두려운 건 감방 가는 거는 끝이 아니잖아. 그런데 우리 인생은 그게 아니잖아…. 라는 하득의 말, 약방의 감초처럼 끼어드는 하득의 문자 타령…. 소설을 흥미를 더한다. 충청도 말투의 늘여 빼는 폼새도….

 

 

 

미래를 알 수 없는 두려움, 이것이 있다면 여전히 오늘을 살만한 이유는 충분하다. 이 두려움이 없다면, 어쩌지….

 

 

한 편의 블랙코미디다. 한국 사회의 강진 그룹, 중간그룹, 하득 그룹 모두 제각각 두려움이 미래를 향한 건강함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서…. 한국 사회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다만,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이 오히려 이상한 사회가 아닐까 싶다. 작가는 이런 삶을 ‘공중에 매달린 인생’이라 말하고 싶은 건가….

불행하게도 세 친구한테는 가족도 사랑도 없었다. 가족이라고 믿었던 아버지는 남루했고, 더구나 가족관계를 수직적인 서열로만 환산하는 버릇에서 벗어날 줄 몰랐다. 사랑이라고 믿었던 사람도 무능한 자와 관계정리라는 계산서를 내밀었다.

 

김상하 작가의 재밌는 소설…. 그다음을 기대해본다.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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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송곳
조동신 지음 / 북오션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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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신의 연작소설

 

임진왜란, 이순신 휘하의 첩보, 정탐을 담당한 군관 장만호의 사건기록부, 군영에서 벌어진 사건들, 먹물들은 위급할 때면 제 목숨만 살리려고 별짓도 서슴치 않는다

무지렁이 백성들...나랏님을 원망하고 위정자들을 미워하지만, 구국일념에...참으로 이중적인 시대로고...

 

이 소설<칼송곳>은 임진왜란이란 시대적 배경으로 전라좌수사 이순신, 그의 휘하에 배속된 주인공 초관 장만호가 겪게 되는 살인사건들을 연작으로 묶었다 <칼송곳>, <편전>, <은혜 갚은 두꺼비>과 <보화도>다.

일본수군의 조선침략을 소재로 한 소설은 이순신을 거의 주인공 혹은 주요인물로 다룬다. 이 소설 역시 지혜롭고, 굳건한 장수이면서 경전에 밝은 문무를 겸비한 훌륭한 장수자 탁월한 리더의 이미지로 다루고 있다. 

 

주인공 장만호는 가난한 양반으로 무과에 급제한 후 종9품의 초관(군사 100명을 지휘하는 군관, 중대장정도의 지위랄까)으로 임명받아 첫 근무지로 수군의 전라좌수영에 배치 두 달 정도된 때, 이순신이 이곳 좌수영의 영장으로 부임한다. 아직 임진왜란이 터지기 직전이다. 

 

 

<칼송곳>

 

칼송곳은 거북선 위에 꼽는 철송곳을 말한다. 어느 날 새벽 만호가 격군 영두를 비롯 세 명과 함께 배를 타고 순찰을 돌던 중, 저편에 보이는 어선의 그물에 수영의 (조)선소에서 일하는 대장장이 순길의 시체가 그물에 걸려 올라왔다. 살인사건이다. 범인을 어떻게 잡을 것은가, 순길이 일하는 풀뭇간에는 피를 흘린 흔적이 남아있고, 거북선 모형이 사라졌다. 왜군 간자의 소행인가?, 이순신은 장만호에게 사건을 맡긴다. 용의자는 덕수, 순길이 사라진 무렵 보초를 섰던 군사다. 하지만 특이행동이나 혐의점은 없다. 장만호는 순길이 때때로 주막에서 누군가를 만났다는 사실을 탐문으로 알아냈다. 순길은 수시로 송곳(철)을 다른 곳으로 빼돌리고 받은 돈으로 놀음을 한다는 사실까지, 과연 범인은 누구인가... 결국, 밝혀진 사실, 덕수는 왜군의 간자였고, 이 사건의 범인은 영두였다. 이 추리과정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이 단편으로 작가는 2010년 12회 여수 해양문학상 소설부문에서 대상을 거머쥐었다. 탄탄한 줄거리와 흥미로운 전개가 돋보인다. (사건 추리과정은 읽어보시기를)

 

<편전>

 

편전이란 반으로 쪼갠 대나무 통(통아)에 넣어서 쏘는 매우 짧은 특수한 화살이다. 이번 이야기는 임진왜란이 시작(1592년)한 때로 이야기의 무대는 1591년의 경상좌수영의 다대포관아에서다 관비 나해(소라껍질이란 뜻, 소라라고도 부른다. 나해는 사나이란 말이란 뜻에서 온 것이기도 하여, 사내들은 나해라 하면 모두들 웃는다)가 진형석이란 초관에게 닥달을 당하고 있다. 나해가 가지고 있는 활을 첨사에게서 훔친 것이 아니냐며...다대포첨사 윤흥신은 왕의 일가이며 그의 부친이 관료였는데 대역죄에 몰려 관노로 떨어졌던 시절, 주인공 장만호에게 활쏘는 법을 가르쳐주었던 인연으로 그의 스승이다. 장만호는 왜군 간자를 잡고, 영내 살인사건을 해결하여 포상휴가를 얻자 그에게 인사차 들렀다. 나해는 관기의 딸로 어려서 어미를 잃고, 관노로 살고 있다. 군영에서 자란 때문에 활쏘기를 곧잘했다. 재능도 있었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 왜군의 간자 ‘고토’ 사냥꾼으로 위장하고 이름을 이도문이라 칭했는데 그에게서도 활쏘는 법을 배웠던 것이다. 주인공 장만호와 활쏘기를 겨뤄 이길 정도로 출중한 솜씨를...장만호는 그가 지니고 있던 편전과 나해에게 준다. 

 

때는 1592년, 왜구의 침입, 부산첨사 정발이 막는데 실패하고 죽고만다. 고니시 유키나가(소서행장)군사 다대포로 몰려오는 중이다. 같은 시각 장만호는 윤흥신에게 휴가를 얻었으니 다대포로 가겠노라는 서찰을 보냈다...봉화의 불길이 이상하게 타오르고, 정발이 보낸 군사가 왜군의 침략을 알리고...이제 다대포는 왜군의 진출을 막아야한다. 이곳에 있는 왕 부마의 아들과 다대포의 유력자 김진사의 딸을 피신은 나해가 맡게 된다. 

 

왜군의 간자 고토(이도문로 위장)는 이미 이들의 행방을 파악하고, 성을 빠져나갈 것을 왜군에게 전한 상태...아이들과 아녀자를 데리고 북쪽으로 달아나는 나해일행을 추적하는 왜군, 나해의 전투가 시작되고, 장만호에게서 얻은 편전이 제 역할을 톡톡히...이도문은 왜군의 간자였음이 밝혀지고, 장만호 칼날에 쓰러진다. 나해와의 이별을 하게되는 장만호...

 

<은혜를 갚은 두꺼비>

 

옥포해전이 일어나기 이틀 전, 이순신으로부터 경상우수영쪽의 현황파악을 위해 장만호를 파견했다. 각 곳이 소개된 것을 보며 거제현에 당도한 장만호는 거제는 현령 김준민이 방어를 하고 있음을 발견하고 상황파악을 위해 읍성안으로... 이때, 현령의 숙소에서 박군관의 시체가 발견된다. 편전같은 무기로,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장만호, 거제현령은 서자출신으로 이순신장군과 함께 싸운 적을 물리친 적이 있는 용감한 장수다. 하지만, 출신성분 때문에 현령이상으로 승차길이 사실상 막혀있다. 박군관은 양반으로 품계가 낮아 서자 밑에서 명령을 받는 처지를 달갑게 여기지 않았던 터, 광대 섬돌이와 함께 현령을 죽이고 왜군에게 투항 목숨만은 건사하자고... 섬돌은 현령 김준민이 자신을 인간으로 대해준데 대한 고마움을...그래서 그의 거처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시간을 끌다가 잠이든(실은 뭔가 이상한 기미가 있어 잠든 척을 했던)현령...섬돌은 현령 방 대들보에 올라가 숨어있던 박군관을 죽이고 마는데, 이 추적과정 또한 꽤 재미있다. 

 

 

<보화도>

 

현재 목포의 고하도다. 이곳에 삼도수군통제영을 꾸린 이순신, 난을 피해 이곳으로 몰려든 사람들, 이 속에 보화라는 염부의 딸이있다. 보화는 비가내릴 것을 신통하게 알아맞혀 도사 취급을 받는다. 해남현의 현감 류형과 허군관이 고하도를 찾아온다. 얼마 후 허군관이 벗 집(소금을 끓이는 곳)에서 죽은 채로 발견됐다. 누가 그를 살해한 것인가. 염부부녀는 해남에서 살다 고하도로 실은 허군관의 눈을 피해 숨어들었다. 허군관은 왜군에 잡힌 적이 있는 날씨를 기가 막히게 맞추는 처녀도사가 왜군에게 협력했다는 이유를 들어, 이 보화를 첩으로 삼으려 했기에…. 그의 아비가 죽였다. 이 역시 범죄현장을 흔적을 찾아 추리해나가는 장만호의 기민함과 영리함이….

 

 

 

 

이 소설의 시좌는 위선을 떠는 위정자도, 분노한 천민도 아닌, 당대의 그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담담하게…. 서자, 동인, 서인, 남인과 북인의 양반들까지….

 

이 소설은 임진왜란을 거시적으로 조망하는 작품들과 달리 당대의 조정, 위정자들 그리고 이순신 등 복잡하게 돌아가는 난리 통에서 천한 자들은 어느 세상이건 매한가지라는 생각하고 있었음을 바닥에 깔고 있다. 기실 이건 사실이다. 가토기요마사에게 잡혀 규수로 끌려갔던 강진의 도공들은 그곳에 기술자로 선생으로 존중, 존경받으면서 생활을 하는데, 어찌 강상의 질서, 반상 구분이 엄연한 조선에 돌아와 또 다시 노비로 천민으로 살아갈 것을 각오할 수 있단 말인가. 조선은 그들에게는 지옥이었을 것이다.

 

임진왜란 때, 도성의 노비 문서 등을 관리하던 장예원이 불타고, 수많은 천민이 심지어는 임해군과 그 아들을 잡아 왜군에게 넘겼을까?, 우리는 호국불교로 무장한 승려들의 용맹성을 말하지만, 천민들의 반항에 대해서는 별로 말을 하지 않는다. 이때 이순신은 이들과 함께 전쟁을 치렀다. 소설 행간에는 이런 분위기들이 반영돼 있다. 

 

인간의 욕망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언제 어디서건 나타난다. 통제사 이순신 영감의 말, 백성을 돌보라, 그들의 말에 귀 기울여라. 답은 늘 백성들 속에서 나온다. 이 말은 지금도 여전히 통한다. 

 

꽤 흥미로운 소설이다. 다소, 주어가 어딘지, 화자가 누구인지 모를 대목이 한두 군데 있지만….

풍부한 상상력으로 엮어낸 줄거리, 순식간에 빠져들게 할 정도로 매력이 있다. 어 벌써 끝나버렸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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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재건 - 시민 공동체가 주체가 되는 민주주의
찰스 테일러.파트리지아 난츠.매들린 보비언 테일러 지음, 이정화 옮김 / 북스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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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재건

시민공동체가 주체가 되는 민주주의

 

이 책은 제조업 중심지의 사양화를 맞이한 지역들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지역을 그 대상으로 논의를 전개하고 있지만탈공업화에서 서비스산업으로의 전환이 여의치 못한 생산현장 중심지역들의 지역경제 파탄과 지역 공동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고 있다민주주의 퇴보는 지역공동체 문제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어서이런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우선 민주주의 회복이 필요하며그 민주주의 재건그 주체는 시민공동체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AI를 상징으로 도래하는 제4차 산업혁명의 파도 속에서 사람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미국의 러스트 벨트(Rust Belt:미국의 중서부 지역과 북동부 지역의 일부 영역을 표현하는 호칭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인 디트로이트철강 산업의 피츠버그를 비롯해 필라델피아볼티모어멤피스 등이 이에 속한다)처럼적어도 선진국 대열에 든 나라들이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는 문제다.

 

이 책에서 말하기를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민주주의 퇴보는 지역공동체의 점진적 붕괴와 밀접한 관련하게 관련된다위에서 예를 들었던 미국의 러스트 벨트를 비롯해 동부 애팔래치아독일의 라우지츠 등 제조업 쇠퇴지역이 외국이 혐오적 포퓰리즘의 근거지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제조업의 황금기를 구가했던 지역들이 쇠퇴해감에 따라 지역공동체 또한 황폐해져 간다는 것이다.

 

지역공동체 재건은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정치적 활동에서 시작.

 

정치 활동의 방향은 두 가지다하나는 공동체의 요구사항과 목표에 대한 합의점을 찾고 합의된 요구사항과 목표를 이룰 방법을 찾기 위한 지역 차원의 자주적 조직화또 하나는 공동의 일반 시민과 함께하는 정부 주도형 협의 방식의 활동이다지은이는 이런 일련의 과정은 지역 정치공동체 재결성을 통해 민주주의를 정치체제로 재건새롭게 하려고 작동할 수 있는 메커니즘으로 되돌아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지역공동체 재구축을 어떻게 할 것인가또 정치공동체의 재설립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하는 과제가 전면에 떠오른다.

 

현재 민주주의 위기와 한계점우선 대의민주주의가 방향성을 잃고 표류하고 있으며그 원인은 금권정치의 노골화와 사회의 불평등해소를 방해하고자본주의 시장의 본질을 왜곡하는 신자유주의 환상과 이 전염이다여기에 외국인 혐오가 더해지고 외부인 의심이민에 대한 저항 등 저열한 문화 현상을 불러일으킨다.

 

애초 인류가 생각했던 민주주의 이념은 무엇이었을까?,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민주주의를 생각해보자는 것이다인민이 주인이 되어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고그들의 공동체의 미래를 함께 결정하고 또 함께 책임지는 것이 민주주의다대의민주주의는 이미 피곤함에 찌들어있다정부 또한 국민을 피선거권자로(정치 행위의 대상)만 본다그들이 충성을 다해야 하는 국민은 없다민주주의는 이미 유명무실해졌다는 말이다.

 

  민주주의 재건의 주체는 보통사람들

 

  이 책은 민주주의 재건 주체가 대의민주주의 질서 속에서 나온 엘리트 정치인이 아닌 보통사람들이어야 하고혁신적이어야 한다지역사회 밑바탕을 이루는 시민(주민)들이 자신의 힘을 발견하고 문제해결 과정을 보여주려 한다.

 

지역주민들이 한마음으로 동시에 그들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고이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연대할 수 있다면그들은 국회의원 등 대표자들이 반드시 귀 기울여야 하는 정치세력이 될 수 있다이런 주장은 매우 긍정적이지만 그 실현과정에서 넘어야 할 산즉 매우 곤란한 과정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사회 저변에서 민주주의 재건을 달리 설명할 수도 있는데한나 아렌트가 주장하는 정치영역의 확대가 그것이다그가 제시한 열림 심의는 동등한 위치에 있는 시민들이 공동 목표와 행동에 대해 세심하게 생각하고 심도 있게 토의하는 것을 의미한다열린 심의 관점에서는 정치영역이 전격적으로 확대되어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해박하고 새로운 시민 그룹이 그 영역 안에 들어올 것이며이로 인해 정치 행위가 확장될 것이다이런 이론들이 현장에서는 어떻게 적용응용되어 살아나는가아래에서 그 사례를 보자.

 

 정치공동체의 재설립 지원 사례

   

랑케네크는 오스트리아의 스위스 국경 근처에 있는 인구 1,100명의 정착촌이다지역 내 삶이 멈춰가면서 청년층은 이곳을 떠나고마을의 상가는 하나둘씩 문을 닫게 되자랑케네크 시장은 농촌 인구 이탈을 막고자 여러 건의 용역을 의뢰했지만아무 소용이 없었다그래서 간단한 방식으로 실험을 하기로.

마을을 탈바꿈을 조절하고 통제할 권한을 주민에게 이양했다이 실험에는 무작위로 선정된 주민 15명이 초기 단계에 참여했다첫 번째 모임에서 참가자들이 원하는 변화 목록을 작성하는 대신에 랑케네크에서 삶의 긍정적인 면에 관해 이야기했다이는 <커뮤니티 프로파일링>(김영란 외공동체, 2016)의 방식과 같은 맥락이다예를 들어제과점 점원들이 여전히 고객 이름을 불러주고동네에서 일하면 출퇴근이 필요 없어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내용 등이다참가자 그룹은 마을에서 삶의 질을 높이는데 이바지한 사람들의 명단을 만들었다. 200명이 명단에 올랐고 마을 모꼬지(한마당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참가자 그룹은 몇 달 사이에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지역 탈바꿈 과정에 참여했다소규모로 다양한 조정팀이 만들어졌고시장은 그저 지켜보면서 적극적인 주민들이 지역 탈바꿈 과정을 주도적으로 이끌도록 만들었다그 후, 20지역 계획에 자기 조직화가 체계적으로 자리했고이는 구조적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2010년 유럽 마을 재생상을 받았다이런 사례는 유럽 곳곳에서 실험 중이다.

 

 이제 우리 사회에 이런 실험을 하다면지금 진행되는 도시재생마을 만들기는 어떻게해야 할까그 원칙은?

 

  그러면 우리는 여기서 뭘 얻을 것인가첫째보여주기식성과주의식즉 인풋 하면 아웃풋이 단 시간 내 보기 좋은 결과표로 나와야 한다는 조급성에서 벗어나야 함을 알게 된다둘째로 성급하게 주민들의 결정을 행정가의 눈으로 쳐다 보지 말아라분석하고 평가하려 들지 말라주민들이 마을 공동체(커뮤니티)의 운명을 결정하도록 신뢰하며 여유를 가지고 지켜봐라중간에 뭔가 어긋난 듯하면 즉시 행정력을 동원하고짜놓은 틀(누가 짰는지도 모를 아주 우습거나 형편없는 그런 계획들특히 커뮤니티 프로파일링 즉주민 스스로가 조사에 참여하고 그 결과를 공유하는 절차가 없이 진행된 용역은 절대 무용이다)에 따라이렇게 되면 마을공동체 만들기에서 주체인 주민은 소외된다누구를 위한 마을 탈바꿈인가본말전도 현상이 벌어진다쇠퇴과정을 밟아온 시간 만큼회복에 걸리는 시간도 오래 걸릴 것이라는 전제에서 여유를 가져야 한다셋째누구를 위한 변화인가에 대해서 늘 고민해야 한다누구를 위한 것인가바로 나너 그리고 우리를 이라는 사고가 사라지는 순간본질은 왜곡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해보자우리가 만약 이런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전제는 탈공업화 혹은 지역의 중심 생산 시설 등 제조업의 쇠퇴로 활력을 잃고청년들이 떠나고 노인만 남는 지역으로 변해간다고 해보자그 해결방안은정답은 없다하지만중요한 것은 개선사항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좋았던 과거그리고 남겨야 할 전통과 문화들을 먼저 생각해보기 등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성공사례들은 따로 묶어서 상세하게 설명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우선 계기와 아이디어 제공 차원에서는 얇지만 충분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타산지석반면교사도 작동돼야겠지만가장 중요한 점은 소개된 사례 속에서 보편성일반성을 찾아내는 것이 과제일 듯하다.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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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로 나온 미술관 - 길 위에서 만나는 예술
손영옥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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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발상, 거리로 나온 미술관-길 위에서 만나는 예술-

 

 

어느 도시나 지역에는 그곳을 상징하는 건물이나, 조형물 등이 있다. 또 다른 표현으로는 랜드마크라고 할까, 예전에는 중심, 표식, 알기 쉬운 뭐 그런 건물일 뿐 예술작품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그리 없었던 듯하다. 즉, 도시를 대표하는 건축물은 예전에는 그저 낮익은 건물이라는 인식이었다.

 

 

우리는 ’예술작품‘을 뭐라고 생각할까?

 

 

이 책은 우리 일상 속에서 보이는 건물이나 길거리 조형물을 보는 각도를, 생각을 조금만 달리하면 미술관에 가지 않더라도 훌륭한 예술작품을 볼 수 있는 ’거리의 미술관‘이라는 인식의 전환을 한다면 익숙함 속에 낯설음, 즉 새로운 경험을 할 수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렇다면 ’예술작품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를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 대기업 건물에 커다란 황소 한 마리, 우리를 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약속장소로 알기 쉬운 랜드마크로 인식하고 있을까, 아니면 거리에 전시된 예술 작품으로 생각하고 있을까, 글쎄다 별로 생각해 본적이 있었나 싶다.

 

 

길거리 미술관’이란, 익숙한 거리의 낯설음, 새로운 발견

 

 

지은이는 ‘건축물은 도시라는 캔버스에 그려진 예술작품’으로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발상과 사고의 전환, 통근길에 보고 지나치던 건물들이 예술작품이라면 갑자기 거리가 달리 보이지 않을까, 그저 익숙한 거리에 관심을 가지고 보면 어느덧 예술작품으로 탈바꿈하는 게 아닌가, 갑자기 열린 ‘길거리 미술관’...갑자기 새롭게 보인다. 충분히 공감할만한 이야기다.

 

지은이는 미술평론가이면서 일간지 문화전문기자, 부국장이다. 2020년 한 해 동안 국민일보에 연재했던 칼럼 ‘궁금한 미술’을 깊고 더해 엮은 것이 이 책이다.

 

그저 서 있는 건물, 국회의사당, 예술의 전당의 탄생 이야기를 듣고 관심을 가지고 보면, 이른바 건축물에 혼을 불어넣는 스토리텔링 속에서 새롭게 보이는 예술작품이 된다…. 무릎을 딱치고 싶은 대목이다.

 

 

 

 

길거리의 미술관은 언제부터, 어떤 것들이 있을까

 

 

1975년, 문화예술진흥법에서 건축조형물을 세워야 한다는 권고 규정을 두고 있다가 20년 후에 의무규정으로... 지방자치제도 부활이후에는 관광객 유치 등을 위한 조형물로... 시대와 목적에 따라서 거리에 하나 둘 세워지는 건축물과 예술품들,

거리의 조형물은 크게 4가지로 나뉜다. 첫째 동상과 조각 등 정부 주도의 기념 조형물, 둘째 문화예술진흥법(제9조, 건축물 미술작품 제도 1만 제곱미터 규모 이상의 건축물에는 건축비용의 1%, 1995년 의무화 이른바 ‘건축비 1% 법’)에 따라 설치된 미술품, 셋째 지방자치단체의 프로그램, 넷째는 기업들의 건물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자발적으로 설치한 것들이다.

 

 

길거리 미술관은 아직도 시행착오 중

 

 

국세청 앞에 세워졌다 4년 만에 시민들의 반발로 철거된 ‘저승사자 조형물’과 시민들의 반발을 받아들여 위치를 바꾸면서 존속시켰던 포스코 본사 앞 ‘꽃이 피는 구조물’, 지금은 명소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둘의 엇갈린 운명, 예술작품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런 역사가 있었구나는 생각이 든다. 눈이 번쩍 뜨일정도로...

 

이 책에서 몇 사례를 소개하고 있는 공공건축물은 2000년대 들어 급작스레 증가하기 시작했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라든지 여러 이유를 들어 우후죽순처럼, 그러나 설치과정에서 주민의 의사를 묻는 등 민주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행정 독단으로 추진,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공공건축조형물이 생겨난 것이다. 시행착오 속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가?, 아직은 답하기는 이르다는 생각이 든다.

 

자 본론으로 되돌아보자. 이 책은 4장을 나눠 1장에서는 익숙한 곳에서 발견하는 낯선 아름다움이라는 제목으로 공공미술 이야기를 풀어낸다. 여기서 드는 사례는 김병호의 ‘조용한 증식’을 비롯하여 조너선 보로프스키의 광화문 흥국생명에 세워진 ‘해머링 맨’, 클래스 올덴버그의 청계광장 ‘스프링’, 김영원의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앞 ‘그림자의 그림자를 비롯해 인천공항, 코엑스 한국프레스센터, 광화문의 이순신장군 동상 등이 소개된다. 그리고 2장 도심 안의 또 다른 예술이라는 건축이야기에서는 김찬중의 울릉도 코스모스리조트, 박승홍의 국립중앙박물관 등을, 3장 거리의 예술로 훔쳐보던 그 시절로 역사이야기를 담고 있다. 박길용의 국립현대미술관, 지명건축가들 이른바 잡탕 ’국회의사당‘ 김수근의 세운상가, 김석철의 예술의 전당에 얽인 웃지 못할 이야기들, 4장에서는 관점을 바꾸고 경계를 허물다라는 제목으로 새로운 공공미술을 소개학 있다. 김승영의 금천아파트 ’누구나 마음속에 정원이 있다‘ 녹사평역의 공공미술프로젝트로 만들어진 ’지하예술정원‘ 등이 그것이다.

특히 3장에서 소개하는 국가주도의 체제우월(적어도 북쪽 보다는 웅장하게라는 강박이 작용하던 시절에 지어진 건축물)의식이 예술품보다는 선전도구로, 이용되던 시기가 있었다. 참으로 씁슬한 대목이다. 100년 후, 우리 건축예술품, 건립 당시 당대의 시대정신이 깃들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물론 역사적인 증거는 된다. 박제화된 이데올로기의 상징이라면 예술작품이라 할 수 있을까?, 물론 보기 나름이겠지만 말이다.

 

늘 보던 건축물, 조형물들이 거기에 얽힌 이야기를 듣고 보면,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새롭게 다가오는 것은 왜 일까?, 바로 지배적인 사고틀때문이 아닐까, 예술작품은 창작자가 당대의 정신을 그리고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해석될 것인가를 깊이 고민하면서 만들어 낸 것들을 작품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보여주기식, 뭔가 목적을 가지고 마구찍어내는 것들은 예술작품이 아니라, 쓰레기다. 그 예는 국세청앞 저승사자가 그러했고, 한때 포스코 앞 조형물도 그런 수난을 겪었다.

 

 

 

국회의사당은 너의 섬(여의도, 汝矣島), 그들의 리그의 이상한 우주선 같은 건물, 총독부의 약령?

 

지은이는 세종문화회관, 예술의 전당 건축 당시의 에피소드를 소개하는데, 아마도 이런 게 스토리텔링이지 않겠냐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는 국회의사당, 평소 여의도(너의 섬= 구케우언=구태의연하고 케케묵은 어리석은 소리를 하는 곳= 왜 합리적이고 현명한 사람들이 =의사당에만 들어가면 자기 생각을 잃어버리고 어떨 때는 좀비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걸까, 그래서 나는 ’국회의원‘이라 쓰고 읽기는 ’구케우언‘이라고 읽는다) 아무튼 국회의사당에 얽힌 사연을 들어보자

 

지은이는 건축물 ’국회의사당’을 이렇게 표현한다. ‘급조된 불통의 아이콘 건축가 없는 누더기 건축물’이라고, 의사당 지붕 돔을 두고 ’마징가 제트‘ ’로봇 태권V’ 논쟁이 있었던 모양이다. 상상처럼 밋밋한 건물 위에 돔을 얹히는 참으로 생뚱맞았던 모양이다. 박정희 시대 만들어진 대표적인 건물이며 특징은 기둥과 돔이란다. 서양의 돔은 종교적 믿음이나 왕권, 국가적 이상을 상징한다. 로마의 판테온 신전, 바티칸의 성베드로대성당, 미국의 국회의사당 등이 이런 예에 속한다. 동양에서는 서구에 대한 콤플렉스, 근대화에 대한 열망 등을 바로 돔으로 표현한다.

 

국회의사당 설계도 우여곡절을 거쳐 공개됐던 1969년 당시, 언론에서는 제국주의가 식민지에 자기 나라의 위세를 보이기 위해 만든 콜로니얼 양식이라고 전제하며, 총독부의 악령이 되살아난다고 했다. 참으로 선견지명이다. 지금 국회의사당 돌아가는 꼴을 보면 아주 틀린 소리도 아닌 듯하다. 지금도 ‘돔’ 논쟁은 진행 중이다. 돔을 없애자는 의견이 여전히 존재한다.

 

자, 이렇게 건축물 국회의사당의 배경을 알고 보면, 뭔가 달라져 보이지 않을까?, 건물이란 의미는 무엇일까, 왜 예술작품이라는 표현을 할까, 바로 상징성 때문이다.

 

 

이 책은 단지 거리 예술품, 걸어가면서 보는 미술관에 초점을 맞춰 우리의 예술을 보는 눈높이와 사고의 전환 요구를 담고 있지만, 그 바탕에 깔린 의도는 우후죽순 마구잡이로 만들고 올리는 건축물과 예술작품을 구별해주시라는 우리 거리의 미술관 작품을 보면서 한 번 생각해봅시다. 그리고 이런 예술작품은 거리에 설치한 이상 공공미술이며, 이는 주민과의 소통을 통해, 합의하고, 우리 모두의 작품으로 승화되어야 할 때가 됐음을 말하고 있는 듯하다. 또한 건축물과 조형물 등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 잊혀진 이야기들을 끄집어 내어, 감칠맛나게 설명해주는 대목도 흥미롭다. 24시간 언제든지 볼 수 있고, 제한 인원도 없다. 완전히 열려진 미술관이 아닌가, 이런 재치 있는 발상이 돋보이는 책이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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