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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나가 아니라 ‘내’가 되고 싶어 - 되는 일이 없을 때 읽으면 용기가 되는 이야기
하주현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1월
평점 :
하주현의 분투기,
“내 인생은 나의 것, 자존감을 기르기”
“안 된다는 변명은 자기 합리화일 뿐, 껍데기를 깨고 나올 용기가 필요하다.”
하주현의 ‘아무나가 아니라 “내”가 되고 싶어’라는 메시지는 2030, 아니 4050에게도 통하는 이야기다. 너무 인색한가 6070세대도 아직 짱짱한 세대다. 생물학적 나이란 별 의미 없다. 카네기의 인생론이니 인간관계를 보기보다는 하주현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라.
이 책의 메시지를 정리하면 아마도 위와 같다.
지은이 하주현은 부족하지만, 기회를 주시면 열과 성을 다해서 하겠다고 말하는 게 바로 그의 인생의 무기가 아닌가 싶다. 이 책은 자기 자랑이 아니다. 조금은 잘난 척하는 것으로 보이는 대목조차도 그의 절실함을 덮어버릴 만큼 중요하지도 않다.
이 책에서 눈을 뗄 수 없어, 삽시간에 읽어내렸다. 그렇다고 대충 읽은 게 아니라 줄을 그어가면서 열심히 읽었다. 아니, 곱씹고 곱씹어 소화불량이 될 정도로….
우선 이 책은 보통 우리 주변에 있는 평범한 청소녀의 20여 년간의 분투기다. ‘누구든 누구나 뭔가 하려고 맘만 먹으면 할 수 있다는 말’ 이 말은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어온 아주 익숙한 말이다. 그런데 이를 실천하기라 쉽지 않다.
자, 그럼 하주현의 말을 들어보자.
그는 프롤로그에서 이런 말을 한다. “겉으로 보이는 빛나는 20% 뒤에 가려진 80%는 고군분투하며 버텨 낸 게 녹록하지 않은 날들이었다.” 사실 그는 남들과 비교해 특별히 내세울 것이 없다고 했다. 제일 성적이 낮은 과목이 영어였고, 영어 공포증에 가까웠다고….
그런데 어느 모로 보나 자격 미달인 그가 어떻게 미국에서 대학원을 나오고 최고급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일할 수 있었을까?, 영어가 능숙하지 못해 늘 가슴을 졸이며 일을 했고, 프랑스 음식을 몰라서 하루에 다섯 끼를 먹으면서 공부했다고….
그는 불리함을 유리함으로 바꿀 줄 아는 능력이 있었던 게 아닌가? 아니다. 그에게는 단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든 ‘최선’, 목숨을 걸고 그 일에 매진하려는 벼랑 끝에 선 ‘절박함’이 있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다. 영어를 모르지만, 영어를 능숙하게 하는 이들보다 손님들에게 신뢰를 받았다. 그는 머리를 쓰지 않고 실수를 인정하고, 가슴으로 감성으로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하고 행동했던 역지사지의 실천을 했다. 남이 모든 보지 않든 그 자신이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즉 경쟁상대는 바로 그 자신이었다.
이 책은 4부로 나누어 1부에서 삶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겠지만, 적어도 태도는 선택할 수 있잖아, 2부 나마저 나를 포기할 수 없으니까, 3부는 그래서 내가, 나여야만 할 때, 4부는 삶에는 지름길이 없다고 하니까, 라는 제목을 붙였다. 자신의 분투기가 어떻게 보면 4막 혹은 네 번의 전환점이 있지 않았겠냐는 생각을 해본다.
안 된다는 변명 보다는 최선을 다해, 아니 벼랑끝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필사의 노력으로
에피소드, 시계열적인 서술이 이어지는데, 이 중에 눈길을 끌었던 대목은
영어 실력이 형편없어, 아예 통째로 지문을 외어버리는 열정, 대학원 면접에서 지금까지 호텔 일의 경험을 적으면서 영어 실력은 별로지만 자신은 성심성의껏 일했고 고객의 감동과 지지, 신뢰를 얻었다고 했다. 합격 여부 결정은 학과장에게 위임됐는데, 그를 평하는 말이 아주 인상적이다. ‘처음과 끝이 같은 사람’ 이 말은 화장실에 갈 때와 다녀올 때의 태도가 다르지 않다는 것을 학교에서 인정했다. 호텔 관련 최고 대학원이었다는 코넬대학원에 입학하게 됐다. 말 그대로 한결같은 태도가 그를 지탱하게 한 것이다. 또 하나 보자. 장래 호텔 최고책임자가 되기 위해 새로운 영역 경험도 주저하지 않았다. 식음료 부의 경험을 하기 위해 호텔과 레스토랑 인턴을 하루 16시간, 쉼 없이 말이다.
내가 사랑하는 일에 무념무상? 아니다. 그에게도 욕망이 존재한다. 그러나 거기에 휘둘리지 않고 먼 미래를 보면서 자신의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한순간의 후퇴도 받아들인다. 르 버나딘이라는 최고급 레스토랑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을 때의 일이다.
하주현은 리더십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 카리스마, 서번트, 톱다운이냐 버텀업이냐는 이론에 휘둘리지 않고 현장에 맞는 자신에게 맞는 리더십을 만들어낸다. 이 역시, 그가 몸담은 조직을 위해, 그가 없더라도 돌아갈 수 있게 만드는 시스템을 고민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그가 인용한 글들…. 꽤 열심히 공부하고 끊임없이 노력했던 성실함이 전해져 왔다. 마지막으로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고 늘 걱정스레 바라보던 그의 어머니에게 인정받으려 하지 않고, 그저 나는 나일 뿐, 내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보여주기 위한 삶 속에서는 내가 빠져버리고 대상화될 뿐, 마치 유체이탈처럼, 겉모습은 나인데 내가 아닌 게 되는 그런 우를 범하려 하지 않았다.
한국에 돌아와서의 경험은 바로 그가 20여 년간의 전장에서 싸운 장수의 모습이었다. 소신, 자신감, 옳다는 신념이 생길 때까지 끊임없이 현장을 확인하고 원인을 찾는 태도는 단지 운이 좋은 사람이 아니었음을….
이 책은 되는 일이 없다고 자신을 탓하고, 운을 탓하는 이들이 꼭 봤으면 한다. 화려한 스펙을 쌓아도, 그것을 어떻게 쓸 것인가, 쓰는 방법을 모르면 마치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되는 것처럼…. 자신을 업신여기지 말고, 남들과 비교해 현실적으로 불리한 처지에 놓일 때라도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뭐지라는 생각보다는 어떤 일을 하든 최선을 다해서…. 이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자양분이 됨을….
지은이 하주현 선생의 건승을 기원하면서, 미국에서의 경험을 모두 한국에서 살아가는 후배들에게 전달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힘들더라도 꼭 그렇게 됐으면 한다. 흔들림 없이….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