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나온 미술관 - 길 위에서 만나는 예술
손영옥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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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발상, 거리로 나온 미술관-길 위에서 만나는 예술-

 

 

어느 도시나 지역에는 그곳을 상징하는 건물이나, 조형물 등이 있다. 또 다른 표현으로는 랜드마크라고 할까, 예전에는 중심, 표식, 알기 쉬운 뭐 그런 건물일 뿐 예술작품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그리 없었던 듯하다. 즉, 도시를 대표하는 건축물은 예전에는 그저 낮익은 건물이라는 인식이었다.

 

 

우리는 ’예술작품‘을 뭐라고 생각할까?

 

 

이 책은 우리 일상 속에서 보이는 건물이나 길거리 조형물을 보는 각도를, 생각을 조금만 달리하면 미술관에 가지 않더라도 훌륭한 예술작품을 볼 수 있는 ’거리의 미술관‘이라는 인식의 전환을 한다면 익숙함 속에 낯설음, 즉 새로운 경험을 할 수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렇다면 ’예술작품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를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 대기업 건물에 커다란 황소 한 마리, 우리를 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약속장소로 알기 쉬운 랜드마크로 인식하고 있을까, 아니면 거리에 전시된 예술 작품으로 생각하고 있을까, 글쎄다 별로 생각해 본적이 있었나 싶다.

 

 

길거리 미술관’이란, 익숙한 거리의 낯설음, 새로운 발견

 

 

지은이는 ‘건축물은 도시라는 캔버스에 그려진 예술작품’으로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발상과 사고의 전환, 통근길에 보고 지나치던 건물들이 예술작품이라면 갑자기 거리가 달리 보이지 않을까, 그저 익숙한 거리에 관심을 가지고 보면 어느덧 예술작품으로 탈바꿈하는 게 아닌가, 갑자기 열린 ‘길거리 미술관’...갑자기 새롭게 보인다. 충분히 공감할만한 이야기다.

 

지은이는 미술평론가이면서 일간지 문화전문기자, 부국장이다. 2020년 한 해 동안 국민일보에 연재했던 칼럼 ‘궁금한 미술’을 깊고 더해 엮은 것이 이 책이다.

 

그저 서 있는 건물, 국회의사당, 예술의 전당의 탄생 이야기를 듣고 관심을 가지고 보면, 이른바 건축물에 혼을 불어넣는 스토리텔링 속에서 새롭게 보이는 예술작품이 된다…. 무릎을 딱치고 싶은 대목이다.

 

 

 

 

길거리의 미술관은 언제부터, 어떤 것들이 있을까

 

 

1975년, 문화예술진흥법에서 건축조형물을 세워야 한다는 권고 규정을 두고 있다가 20년 후에 의무규정으로... 지방자치제도 부활이후에는 관광객 유치 등을 위한 조형물로... 시대와 목적에 따라서 거리에 하나 둘 세워지는 건축물과 예술품들,

거리의 조형물은 크게 4가지로 나뉜다. 첫째 동상과 조각 등 정부 주도의 기념 조형물, 둘째 문화예술진흥법(제9조, 건축물 미술작품 제도 1만 제곱미터 규모 이상의 건축물에는 건축비용의 1%, 1995년 의무화 이른바 ‘건축비 1% 법’)에 따라 설치된 미술품, 셋째 지방자치단체의 프로그램, 넷째는 기업들의 건물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자발적으로 설치한 것들이다.

 

 

길거리 미술관은 아직도 시행착오 중

 

 

국세청 앞에 세워졌다 4년 만에 시민들의 반발로 철거된 ‘저승사자 조형물’과 시민들의 반발을 받아들여 위치를 바꾸면서 존속시켰던 포스코 본사 앞 ‘꽃이 피는 구조물’, 지금은 명소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둘의 엇갈린 운명, 예술작품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런 역사가 있었구나는 생각이 든다. 눈이 번쩍 뜨일정도로...

 

이 책에서 몇 사례를 소개하고 있는 공공건축물은 2000년대 들어 급작스레 증가하기 시작했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라든지 여러 이유를 들어 우후죽순처럼, 그러나 설치과정에서 주민의 의사를 묻는 등 민주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행정 독단으로 추진,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공공건축조형물이 생겨난 것이다. 시행착오 속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가?, 아직은 답하기는 이르다는 생각이 든다.

 

자 본론으로 되돌아보자. 이 책은 4장을 나눠 1장에서는 익숙한 곳에서 발견하는 낯선 아름다움이라는 제목으로 공공미술 이야기를 풀어낸다. 여기서 드는 사례는 김병호의 ‘조용한 증식’을 비롯하여 조너선 보로프스키의 광화문 흥국생명에 세워진 ‘해머링 맨’, 클래스 올덴버그의 청계광장 ‘스프링’, 김영원의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앞 ‘그림자의 그림자를 비롯해 인천공항, 코엑스 한국프레스센터, 광화문의 이순신장군 동상 등이 소개된다. 그리고 2장 도심 안의 또 다른 예술이라는 건축이야기에서는 김찬중의 울릉도 코스모스리조트, 박승홍의 국립중앙박물관 등을, 3장 거리의 예술로 훔쳐보던 그 시절로 역사이야기를 담고 있다. 박길용의 국립현대미술관, 지명건축가들 이른바 잡탕 ’국회의사당‘ 김수근의 세운상가, 김석철의 예술의 전당에 얽인 웃지 못할 이야기들, 4장에서는 관점을 바꾸고 경계를 허물다라는 제목으로 새로운 공공미술을 소개학 있다. 김승영의 금천아파트 ’누구나 마음속에 정원이 있다‘ 녹사평역의 공공미술프로젝트로 만들어진 ’지하예술정원‘ 등이 그것이다.

특히 3장에서 소개하는 국가주도의 체제우월(적어도 북쪽 보다는 웅장하게라는 강박이 작용하던 시절에 지어진 건축물)의식이 예술품보다는 선전도구로, 이용되던 시기가 있었다. 참으로 씁슬한 대목이다. 100년 후, 우리 건축예술품, 건립 당시 당대의 시대정신이 깃들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물론 역사적인 증거는 된다. 박제화된 이데올로기의 상징이라면 예술작품이라 할 수 있을까?, 물론 보기 나름이겠지만 말이다.

 

늘 보던 건축물, 조형물들이 거기에 얽힌 이야기를 듣고 보면,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새롭게 다가오는 것은 왜 일까?, 바로 지배적인 사고틀때문이 아닐까, 예술작품은 창작자가 당대의 정신을 그리고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해석될 것인가를 깊이 고민하면서 만들어 낸 것들을 작품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보여주기식, 뭔가 목적을 가지고 마구찍어내는 것들은 예술작품이 아니라, 쓰레기다. 그 예는 국세청앞 저승사자가 그러했고, 한때 포스코 앞 조형물도 그런 수난을 겪었다.

 

 

 

국회의사당은 너의 섬(여의도, 汝矣島), 그들의 리그의 이상한 우주선 같은 건물, 총독부의 약령?

 

지은이는 세종문화회관, 예술의 전당 건축 당시의 에피소드를 소개하는데, 아마도 이런 게 스토리텔링이지 않겠냐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는 국회의사당, 평소 여의도(너의 섬= 구케우언=구태의연하고 케케묵은 어리석은 소리를 하는 곳= 왜 합리적이고 현명한 사람들이 =의사당에만 들어가면 자기 생각을 잃어버리고 어떨 때는 좀비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걸까, 그래서 나는 ’국회의원‘이라 쓰고 읽기는 ’구케우언‘이라고 읽는다) 아무튼 국회의사당에 얽힌 사연을 들어보자

 

지은이는 건축물 ’국회의사당’을 이렇게 표현한다. ‘급조된 불통의 아이콘 건축가 없는 누더기 건축물’이라고, 의사당 지붕 돔을 두고 ’마징가 제트‘ ’로봇 태권V’ 논쟁이 있었던 모양이다. 상상처럼 밋밋한 건물 위에 돔을 얹히는 참으로 생뚱맞았던 모양이다. 박정희 시대 만들어진 대표적인 건물이며 특징은 기둥과 돔이란다. 서양의 돔은 종교적 믿음이나 왕권, 국가적 이상을 상징한다. 로마의 판테온 신전, 바티칸의 성베드로대성당, 미국의 국회의사당 등이 이런 예에 속한다. 동양에서는 서구에 대한 콤플렉스, 근대화에 대한 열망 등을 바로 돔으로 표현한다.

 

국회의사당 설계도 우여곡절을 거쳐 공개됐던 1969년 당시, 언론에서는 제국주의가 식민지에 자기 나라의 위세를 보이기 위해 만든 콜로니얼 양식이라고 전제하며, 총독부의 악령이 되살아난다고 했다. 참으로 선견지명이다. 지금 국회의사당 돌아가는 꼴을 보면 아주 틀린 소리도 아닌 듯하다. 지금도 ‘돔’ 논쟁은 진행 중이다. 돔을 없애자는 의견이 여전히 존재한다.

 

자, 이렇게 건축물 국회의사당의 배경을 알고 보면, 뭔가 달라져 보이지 않을까?, 건물이란 의미는 무엇일까, 왜 예술작품이라는 표현을 할까, 바로 상징성 때문이다.

 

 

이 책은 단지 거리 예술품, 걸어가면서 보는 미술관에 초점을 맞춰 우리의 예술을 보는 눈높이와 사고의 전환 요구를 담고 있지만, 그 바탕에 깔린 의도는 우후죽순 마구잡이로 만들고 올리는 건축물과 예술작품을 구별해주시라는 우리 거리의 미술관 작품을 보면서 한 번 생각해봅시다. 그리고 이런 예술작품은 거리에 설치한 이상 공공미술이며, 이는 주민과의 소통을 통해, 합의하고, 우리 모두의 작품으로 승화되어야 할 때가 됐음을 말하고 있는 듯하다. 또한 건축물과 조형물 등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 잊혀진 이야기들을 끄집어 내어, 감칠맛나게 설명해주는 대목도 흥미롭다. 24시간 언제든지 볼 수 있고, 제한 인원도 없다. 완전히 열려진 미술관이 아닌가, 이런 재치 있는 발상이 돋보이는 책이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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