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종 평전 - 호랑이를 탄 군주
박현모 지음 / 흐름출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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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를 탄(騎虎之勢) 군주 태종 ‘이방원’ 평전

 

조선 3대 왕 태종 이방원, 그가 꿈꾼 세상은 요순시대, 3대 시절(하나라 ‘우왕’ 은나라 ‘탕왕’, 주나라 ‘문왕, 무왕, 주공(성왕)’의 소강(小康)- 천하가 한 집안 같던-나라, 가족같이 화합하고 잘 사는 나라다.

 

이 책은 조선 왕의 리더십 연구에 천착했던 지은이가 지난 10여 년간 <태종실록>을 연구와 2020에서 2021년간 서울숲양현제에서의 강독을 통해 얻은 생각들을 토대로 쓴 태종 이방원의 평전이다. 인간으로서 군주로서 적어도 두 세대를 내다보며 심모원려 했던 정치가로서의 모습이 담겨있다.

 

세종리더십을 먼저 펴내면서, 66일간의 세자교육을 받고 이후 5년간 상왕 태종에게 받은 군주수업이 없었더라면 세종은 그저 그런 왕으로 남지 않았을까?, 세종의 멘토로서 태종, 그의 리더십 근간을 톺아보는 게 이 책이다. 아울러 이 책은 태종을 중심으로 태조와 세종 연간을, 그리고 주변국과의 외교 관계 등을 두루 살피고 있는데, 외국 연구자들의 분석도 곁들이면서 조선 시대 태종이란 리더의 모습을 여러모로 조명해보고 있다.

 

조선의 기틀을 다진 태종과 주변 인물 등 국왕 중심정치와 총재(재상 중심, 신권중심정치) 정치- 재상은 넓게는 통상 종2품 간단히 말하면 오늘날 편제로 차관급 이상 총리까지 대략 60명 정도의 그룹을 말한다)-와의 대립, 절충, 우리가 알고 있는 절대군주로서 생사여탈권을 맘대로 휘두르는 태종과는 사뭇 다른 이미지-인재경영의 탁월함-를 볼 수 있다.

 

태종의 국가관 소강(小康) 정치, 가족같이 화합하고 잘 사는 나라

 

태종, 세종, 정조처럼 세간의 많은 관심을 끈 왕들도 그 한계는 분명했다. 이들은 영웅본색의 주인공이 아니지만 ‘소강 정치’을 실천하려 했던 군주들이다. 이 책은 조선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유교의 흐름도 소개하는데, 실질 성리학, 실사 성리학이 아카데믹한 성리학으로 이론 성리학 (주자성리학)으로 바뀌는 과정도 짧지만 소개하고 있어, TV에서 방영됐던 풍운아 이방원에 관한 오해가 조금은 풀릴 듯하다.

 

그런데 왜 조선 시대 개창의 주역 이방원을 오늘날 다시 살펴봐야 하는가? 왜 이방원인데? 역사에서 만약, 가령을 하는 순간 상상력은 발동된다. 아주 참신하게…. 그렇다면 이 책을 통해서 지은이가 말하려는 건 무엇인지, 뭐 재미로 읽는다면야 조금은 딱딱하지만, 술자리에서 썰풀기에는 좋은 정보가 담겨있으니, 시간을 투자해도 손해 볼 일은 없겠다.

 

현재는 과거를 통해서, 그리고 미래로

 

이 책은 바로 우리 사회의 변화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역사의 장면은 다르지만, 그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 즉, 모든 역사는 되풀이되며 과거가 오늘을 그리고 미래를 규정하는 거처럼 그 역사의 어딘가에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가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요구되는 리더십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과거의 예를 살펴봄으로써 유용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 담긴 내용

 

이 책에 담긴 내용은 7장으로 1장에서는 정치가 태종을, 2장에서는 왕의 여자들과 인간 이방원, 3장은 태종 치세 재상 3인방 이야기-부왕의 재상 조준, 하륜, 이색의 수제자 권근-, 4장 ‘태종의 나라’ 조선-국왕 중심체제 개편, 정치개혁, 민생경영 등을 통해 국가 기틀을 잡아가는 과정을-, 5장에서는 실용외교와 국방-사대교린의 실천, 대명, 대일관계, 대여진관계-, 그리고 6장 태종의 탁월한 업적으로 평가받는 세자교체(양녕에서 충녕으로)와 전위, 그 리더십-, 마지막 7장에서는 태종 정치의 빛과 그늘-세종을 넘을 수 없는 이유-

 

태종의 역이족의(亦已足矣-또한 이미 충분하다) , 자기 절제력

 

바로 이 문장이 태종의 정치를 대하는 태도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18년 동안 호랑이를 탔으니 이 또한 이미 족하다(亦已足矣), 적당한 곳에서 멈출 줄 아는 자제력과 지혜, 이 역시 냉철한 정치가의 면모다. 살아있는 권력으로 다음 왕 세종을 올리고, 그의 치세를 위해 손에 피를 묻히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1388년 위화도회군 이후 22세의 나이로 호랑이 등을 탄 것처럼 정도전과 손을 잡고, 정몽주를 척살하고, 정도전을 제거, 아버지가 아끼던 이복동생을 죽이고, 형제를 귀양보내고, 처남들까지 죽여버렸던 그가, 이제 그만 호랑이 등에서 내려오고 싶어 했다. 창업-수성-경장-쇠퇴라는 동양 사상의 순환체계론(E.H 카의 역사발전론도 이와 유사한 경로 언급한다. 대립모순 관계이지만), 아무튼 리더십론을 이야기할 때는 영화 제목 ‘박수 칠 때 떠나라’처럼 미련을 남기지 말고, 다 훌훌 털어버리고…. 이게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자기중심적 사고와 경계점일 듯하다. 참을 그 실천행이 어려운 대목이다.

 

책내재여(責乃在予), 그 누구의 책임도 아닌 내 책임이다

 

백성은 하늘이요. 또한, 군왕에게 백성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돌보고 또 돌봐야 한다. 재난이 생기면 이 모든 것은 누구의 책임이 아닌 바로 내 책임이다. 라는 책내재여의 사고가 민생경영의 밑바탕을 이루고 있다. 요즘 말하는 복지 국가원리로 국가는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도록 해야 할 책임이 있다.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 못한다가 아니라, 그 책임이 어디에 있는가다. 그래야 더 신경을 쓸 게 아닌가?, 태종은 궁중 포럼을 운영했다. 대소신료에게 묻고 답하고, 절대군주 모습 이면에 민주적인 절차다. 적재적소의 인재들, 그들에게 의견을 묻는다. 현안을 어떻게 풀어가야 하느냐고. 이 또한 놀랍게도 오늘날 사라진 지 오래된 일이다. 내 책임이 아니라 다른 누구의 책임이며, 나는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고 발을 빼는 이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500년 전에 이런 일이 있었노라고, 그 발로는 내 책임이다. 그 누구의 책임이 아니라는 인식에 터 잡은 리더십이기에 말이다.

 

태종의 리더십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들

 

거대한 시대의 전환기, 명나라와 여진, 일본의 움직임을 세심하게 살피는 국제정세의 인식이 첫 번째다. 즉 국제관계를 냉철하게 분석하고 대응방안을 생각하는 것, 즉 시대의 흐름을 끊임없이 살피는 것이다. 둘째로, 위기극복 능력, 태종은 무려 5번 이상의 위기를 경험, 그때마다 어떻게 극복해왔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로 민심을 얻는 방법이다.

 

또 하나 세종과 태종을 비교하는 것은 여기서는 생략한다. 이 책에서는 태종과 세종의 용인술을 비교하고 있지만, 시대적 배경의 다름과 접근 방법의 문제라 생각된다. 다만 큰 틀에서 이들은 소강 정치를 구현하려 했다는 점이다.

 

이 책은 몇 가지 논쟁점을 내포하고 있다. 또 옥에 티, 일본인명은 상대주의라는 점이다. 오다 노부나가 등은 상대주의 관점에서 썼지만, 쓰시마 도주 종정무= 소 사다시게로 종정무라 표기하지 않고 소 사다시게로 했어야 한다. 그렇다고 전체의 흐름을 방해하지는 않지만….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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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술사 - 므네모스의 책장
임다미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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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고 견디기 어려운 기억은 지워버려야 하나? 아니면 극복해 나가야 하나?

 

이 소설<기억술사, 므네모스 책장>은 이를 바라보는 눈이 다른 두 사람, 한 사람은 기억을 지우려 하고, 다른 한 사람은 지워진 기억을 되살리려 한다. 이 이야기의 씨줄은 이들이며, 날줄은 등장인물들의 에피소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기억의 신<므네모시네>, 지하 세계에서 ‘기억의 연못’을 지배하는 여신, 지하로 가는 레테강의 물을 마시면 생전의 기억이 지워지고, 므네모시네 연못을 물을 마시면 전생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여자친구와 벤치에 앉은 주인공 선오, 그의 무릎을 베개 삼아 누운 여자친구 머리를 우연히 머리에 손을 대자, 확~하고 그녀의 기억세계, 즉 기억이 저장해놓은 도서관으로, 일기가 보이고, 이를 읽는 선오, 그녀가 그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게 되어 기분이 좋아지지만, 마지막 또 다른 남자와 데이트를 했다는 기억을 마주한다. 이걸 그녀에게 물어봐야 하나….

 

참지 못하고 물었다. 나 외에 다른 남자와 데이트했냐고?, 화를 내고 가버린 여자친구, 이렇게 해서 자신이 남의 기억의 장소로 들어갈 수 있음을 알게 된 선오…. 이런 능력, 주술사, 영매, 그다지 달갑지 않아, 대학을 졸업하고 작은 컨설팅회사에 들어가는데…. 여기서 왜곡된 기억들의 세계를 마주하게 된다.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해대는 군상, 이런 것들이 보기 싫어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문을 열게 된 기억치료연구소 므네모스, 선오는 그를 찾는 이들의 기억 도서관 속에 실타래처럼 엉킨 기억을 제자리로 가져다 놓아준다. 기억의 도서관에는 마치 사서처럼 일하는 ‘뭉그리’가 있다. 무의식 속에서 원하는 대로 기억을 지우기도 하는 등의 일을 한다. 아무튼, 선오의 신비한 능력은 소문나고….

 

 

희주 기억 속에 자리한 그 ‘무엇’ 

 

 

희주, 대기업에 취직했지만, 그의 직장생활은 경쟁, 뒷담화, 깎아내리기 이른바 약육강식의 정글, 할머니가 돌아가셔도 3일 휴가를 낼 수도 없는 회사 분위기, 자신이 ‘부속품’ 거대한 시스템의 톱니바퀴에 지나지 않음을, 무의식 속에서 이런 힘들고 견디기 어려운 기억들을 지워버리려 의지가, ‘무엇’을 만들어 냈다. 매일 같이 없어지는 기억들, 선오의 소문을 반신반의하면서 므네모스를 찾게 된다. 그녀의 머릿속을 들여다본 본 선오, 뭉그리와는 다른 ‘무엇’의 존재를 발견하고 놀라는데….

 

희주의 기억은 어렸을 때 기억부터 점차 중학교, 고등학교 순으로 없어져 가는데, 기억을 되찾기 위해, 그리고 더 이상 기억을 잃지 않게 하려고…. 그녀의 초등학교 때 친구 은주와 지금은 검사가 된 첫사랑 태준을 만나 옛날 기억을 찾으려 한다, 희주와 은주 모두 같은 병원의 조선생이라는 정신과 의사에게 치료를 받는다. “힘든 기억을 없애주었으면 한다고”, 은주는 좋은 대학을 나왔지만, 취직이 여의치 않다, 부모는 공무원시험이라도 보라고 한다. 자신 앞에 놓인 힘든 현실 여기서 벗어나고자 한다. 또 한 명 이현수경사, 회계사 출신인 그는 회계사일에는 별반 흥미를 느끼지 못해 3년간 공부해서 경찰에 입문, 강력계 배치되는 데 적응을 못 하던 중(직장 갑질을 당하는 등) 경찰의 무능함을 보여주기 위해 강도 사건을 일으키고, 제대로 된 일자리로 구하지 못해 헤매는 채우진을 용의자로 체포, 사건을 조작하는데….

 

조 선생은 어두운 기억을 지우는 능력, 선오처럼 기억을 들여다보는 능력을 가졌다. 그는 어릴 적 똑똑했던 사촌형 강동범의 머릿속에 들어가 기억에 손을 대버렸다. 이를 고치기 위해 의사가 됐지만, 그의 형은 여전히 봉쇄된 기억의 벽을 허물지 못하고…. 희주, 은주, 이현수는 모두 조 선생에게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

결국, 선오는 조 선생이 이들의 힘든 과거 기억을 없애버렸음을 눈치채고, 조 선생 또한 선오의 능력을 알아본다. 선오는 조 선생을 찾아가, 왜 기억을 없애려 하는지를 묻는데…. 조 선생이 선오의 머리를 엿보는 순간, 자물쇠에…. 즉, 이제는 더 사람의 기억을 들여다볼 수 없게 됐다. 즉 능력의 봉인이 된 것이다.

 

소설의 결말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힘든 기억이 없어졌으면 하는 의지발동이 기억을 잃게 하고 틀 속에 갇히게 된다고, 여기서 벗어나는 것은 본인의 의식적 의지 활동 외에는 없다고….

 

참 재밌는 소설이다. 작가의 이력이 소설 바탕에 깔린 듯, 아니 그런 냄새를 풍긴다. 한때 심리상담가를 꿈꾸다, 변호사가 된 작가는 이제 소설가로,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려 한다. 이 소설은 선과 악의 대결 구도가 아니다. 인간 심리 세계를 소재로 어려운 심리학 용어를 쓰지 않고, 말로 풀어낸다. 자존감이 낮아진 희주, 은아와 이현수는, 불안하고 감당하기 힘든 현실의 기억을 떨쳐내거나 밀어내려는 방어기제, 억압, 부정, 치환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선오는 자신의 기억을 들여다보는데, 아마 이런 것들을 굳이 표현하자면, 정신분석을 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조 선생은 정서불안 등에 관해서 전문용어를 나열하지 않는다. 선오 역시 그러하다. 

 

우리 사회에서 ‘헬조선’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받는 스트레스 자신의 꿈과 희망을 포기해야 하는 시대, 우리는 모두 희주요, 은주이며, 이현수, 강동범이다. 조 선생의 지론대로 견딜 수 없는 현실을 부정하거나 내 안 깊숙한 곳에 봉인해버리거나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고 있다. 알던 모르든 간에….

 

하지만, 결국은 모든 것은 나에게로다. 내 의지에 따라서 극복해야 한다. 조 선생은 이를 무책임하다고 비난한다. 잔인하다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현실의 압박 속에서 벗어나도록 해주는 것이…. 어느 말이 옳은지 그른지는 모르겠다. 다만, 내 인생의 나의 것이요. 극복 의지를 다지고 헤쳐나가는 게 자기 인생에 책임을 다하는 거라고…. 조 선생의 사촌형 강동범은 선오에게 치료를 받으러 매주 토요일 그를 찾아온다. 

 

 

아무튼, 이 소설은 몰입도가 좋다. 순간 훅하고 빠져들 수 있어서 좋다. 우리 사회의 현실에 관한 접근이, 친숙감을 주었을지도, 읽는 동안 힐링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기억술사#므네모스의책장#임다미#팩토리나인#장편소설#인지심리#불안정정서#책콩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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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죽은 자의 이름을 묻는다 - 세계적인 법의인류학자가 들려주는 뼈에 새겨진 이야기
수 블랙 지음, 조진경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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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뼈 조각만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읽어내야만 하는 외롭고 지난한 일을 하는 법의인류학자, 의사가 아니다. 법의학자도, 해부학자도 아닌 인류학자다. 뼈가 아는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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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죽은 자의 이름을 묻는다 - 세계적인 법의인류학자가 들려주는 뼈에 새겨진 이야기
수 블랙 지음, 조진경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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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 싶다>를 제대로 이해하는 방법, 이 책을 읽는 것이다

 

가끔 빼먹지만, 반드시 챙겨보는 TV프로가 있다. 서울방송의 시사프로 <그것이 알고 싶다>다. 여기에 단골로 등장하는 전문가군은 ‘법의학자’와 ‘심리학자’ 군이다. 굳이 범죄 심리학자라는 자막은 도움이 되지 않은데도 그들의 의견에 권위를 부여하려는 건지 몰라도 아무튼 그렇다. 생뚱맞게 무슨 그것이 알고 싶다 타령을 하느냐고, 아니다. 여기에 나오는 피해자들이 어떻게 죽음을 맞이했는지를 말해주는 법의학자들의 이야기를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이 책<나는 매일 죽은 자의 이름을 묻는다>값 아주 유용함을 이야기하려 한다. 

 

이 책은 법의학은 의사의 전문분야 중 하나이지만, 법의인류학은 인류학을 바탕으로 법의학 분야를 연구하는 것이라 이해된다. 다소 생소한 개념이지만, 아무튼 의사는 아니라는 점이다. 인류학 분야 중 문화인류학, 역사 인류학이 있듯이 법의학이란 분야의 인류학으로 보면 된다. 

 

 

 

 

당신의 뼈에는 살아온 기억과 상처가 새겨져 있다.

 

지은이 수 블랙은 법의인류학자(forensic anthropologist)다. 그는 법의인류학자가 일하는 방식대로 인체의 부위에 중점을 두고 부위별로 이야기하고 있다. 인체의 어떤 부위가 식별을 위해 제시될지, 그 상태가 보존된 상태인지 아니면 파편 상태인지 전혀 알 수 없다. 적어도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법의인류학자의 임무는 삶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뼈, 근육, 피부, 힘줄, 섬유 조직에 이미 상세히 기록된 이야기를 찾아서 이해하는 것이다. 

 

좀 더 문학적으로 표현하자면, 법의인류학자의 일은 마치 뼈가 레코드인 것처럼 축음기 바늘을 옮겨가면서 삶이라는 노래 중 그 단편들을 찾아내고, 오래전에 기록된 선율의 단장을 끌어내 골격의 뼈를 읽으려고 애쓰는 것이다. 또한, 이들의 관심은 그 삶이 어떠했고, 그 사람이 누구였는가를 알아내는 것이다. 또 뼈에 기록된 그 사람의 경험을 찾는 것이다. 이 책은 현실에서 적용되는 해부학과 법의인류학의 렌즈를 통해 인체를 검토한다….

 

법의인류학 분야에서는 신체 또는 신체 일부와 마주했을 때 해결해야 할 네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유골이 인간의 것인가, 둘째, 법의학적 관련성 여부, 셋째 이 사람은 누구인가, 넷째로 사망의 방식과 원인을 뒷받침할 수 있는가이다. 

 

이 책은 3부로, 1부에서는 머리(뇌상자, 얼굴을), 2부는 몸통(척추, 가슴, 목) 그리고 3부 사지는 팔과 다리 이음 뼈, 긴 뼈, 손과 발을, 각 부, 장에는 각각의 에피소드가 실려있다. 어디선가 뼈가 발견되면, 법의인류학자가 출동하게 된다. 누군가는 시체가 전하는 말을 듣고, 그의 생전의 삶의 궤적을 좇아볼 수 있다고 했듯, 법의인류학자는 뼈가 전하는 말을 듣고 그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어떤 식의 죽음을 맞이했는지를….

 

이 책을 읽는 동안 미국 드라마 ‘본(뼈)’의 영상들이 머리를 스쳐가는데. 실린 내용을 생각하면서 뼈에서 찾아내는 증거들을 눈여겨 본다. 그리고 뼈가 하는 이야기를 떠올린다. 아동학대 사건, 정은이사건이나 20개월 유아의 성적 학대 후 살해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진 일들과 비슷한 사례도 이 책에 실려있다. 

 

척추뼈는 죽은 자의 신상명세를 알려준다.

 

척추뼈는 사망자의 나이, 성별, 신장 등을 알려주며 병리와 질병, 부상에 대해 분명히 설명해준다. 그러나 척추뼈가 법의인류학에서 갖는 가장 큰 가치는 사망 전후로 피해자에게 가해진 외상과 손상에 대한 정보 전달이다.

 

복장뼈는 많은 이야기를 한다

 

복장뼈는 3구분 된다 복장뼈자루와 몸통, 그리고 칼돌기, 이를 구분하는 띠는 의료전문가에게는 유용하지만, 법의학자에게는 그렇게 흥미로운 대상이 아니다. 단, 항상 이례적인 것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가슴뼈를 보는 인류학자에게는 예외다. 여기서, 법의인류학자의 일이 확연히 구분된다. 여행용 가방에 태아 자세로 죽었던 한국인 진효정 사례도 복장뼈 덕분에 나이대를 추정할 수 있었다. 복장뼈 자루는 작고 얇은 뼛조각이 10대 초반에 관절면에 융합돼 관절이 완성되기에 청년의 나이 결정에 아주 유용할 수 있다. 법의학에 관련된 전문가들은 모두 간과하지만, 법의인류학자라면 언제나 이 부분을 확인한다….

 

 

갈비뼈, 아동학대의 표지

 

복장뼈와 연결된 갈비뼈 역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아동학대가 뼈에 남기는 증거, 갈비뼈는 성별과 나이를 판단할 때는 어느 정도 쓸모가 있지만, 인종과 신장에 대한 정보는 거의 알려주지 않는다. 갈비뼈가 사망 전과 도중, 그리고 사망 후 일련의 사건 패턴을 확인하는 데 특히 도움이 된다. 

 

어린아이의 갈비뼈 골절에 대한 분석은 ‘흔들린 아이 증후군’이라는 사례 유형과 관련되어 오랫동안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아동학대가 반복되면, X선 촬영에서 거의 보이지 않는 과거의 것, 아직 치유 중인 몇 달 전의 것, 가골형성의 징후가 거의 또는 전혀 보이지 않는 최근의 것 등 여러 단계의 치유를 보여주는 골절이 드러날 수 있다(해리 사례 200쪽)

 

사지의 흔적들

 

다리 이음 뼈는 성별과 사망 당시의 나이를 확인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팔과 다리뼈인 긴 뼈로는 헤리스선으로 정신적 충격의 증거를 확보할 수 있다. 이것은 아동학대를 알아내는 데 중요한 증거가 된다. 발뼈로는 보행 분석을 통해 범인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발자국과 메레디스 커처 살인사건은 2007년 이탈리아 페루자에서 발생했다. 영국 교환학생 21세 메레디스는 동료 학생 3명과 함께 아파트에 살았는데 자신의 침실 바닥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같이 살던 아만다 녹스와 그녀의 남자 친구, 그리고 그 집에 자주 왔던 또 다른 남성이 살인혐의로 체포, 발자국 증거가 인정됐다 번복되는 등의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이들은 무죄 방면됐다. 이 대목은 영국의 재판절차에 대한 사전 이해가 필요하며, 증거인정능력에 대한 절차 등에 관한 설명이 필요한데, 빠져 있어, 정확한 이해가 곤란한 대목이다. 

 

인간의 몸을 해부하는 게 금지됐던 19세기, 해부학에 대한 열망으로 사람을 죽이기도 했다. 우여곡절을 거쳐 1830년대 중반에 무연고 시신만 해부대상이 된다는 법이 만들어진다. 

 

 

뼈에 기록된 그 사람의 경험을 찾는 것이 법의인류학이고, 이를 연구하는 자들은 뼈로 그 사람의 사연을 알아내고 그 시신에 이름을 되찾아줄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하는 일은 외롭고 지난한다. 작은 뼛조각만으로도 한 사람의 인생을 읽어내야 하니. 

 

이 책은 영국 범죄소설 작가협회 논픽션 부문 수상작이다. 아마도 우리의 상식 수준을 한 단계 높여준 공로를 인정한 게 아닌가 싶다. 우리가 이미지 하는 뼈는 머리, 팔, 다리, 몸통에 있는 200여 개의 뼈, 신체손해사정사 시험에나 나올법한 뼈들의 이름….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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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의 길 - 엇갈린 남·북·미의 선택
라종일.김동수.이영종 지음 / 파람북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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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의 길, 북미그리고 남한의 동상이몽의 결과였나, 비핵화논의로 시작된 회담여정 206일, 하노이회담 실패로 북으로부터 가장 크게 보복당한 곳은 남한의 통일정책?, 꽤 여러모로 톺아볼만한 내용이 담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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