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죽은 자의 이름을 묻는다 - 세계적인 법의인류학자가 들려주는 뼈에 새겨진 이야기
수 블랙 지음, 조진경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그것이 알고 싶다>를 제대로 이해하는 방법, 이 책을 읽는 것이다

 

가끔 빼먹지만, 반드시 챙겨보는 TV프로가 있다. 서울방송의 시사프로 <그것이 알고 싶다>다. 여기에 단골로 등장하는 전문가군은 ‘법의학자’와 ‘심리학자’ 군이다. 굳이 범죄 심리학자라는 자막은 도움이 되지 않은데도 그들의 의견에 권위를 부여하려는 건지 몰라도 아무튼 그렇다. 생뚱맞게 무슨 그것이 알고 싶다 타령을 하느냐고, 아니다. 여기에 나오는 피해자들이 어떻게 죽음을 맞이했는지를 말해주는 법의학자들의 이야기를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이 책<나는 매일 죽은 자의 이름을 묻는다>값 아주 유용함을 이야기하려 한다. 

 

이 책은 법의학은 의사의 전문분야 중 하나이지만, 법의인류학은 인류학을 바탕으로 법의학 분야를 연구하는 것이라 이해된다. 다소 생소한 개념이지만, 아무튼 의사는 아니라는 점이다. 인류학 분야 중 문화인류학, 역사 인류학이 있듯이 법의학이란 분야의 인류학으로 보면 된다. 

 

 

 

 

당신의 뼈에는 살아온 기억과 상처가 새겨져 있다.

 

지은이 수 블랙은 법의인류학자(forensic anthropologist)다. 그는 법의인류학자가 일하는 방식대로 인체의 부위에 중점을 두고 부위별로 이야기하고 있다. 인체의 어떤 부위가 식별을 위해 제시될지, 그 상태가 보존된 상태인지 아니면 파편 상태인지 전혀 알 수 없다. 적어도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법의인류학자의 임무는 삶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뼈, 근육, 피부, 힘줄, 섬유 조직에 이미 상세히 기록된 이야기를 찾아서 이해하는 것이다. 

 

좀 더 문학적으로 표현하자면, 법의인류학자의 일은 마치 뼈가 레코드인 것처럼 축음기 바늘을 옮겨가면서 삶이라는 노래 중 그 단편들을 찾아내고, 오래전에 기록된 선율의 단장을 끌어내 골격의 뼈를 읽으려고 애쓰는 것이다. 또한, 이들의 관심은 그 삶이 어떠했고, 그 사람이 누구였는가를 알아내는 것이다. 또 뼈에 기록된 그 사람의 경험을 찾는 것이다. 이 책은 현실에서 적용되는 해부학과 법의인류학의 렌즈를 통해 인체를 검토한다….

 

법의인류학 분야에서는 신체 또는 신체 일부와 마주했을 때 해결해야 할 네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유골이 인간의 것인가, 둘째, 법의학적 관련성 여부, 셋째 이 사람은 누구인가, 넷째로 사망의 방식과 원인을 뒷받침할 수 있는가이다. 

 

이 책은 3부로, 1부에서는 머리(뇌상자, 얼굴을), 2부는 몸통(척추, 가슴, 목) 그리고 3부 사지는 팔과 다리 이음 뼈, 긴 뼈, 손과 발을, 각 부, 장에는 각각의 에피소드가 실려있다. 어디선가 뼈가 발견되면, 법의인류학자가 출동하게 된다. 누군가는 시체가 전하는 말을 듣고, 그의 생전의 삶의 궤적을 좇아볼 수 있다고 했듯, 법의인류학자는 뼈가 전하는 말을 듣고 그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어떤 식의 죽음을 맞이했는지를….

 

이 책을 읽는 동안 미국 드라마 ‘본(뼈)’의 영상들이 머리를 스쳐가는데. 실린 내용을 생각하면서 뼈에서 찾아내는 증거들을 눈여겨 본다. 그리고 뼈가 하는 이야기를 떠올린다. 아동학대 사건, 정은이사건이나 20개월 유아의 성적 학대 후 살해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진 일들과 비슷한 사례도 이 책에 실려있다. 

 

척추뼈는 죽은 자의 신상명세를 알려준다.

 

척추뼈는 사망자의 나이, 성별, 신장 등을 알려주며 병리와 질병, 부상에 대해 분명히 설명해준다. 그러나 척추뼈가 법의인류학에서 갖는 가장 큰 가치는 사망 전후로 피해자에게 가해진 외상과 손상에 대한 정보 전달이다.

 

복장뼈는 많은 이야기를 한다

 

복장뼈는 3구분 된다 복장뼈자루와 몸통, 그리고 칼돌기, 이를 구분하는 띠는 의료전문가에게는 유용하지만, 법의학자에게는 그렇게 흥미로운 대상이 아니다. 단, 항상 이례적인 것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가슴뼈를 보는 인류학자에게는 예외다. 여기서, 법의인류학자의 일이 확연히 구분된다. 여행용 가방에 태아 자세로 죽었던 한국인 진효정 사례도 복장뼈 덕분에 나이대를 추정할 수 있었다. 복장뼈 자루는 작고 얇은 뼛조각이 10대 초반에 관절면에 융합돼 관절이 완성되기에 청년의 나이 결정에 아주 유용할 수 있다. 법의학에 관련된 전문가들은 모두 간과하지만, 법의인류학자라면 언제나 이 부분을 확인한다….

 

 

갈비뼈, 아동학대의 표지

 

복장뼈와 연결된 갈비뼈 역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아동학대가 뼈에 남기는 증거, 갈비뼈는 성별과 나이를 판단할 때는 어느 정도 쓸모가 있지만, 인종과 신장에 대한 정보는 거의 알려주지 않는다. 갈비뼈가 사망 전과 도중, 그리고 사망 후 일련의 사건 패턴을 확인하는 데 특히 도움이 된다. 

 

어린아이의 갈비뼈 골절에 대한 분석은 ‘흔들린 아이 증후군’이라는 사례 유형과 관련되어 오랫동안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아동학대가 반복되면, X선 촬영에서 거의 보이지 않는 과거의 것, 아직 치유 중인 몇 달 전의 것, 가골형성의 징후가 거의 또는 전혀 보이지 않는 최근의 것 등 여러 단계의 치유를 보여주는 골절이 드러날 수 있다(해리 사례 200쪽)

 

사지의 흔적들

 

다리 이음 뼈는 성별과 사망 당시의 나이를 확인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팔과 다리뼈인 긴 뼈로는 헤리스선으로 정신적 충격의 증거를 확보할 수 있다. 이것은 아동학대를 알아내는 데 중요한 증거가 된다. 발뼈로는 보행 분석을 통해 범인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발자국과 메레디스 커처 살인사건은 2007년 이탈리아 페루자에서 발생했다. 영국 교환학생 21세 메레디스는 동료 학생 3명과 함께 아파트에 살았는데 자신의 침실 바닥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같이 살던 아만다 녹스와 그녀의 남자 친구, 그리고 그 집에 자주 왔던 또 다른 남성이 살인혐의로 체포, 발자국 증거가 인정됐다 번복되는 등의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이들은 무죄 방면됐다. 이 대목은 영국의 재판절차에 대한 사전 이해가 필요하며, 증거인정능력에 대한 절차 등에 관한 설명이 필요한데, 빠져 있어, 정확한 이해가 곤란한 대목이다. 

 

인간의 몸을 해부하는 게 금지됐던 19세기, 해부학에 대한 열망으로 사람을 죽이기도 했다. 우여곡절을 거쳐 1830년대 중반에 무연고 시신만 해부대상이 된다는 법이 만들어진다. 

 

 

뼈에 기록된 그 사람의 경험을 찾는 것이 법의인류학이고, 이를 연구하는 자들은 뼈로 그 사람의 사연을 알아내고 그 시신에 이름을 되찾아줄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하는 일은 외롭고 지난한다. 작은 뼛조각만으로도 한 사람의 인생을 읽어내야 하니. 

 

이 책은 영국 범죄소설 작가협회 논픽션 부문 수상작이다. 아마도 우리의 상식 수준을 한 단계 높여준 공로를 인정한 게 아닌가 싶다. 우리가 이미지 하는 뼈는 머리, 팔, 다리, 몸통에 있는 200여 개의 뼈, 신체손해사정사 시험에나 나올법한 뼈들의 이름….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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