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부터 아이까지 - 가족을 만들어가는 숙제에 관하여
윤금정 지음 / 맥스밀리언북하우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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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 관한 양극단의 생각

 

가족을 원수처럼, 자기 앞가림도 할 줄 몰라 가족들에게 경제적인 고통을 안기고…. 차라리 없는 게 낫다. 어떨 때는 가까운 이웃이 가족보다 더 나은 때도 있다고, 한 번쯤은 들어봤음 직한 말들이다.

성인이 되는 3대 통과의례(취직, 결혼, 자녀출생)도 이제는 바뀌어 그 어느 것도 성인이 됐다는 표징이 되지 못하게 됐다. 즉, 선택사항으로 변했다는 말이다. 아이를 낳으면 저절로 큰다는 신화, 제 먹을 것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근거 없는 믿음(아니 과거에는 그랬을지도 모르겠지만)에 기대어 살던 시절이 아니다. 한편으로는 집안의 애사가 있거나, 누구도 없는 외톨박이로 지내다 고독사를 하는 노인들을 보면서 원수라도 자식이 있는 게 나을 때도 있다고…. 있어도 없어도 고민스럽게 된 가족의 존재

 

 

 

 

지은이는 결혼, 임신, 출산, 육아- 그 풀리지 않은 숙제에 관해서 말한다

 

이 책은 5부로 이뤄졌는데, 1부에서는 우리는 가족이 되기로, 2부 가족을 만들기로, 3부 가족 구성원 추가, 4부 아이와의 생활, 5부 가족은 만들어 가는 거라고,

지은이는 한 가족이 건강하고 행복해지려면, 결혼 생활은 부부 중심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기는 하지만 꽤 어려운 문제다. 생각과 달리, ‘시’가 결혼의 중심, 부부가 만나서 가정을 꾸리는 게 아니라, 집 안으로 들어간다는 사고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누가 누구에게 흡수되는 게 아닌데…. 부모, 형제, 자식 다 중요하다. 하지만, 생활의 중심핵인 부부가 화목해야 주변이 평온하고 행복해진다고….

 

출생에 관하여, 미래를 생각하자

 

임신이다. 지은이는 고령임신에 관해 생각해보라고 한다. 현실적으로 아이를 갖기에는 부부를 둘러싼 내외적 환경에 제약을 받는 경우가 많다. 아이 낳는 시기를 조절하다 보면 나이를 먹게 되어 임신하며, 건강을 해칠 위험이 즉 생리학적 늪이 생겨 이래도 저래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그가 내놓은 대안은 냉동 난자, 냉동 배아를 보관하는 방법을 써보자. 국가가 이를 지원해야 한다는 말은 없지만, 이는 인구정책과 맞물리는 선택이어서 정책적인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또한 개인적으로도 여성의 미래선택권을 넓힐 수 있다고….

 

 

 

 

육아 돌봄

 

쌍둥이를 안고 돌아온 지은이는 말 그대로 혼이 다 나갈 지경…. 육아의 분투기가 시작됐다. 부부가 일하기에 아기 돌보미를 고용하기로, 아이 돌봄 전문가에게 그의 기준에서는 꽤 많은 급여를 준다고 하지만, 생각해보시라. 우리 아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아이를 돌보는 데 비하여 그 급여란 솔직히 많은 것이 아니다. 세상에 이런 마음을 가진 부모만 있다면야, 돌봄 노동자들이 얼마나 신명 나겠는가, 거래가 아닌 마음의 품앗이, 하지만, 아이를 갖기 전에 도대체 내가 얼마나 아이를 돌볼 수 있겠는가부터 생각해보라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아이들과의 전쟁, 내 감정 분리하기….

 

밥상 앞에서 아이들이 티격태격한다. 지은이의 남편은 ‘너희들 밥 먹지 마’ 그릇을 치워버린다. 아마도 지은이는 먼저 아이들 일에 감정이입이 심하다는 남편의 말…. 아이들은 남편에게 서로 억울하다고 징징거리며 하소연을 하는데, 남편은 냉정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옆에서 본 지은이 이성적으로 저렇게 해야 한다는 것도 잘 안다. 그런데 아이들의 반응이 이상하다. 하소연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포기하고 치워둔 밥을 찾아 먹기 시작한다. 아하…. 감정 분리 훈련을 해야 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결혼 생활은 노동

 

여러분, 결혼은 노동입니다. 라고 지은이 남편이 그의 동생 결혼식 축사에서 운을 뗐다. 결혼 생활은 노력, 인내라는 단어를 많이 쓰기는 하는데, 그래도 이 ‘노동’이야말로 우리의 행복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일 수 있다고….

누군가가 이런 말을 했다. 연애할 때, 사랑, 눈에서 단물이 뚝뚝 떨어지겠지만, 결혼 생활은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아, 연애는 꿈이고, 결혼은 현실이야, 결혼해서 남편이 혹은 아내가 변했다고들 한다. 그러기에 앞서 부부 중심의 생활이었는지를…. 육아 독박, 시부모님 돌봄 독박을 말 한마디 없이 고스란히 감내했던 옛사람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는 전설일 뿐, 지금 눈 앞에 펼쳐진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제 가족은 서로 만들어 가야 하는 중요한 공동체가 돼간다. 저절로 만들어지던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 최선을 다해 만들어 가는 노동을 해야 한다는 지은이의 결론에 공감한다.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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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대학이 아니라 직업이다 : 진로독서 워크북 - 개정판 나답게 살기 위한 최고의 준비
손영배 지음 / 생각비행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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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대학이 아니라 직업이다

 

이 책-진로 독서 워크북-은 2018 세종도서 교양 부문 선정도서로 2021년 12월에 나온 개정판이다. 지은이 손영배의 경험-일과 학습병행을 13년 동안 해오면서 공학박사 학위 취득-을 바탕으로 특성화고등학교로 직장을 옮겨 직업 진로 선택에 고민하는 학생들을 위한 집필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학업 중심, 입시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한다는 한국 사회에서 중, 고등학생들은 자신의 적성이 무엇인지, 나는 뭘 하고 싶은 것인지, 내 꿈에 맞는 직업은 어떤 것이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할 시간도 없이, 통과의례인 대학을 향해서, 무조건 진학을 위해서 밤낮으로 내달리고 있다.

 

지은이는 4차 혁명이 도래하는 현재, 학생들은 과연 어떤 직업, 어떤 진로를 택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던진다. 학생들의 진로를 상담해 온 교사로서 그 방향성 제시하는 27개 주제를 실어 진로 탐색 활동에 활용할 수 있게 해두었다고 말한다.

 

 

이 책의 구성

 

이 책은 6장 체제로 구성됐고, 1장에서는 이제는 대학이 아니라 직업이라는 제목 아래, 우리 사회의 실상을 알리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의 교육과 노동시장은 미래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 명문대학에 진학했지만, 대학 2학년이 되면 자신의 장래를 고민하는 학생이 늘고, 졸업했다 하더라도 일자리를 찾지 못한 백수가 넘쳐나는 사회가 됐다. 반면에 특성화고를 나온 고졸 사장이 늘어가는 추세다. 2장에서는 학력 지상주의는 이제 끝나간다. 자신의 능력과 실력으로 미래를 개척하라. 3장은 직업 시대를 준비하는 힘으로 개성을 꼽는다. 4장에서는 직업 시대를 아는 대학생, 변화하기 시작했다. 명문대를 나와 대기업취직 그리고 중산층이라는 코스는 몰락했다고, 그리고 특성화고 출신들의 직업 선택과 성공 사례를 5장에 담고 있다. 마지막 6장에서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해보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에서 실린 내용은 대체로 한국 사회의 교육과 노동시장, 거기에 미래의 세계 변화까지를 그려보고 있다. 특히 6장 실린 내용은 지은이의 경험이 녹아들어 있어, 충분히 참고할만하다.

 

지은이는 선취업-후진학(평생교육)을 통해, 자신의 꿈을 하나씩 일궈나가자고 힘주어 말한다. 가정의 경제 형편 등 내 주변 환경은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달려있다고….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대학진학을 못 했으니, 좋은 직업은 얻기 틀렸다고. 이번 생은 망했다고 생각할 필요가 전혀 없다. 옛사람들이 말하듯 세상은 ‘너 하기’에 달린 것이라고, 물론 받아들이는 태도에는 개인차가 존재한다. 하지만, 들어두어도 괜찮을 듯하다. 여전히 선택은 ‘당신’의 몫이니

 

 

 

직업의 시대, 이렇게 준비하자

 

지은이는 어디까지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한다는 점을 우선 기억해두자. 모든 사람이 다 그래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먼저, 앞으로 무엇을 하고 살지 진지하게 생각하는 시간을 만들자. 우리는 늘 뭔가를 생각하는 듯하지만 사실은 착각이다. 그저 주변의 것들을 보면서 생각들을 연결하지 못해 단락이 심하다. 자, 화두 하나를 정하자. 10년 아니 5년 뒤에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생각하는 것이다. 그게 직업이든 뭐든, 그리고 다음으로 병행해도 좋고, 단계적으로 생각해도 좋지만, 배움은 제도교육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조건에서 배움을 계속할 수 있는 곳을 찾아라. 평생학습 시대다 맘만 먹으면…. 지은이는 끝없이 배우면서 끈질긴 대결을 하자고 말한다. 길게 보라는 뜻이다. 한 술밥에 배부르지 않더라도 주경야독의 태도로 성실하게 꿈을 세우고, 이를 향해 움직이라고. 또, 합리적인 진로를 결정하라고, 나를 중심을 충분히 생각하라, 적성이든 스스로 느끼고 평가를 해서든 아니면 주변의 의견을 들어서건, 내가 할 수 있는지를…. 휘둘리는 삶이 아니라 주체적인 삶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아무리 4차 산업혁명을 운운해도 틈새는 있다. 인공지능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 인간의 능력이 필요한 곳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이것을 찾아 융합, 협업하는 힘을 길러라. 다음으로 직업교육을 위한 마이스터고, 직업 명문학교 진학을 고려해보라….

 

 

 

그러고 보니 이 책의 대상은 중학생 이상이면 모두 대상이 될 듯하다. 대학생도 직업진로선택을 위해서는 이 책이 필요하겠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런데 무엇이 위기이고 무엇이 기회라고 친절하게 알려주는 이는 없다. 이는 사람마다 처지가 다르고, 생각이 다르기에 위기나 기회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어떤 시기에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은 누가 말을 해주지 않더라도 안다. 이때 얼마나 적극적으로 달려드느냐에 따라 내 선택과 미래의 모습이 바뀔 수 있다는 점만 기억해두자.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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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현상청 사건일지 안전가옥 오리지널 18
이산화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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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현실계, 우리 사회, 보이는 모습과 그 밖에 놓여있는 영계와 균형이 깨지면, 벌어지는 기이현상을 좇는 기이현상청의 현장요원의 활동상, X파일을 연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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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현상청 사건일지 안전가옥 오리지널 18
이산화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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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현상청 사건일지

 

이 책은 이산화 연작소설이다. 기이 현상을 주제를 놓고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는 옴니버스 형식의 소설로 <노을빛><주문하신 아이스크림 나왔습니다><잃어버린 삼각김밥을 찾아서><마그눔 오푸스><왕과 그들의 나라> 등 5편이 실려있다.

기이현상청의 사건일지는 마치 미국드라마 X파일과는 또 다른 맛이 있다. 노을빛을 만들려는 사람들이 살던 건물…. 미세먼지를 모아서 저녁노을을…. 우모린, 고조은, 세경, 박나루 등이 등장한다. 비둘기와 말을 하고, 파충류와 사랑을 하며, 어디서 왔는지 아마도 외계인일 듯싶은데, 미래의 먹거리를 연구하는 광명시 기이 단체 등, 영화 매트릭스나 MIB 등의 소재와도 비슷한 듯…. 상상을 자아내게 하는 소설이다.

 

 

 

 

매트릭스처럼 실제 우리가 사는 눈에 보이는 세상(광합성으로 흡수 가능한 빛 이외에는 밖으로 반사하기에 채소의 색깔이 녹색으로 보이듯)의 외곽은 영의 세계가 있다. 서울특별시와 수도권을 일대를 둘러싼 영, 이 영적 균형이 깨지면 일이 터지는 것이다. 마치 차단벽처럼 존재하는 균형이 흐트러지면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는데….

 

기이현상청의 현장 요원들은 감촉으로, 소리로, 눈으로 기이 현상을 포착하고 시민들의 생활 속으로 파고들지 못하도록, 겉으로 유지되는 질서유지에 방해되지 않도록 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이른바, 영매들과 퇴마사 등등이 일하는 곳이다. 때로는 이미 죽은 이들 중에서도 필요에 따라 대한민국 주민등록증을 매년 발급, 연령대를 제한하고, 국가의 통제를 받는다는 인식하도록 한다. 뭐, 유령도 있고 그렇다.

 

<주문하신 아이스크림 나왔습니다>는 아케메네스 왕조 시기에 만들어진 정령 항아리 유물 일부에 생성적 적대 신경망 원리가 작동, 누군가 훔쳐 증거인멸로 아이스크림 냉동고에 숨겨둔 지 오래, 항아리의 학습능력으로 진짜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낸다. <잃어버린 삼각김밥을 찾아서> 미래의 먹거리를 연구, 광명연구개발특구(기이 단체 회사가 들어있다)에서 만든 폐기해야 할 시제품이 시중에 유출되고, 그 김밥을 사 먹은 이는 마치 헐크처럼... <마그눔 오푸스>역시 기이현상청이 수도권 중심이라 지방은 관련 단체에 일을 맡기는데, 명주영능사의 사장은 유령, 서시니는 17세에 멈춘 영(매년 주민등록을 발행해 통제)이다…. 박정희 시절 신흥종교를 사이비로 몰면서 교세가 기울고, 교주는 는 다시 환생 다른 이름으로 살아간다. 메타버스 건축물이 들어설 예정지에 이 종교의 본존불이 매장돼있는데…. 신도들의 기원과 간절한 기도로 인간으로 환생한 교주는 이에 이끌리고…. <왕과 그들의 나라>는 황실 제례 관련 단체가 세종의 신주에서 세종을 불러내고 세종의 영은 경복궁을…. 이를 물리치는 과정을….

 

 

 

우리의 상상력을 풍부하게 해주는 재밌는 신비한 여행이다. 하나 건너 둘, 셋 이런 식으로 만화 같기도 하지만, 초현실적인 존재가…. 다중세계의 존재,

 

 

 

 

이 소설을 읽는 동안, 심심치 않게 찾아봐야 할 개념들이 자주 등장한다, 조금은 귀찮지만, 개념을 확인해보고, 읽으면 눈앞에 문장이 그림이 돼 나타나 보이는 느낌…. 책이 기이한 현상을 다루고 있어서인가….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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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청년 - 청춘을 논할 때 슬그머니 제외되는 사람들의 이야기
쓰는 사람들 지음 / 호밀밭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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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끄러지는 말들

 

미끄러지는 말은 행동 안에서 자신을 말하지 않음으로써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침묵은 자신의 표현 안으로 그리고 자신의 표현을 통해 물러나면서 동시에 스스로를 드러낸다(마크 C. 테일러<침묵을 보다>예문아카이브, 2022)

 

이 책의 제목 <미끄러진 말들>- 사회언어학자가 펼쳐 보이는 낯선 한국어의 세계-, 단일민족, 한민족이라는 이데올로기 때문인지 순혈주의라는 착각 속에 사는 이들이 아직도 존재한다. 언어계통으로는 우랄 알타이어 계통이며, 인종적으로는 몽골 유목민들처럼 아이가 태어날 때, 엉덩이에 푸른 멍처럼 보이는 몽고점이 선명한 걸 보면, 국경으로만 대한민국일 뿐, 이미 언어로는 여러 코리언(중국의 조선족-중국 국적의 우리 동포, 일본의 조선적- 남과 북 어느 쪽도 국적으로 택하지 않은 상태의 재일동포, 고려인-구 소련 역내에 흩어져 사는 조선인으로 해당 나라의 국적 혹은 무국적자, 1945년 이후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이민한 사람들, 그리고 북조선 사람들)이 쓰는 한국어다. 실제 말에는 국가도 없고, 국경도 없어, 말들은 수시로 국경을 넘는다.

 

이 책의 내용은 사회언어학을 연구하는 학자답게, 우리 사회에서 시민권을 획득하고 생활 속에서 사용되는 말을 톺아보면서, 그 안에서 펼쳐지는 권력과 차별, 혐오를 구별해내고 있다. 예리하게…. 또한 이 책은 지은이의 기고문 등을 한데 묶어 새롭게 펴낸 책이어서, 이슈에 관한 시좌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책 속에 담긴 많은 주제가 흥미롭고, 읽는 이로 하여금 낯부끄럽게 만드는 대목들이 많다.

 

표준어와 일상어를 대하는 우리들의 온도 차

 

전북지역방언 조사결과보고에 관련된 이야기(32쪽 ’사전에 빵꾸내기‘)는 촌철살인이다. 표준어와 방언, 사회언어의 관계, 사전, 더 나아가서 언어학의 본질을 함께 살펴보는데,

 

전북 방언 사전에 다라이, 빵꾸, 공구리, 구루마 같은 일본어가 전북 방언으로 둔갑했다고 한 도의원이 문제 제기, 문화관광국장이 “개인적으로 수치스럽다”라고 한 말…. 과연 이들은 방언의 의미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언어=영토=국민이라는 수식이 자리하고 있는 듯하다. 어떤 말이 든 그 사회의 인구에 회자하면서 시민권을 얻게 되면, 사회의 언어가 되기마련이고, 이것이 표준말로 사전에 오르고 안 오르고는 별개의 문제다. 균질한 언어가 사용돼야 한다는 사고 자체가 획일적이고, 정태적이며, 발전을 거부하는 것임을 몰라도, 한참 모른다는 현실…. 표준어제정과정에서 우생학과 위생학이 개입된 것을, 서울말은 우등한 것으로 지역어는 열등한 것으로 만들어 표준어에서 지역어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다음은 위생학적 처리 과정. 이 과정에서 토착어가 아닌 외래어는 ’오염된 말’로 배제하고, 이런 가공에서 한반도라는 명확한 영토와 경계를 가진 ’한국어‘가 발명된다. 우수하고 순수한 한국어가, 그런데 우리말에 한자어가 7할가량이라면 이건 어떻게…. 중국말인데, 모두 배제?,

 

말은 일상에서….

 

막노동판에서 군대에서 행정관청에서 법원에서 쓰는 용어들은 명암이 존재한다. 용어로서의 의미와 소통의 수단으로서 의미, 이 모두를 함께 쓰는 것이 사회언어다. 일제의 잔재라고 해서 쓰지 말자고 하는 말도 옳다. 그런데 언어학자들이 현장에서 그 말들이 사용되는 장면을 살펴봤는지?, 지은이는 말한다. 건설현장에서 사용되는 큰 망치, 해머의 사용법을 보자. 영어로 해머라 하면 있어 보인다. 그런데 일본어의 전성인 오함마라고 하면 큰 망치란 의미다. 오함마라는 말을 쓰면 꽤 숙련공으로 보인다. 해머라 쓰면 기술자로 보이는가?, 그런데 큰 망치라고 쓰면, 잡역부…. 알게 모르게 우리 안에 있는 말 사용에 따른 구분법이다. 지은이는 오함마라고 쓰면 어떻고, 해머라 쓰면 어떤가, 대상의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 현장에서 숙련이니 기술자니 하는 상징적 이미지와 관련된다는 맥락을 살펴보라는 것이다. 이 말도 또한 공감한다.

 

언어와 그 너머의 것들

 

정규 vs 비정규의 구분법, 무엇이 정규인가, 정규는 우등이고 비정규는 열등인가, 그렇다. 이미 이데올로기가 됐다. 정규는 승리자요. 비정규는 패배자라고, 애써서 자신이 일하는 곳에서 정규직임을 강조하는 표현이 귀에 거슬린다. 지은이는 국회의원들에게 보내는 글을 썼다.

 

“근로하지 말고 노동하라”

 

21대 비정규 국회의원 노동자들께 쓴다고 시작한 이 글은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에게 비정규란 말을 붙이는 것이 불편할 수 있겠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제자에게 진로에 관해서 묻자, “저는 정규직은 바라지도 않아요. 아마 비정규직이라도 들어가서 잘리지 않고 일할 수만 있으면 좋겠어요”라는 대답 앞에 그는 한없이 한심한 선생임을 느꼈다고….

 

근로라는 말은 그저 열심히 일한다는 말이다. 고용주 처지에서 보면 근면하게 일한다, 즉, 근로라는 말 속의 진짜 주인은 일하는 이가 아니라 그를 관찰하는 고용주란다. 사장이 보고 있을 때 정말로 일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여러분이 하는 일이 노동이라는 것을 명심하면 된다. 우리 모두 근로하지 않고 노동한다는 것을 깨달으면 된다. 노동-가치를 만들어 내는 활동-은 자유민이 하는 것이고, 노동의 주인은 바로 일하는 이 자신이다. 따라서 근로는 노예가 하는 것이다. 즉, 가치를 만들어 내든 어찌하든 그저 열심히 하면 되는 것이고, 현대적 의미에서 이를 누군가 관리하거나 관찰하는 이에게 ’보이는‘것이 근로이기 때문이다.

 

‘근로’라는 이름은 수많은 이들의 노동을 지워낸다. 노동은 하지만 근로자는 아니란다. 가사와 육아 노동은 그림자 취급을 당하고, 청소년노동자들은 실습이라는 명목 아래 부당한 노동을 강요받고, 작가들의 작품활동은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왜일까?, ’근로’라는 이름을 노동을 지워내기 때문에 그렇다. 노동은 하지만 근로자는 아니라는 논리가 탄생한다. 여기에는 이데올로기도 작용한다. 즉, 세뇌, 노동은 전문적이지 않고, 몸을 쓰며, 결코 많은 돈을 받을 수 없다는 프레임…. 그래서 복잡한 용어가 생겨난다. 노동자와 근로자는 같은 것인가?, 근로기준법을 노동기준법이라고 명확하게 말하면 안 되나. 뭐가 뭔지….

 

국회의원들에게 다시 말한다. 여러분들의 노동은 많은 이의 삶을 바꾸고 무겁고도 무서운 노동이다. 그렇기에 여러분은 국민이나 국가라는 거대하고 추상적인 이름을 위해 복무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여러분은 추상이 아닌 이 땅의 구체적인 삶들을 이해 복무하길 바란다. 철탑 위의 노동자들, 살기 위해 일하러 간 사람들이 죽어서 돌아오는 걸 막기 바란다. 국회의원 노동자 여러분, 제발, 근로하지 말고 노동하라고….

 

이 책 곳곳이 지뢰밭이다. 밝으면 터져버리는, 머릿속이 하얘지도록, 알게 모르게 우리 속에 자리한 무의식적인 편견들, 모두 한 면만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밝은 곳이 있으면 반드시 어두운 곳이 있게 마련이다. 즉 명암이 존재하고 동전처럼 양면이 존재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써야 할 말들이 미끄러지고, 침묵으로 떠 밀려 나간다. 방송에서 나오는 경상도 억양과 사투리는 권력의 표현이다. 전라도 억양과 사투리는 상대적으로 지역적인 것처럼 취급당한다는 지은이의 말의 울림이 크다….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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