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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벼는 일부러 고개 숙이지 않는다 - 자신을 지키는 당당한 겸손
장진원 지음 / 레드메히아 / 2025년 3월
평점 :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인간관계와 비즈니스 세계에서 터득한 겸손의 지혜
“겸손”을 주제로 한 책은 그리 많지 않다. 겸손 자체가 인성이나 덕성과 연결 지어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듯하다. 지은이는 “겸손”을 그냥 덕목의 하나가 아니라, 우리 사회, 공동체 유지에 핵심적인 태도로서 받아들이고 있다. 이 책에서 진정한 겸손의 역설을 말하는데, “겸손하면 정말 손해일까?”라는 물음을 던진다. 겸손과 적절한 자부심이 균형을 이룰 때 오만과 비굴을 막을 수 있다고, 즉, 진정한 겸손은 자부심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만약 균형이 깨진다면 오만과 비굴로 옮아간다는 것인데, 이 책<황금벼는 일부러 고개 숙이지 않는다>에서 지은이가 강조하는 것은 “겸손의 핵심”이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여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다른 사람의 가치를 받아들여 더 나아지려는 열린 태도다. 복잡해진 현대 사회에서 아주 중요한 지적 겸손의 태도이기도 하다. 덧붙여 동양의 전통적 겸손의 가치를 톺아보라고 조언한다.
책 구성은 5부이며, 1부 ‘우리가 알고 있는 겸손의 실체’에서는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겸손이 무엇인지를 규명하고, 겸손의 3가지 유형을 관계적, 지적, 초월적 겸손으로 분류, 각각의 사례를 소개한다. 2부, ‘심리학적으로 풀어본 겸손’에서는 우리 마음속에 불편한 진실과 자부심, 겸손의 심리를 들여다본다. 우리 마음속에 겸손과 오만은 공존하느냐는 물음을 던지는데, 이는 동전의 양면처럼 당연하다. 인간의 마음은 늘 천사와 악마가 양존하는 것처럼, 그리고 3부 ‘겸손의 손익계산서’는 지은이의 전문분야인 재정의 관점에서 접근이라 할 수 있다. 겸손하면 정말 손해일까를 밝혀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겸손의 효익과 역효과를 정리했다.
4부 ‘동서양의 겸손 비교’에서는 동, 서양의 겸손에 관한 사유와 사상을 다루는데, 전자는 유, 도, 불 그리고 지역으로는 일본의 겸손을, 후자는 고대 그리스로마의 겸손과 기독교, 근대와 현대 심리학과 철학에서 본 겸손을 지역으로는 스칸디나비아 여러 나라의 겸손을, 이 역시 흥미로운 대목이다. 마지막 5부 ‘겸손으로 가는 길’에서는 겸손의 함양, 겸허심 기르기, 겸양 태도 기르기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겸손의 실체를 다양하게 또 학제적으로 접근한다. 겸손의 손익계산서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갖추어야 할 “생존법”이기도 하다.
적절한 자부심과 오만, 겸손, 비굴의 관계
철학자 데니스 위트콤(이 책 77쪽)은 겸손을 ‘자기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라 정의, 오만, 비굴, 적절한 자부심과 비교를 통해 겸손을 명확하게 설명하는데, 적절한 자부심은 필요한 상황에서 자신의 장점에 적절히 주의를 기울이고 그 장점을 인정하는 데 있기에, 적절하다는 표현처럼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중간 정도다. 듣기에 따라서는 아주 쉬울 듯 보이지만, 보통사람이 되기 어려운 것처럼, 중간을 혹은 보통을 유지하는 것은 균형감각과 긴장감이 바탕이 되어야 하기에 좀처럼 실천하기 어렵다. 자신의 장점을 과대평가하고 단점을 과소평가하면 오만이고, 장점을 과소평가하고 단점을 과대평가하면 비굴이 된다. 적절한 자부심이 곧 겸손하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 또한 유념해야 한다. 그러기에 자부심과 겸손의 적절한 균형을 유지할 때, 건강한 자아감과 다른 사람과 조화로운 관계를 이룰 수 있다.
심리학으로 풀어본 겸손
내 주장이나 내 생각이 옳다고 믿고 사는 것이라고 자신이 늘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린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직관에 따라 판단하는 존재다. 그러기에 인지 편향의 일상을 보낸다(대니얼 커너먼<생각에 관한 생각>김영사, 2018), 전형적인 인지 편향, ‘나 정도면 괜찮지’(평균이상효과),‘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닝-크루거 효과) ‘결론부터 말해봐’(인지종결욕구)의 밑바탕에 깔린 사고는 왜 일어나는가, 겸손은 인간 내면의 깊은 심리적 메커니즘과 밀접하게 연관돼있다. 위의 세 가지 인지 편향처럼 언제든지 지적 겸손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적 겸손은 자신의 지적 강약점을 인식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는 태도다. 이는 위의 적절한 자부심과 겸손의 조합이 중요함을 보여준다. 자신감 없는 겸손이라 할 수 있는 가면증후군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겸손의 손익계산서
겸손의 손익계산서 “만초손 겸수익(慢招損謙受益)”이다. 오만, 교만하면 손해요, 겸손하면 이익이라는 말이다. 결론은 이러하지만, 일상생활은 물론 직장 생활 등 다양한 장면에서 어떻게 하면 겸수익의 자세를 지킬 것인가가 문제다. 연인이나 부부관계처럼 친밀한 관계, 첫인상이 중요한 신입사원 면접 장면, CEO의 겸손효과, 개인의 정신건강에서 “겸손”은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역효과도 있다. 겸양의 완곡어법이 늘 통하는 건 아니라는 점, 상황에 따라 명확한 어법을 사용해야 할 때가 있음을, 상급자의 약점 공개나 상급자의 자기 홍보는 일반이 생각하는 것처럼 나도 사람이라는 인간미를 어필하거나 나 괜찮을 사람이야, 능력있어라고 의도적으로 어필하면 하급자들은 상급자에 대한 기대치 손상 등의 역효과가 나온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은근히 잘난 척, 자기 높임과 낮춤 등도 꽤 어렵다. 이 대목에서도 적절한 자부심과 겸손의 조율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겸손, 궁극적으로 우리 삶의 중심을 ‘나’에서 ‘우리’로 더 큰 세계로 확장하는 힘이다. 겸손은 단순한 미덕이 아닌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가치로써, 결국 자신을 알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며, 세상과 조화를 이루는 삶의 예술이자 내면의 평화와 행복의 원천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겸손”의 A to Z 이른바 겸손에 관한 모든 것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 물론 독자에 따라 받아들이는 정도는 분명 다를 수 있다. 다만, 이 책은 “겸손”은 상수다. 물론 독립변수일 때도 있지만...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데, 황금벼가 고개를 숙이는 이유 또한 같다. 황금벼라고 해도 벼는 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