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모든 것을 의심하라 - 상식과 통념을 부수는 60개의 역설들
조지 G. 슈피로 지음, 이혜경 옮김 / 현암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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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12개의 학문 영역에서 다루는 역설 60가지


이 책<보이는 것 모든 것을 의심하라>은 2023년에 출간된 것이다. 지은이 수학자 조지 G. 슈피로 다양한 학문 영역과 분야에서 다뤄지는 역설 60가지를 소개하고 분석한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해 온 명제나 현상들에 질문을 던지고, 세상의 부조리를 톺아봄으로써 비판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유명한 제논의 역설, 아킬레스가 거북이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답은 항상 뒤처지게 되므로 아무리 가까워져도 거북을 따라잡는 건 불가능하다. 과연 그럴까, 이게 맞는 건가 싶다. 그래서 역설이다. 


인생은 복잡하고 까다롭다. 모든 일이 늘 타당하거나 앞뒤가 딱 맞아떨어지는 일은 별로 없다. 일상에서 역설이라는 키워드로 하나둘씩 찾아보면 의외로 의심조차 하지 않고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지나친 것들이 적지 않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이 책의 구성은 논리학, 수학, 철학, 통계학, 법학, 경제학, 정치학, 언어학, 문학, 신학과 일상생활 영역까지 12개의 분야의 역설을 각 장으로 배치했다. 1장 ‘일상의 수수께끼’에서는 우정과 엘리베이터, 쾌락주의 역설을 소개한다. 팁, 지금 주어야 할까, 아니면 나중에 주어야 할까는 좋은 서비스의 역설이다. 이런 사소한 일은 생각해본 적이 없었을 것인데, 이 역시 역설은 역설이다. 운동으로 살을 뺄 수 없다는 운동의 역설 또한 흥미롭다. 2장 ‘언어는 까다롭다’에서는 중요한 것은 당신이 말하는 바가 아니라 그들이 어떻게 듣느냐다. 랭퍼드-무어의 역설 장미는 장미는 장미다 등이 실려있다. 3장 ‘거짓말 같은 진실’ 4장 ‘수학적으로 생각하라’ 5장 ‘물리학적으로 사고해보자’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6장 ‘확률의 가능성’ 7장 ‘자유분방한 철학’ 8장 ‘이상한 순환 논리’ 9장 ‘신앙에 대한 몇 가지 질문들’ 전능과 금욕의 역설 등을 다룬다. 10장 ‘법적 책임’ 11장 ‘뜻밖의 경제학’ 12장 ‘수수께끼의 정치’ 등 60가지 역설이 담겨있다. 





팔면 팔수록 이윤은 제로가 된다- 베르트랑의 경제학 역설


베이글을 구울 수 있는 커피메이커 제조판매사는 세계에서 A와 B 이 두 곳 밖에 없다(복점상태). 제품 1개당 들어가는 생산과 유통비용은 100달러. A가 시장에 먼저 진출하여 제품가격을 115달러로 한다. 제품당 15달러 이윤을 남긴다. B는 110달러에 내놓아 10달러의 이윤을, A, B의 경쟁으로 제품가격이 100달러까지 떨어지면 이윤은 제로가 되고 그럼 사업을 접어야 한다는 것이 베르트랑의 역설이다. 그런데 실제로 사업은 계속 유지되고 있다. 현실에서는 쿠르노 모델에 따르기에... 경제학의 초기 연구는 이러했다, 나중에 신고전주의 경제학자 쿠르노와 베르트랑이 수학적 방법론과 도구를 이용하기 시작한 19세기 후반의 일, 물론 20세기 후반 행동경제학 등장으로 또다시 판은 뒤집히지만, 역설은 이렇게 된다.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인데, 



민주주의라면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하는가? - 울하임의 역설-


시민들이 법안에 찬성하거나 특정 후보자를 지지하는 데 표를 던진다(B 상황)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만약 개표결과로 법안이 부결되거나 상대 후보가 더 많은 표를 얻는다(이 상황을 ~B라 부르자)면, 딜레마가 생긴다. 법안 지지자인 시민들은 B를 원한다. 하지만 민주주의자이기도 한 시민들은 ~B 역시 원한다. 어떻게 한 사람이 같은 것을 동시에 원하지 않을 수 있는가? 역설이 아닐 수 없다. 울하임은 민주적인 유권들의 내적 갈등을 “민주주의의 역설”이라 불렀다. 


울하임은 만약 유권자들이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면서도 민주적 가치에도 충실하기를 원한다면, 어떠한 선택지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무튼, 언론이나 정당 같은 민주적 장치들이 ~B에 대한 선호를 가리키는 것이 확실할 경우, 언제든 B에 대한 자신의 선호를 포기할 준비가 된 유권자라면, 사실상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는 셈이다. “나는 B가 당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 충분히 많은 다른 사람이 나처럼 B를 선호하는 경우에 한해서 그렇다.” 이러한 경우라면 이 유권자는 ~B에 표를 던지거나, 아니면 실제로 아예 기권할 수 있다. 이렇게 된다면 그는 민주주의에는 충실할지 모르지만, 자기 자신에게는 솔직하지 못하게 된다. 


어떻게 하면 민주주의 역설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울하임은 직접적 원칙(살인은 잘못됐다와 같은 정책)과 간접적 원칙(국민의 의지로 이루어진 결정은 옳다와 같은 결정 절차)을 구분, B와 ~B는, 만약 다른 의미로 사용된다면, 다른 수준에서 작동하므로 서로 모순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렇다면 유권자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이에 대해서 울하임은 명확히 답하지 않는다. 철학자의 소견으로 모순되지 않음을 입증했으니, 나머지는 유권자의 몫이란 말인가, 


미국의 철학자 콰인은 역설(파라독스)을 처음에는 부조리하게 들리지만 그렇게 주장할만한 어떤 논거를 가진 모든 결론이라고 정의했다. 역설적 진술 중에는 처음에는 그럴싸하게 들리지만 깊이 생각해보면 부조리가 드러나는 일도 있다. 물론 이와 반대의 경우도 존재한다. 




역설은 통념으로 인식된 상식과 세계관에 도전하는 것이다. 새로운 인식론적 전망을 밝히는 데 도움이 돼왔다. 역설은 고대 그리스인들의 철학적 질문에 대해 논하기 시작한 이래로 사상가들에게는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왔으며, 오늘날에도 사상가들을 계속해서 생각하게 만든다. 자신이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가능할까 하는 "소크라테스 역설"도... 


우리 일상에서 그리고 무심코 지나쳐온 것 중에서 모순이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끊임없이 생각함으로써, 고정된 것들, 통념이라 여겨진 것들 안에 숨겨진 모순을 찾아내고 따져보는 것 또한 흥미로운 작업일 것이다. 이 책의 제목<보이는 모든 것을 의심하라>처럼,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닌 경우가 적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 또한 적지 않다. "모든 것"을 의심해보지 않으면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없는 것처럼 끊임없이 생각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유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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