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견디는 힘, 루쉰 인문학 - 어둠과 절망을 이기는 희망의 인문학 강의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18
이욱연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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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과 절망을 이기는 희망의 인문학 강의

 

지은이 이욱연 선생은 서강대 중문과에서 중국 현대문학을 가르치고, 연구한다. 중국 문학을 했다고 유학에 능통하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그의 사유의 폭에 감탄한다. 특히 권력(勸力)과 인의(仁義)의 설명은 꽤 설득력이 있다. 아마도 내공의 깊이를 보여주는 대목이 아닌가 싶다. 즉, 권력은 저울추처럼 균형이 내포돼있고, 그 균형 안에는 인(어짊)과 의(정의)가 있다. 정의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서 달라지기도 하지만, 인은 불변이라고, 하여, 권력은 늘 중심을 잡기 위해 어짊과 정의를 생각해야 한다고.

 

루쉰, 80~90년대에는 국내에서 노신(魯迅)으로 표기한 탓에 루쉰이란 이름이 생소할지도 모르겠다. 이욱연은 동아시아와 한국의 관점에서 루쉰을 새롭게 이해하고 소개하는 작업을 줄곧 해왔다. 이 책<시대를 견디는 힘, 루쉰의 인문학>에서는 루쉰과 동시대의 문학작품을 통해 근대 중국인들의 고통과 혼란기를 살아온 지식인들의 고뇌를 톺아보고 있다. 루쉰의 작품 <아Q정전><애도> <허삼관 매혈기><광인일기> 등과 이광수의 <무정>, 그리고 <논어>까지 전방위적이랄까, 쉽게 글을 쓰면서도 담을 것은 담아내는 글쓰기는 루쉰은 물론 당대의 문화와 논어까지도 꿰뚫고 있다는 방증이 아닌가, 글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사유의 힘이 전해져 온다.

 

이 이야기는 크게 4장으로 나뉘었다. 1장은 나다움이 만들어 갈 미래에서 연애에서 찾는 나다움과 나다운 생각이 사회의 변화를 부르고, 같음이 아닌 다름에 희망이 있다고, 2장 패배와 절망 속에서 희망 만들기는 광인일기의 정신승리법을 슬기롭게 사용하기를, 내가 가려는 길에 무덤이 있더라도, 기억과 희망 만들기를, 3장에서는 새로운 세상을 어떻게 꿈꿀까, 우리의 현실과 논어를 끌어와 인은 넘치되 의는 넘치면 안 되는 까닭과 지혜로운 사람은 달을 본다고, 다수와 권력에 맞서는 시인의 몫과 문학의 자리를, 4장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 어떻게 살까?, 부모란 무엇인가,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는 기성세대의 역할과 새로운 세상을 여는 청년세대의 힘

 

어둠과 절망을 이기는 희망은 나다움, 부모, 기성세대 역할과 청년세대의 힘

 

어느 시대나 어둠과 절망은 있다. 어느 정도의 농담(濃淡:짙고 옅음)은 있게 마련이다. 이광수는 <무정>을 통해서 당대 여성의 가치관과 가부장체계를 드러내놓고 깨버린다. “선형 씨는 나를 사랑하십니까?” 이미 결혼하기로 정해진 약혼자에게 형식이 이렇게 묻는다. 사랑하냐고, 자유연애라는 사고를 퍼트린다. 문학의 힘이다. 루쉰의 <아Q정전>에서 정신승리법, 누구한테 맞아도 상대할 가치도 없는 놈들한테 뭐 당했지, 라고 자신을 달랜다. 이른바 당한 일을 잊어버리는 정신승리법이 그것이다. 이광수는 그의 인생을 반추하면서 난 아 Q 정전처럼 살았노라고, 친일행적이 못내 걸렸다.

 

광인일기는 다수의견에 무조건 따르는 것을 무조건 반대하는 게 아니라 그저 개인의 주관을(나다움) 강조할 뿐이다. 한 시대를 지배하는 사회에서 주류를 이루는 이들이 하는 말과 생각, 행동을 아무런 저항 없이 받아들이지 말자는 루쉰의 제언이다. 세상의 주류를 비판적으로 보고 판단할 능력이 있어야 진정한 나다움을 만날 수 있고 그럴 때 진정한 자유인이 될 수 있고, 사회가 발전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루쉰은 논어를 되새기며, 군자는 모이지만 파당을 짓지 않는다,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것은 당연하지만 똑같은 사람끼리만 모여서 당파를 짓지 말라고(메아리 방, 현재 우리 사회 상황처럼), 중용에서는 군자는 휩쓸리지 않는다고, 조화를 이루는 일과 휩쓸리는 일을 구분하라고. 같음이 아닌 조화를 강조한다.

 

공정, 능력주의에 관하여

 

공정한 능력주의가 되려면 시험이 공정하게 관리될 것과 모든 사람에게 참여기회를, 결과에 따라서 정당한 보상을, 시험 준비를 위한 조건이 같을 것, 과잉경쟁이 일어나지 않을 것 낙방하거나 낮은 점수를 받은 사람이 그 결과에 승복할 것이라고, 그중에 가장 크게 문제 되는 것이 시험 준비를 위한 조건이 같은 것이다. 지금 모두 다르지 않은가, 다른 것을 다르게 같은 것을 같게 다뤄야 하는 게 공정이다. 아무튼.

 

루쉰은 부모는 과거의 관습과 전통을 후계자에게 계승하는 사람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에 자식들이 어떻게 적응해 낼 것인가를 <허삼관 매혈기>가 한국에서 인기를 얻는 이유는 바로 자식과 가족을 위하라는 메시지였기에, 루쉰은 <우리는 지금 어떻게 아버지 노릇을 할 것인가>라는 글에서 단절자로서 부모의 역할을 주장한다. 낡은 문화와 가치, 윤리를 끊어주는 사람, 새로운 문화와 가치, 윤리 속에서 새로운 세상을 살도록 각성한 부모가 나서서 희생할 것을 부모의 의무로써.

 

광인일기에서 강조했던 비판적 의식을 가지라는 말과 함께 기성세대임을, 나조차도 예외가 아님을 받아들이는 것, 그래서 낡은 시대에서 새로운 시대로 청년들이 건너갈 수 있도록 해주는 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고, 이는 그의 책<청년들아, 나를 딛고 오르거라>과 같은 맥락이다.

 

이 책은 곁에 두고 부모, 기성세대, 청년, 절망, 희망, 나다움이란 열쇳말을 음미하면서 자주 읽어야 할 책이다. 정신을 살찌우기 위해서 깊은 사유를 위한 화두처럼, 루쉰이 살아온 시대를 생각하며,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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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청의 역사 : 세계사편 숙청의 역사
최경식 지음 / 갈라북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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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청의 역사, 세계사편

 

숙청(肅淸: 조직 내에서 반대파를 제거함)의 역사는 어찌 보면 권력 세계의 명암이 아닐까?, 유방과 한신, 한나라 세웠으니, 이제 그 경쟁대상자가 될 법한 세력을 제거해야, 한신은 그의 참모로부터 유방을 치자고 그렇지 않으면 후일 낭패를 보게 될 것이라는데, 그는 단호하게 내 재능을 알아보고 나를 거둬 준 이에게 지켜야 할 의리가 있다고, 한 산에 두 호랑이가 살 수 없고, 사냥이 끝나면 사나운 사냥개는 괜히 문제만 일으킬 뿐, “토사구팽”이란 고사성어의 탄생이다.

 

숙청은 필연, 혁명의 명암, 대척점이 숙청

 

이처럼, 숙청이란 필연적이다. 그 규모가 크든 작든, 권력(勸力)이란 인의(仁義)에 따라야 인은 너그러움이요, 의는 정의라 정의는 시대에 따라서 사람에 따라서 달리 해석될 수 있지만, 인은 그저 너그러움이다. 권력은 본디, 너그러움과 정의를 함께 갖는 것으로, 그 안에는 저울추가 있다. 늘 헤아려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이하라는 것인데, 때때로 병통을 일으킨다. 권력은 평평하지 않고, 최고의 정점이 있는 피라미드라고, 그래서 경쟁자, 혹은 경쟁자가 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함께 동고동락했던, 혁명의 동지건 제거해야 할 대상이 될 뿐이고, 제거하는 것이 “숙청”이다. 혁명의 역사는 대척에는 “숙청의 역사가 존재한다. 혁명(개혁이든 뭐든, 새 질서형성)은 곧 숙청의 신호탄이다.

 

절대권력을 향한 공포의 정치학- 프랑스, 독일, 소비에트연방, 중국, 칠레, 태국, 북한, 이란

 

지은이는 좋은 숙청과 나쁜 숙청을 구별하자고 한다. 하나 어떤 의미이건 숙청이란 이미지는 권력투쟁에서 정적제거라는 의미가 더 강하다는 느낌이다.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역사가들의 업이겠지만, 좋은 숙청은 역사발전에 도움이 되고, 나쁜 숙청은 그 반대라는 흑백논리로 뭉뚱그리기에는 성급하다. 역사란 늘 승자편의 것이기에. 이 책 숙청의 역사 세계사편은 한국사편에 이어 나왔다.

 

이 책에서는 프랑스혁명, 단두대와 공포정치의 로베스피에르를 비롯하여 히틀러의 친위쿠데타, 스탈린의 대숙청, 드골의 민족반역자 숙청(이를 숙청이라고 해야 하나, 뉘앙스로는 처단), 김일성, 마오쩌둥, 피노체트, 폴포트, 호메이니, 덩샤오핑 등 10개 사례를 들고 있다.

 

로베스피에르의 단두대와 공포정치는 과유불급이다. 정치란 상대적이어서 절대권력을 지향하거나 이상향을 향해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반대를 ”공포”로 위협하면, 즉 도망칠 구멍도 없는 곳에 쥐를 몰아넣으면 고양이를 무는 법이다. 히틀러가 총통이 되기 위한 험난한 과정에서 결정적인 한 방, 친위쿠데타 이른바 ‘장검의 밤’에서도 권력 앞에서는 친구도 소용없다. 마치 세조(수양대군)가 단종을 살려두자고 악어의 눈물을 흘리는 동안 알아서 대전에서 소란을, 들고 일어난 한명회와 그 무리처럼, 역사의 패턴이 비슷하다. 아니 보편적이다. 인정사정을 두는 순간 뒤엎어지는 것이기에, 하느냐, 마느냐 밖에 선택지가 없다.

 

이 책은 숙청이란 열쇳말로 묶기는 했지만, 정도의 다양성이 존재함을 염두에 두고 읽었으면 한다. 드골의 민족반역자는 숙청이란 표현보다는 처단이라는 느낌이 더 강한듯한데(한국의 반민특위사건에서는 친일파처단이라고 했다, 숙청이 아닌, 뭐 차원을 달리하기에 그렇게 쓴 게 아닌가 싶다), 아무튼 그렇다. 여기서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은 칠레의 아옌데 정권을 무너뜨린 피노체트 이건 숙청이 아니라 CIA 정치 공작과 칠레군부의 인권탄압이다. 미국이 사회주의 칠레로 바뀌면 자국의 이익이 줄어든다는 점 때문에 한 나라를 뒤집어엎는 파렴치함을 보인 사례다. 피노체트는 어떻게 미국의 주구가 된 것인가, 그다음으로 태국을 킬링필드, 죽음의 벌판을 만들어버린 폴포트, 그의 머릿속을 헤집어 놓은 사상은 무엇이었던가?, 이는 숙청이 아닌 인간사냥이다. 이로 인한 베트남과 중국의 대립, 미국의 개입, 한 나라의 운명을 뒤바꾼 것이다.

 

천안문 사건은 "인민 학살"

 

덩샤오핑의 천안문광장은 숙청이 아니라 인민학살이다. 중국판 5.18이라고 한 지은이, 국가사회주의 건설, 개방, 개혁, 흑묘백묘론의 한계와 모순이 드러난 사건이다. 자본주의식의 생산체제를 경제특구 방식으로 도입했던 어쨌든 이미 돈맛을 알아버린 공산당원의 부조리에서 시작된 것이기에, 이에 항의하는 학생과 시민들을 무력으로 진압해버린 것 자체는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과 본질에서 다를 바 없지 않은가, 천안문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부의 편재와 양극화의 조짐은 공산당이 초심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보살피고 배려하며 존중해야 할 인민이 피지배계급이 되어버린 모순 때문에 생긴 사건이다.

 

유학의 나라, 중국, 권력의 역사를 제대로 이해했을 사람들이 없다는 말인가, 스탈린의 대숙청, 이 역시도 말살이다. 편집증으로 정적 트로츠키를 제거하고, 그 잠재적 경쟁자가 될 동고동락했던 동지들에게 반혁명분자라는 누명을 씌워 제거해버리는 것,

 

이란의 호메이니, 신정국가 이란 건설이라는 목표로 이 역시 미국과 관련해서 살펴야 한다. 친서방, 친미, 수니파의 이라크 후세인과의 전쟁 등 역시도

 

이 책은 ‘숙청’이라는 열쇳말로 어떤 식으로 권력을 장악했는지, 장악과정을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세계사 특히 권력투쟁의 흑역사라는 측면에서 꽤 흥미롭다. 칠레의 피노체트 편과 태국의 폴포트 편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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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이 만드는 지구 절반의 세계 - 인슐린 발견에서 백신의 기적까지 인류의 역사를 뒤바꾼 동물들 서가명강 시리즈 33
장구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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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수의학의 세계로

 

지은이 장구, 수의학자다. 분자생물학과 의학의 중간에서, 학문영역을 이어주는 융합의 현장으로 새롭게 떠오른 “수의학” 대형동물, 소형동물을 보는 정도로만 알았는데, 수의학의 세계, 말을 좀 바꾸면 동물이 만든 지구의 절반의 세계가 “동물의 세계‘이고 이 동물을 치료하는 의사가 수의사, 아이고 이렇게 좁게 생각하면 안 돼요. 의학은 사람만을 다루고, 치과의사 역시 사람의 구강을 다루지만, 수의사는 동물의 모든 것을. 예방의학, 비임상, 임상의도, 신약개발과 유전공학까지도, 복제도, 인간과 동물 모두의 생명을 지키는 일을한다.

 

지은이는 이 책을 인간과 동물(최소한 우리 주변에 사람들과 함께 사는 반려동물, 특히, 개와 고양이는 인간과 비슷한 환경에 살다 보니 질병도 비슷해진다고)을 위한 최소한의 과학공부로 자리매김한다.

 

인슐린 발견에서 백신의 기적까지 인류의 역사를 바꾼 동물들

 

이 책의 부제다. 신약개발을 할 때, 3상 실험을 거쳐야 한다고, 하지만 이 실험에 걸리는 시간은 보통 수십 년, 거기에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돈, 임상시험에 성공할 확률도 그리 높지 않다고, 그럼 어떻게, 바로 동물들이 그 간격을 좁혀줄 수 있는 대안이다.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뀐 만큼, 방과 마당에서 같은 공간으로 거리가 좁혀진 만큼, 또 인수 공동감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속속 밝혀진 만큼, 반려동물도 신생아처럼 맞아야 할 백신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 지은이는 지구의 모든 생명을 돌보는 기술이 수의학이라고 말한다.

 

이 책에서는 지구 공동체를 위한 생명과학의 재발견을 시작으로 동물이 어떻게 인류를 구했는지, 우리 곁에 동물이 없다면, 끊임없이 진화하는 생명 순환의 역사까지 4개 영역으로 나누고 있다.

 

동물이 없다면

 

인슐린을 발견한 비글 미저리, 192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프레드릭 밴팅과 조수 베스트는 캐나다의 메클라우드 연구실에서 실험견 비글을 대상으로 실험하면서 당뇨병을 치료할 수 있는 물질을 발견하는데, 33번째 실험견인 미저리에서 인슐린 효과가 증명된 것이다. 지금도 많은 실험실에서 비글을 실험견으로 쓴다. 실험동에서 태어나, 각종 실험이 끝난 후, 폐기하는데, 비글 보호단체에서 현재 100여 마리 이상을 구조해 돌보고 있다.

 

반려동물, 노인이나 아이, 나 홀로 가정에서 반려동물이 있다면 외롭지 않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생각을 뛰어넘는 아주 중요한 역할이 있다고, 특정 암에서 나오는 냄새를 맡고 알려주는 의료도우미견, 누군가의 우울증을 치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암까지, 그리고 특정 행동에서 이상함을 발견, 즉 반려자의 건강 이상을 냄새로 알아내어 긴급조치까지 하는 반려견이 있다고,

 

아직은 특유의 냄새가 나는 암이나 병만을 구분할 수 있다는데, 거기에 그치지 않고, DNA의 문제, 유전병을 알아내고 이 특정 세포만을 형광으로 빛나게 해주는 해양 동물류, 알면 알수록 인간만이 지구의 주인공이란 생각은 점차로 거만, 오만함으로 다가온다. 생물의 다양성을 인정할 때만이, 어차피 지구상의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서로에게 도움을 주면서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고, 지은이는 말한다.

 

돼지는 장기이식의 매개체로, 마우스는 최고의 도우미

 

돼지의 췌장을 없애고, 거기에 원숭이 췌장을 이식, 정상적으로 기능하면 이를 원숭이에게 다시 되돌려, 아직은 시험단계이긴 하지만, 이렇게 해서 미래에는 인간에게도 이식할 수 있다는 데, 우리가 아는 복제기술의 다양한 효과는 미래 과학의 방향을 짐작게 한다. 동물 실험 없이도 AI를 활용하여 컴퓨터 시뮬레이션만으로 독성실험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 불필요한 동물실험을 줄일 수 있다고, 화장품에서는 완전히 동물실험이 금지되기도.

 

실험실의 마우스(생쥐)는 안정성, 즉 최소한 25대를 이어도 그 형질의 변화가 없다고 할 정도라서 실험동물로 최적이라고, 그런데 이번 코로나19는 시험체가 되지 못했다. 코로나19에 걸리지 않는 체질이라서...대신에 햄스터가 백신개발에 많이 사용됐다고, 이렇게 예기치 못한 재난이 일어나면, 효과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동물실험은 다시 늘어나니, 이 역시 고민스럽다.

 

인간을 위해서 희생하는 동물, 동물을 위한 인간의 노력이 함께 할 때, 생명의 존엄과 존중 사상의 중요함을 일깨워 줄 것이다. 이번 추석 연휴에도 버려진 반려견이 상당수에 이른다고, 인간의 이기심에 경종을 울리는데, 이 책이 많은 도움을 주는 계기가 된다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분야에서 동물이 인간을 위해, 그리고 인간은 불필요한 동물의 희생 없이 과학기술로 동물 개체를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유전공학기술, 여기에도 명암은 분명 존재한다. 밝은 곳과 어두운 곳이 함께하는 것이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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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만난 말들 - 프랑스어가 깨우는 생의 순간과 떨림
목수정 지음 / 생각정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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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조끼봉기, 생존하다 쉬르비브르는 생존이 아닌 내 의지대로 삶을 이끄는 걸 말한다. 언어에 그 사회의 문화가 덮혀지면, 새로운 사회언어가 된다. 파리에서 만난 서른 네개의 퍼즐 속에서 프랑스의 문화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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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만난 말들 - 프랑스어가 깨우는 생의 순간과 떨림
목수정 지음 / 생각정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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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만난 말들, 언어의 함의,

 

작가, 목수정은 코로나 19 재난, 백신만능론을 비판, 논란의 대상이 된 적이 있다. 그가 한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경북대 예방의학과 교수 이덕희의<K-방역은 왜 독이 든 성배가 되었나: 한 역학자의 코로나 난중일기>(MID, 2023)에서 조목조목 세계 각국의 예를 들어서 K-방역의 호들갑을 전체주의를 그리고 생각 없음을 낱낱이 마치 이순신의 구국일념으로 하루하루 쓴 난중일기처럼, 주변 사람들로부터 비한국인, 배신자라는 소리를 들어가면서까지 그는 학자의 양심으로 코로나 방역에 문제를 제기했다. 뭐, 결론적으로 그의 주장이 옳다고, 적어다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밝혀졌지만,

 

목수정은 한국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곳에 있다. 소용돌이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는 떨어진 곳에서 한국의 상황을 톺아보고 있었으니 말이다. 터널 속에 갇히면 터널 끝의 희미한 빛만 보일 뿐, 주변은 보이지도 않고, 볼 겨를도 없다.

 

파리지앵으로 강산이 두 번 바뀔 동안, 제2 언어, 제3 언어일지 모를 프랑스어를 배우기 위해 밤낮으로 몰두했다 꿈속에서조차, “빠흐동:실례합니다”를 외쳤는지도, 제1 언어로서 프랑스어가 아니기에 프랑스의 의미를 역사적 맥락을 더 파고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의무교육과 3년 동안 고등학교에서 국어와 고문을 배웠다 하더라도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시험을 보면 몇 점이나 맞을까, 우리한테는 그저 제1 언어 국어였기에, 그냥 그렇게 쓴다. 왜 그렇게 쓰는지 묻는다면,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을 뿐 확실한 답도, 정확하게 대답할 능력도 없다. 언어는 그렇다. 의식적으로 공부하지 않으면, 그저 소통의 도구일 뿐이다.

 

지은이는 소통의 도구와 사유의 언어로 프랑스를 접하고 있다. 여기에 실린 서른네 단어의 역사는 물론 상황과 장면에 따른 미묘한 뉘앙스까지 프랑스를 익히는 게 아니라 공부한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것이리라.

 

 

 

 

서른네 낱말, 서른네 가지의 파리와 프랑스, 문화

 

 

왜 서른네 낱말이냐고 묻는다면, 그 대답만으로 한 권의 책이 될 수도 있겠다. 작가 목수정은 문학, 번역, 그리고 사회경제평론까지 폭넓은 글을 쓴다. 글 자체가 시랄까, 에세이이면서도 함축된 의미, 행간에 담긴 생각할 거리, 그래서 글 읽기가 조금은 시간이 걸린다. 낱말 선택의 신중성 때문이겠지만, 때로는 이게 전체 조화를 깨뜨릴 수도 있겠지만, 묘하게 이 책에서는 조화가 잘된 듯. 아마도 그의 글 꼭지마다 한국의 현상에 대한 촌철살인을 곁들인 때문인가 싶다.

 

프롤로그에 이 책의 모든 것을 담아버렸다. 즉, 총론이다. 서른네 개의 징검다리를 건너면 우리에게 목수정이 보여주는 깊숙한 파리가 또 다른 프랑스가 보일지도 모르겠다.

 

책은 3부로 이뤄졌다. 1부는 달콤한 인생을 주문하는 말로 두스망, 비브르 등 부드럽게, 살다, 세심함, 감히 시도해야 해, 식전주, 아름다운 날씨로군요. 욕망, 빵, 지구, 항상성, 안녕하세요,복원력, 삐지다. 문화의 필수요소라는 게 느껴진다. 그리고 2부는 생각을 조각하는 말, 에파누이스망(개화), 엑셉시옹 퀄튀렐(문화적 예외), 정교분리, 실례합니다. 3부 풍요로운 공동체를 견인하는 말, 그레브(파업), 솔리다리테(연대)와 의심과 마녀 등의 낱말이….

 

 

 

 

아가의 머리를 매만지는 손길 같은, 두스망: 부드럽게

 

여전히 걸핏하면 ‘전력 질주’하는 관성을 버리지 못한 내가, 아이에게 부지불식간에 건넸을 ‘빨리빨리’ 교육에 종지부를 찍게 하도록 연출된 장면. 프랑스인의 유전자와 뛰다 넘어질지언정 지각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한국 엄마의 유전자를 동시에 받은 아이가 등굣길에 뛰다가 넘어졌다. 3분 빨리 가려다 크게 다칠 뻔했다.

 

그래서 두스망이 더 다가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두스망, 천천히, 부드럽게, 종종 뛰자는 주문에 복종하며 다른 근육에 힘이 들어갈 때마다 ‘두스망’이라는 또 다른 주문이 그를 멈춰 세운다고,

 

살자는 의미, 생존하다, 살아남다: 쉬브비브르

 

프랑스 2018년 11월에 시작된 노란 조끼들의 봉기(프랑스 정부의 유류세 인상을 계기로 일어난 시위)는 마크롱의 신자유정책에 관한 불만이 터진 것이다. “우린 더는 생존하는 삶을 원치 않는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살아가고 싶다.”(24쪽), 생존, 최저생계비에 허덕이는 삶이 아니라 삶을 영위하고 싶다는 말이다. 생존인가, 내 의지대로 삶을 끌어가고 있나, 노동자들은 생존하는 삶으로 전락시키려는 정부에 맞서 저항했다. 이미 오래전, 삶과 생존이 구별되지 않는 세상에 진입해버려, 그 두 가지를 식별할 감각을 잃은 것처럼. 먹고살자고 하는 짓이 성공을 거두자 우린 단지 더 잘 먹고 사는 일에 매진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작가의 말, 그 울림이 크다.

 

쉬브비브르는 생존한다는 의미이지만, 사회적 맥락은 내 의지대로 삶을 이끌어가자는 말이다. 이렇듯, 가치 중립적인 낱말에 그 사회의 가치가 들어간, 사회적 언어가 된다. 생존은 그저 먹고 사는 게 아니란 말이다.

 

 

이렇듯 이 책<파리에서 만난 말들>은 작가의 눈으로 들어와 작가의 파리와 함께 어우러져 사회언어로 재탄생한다. 부드러움과 생존, 그리고 파업과 연대, 서른네 개의 파리가 서른네 개의 프랑스가 색깔이 보인다.

 

우리말의 낱말도 이렇게 색깔을 입혀보면 어떨까, 예를 들어 “심각”이란 한자어는 가치 중립이었다. 지금도 중국에서는 그렇게 쓴다. 그런데 언제부터 우리 사회(일본도 그러지만)부정적인 의미를 담게 된 것인지, 그 역사를 살펴보고는 것도 흥미로운 작업일 듯하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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