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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세포막 안으로
김진성 지음 / 델피노 / 2025년 4월
평점 :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당신의 세포막 안으로
김진성 작가의 장편소설<당신의 세포막 안으로>은 바이오 해저드를, 가끔, 드물게 영화의 소재가 됐던 제약회사의 음모, 의료 윤리를 다룬 영화 <건강을 위한 약> (2017), 본 시리즈 등도, 인류는 생명의 영원성을 욕망한다. 진시황의 불로초를 찾기 위한 욕망...
이 소설은 진실보다 믿음이 더 강력한 세상, 세포막 안으로 침투하는 근거 없는 믿음을 방어하라. 소설의 모티브는 TTDD(사고패턴 붕괴 장애)치료제를 둘러싼 개발자와 임상 중에 일어난 사고는 조작된 진실이고, 음모였다는 것, 소설적 요소로 주인공 김서연은 임신 중이었고 태아는 TTDD에 걸린 ‘단단이’ 사고패턴 붕괴장애라는 희귀유전성 질환은 복합적인 사고 능력이 붕괴해 한 가지 생각, 한 가지 말밖에 못 하는 증상이다. 세계적으로 아주 희귀한 질환이라 연구하는 사람이 드물다. 한 지방대학의 화학공학과 대학원 과정에서 7년째 이 질환 치료제를 연구하는 주인공, 악의 축은 다국적 제약회사 치니코프와 국내 1위의 제멜제약이다.
TTDD치료제는 중소제약사와 이름 없는 지방대학의 화학공학과 연구팀이 진행... 이들이 애써 개발한 치료제는 건강한 보통사람에게는 그저 물의 효과 정도였고, 이미 태어난 아이들에게는 별 효과가 없다는 게 치명적 한계... 하지만 거기에 숨겨진 비밀은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병기다.
이 소설은 영화처럼 흘러간다. 읽는 동안 영상을 그리며,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등장인물의 각자도생을 위한 몸부림, 일류가 아닌 이유, 삼류 대학 출신의 화학과 출신이 갈 곳은 이미 정해진 사회구조 속에서 신분 상승을 위한 사다리를 타기 위해, 지그문트 바우만의 “액체 시대” 불안정, 불확실성 시대에 굳건히 지켜야 할 고체 시대, 단단한 질서와 도덕 윤리는 액체처럼 흔들거리며 균형을 잡기 위한 사회다. 과학자의 윤리는 접어두고, 편한 길로 또 지름길로 오로지 좋은 자리와 보수, 주변에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향해 달려가는 군상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속고 속이는 연구실, 하지만, 장대한 인류의 발전에 적어도 지켜야 할 그 무엇을 위한 이타적인 사람들, 진실과 믿음 사이에 어느 쪽을 선택하기 보다는 진실과 믿음이 하나가 될 수 있을 길을 찾기 위해 위험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 이들은 작은 영웅이다.
돈이 되는 것은 무엇이든지 하려 드는 제약회사들, 어렵게 그 속에서 균형을 제약회사가 지켜야 할 과학윤리의 경계선에서 선 사람들의 선택, 출세를 위해서 한 번만 눈을 감으면 올라갈 수 있는 길을 두고 갈림길에 선 사람들,
이들은 유전성 희소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한 위대한 인류애라는 천사의 모습과 약을 이용하여 돈을 벌려는 욕망으로 악마의 모습을, 천사와 악마라는 대결 구도가 펼쳐진다. 세상의 어둠 속에서도 밝은 빛을... 함정에 빠진 주인공 서연은 제멜제약의 음모를 폭로하기 위해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그가 개발했던 약 샘플을 제약회사 손에 들어갈 상황이되자 이를 마셔버리고, 양수는 터져... TTDD에 걸린 상태의 태아는 어떻게 될까?
한편, TTDD에 걸린 태아와 산모들을 모아 놓고 임상을 하려는 제멜제약, 이 아이들은 태어나면서 천재성을 발휘하게 될, 세기의 약물, 한 가지 생각과 한 가지 말밖에 못 하는 장애아를 평생 돌봐야 하는 고통과 천재가 될 수 있다는 선택의 갈림길에 산모들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 소설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그 끝을 향해 달려가는데, 과연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까?
약의 기능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약물이 세포 안으로 효과적으로 침투하는 것이다. 그래야 약물 효과가 발생하니까, 그런데 과학자들은 진실에 가깝다고 검증된 애들만 들여보내야 한다. 진실이라고 믿는 애들이 아니라... 진실이 믿음을 이길 것이라는 믿는 주인공 김서연, 신념을 지키기 위해 감수해야 할 고통, 선택하는 과정에서 수없이 흔들리는 마음, 하지만, 그 끝은 그녀의 신념이 잘못됐을까, 아니면.
작가는 신 자유 경제 질서 아래에서 각자 자신의 이익을 좇기에 바쁜 인간의 군상을 보여준다. 직업윤리의식은 이미 유명무실해지고 무늬만 동료인 조직, 자신의 부와 명예 그리고 출세를 위해서는 누구든 쉽게 속이고, 옭아매는 사회, 그래도 이 사회에는 아직 희망이 있음을, 별 볼 일 없는 삼류대학에서 학위와 취직을 걱정하고 갈등하면서도 신념을 버리지 않는 이들이 있기에, 보통사람들이 이 사회의 꼭대기에 있는 부패한 그들을 향해 도전을 멈추지 않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