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영화 속 인권 이야기 - 필름의 눈으로 읽는 법과 삶
임복희 지음 / 오디세이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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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세상을 바꾼 인권 이야기는 지금도 써내려가는 중


지은이 임복희의 이 책<세상을 바꾼 영화 속 인권 이야기>은 미국, 영국 등과 한국의 실제 사건(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필름의 눈으로 읽는 법과 삶, 즉 영상을 통해 사건을 재구성한 “영화”작품 18편을 골라내어 ‘필름 속으로 더 깊이’를 두고 영화와 관련된 역사적 배경과 제도, 법률과 판례의 추이를 추적, 영화의 메시지 역동적이며 심층적으로 읽을 수 있도록 한 입체적 구성이다. 


이런 유의 법률교육은 리걸마인드(법적사고력)를 길러주기 위한 교과목에서 영화를 보고 그 배경이 된 법률조항과 제도 등을 함께 논의하는 강의프로그램이 마련돼있기도 하다(한국, 일본, 물론 미국의 로스쿨에서도). 특히, 영미법의 특징인 배심제(대배심과 소배심), 주 법원과 연방법원의 대배심의 특성 등을 설명하고 있어, 영화의 맥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듯하다. 더불어 한국 사회의 화두인 ‘이주노동자’ 문제 역시 톺아볼 수 있는 켄 로치 감독의 영화가 실려있다. 


여기에 소개된 18개의 작품은 “인권”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화제작이다. 제목에서 내용을 짐작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당대의 사회 분위기와 문화를 이해를 전제로 붙인 제목도 있어, 작품 하나하나 톺아보기를 해야 하는데, 법학과는 물론 일반 시민에게도 “인권”이란 키워드로,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와 탄압은 어떤 형태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5편의 영화와 1930년대 미국 남부 주 앨라배마의 인종차별 현실을 다룬 <앵무새 죽이기>를 비롯하여 성차별과 복지, 환경 등을 다룬 13편의 영화가 실려있다. 


한국, 영화 속 “인권” 이야기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황유미 씨의 실화를 토대로 한 김태윤 감독의<또 하나의 약속>(2013), 산업재해인정을 받을 때까지의 과정에서, 우리 산업현장은 성과주의라는 이름 아래 현실적인 위험을 요행으로 취급하는 불감증, 보고도 못 본 척, 이런 죽음이 쌓여 결국에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제정으로 이어졌다. 이랜드 홈에버 사태를 그린 부지영 감독의<카트>(2014)는 부당노동행위와 부당해고 구제제도에 관하여, 노동조합할 권리와 해고의 정당 사유를 생각하게 한다. 용산 참사를 그린<소수의견>, 약촌오거리 범인 조작사건의 재심 재판을 그린 <재심> 등을 새롭게 볼 수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2항 국가는 곧 국민이며, 국민은 국가다<변호인>(2013). 윤석열 파면 이후, 새롭게 제기되는 사회 대개혁 논의는 “제7공화국” 정체와 기본권 등에 관한 수정을 요구한다. 전관예우 금지 등, 한국사회의 권력형 부패의 원천적 차단 등을 생각할 수 있을 듯하다. 




미국, 영국 등의 영화 속 “인권” 이야기


미국영화는 역사적인“인권”사건과 개선의 과정을 볼 수 있도록 배치됐다. 첫번째 이야기는 인종차별, 1930년대 인종차별이 북부의 주보다 상대적으로 심했던 남부 앨라배마주의 법 현실 가운데 애디커스의 앵무새 지론을 통해 ‘다름’에 대한 차별에 반대하며 보편적 양심에 호소하는 로버트 밀리건 감독의<앵무새 죽이기>(1962), 1965년 인권 목사 마틴 루서 킹 등이 주도한 셀마-몽고메리 행진, 인종차별 없는 평등선거권 법안 통과까지의 여정을 그린 에바 두버네이 감독의<셀마>(2014),


두 번째는 성차별을 바꾼 영화 속 인권 이야기로 영국에서 벌어진 1세대 여성주의 운동 중 1912년에서 1913년까지의 격렬한 여성 참정권 운동을 그린 사라 게이브런 감독의<서프러제트>(2015), 미국 사회에서 여성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기 이전인 1970년대 워싱턴 포스트의 발행인 캐서린 그레이엄이 미국 정부의 ‘펜타곤 기밀문서’를 보도하기까지 여정을 그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더 포스트>(2017), 사회적 약자인 여성들의 기본권 보호에 앞장섰던 대법관 긴즈버그의 일대기를 그린 벳시 웨스트, 줄리 코헨 감독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나는 반대한다>(2018), 




세 번째 식량, 건강 등의 복지나 노동, 주거 인권 문제를 지적한 켄 로치 감독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2016)와 <미안해요 리키>(2019), 전자는 2010년 영국 총선에서 승리한 보수당 케머린 내각의 보수적 복지정책이 다니엘을 복지혜택에서 배제함으로써 빈곤을 “형벌화”하는 부조리한 현실을 비판했다. 후자는 플랫폼 노동에 시달리는 리키는 이를 극복하려고 노력하는데 여기서 또 다른 소외를 경험하게 된다.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시스템의 폐해를 다룬다.


네 번째, 환경문제를 다룬 매사추세츠 우번에서 발생한 1972년 사건을 다룬 스티븐 제일리언 감독의<시빌액션>(1998), 1993년에서 1996년까지 캘리포니아주 샌버나디노 카운티의 PG&E 지하수 오염 집단소송을 승리로 이끈 에린브로코비치의 실화를 다룬 스티브 소더버그 감독의<에린브로코비치>(2000)를 다룬다. 

다섯 번째 난민 인권 문제를 비판한 숀 해니시 감독의<세인트 주디>(2018), 켄 로치 감독의<나의 올드 오크>(2023)를 통해 트럼프의 미등록이민자 추방과 관련한 행정명령과 연방대법원 판례와 영국의 반이민 정책 추진의 역사적 배경을 다룬다. 



법정의 눈과 필름의 눈을 거친 영화를 ‘인권의 눈’으로 읽는다 


특히, 한국사회의 새로운 문제 “이민청 논의”와 “이주노동자” 문제는 국제노동기구의 “이주노동자 권리협약”비준이라는 과제를 우리 앞에 던져놓는다. 켄 로치 감독의 3부작 <나, 다니엘 블레이크>, <미안해요 리키>에 이어<나의 올드 오크>는 이주노동자 문제를 다뤘다. 영화는 폐광촌 더럼에 시리아 난민들을 태운 버스 한 대가 도착하면서 시작되는데... 그냥 살기도 힘든 곳에 왜 하필 난민촌을 만드느냐며 주민들은 무료급식소를 폐쇄를 요구한다. 켄 로치는 “삶이 힘들 때 우리는 희생양을 찾는다.”라는 말이 한국 사회 이주노동자의 현실을 압축적으로 표현해준다. 우리의 필요에 따라 외국에서 불러들인 노동자들의 ‘인권’보장은 한낱 사치에 불과하다. 너희들은 한국에 돈을 벌러 온 거 아니냐, 가난한 나라에서 온 너희들이 감히 한국 노동자와 동등 대우를 요구해. 우리 일자리도 없는데... 이 대목에서 켄 로치의 말은 촌철살인이다. 삶이 힘들 때 우리는 분풀이 할 상대를 찾는다. 나보다 약하고 약한 이들 표적 삼아, 이를 희생양이라, 영화는 난민들이 지역 사람들에게 선물한 용기, 연대, 저항의 깃발을 펄럭이며 함께 행진하는 것으로... 


이 한 권의 책 속에 미국의 인종차별 역사와 영국의 여성 참정권, 노동과 복지, 환경, 자유와 권리, 인간답게 살 권리, 그리고 연대와 평화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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