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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 - 평생을 수치심과 싸워온 우리의 이야기
로라 베이츠 지음, 황가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9월
평점 :

차별 목록
목록은 여성들이 오랜 시간 동안 경험했던 성차별에 대한 고백과 이런 일들이 끊임없이 일상다반사로 일어나는 근원은 사회와 제도 시스템에 있다. 지은이는 우리가 쉽게 나한테 일어난 재수 없는 일이라고 개인화, 사적화 시켰던 사건들이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소수자들이 공통으로 겪는 일이라 할 때,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이 책<목록>은 자신 안의 목록을 말로 바꾸어(언어화) 세상에 알리고, 이의 시정을 요구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페미니즘이 맞이한 거대한 백래시 앞에서 무릎을 꿇을 것인가, 다시 한번 일어나 목소릴 높여 “인제 그만” 입은 삐뚤어져 있어도 말은 바로 하자고 외칠 것인가,
이 책은 10개의 에피소드가 들어있다. 목록, 시초, 가부장제? 무슨 가부장제?, 미꾸라지, 피해자를 심판대에 올리기, 정치와 특권, 점과 점 연결하기 등이다. 이 책 내용 중 한국의 상황과도 흡사한 장면들을 살펴보련다.

동서고금의 막론하고, 집단 세뇌를 받아온 여성들
2021년 리버플의 한 가톨릭 학교에서 남학생들이 투명한 유리 계단 밑에서 여학생들의 치마 속을 촬영하다 붙잡히자, 학교는 여학생들에게 속바지를 입으라고 했다. 이건 학교 앞 바바리맨과처럼…. 여학생들에게 그곳으로 다니지 말라는 말과 같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라는 말처럼, 네가 참아, 쟤들은 원래 나쁜 애들이야, 여자애가 어떻게 처신했으면 강간을 당하고 그러냐, 조신하지 못한 게, 동네 창피해서 못 살겠다는 부모.
남학생에게 투명 계단 밑에서 여학생들의 치마 속을 훔쳐보고 촬영하는 것은 나쁜 짓이라고 말하기보다는 남자애들이 다 그렇지 뭐, 여학생들이 속치마를 입으면 남학생들이 촬영하고 싶은 마음도 없어지겠지.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 힘이 없어 두들겨 맞은 놈이 바보라는 말이다. 이건 집단 세뇌다. 남녀의 차이는 이렇게 시스템적으로 만들어진다. 온 사회,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 사회의 질서유지를 위해서, 여성은 스스로 지켜야 해, 즉, 여성이 문제라는 말이다.
우리는 시스템을 통해 아이들에게 여성의 신체를 비난하고, 성적 대상화 하고, 경멸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여성의 기능적인 신체 부위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보는 시스템을 통해 여성 개개인에게 스키마(낙인)을 찍고 있다.

영국 그레이터 런던 경찰청 내에 여성 혐오 문화가 있다고 믿지 않는다?
그렇지, 여성을 어떻게 대하든 경찰문화고 또 공정한 거야, 기득권, 가부장, 남성 중심사회에서 여성은 그저 보조 수단에 불과한 것이다. 여성 혐오로 조사받은 경찰 열네 명 중 아홉 명이 여전히 근무한다. 지은이는 이 부분이 가장 열 받는다고, 64%가 사라졌으니, 해결된 게 아니냐고, 그런데 여전히 46%가 남아있지 않는가, 인권의 옹호 기관에서 경찰은 제외된 것인가,
오차구미 영국의 여성 경찰
일본의 예를 보자. 오피스걸(OL)은 오 차구미(차를 타서 나르는 일)를 업무의 기본으로 여길 만큼 남존여비 사고가 강하다. 그런데 놀랍게도 한 보고서에 실린 경찰긴급신고센터의 유일한 여성 경찰의 이야기, 남성 경찰들은 “나를 엉좁이, 어이쿠”라고 부르며, 탕비실에 가서 차나 끓여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내가 참고 일해야 하는 남자들은 날마다 휴대전화로 포르노를 보고 여자 동료들이나 여성 전반에 대해 혐오스럽고 얄팍한 말을 한다. 만약에 여성이 진급하면 나는 며칠 동안 그들이 소수자 우대정책에 대해 투덜대는 것을 참아야 한다.
경찰 내 문화와 분위기가 이러하니 경찰이 성범죄를 다루는 방식에 관해서 고민해야 한다. 강간 사건을 신고해도 기소나 소환으로 이어지는 비율이 1.4%에 불과하고 가정폭력 사건이 기소 없이 종결되는 경우도 4분의 3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모습과 겹쳐온다. 스토커 처벌법이 유명무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여론 속에서도 여전히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영국도 강간사건, 성추행, 성폭력 사건에 대해서 이러저러한 대책과 법률을 쏟아내고 있지만, 솜방망이다. 왜 그럴까, 영국이건 한국이건, 일본이건 국경을 경계로 하는 국가별 대응은 별 의미 없다. 애초부터 남성우위의 사회질서 자체가 문제다. 이것이 사회구조의 기본이라는 인식이 박혀있기에. 이것을 제도적으로 개선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우이독경, 쇠귀에 경 읽기다.

이런 굴레를 벗어나는 일은 여성들 스스로가 자각하는 것이다. 집단 세뇌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여성이 여자다워야 한다는 말은 대단한 폭력이다. 남성이 남자다워야 한다는 신념은 어릴 때 가정에서 세뇌된 성역할론이다. 여자 팔자는 뒤웅박이다. 어떤 남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는 개소리도 역시 세뇌된 결과다. 여성은 인격적으로 불완전체라는 말과 같다.
여성의 목소리가 아무리 높아지더라도 쓰나미처럼 몰아쳐도 한순간에 견고한 남성의 성(城)은 무너지지 않는다. 하지만, 끊임없는 목소리는 견고한 성 여기저기에 작은 틈을 만든다. 결국에는 그 틈이 커지면 성은 그저 모래성처럼 와르르 무너진다. 애초부터 그런 성(城)은 없는 게 정상이었으니. 그저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우리들은 가해자의 행동이 아니라 피해자를 탓할 때 정의가 깨진다는 말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