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발견, 교실의 발명 - 학습 공간 모델과 학교 유형, 2023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김성원 지음 / 소동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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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공간 디자인도 세월 따라

 

콩나물시루 교실, 편 복도에 복도로 난 중창, 따닥따닥 붙은 작은 책상들, 겨울이면 학교 뒤쪽이나 2/3지점에 땔나무나 갈탄 혹은 등유를 연료로 하는 난로, 거기에 노란 양은 도시락을 차곡차곡 벽돌쌓기처럼. 이런 교실 풍경에서, 한 세대, 두 세대가 흘러도 학교하면 그저 한쪽으로 길게 보이는 복도, 같은 크기의 교실이 줄줄이, 이것이 학교라는 건물이다.

 

이런 고정된 관념에 파장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정보, 이 책<학교의 발견, 교실의 발명>이다. 학교는 단지 편 복도에 일자로 쭉 뻗은 밋밋한 그런 것이라는 생각에 학교의 기능과 교육철학으로 학교를 불러일으켜 세우면, 어떤 건축이 필요한지, 교실 또한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가 잘 보이지는 않지만, 대강의 그림이 그려진다. 학교 공간도 세월 따라 변해야 하는 것을...

 

학교 건축은 교육 개념을 반영, 편 복도에 스며있는 것들, 획일, 표준화 지향 의도

 

이 책은 학교 건축물, 교사(校舍)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학교 건축과 교실의 유형은 당대 주류 교육 개념을 반영하고 있다고 분명하게 말한다. 편 복도식 학교 건물을 공장 모델이니 산업주의 학교 모델이니 비판이 있었다. 근대교육비판론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편 복도 교실은 학생들의 학업 성취나 기질과 개성, 관심, 학습 동기의 차이를 무시하고 표준화된 하나의 교육 과정을 전제로 삼고 있다고, 나이가 같으면 발달 속도도 같고 유사한 학습 능력이 있을 것이라는 가정 아래 동일연령 학년제에 기반을 둔다. 교사의 일방적인 지식전달 위주의 집체 교육방식에 적합한 구조이기도 하다.

 

인구 사회학적 변화(저출산, 학령인구감소)에 따른 학교 건축 고민 , 어떤 모델과 공간으로 태어나야 하나

 

교육부, 2020년부터 학교 리모델링 사업은 학령인구감소를 염두에 둔 그린 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의 리모델링을 생각하고 있다. 이 책은 교실과 2차 학습공간, 미래학교의 특별교실 등 교실의 발명을 통해서 기존 관념에서 벗어나는 발상 전환을 제안한다. 이는 꽤 다양한 방법으로 전개되는데, 눈에 띄는 것은 학교 건축유형도 그러하지만, 내일의 교육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는 데 주목한다. 교육 비전에 따른 공간구성, 교육 철학과 학습공간, 야외 활동 중심교육과정과 학교 모델 등 지금까지 깊이 고민하지 않았던 문제들이 서로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진짜 학교의 발견과 교실의 발명

 

진짜 학교의 발견과 교실의 발명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학교와 교실이 단지 건물과 장소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면 그저 엘리베이터를 놓고 중복도에 교실마다 스마트 학습보조 기구 넣어주고, 시스템 에어콘과 난방이 되도록 하면 될 것이다.

 

지은이는 학교의 목적과 역할 그리고 장소와 공간에 관하여 말한다. 교실이 어떻게 만들어 져야하는지를, 이 책의 분량은 445쪽이다. 이렇게 많은 양만큼이나 많은 생각거리가 담겨있다. 또한 다양한 그림과 주제별로 그의 생각이 담겼다. 무엇보다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은 이 책의 모든 부분이 그저 훑고 지나갈 만한 정보가 아니라 곳곳에 독자의 생각과 의견을 묻는 곳들이 많다. 외국의 사례, 그들은 학교 건축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자세하게 소개하는 등, 쉽게 접하기 어려운 정보들을 담고 있다.

 

그저, 학교는 높아야 3층, 교사가 쭉 늘어서 있고, 중앙식 계단과 편 복도 같은 규모의 교실, 다목적실, 강당, 운동장 이런 피상적인 외형이 아닌, 학습공간이란 무엇이며, 내용에 따라 교실이란 공간도 다양화되고 목적기능에 맞게 정비돼야 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갖게 해 준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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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의 유괴 붉은 박물관 시리즈 2
오야마 세이이치로 지음, 한수진 옮김 / 리드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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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박물관 두번 째 이야기 "기억 속의 유괴"

 

미스터리 작가 오야마 세이이치로(大山誠一?) 의 ‘붉은 박물관’ 시리즈 2탄 표제작 ‘기억 속의 유괴’를 포함 5편의 에피소드가 실려있다. 시리즈 1탄<붉은 박물관>은 일본 TBC 방송의 형사물 드라마 <범죄자료관: 히이로 세이코 시리즈 ‘붉은 박물관’>으로, 또 다른 그의 작품은 일본 TV 드라마의 형사물 <알리바이를 깨드립니다>(아사히TV, 2019년)로 제작되기까지,

 

이 소설의 주인공 히이로 세이코는 이른바 행정고시 출신의 경찰 엘리트로 하얀 얼굴에 나이를 알 수 없는 날씬. 따위로 묘사되는데, “설녀(눈의 여인)”의 이미지다. 냉정하고 무뚝뚝하고 의사소통도 제대로 못 하는 그래서 줄 타고 진급도 못 하고 경시청 부속 범죄박물관이라는 곳에 처박혀 지내는 꽤 독특한 캐릭터다. 또 다른 등장인물 데라다 사토시, 경시청 수사1과(이른바 민완 형사들의 꽃)에 근무하다가 사고를 쳐서 쫓겨날 위기에 놓인 그를 히이로가 범죄자료관으로 데려와 관장 조수 자리에 앉혀놓았다. 본래 붉은 박물관으로 불리는 자료관은 런던 경시청의 검은 색 건물 범죄박물관을 빗대어 붉은(아마도 빨간 벽돌로 지어진 별관정도)박물관이지 않았을까, 찾아오는 사람이라곤 아예 없으니,

 

이와 분위가 비슷한 TV아사히의 형사물 드라마 <아이보(相逢)>의 영민하지만, 불의와 타협을 모르는 엘리트 경찰과 밀어붙이는 스타일의 경찰관이 이른바 특명계(特命係-인재의 무덤, 주로 사고치고 찍힌 경찰관들이 배치되는 곳, 범죄자료관과 비슷한 골방)는 시즌 22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 실린 단편 5편은 재수사에서 사건의 전모를 밝힌 것들이다. 1탄에서 이미 5개의 사건을 해결했으니, 이야기 시작은 6번째 사건부터다. 범죄자료관의 업무는 형사사건의 증거품과 유류품, 수사서류를 보관하면서 연구 및 수사관 교육을 하는 곳이라는 외형과 달리, 끗발도 뭣도 없다. 아무튼 이곳으로 공소시효가 끝나 들어오는 사건들을 분류 보관작업을 하는데, 뭔가 이상하면 걸렸다. 사건 기록 속에서 뭘 발견한 건가, 수사기록, 증거(사진과 물품), 피해자진술, 도대체 어디에서 실마리를 찾은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이야기가 슬슬 풀리면서, 아하...

 

범죄자료관장 히이로 세이코 입에서 떨어진 말 "재수사다"

 

"재수사다"라는 말로 시작된 사건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 제1화 "황혼의 옥상에서"에서는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이 졸업식 하루 전날 옥상에서 죽었다. 그가 활동했던 미술부 3학년생 3명, 때마침 바로 밑 교실에서 바닥코팅작업을 하고 있던 작업자 중 한 명 "선배, 나는 선배를 좋아해요. 줄곧 함께하고 싶다"는 말을 들었다는 증언과 반전, 과연 범인은 누구였을까?

 

제2화 "연화(연쇄방화)" 1965.8월 지어진 2층 목조건물이 연이어 불이 나는데, 등유를 집 둘레에 뿌리는데 집 현관은 예외였다. 그리고 그 집으로 전화를 해서 불났다고 피하라고 일러준다. 범인은 왜 그랬을까, "그분을 만나야 한다는" 그의 말, 독자들의 흔한 생각으로 완전히 뒤집어버리는 반전,

 

제3화 "죽음을 10으로 나누다", 몸이 열 조작으로 잘린 남편, 자살한 아내, 이들은 도대체 왜…. 제4화 "고독한 용의자" 인간의 상실감, 분노, 사랑에 관한 열정은 어떤 선택을 하게 만든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될 만큼, 완벽한 알리바이로 세상을 속여온 남자의 이야기다. 표제작 " 기억 속의 유괴" 기억 속에 숨겨진 유괴의 진실, 다섯 살배기 유치원생이 어느 날 유괴됐다. 차의 트렁크가 열리고 눈을 뜨자 어머니와 아버지가 환하게 반기며 맞아준다. 그날 그렇게 아이는 부모 품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기억 속에 뭔가가 남아 있는 듯하여, 친구인 데라다 사토시에게 어린 시절 유괴사건에 자초지종을 알아봐달라고 이야기한다. 그 충격적인 진실은.

 

우연의 일치, 계획된 범죄, 특히 제1화 "황혼의 옥상에서"와 제5화 "기억 속의 유괴"는 여운이 남는 에피소드다. 누구라도 미술부에서 활동하는 2학년 여학생이 선배라고 불렀다면, 졸업하게 될 3명의 남학생 중 한 명이 범인이지 않을까, 다만 어떻게 추리를 해나가는가가 흥미로울 것이라는 기대를 바로 산산조각 내 버린다.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데 등골 오싹 버전이랄까? 또 기억 속의 유괴는 반전, 또 다른 사건이 숨어있다. 역시 미스터리에도 결이 다르다 할까, 나름대로 독자들이 이쯤이면 작가가 의도한 대로 이끌려 결말을 추측하겠거니 하는 대목에서 급반전…. 충분히 TV 드라마로 만들 만큼 고루고루 이른바 삼박자를 갖춘 소설이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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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지문
이동규 지음 / 클라우드나인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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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좁게 알면 인공지능에 먹힌다

 

이동규의 두 줄 칼럼 100선, <생각의 지문>, 번뜩이는 지혜의 지은이답게, 생각의 지문(指紋), 물론 지은이가 말한 지문은 손가락의 그것을 말한다. 지문이 같은 사람이 없듯, 생각하는 방식과 내용이 획일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아무래 흡사해도 조금은 차이가 드러나기 마련이니까,

 

이 책 생각의 지문을 지혜의 글(智文)이라 해석하련다. 지문(指紋)은 독자적사고라는 것을 강조하는 듯하지만, 지문(智文) 곧 지혜로운 문장이라 새기면 모든 이와 공유하는 것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다. 지은이의 두 줄 칼럼, 여기에 모든 것을 담아낼 수 있는 것은 필시 지식이 아닌 지혜일 것이다.

 

인공지능은 가능해도 인공지혜는 불가능하다

 

지능과 지혜의 참뜻을 알기에 구분 지어 쓴다. 이 한 줄에 모든 게 담겨있다. 즉 지능과 지혜의 근본적인 차이, 평범 속에 일반문장 속에 누구도 생각지 못한 촌철 표현은 지혜의 표상이다. 끊임없이 진원(眞源)을 찾아 헤매던 가운데 자연스레 보이기도 드러나기도 한 것들이다. 그 만큼 절실하면 같은 사물이라도 달리 보인다. 지은이의 표현대로 두 줄이 추구해온 창조는 ‘최초의 생각’ 태초 사고라 생각할 수 있어 진원(진정한 원천 혹은 원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책은 특별한 영감으로 초대로 시작해서 위대한 사람들의 시대로 끝맺는다. 내용은 성찰편(1부), 관찰편(2부), 그리고 통찰편(3부), 우리는 성찰, 관찰, 통찰(省察, 觀察, 洞察)의 차이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까? 뭐 이런 의미에서 조금 불친절하다. 읽기 위해서는 국어사전을 펼쳐놓고 낱말의 본래 뜻과 다른 뜻을 잘 살펴야하는 수고로움이 있지만, 두 줄의 아포리즘을 음미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여기에 실린 100편 중, 지금 당장에 와 닿는 열쇳말로 겸손, 부분이 아닌 전체, 그리고 지금도 갈등, 분쟁, 대립이 평화로 바뀌기를 바라는 염원으로 이 셋을 보련다.

 

성찰(省察) 편 “겸손” 진짜 고수는 힘이 있을 때 “겸손”한 사람이다. 이른바 “된 사람”

 

“고개를 숙인다고 겸손은 아니다

겸손은 머리의 각도가 아니라 마음의 각도다”

 

자, 이렇게 보면 공익광고문구와 뭐가 다른지 구분하기 어렵다. 이현령비현령인가, 카피라면 느낌과 그 해석은 보는 이에게 맡기겠지만, 여기에는 무슨 사연이 있는지를 말하는 것, 지식과 사색의 아포리즘이다. 지은이는 겸손을 어떻게 생각하나, 우선 자기 성찰이다. 감사가 하늘을 만나는 방법이라면 겸손은 사람을 만나는 방법이다. 진정한 겸손은 깊은 자신감에서 빈 그릇이 고개 숙이는 것은 겸손이 아니다. 그가 인용한 <오만과 편견>의 작가 제인 오스틴의 말 “편견은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게 하고, 오만은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할 수 없게 만든다.” 동서고금의 보편적 진리다.

 

관찰(觀察) 편 “나무를 사지 말고 산을 사라”

 

“다양성만큼 강한 건 없다

최우수 병사만으로 뽑은 군대가 이긴 적이 없다.”

 

해불양수(海不讓水)로 해석을 곁들인다. 한비자가 말한 것인데 바다는 강물을 마다하지 않고 태산은 홀과 돌이 좋고 나쁨을 가리지 않고 다 받아들였기에 그 높음을 이룬 것으로 "포용"을 강조한 말로 2023년 변호사 들이 신년 사자성어로 뽑은 것이기도 하다.

 

동종교배는 기형이 나온 것은 자연의 거듭된 경고다. 조직의 순혈주의는 구성원의 자율과 창의를 박탈하게 마련이다. 작은 목수는 좋은 나무만을 골라서 사지만, 큰 목수는 산을 산다. 크건 작건 곧건 굽건 다 제 쓸모가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우유상종, 끼리끼리, 메이리방에서 외치는 소리는 마치 모든 세상의 소리인양 들린다.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 할 빠지기 쉬운 함정이기에,

 

통찰(洞察) 편 “전쟁과 평화”

 

“전쟁을 각오한 자만이 평화를 얻을 수 있다

평화는 강한 자의 전리품이다”

 

평화란 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분쟁을 평화로운 방법으로 다루는 능력이다. 이 지혜로운 글이 레이건이 한 말이라니, 적이 당황스럽다. 평화란 본래의 의미(평온하고 화목함, 전쟁, 분쟁, 갈등이 없는 상태)를 역설적으로 풀어낸다. 전쟁은 적을 속이는 게 아니라 아군을 속이는 것이다.

 

이 책에 실린 주제어들, 염치, 거짓말의 색깔, 이판사판, 전략적 사고, 검은 코끼리, 합격과 용의 눈물…. 촌철살인이라 부르련다. 지식과 사색은 지혜로 이어지고, 깊은 성찰을 통해서 나를 되돌아보고 반성하며, 깊은 관찰을 통해 사물과 현상을 살피고, 통찰을 통해 사물의 본질을 꿰뚫는다면, 결코 실패할 일은 없을 것이다. 성공은 어떠한지 몰라도.

 

엉뚱한 발상은 갑자기 나오는 게 아니라 부단한 노력 끝에 우연히 지식과 지식 사이의 그 무엇으로부터 솟아 나오는 샘물처럼….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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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의 습격 - 모두, 홀로 남겨질 것이다
김만권 지음 / 혜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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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 다시 보기

 

셰익스피어가 17세기에 만든 ‘외롭다’라는 표현은 지금의 ‘홀로됨’을 의미하는 게 아니었다. 당대의 사람들은 홀로됨을 오히려 신에게 가까이 간다는 은혜로운 기회로 여겨 긍정적이었고, 외로움은 부정적이었다. 외로움은 에덴동산으로 이브를 유혹하러 간 사탄에서 그 모습이 보인다.

 

유럽에서 ‘외로움’이 본격적으로 개인을 넘어 집단으로 이른바 시민권을 얻게 된 것은 19세기 말 20세기 초반으로 그 배경은 폭발적인 인구증가 때문이었다. 즉 산업혁명과 함께 경천동지할 세상의 변화 속에서 일자리와 비례적으로 실업이 등장, 결국 실업이란 한 개인은 물론 주변이, 모든 것이 송두리째 뽑히고, 더는 쓸모없음으로 인식되자, 불만 세력으로 변한다. “이 세계에 속할 곳이 없다”라는 의미였다.

 

외로움은 인간이 느끼는 감정이 아닌 사회적 박탈과 패배감이 낳은 학습된 경험

 

한나 아렌트는 이 현상에 주목했다. 19세기 제국주의의 핵심은 바로 이런 불만 세력을 식민지로 내보내 사회 내 불안을 없앴다는 도식 때문에, 외로움은 인간 본연의 감정이 아닌 산업혁명 이후 배제, 소외 경험 속에서 학습된 감정이라는 점이다.

 

외로움은 왜 위험한가?, 자아 상실을 넘어 세계 상실로

 

외로움의 본질은 사회적인 배제와 버려짐, 쓸모없음. 쓰레기 취급을 당하기에, 위험하다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2019년 외로움 대처 장관을 일본은 2021년 고독부 장관을 둘 정도로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왜 그랬을까, 바로 외로움이란 현상의 위험 때문이다. 아렌트는 외로움은 자아 상실로 연결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런 의미에서 보자면 ‘고독’과는 결이 다르다. 물론 아시아(일본에서 외로움과 고독을 세밀히 구분하지 않고 등치의 것으로 보기에)에서는 외로움이나 고독은 동류의 감정으로 인식해왔지만 서구세계에서는. 고독이란 세상에서 내쳐졌다. 버려졌다는 느낌보다는 자기반성 상태라고 이해한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에서 소로는 자기 집에 있는 세 개의 의자, 하나는 고독, 또 하나는 우정, 마지막은 사교를 위해서라고.

 

이 책은 한나 아렌트가 개인과 사회 모두 위험하다고 경고한 ‘외로움’의 본질에 접근하려 한다. 외로움을 참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은 자아 상실이고, 이 자아는 고독 속에서 실현할 수 있지만, 그 정체성은 나와 동등한 사람과 신뢰할 수 있는 교제를 나눌 때만 비로소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자아 상실 상태에서는 자아와 세계, 사유하고 경험할 수 있는 능력을 동시에 상실한 것이다.

 

이 대목을 곱씹어 보면, 21세기의 디지털과 능력주의가 만나면 어떤 현상을 벌어질까, 이른바 디지털 능력주의 시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외로움이란 표현처럼, 사회의 발전과 과학기술발달, 빅데이터는 어떻게 인식할까, 편견을 갖게 한다. 빅데이터는 가난한 자에게 더 차갑고, 일하는 사람에게 엄격하지만, 학연과 지연, 혈연에 연연한다. 이 말의 의미는 빅데이터는 단순히 정보를 수집하고 그 정보의 패턴을 분류하여, 그 사회의 중심언어와 배제 시켜야 할 것들 층위를 그려내고, 거기에 사람을 끼워 넣는다. 그리고 능력주의를 불러낸다.

 

외로움의 습격,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지은이 김만권은 외로움이란 사회에서 버려지는 것이다. 주류에서 비주류로, 인사이드에서 아웃사이더로 내몰린다. 누구의 탓도 아닌 체제순환이다. 산업 혁명기에는 불구, 폐질 때문에 생산활동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소외된 이른바 당대의 질서 기준 패러다임에서 밀려났듯이 21세기의 디지털과 능력주의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빅데이터의 어두운 그림자가 삼켜버린 사람들은 외로움의 습격을 받으면 자아 상실을, 한 번 넘어지면 두 번 다시 일어설 수 없는 그런 게임의 법칙이 질서가 된 사회, 여기서 탈출을 하지 못하면 대응이라도 해야 한다.

 

지은이는 대응책으로 몇 가지를 중요한 제언을 한다. 첫째, 사회적 가치 대응책으로서 강박적 자기 윤리에서 벗어나자고 말한다. 둘째, 사회 문화적 차원의 대응책으로 경청하는 사람들의 공동체를, 그리고 경청을 시민교육의 핵심으로 삼자고 한다.

 

셋째, 분배 차원의 대응책으로 노동시장을 통하지 않는 분배 대안을 생각하자. 즉, 노동을 분배의 기준으로 삼지 않는 기본소득과 기초자산[이 또한 하나의 거대 담론이다. 이에 관한 논쟁은 별론으로 한다, 참고로 홍기빈이 번역한 필리프 판 파레이스, 야니크 판데르보흐트의 <21세기 기본소득> 부제 자유로운 사회, 합리적인 경제를 향한 거대한 전환(흐름출판, 2018)과 서정희 <기본소득론 관점에서 본 기초자산제의 의미와 한계>(한국사회정책. 2021-06 28(2):13-51)].

 

기초자산제는 생애주기 자본금으로 일시금으로 5천만, 1억 원 등, 평생에 한 번 받아서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는 것으로, 그 재원, 배당, 수령조건, 반환 등을 다룬다. 기본소득은 인생 위기, 전환 대응소득개념으로 접근하며 위의 재원 따위 등과 마찬가지의 것을 다룬다. 넷째, 권리 차원의 대응책으로 디지털 시민권을.

 

지은이는 “외로움”은 고독과 달리 사회적 산물로 본다. 산업사회에 시작과 함께 출현한 학습된 감정, 이른바 학습된 무기력과도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자본주의, 전체주의가 만들어 낸 질서 안에서 탈락한 사람들은 배제되고, 버려지고, 쓸데없는 잉여 인간이 돼버린다. 인간 존엄의 질서 회복을 위해서 이 책에 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논쟁의 여지는 많다. 특히 분배 차원의 대응책, 기본소득론과 기초자산론 모두 나름의 논리 구조가, 장단점만으로 비교할 수 없는 한국사회의 현상 그리고 그 구조와 배경을 함께 생각해야 할 듯하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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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사랑 권하는 사회 - 진짜 사랑을 잊은 한국 사회, 더 나은 미래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김태형 지음 / 갈매나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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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체제와 질서는 계급간의 갈등을 넘어 개개인의 갈등을 유발, 다층위계적 사회를 진전시킨다. 진짜 사랑을 잃어버린 사회, 공동체가 붕괴되고, 각자도생으로 내가 모든 책임을 져야하는 사회로, 진짜 사랑 권하는 사회란 무엇인지, 물신숭배에서 인권 존중, 인간이 주인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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