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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인경 - 어지러운 세상을 살아가는 소인의 큰 지혜
인문연구모임 문이원 지음 / 문헌재 / 2024년 2월
평점 :
이 책<소인경>은 인문연구모임 “문이원”이 6년 동안 공부하면서 10장[1장 원통(圓通)에서 마지막 췌지(?知)까지]을 해제한 것을 책으로 낸 것이니 해석 혹은 해설서라 해야 할 듯하다. 이들은 소인경의 구절을 접했을 때 받은 충격을 서문에 밝히고 있다. 군자와 소인을 비교하면서 소인의 특징, 강점을 밝히는 짧은 촌철살인의 구절은 군자 되기가 녹록지 않음을 말해주기도 한다. 그토록 닮기를 바라마지 않았던 군자의 이미지는 흐트러지고 그 자리에 소인이 들어앉는 순간이라고 말이다.
지난 10년 동안 고전의 바닷속에서 건져 올린 것들, 제도권이 만들어 낸 군자는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에 이른 사람이며, 최고의 덕목을 갖춘 자로서 어떤 위협이나 물질에도 흔들림이 없는 강건한 의지의 소유자라는 이미지 그것이다.
<소인경>[영고감(榮枯鑒)이라 부른다] 저자 풍도(馮道)의 기이한 이력과 이 책을 지은 시대적 배경이 오대십국(9세기 중국의 당나라는 황소의 난으로 혼란 정국이었고 여기서 5개 왕조와 10개의 나라의) 시대였고, 그 내용은 20년 동안 재상의 자리에 있으면서 열 명의 군주를 보필했던 관리의 삶과 처세술을 집약한 기술서이기에, 풍도는 스스로 장락로(長樂老)라 부르며, 오래도록 즐거움을 누리며 사는 노인이 되고자 했다.
소인경은 그저 처세술인가?
다섯 왕조와 열 개의 나라 시대에 네 개 왕조에서 열 명의 황제를 모시려면, 재상이나 관리는 어떤 자세와 모습으로 살아야 했을까? 오늘날 삼권(행정, 입법, 사법)의 중추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들은 소인경에서 말하는 소인으로 살기에 부합하는 걸까?
“높지도 낮지도 않게/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제자리서 제 할 일을/ 저답게 하면서 살아가노라면”
소인경은 영고감이라 부른다. 이는 글 그대로 번성하다(榮) 말라 죽는다(枯)는 의미다. 이 시대는 혼란이다. 모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재물을 탐하던 시대 공적인 정의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이 와중에서 열 명의 황제를 보필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살아 있는 생명이 죽은 자의 명예보다 중요하다.”
풍도는 그저 군주 입안의 혀처럼 굴었을까, 사람의 심중을 읽어내는 출중한 심리학자였을까? 글의 행간에 나타나는 내용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실무처리 능력이 탁월했던 듯, 군주의 결정이 옳지 못할 때는 직언을 서슴지 않은 경향이(구오대사, “풍도전”) 있다고, 여기서 중요한 대목이다. 그가 간언할 때 상대의 성정을 헤아려 듣기 좋게 에둘러 말할 줄 아는 지혜도 지니고 있었다. 또 하나, 자신의 공을 부풀리지도 깎아내리지도 평가하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를 말했다고, 이는 공명정대함과는 또 다른 결로, 자신에게 솔직하다는 말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이 어지러운 세상을 어떻게 살 것인가?
첫째 장 <원통(圓通)> 즉 ‘두루두루 통하는 법’ 에서는 명분이나 명예, 군자와 소인, 선과 악의 구별이 모두 중요치 않다. 실질이 있다면 그 이름이 무엇인지 거기에 연연할 필요가 없음을 논한다.
두 번째 <문달(聞達)> 출세법이다. 출세하려면 실력을 갖춰야 하며, 직접 연관이 없는 인간적 배려는 자제하는 것이 좋다는 점을 강조한다.
세 번째 <해액(解厄)>이란 화를 면하는 법을 말하는 것인데,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해결하는 방법을 말한다.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것은 운과 관련 있지만, 해결하는 것은 능력이다. 명분이나 자존심을 내세우는 것은 방법이 아니다. 언제라도 고개를 숙이고 부탁할 수 있는 능력,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네 번째<교결(交結)> 인맥 관리법으로 인맥 관리를 잘하라는 말이다. 아무리 출중한 사람이라도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 있으니 말이다. 다섯째 <절의(節義)> 정의를 대하는 자세, 절개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실에서 살아남아야만 공공의 정의도 실현할 수 있다는 지혜를 전한다. 여섯째 <명감(明鑑)> 눈치 있게 행동하기로 사실을 잘 살피고, 사람을 잘 헤아리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우선은 스스로 삼가고, 사람이든 사물이든 믿을 수 있는 것을 잘 고르는 것이 방법이라고 했다.
일곱째<방언(謗言)> 나쁜 소문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소문은 늘 떠돌기 마련, 잘하든 못하든, 소문에 대처하기보다는 실질에 대처해야 한다. 문제가 해결되면 소문은 잦아들기 마련이다. 여덟째<시위(示僞)>는 이미지 만들기다. 실질에 상응하는 형식을 이야기한다. 실질이 실질만큼 힘을 얻으려면 겉치레도 필요하다는 말이다. 내용과 형식, 격식을 차리는 것 말이다. 아홉째<항심(降心)> 사람을 승복시켜 마음을 사로잡는 것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췌지(?知)>는 꿰뚫어 장악하는 지혜, 소인경을 전체를 통과하는 것으로 잘 살피고, 잘 헤아리는 것은 모든 일의 근본이라고,
묘하게 마키아벨리의 이야기와 통하는 곳이 있고, 어느 고전에서 강조하는 대목과도 또 테일러의 자기계발과도, 즉 <소인경>의 이야기는 결코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이른바,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문제를 보자는 것이고, 아는 만큼의 기준, 너머 또 그 너머에 있는 진실, 즉, 눈앞의 현상을 넘어 그 원인까지 꿰뚫어 보는 지혜로움 역시, 도요타생산방식의 핵심은 진인(眞因) 찾기와 유사함을.
소인경은 그저, 처세술이 아니라, 자신이 처한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 자기 성찰이 필요할 때, 읽고 또 읽어 제 생각을 정리할 때, 꽤 유용한 도움을 줄 수 있을 듯하다. 난세의 철학이나 처세술이 아닌, 자중자애와 모두와 함께하는 지혜가 담긴 귀중한 가르침이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