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시작되는 곳 - 이제 당신 차례입니다
윤슬 지음 / 담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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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시작되는 곳


이제 당신이 이야기할 차례입니다. 기록디자이너라고 자신을 밝힌 작가 윤슬의 에세이집이다. 작가를 알게 된 것은 그 책<Best를 버리니 Only가 보였다>이었다. 윤슬이라는 필명, 최고를 버리니 단지 내가 해야 할 그 무엇이라는 기억으로 다가왔다.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은 나다. 아닌가, 이 책 역시, 제목이 불러오는 궁금증이랄까, 도대체 무슨 이야기가 시작된 곳일까, 이야기의 내용은 뭐지. 아마도 기록디자이너라서 그런가 싶을 정도로 책 제목을 잘 붙였다. 그의 지난 번 책처럼 "Best, Only" 말이다.


모든 이야기의 시작에 들어가면서 그는 말한다. 열 권이 넘는 책을 쓰고도 아직도 쓸 게 있냐는 질문에 아니 쓸게 생긴다고, 생각이 넘쳐 흘러 사유의 강을 이루고 흘러 흘러 주체할 수 없을 만큼의 양이 되면 봇물 터지듯 글로 지면을 채우는 모양이다.

 



이 책은 2부다. 1부는 절대 변화가 생기지 않으리라 믿었던 것들 사이로 보이는 틈, 감각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들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씩 좋아졌습니다”라는 제목에 담았다. 2부는 누구에게나 한 가지의 진심은 있듯, 작가에게 진심은 “글쓰기”다. 숨겨진 진짜 삶의 표정은 무엇일까?, 그는 날마다 새로운 종이를 펼쳐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는 마음으로 아침을 시작한단다. 똑같은 일을 20년째 하고 있다는 글로 시작하는 “글쓰기에 진심입니다”에 쓴다는 것에 관한 생각을 담았다. 


“글은 무엇이라도 하게 만들어요”라는 글에 눈길이 멈춘다. 

.....“우울증, 공황장애로 힘들 때, 지인이 일기를 써보라고 권유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구원의 손길이었다.” 우연히 시작한 일기 쓰기를 지금도 하고 있으며, “그 사실이 저를 이곳으로 이끌었어요.”(150쪽)




글을 쓰는 것은 내 안에 있는 어떤 것을 밖으로 남김 없이 다 토해내 버리고 난 후의 시원함처럼, 마치 고해성사를 하는 것처럼, 거꾸로 자기 암시나 최면을 걸듯, 목표를 향한 나의 원대한 계획을 잊기 않고 날마다 다짐하기 위해서... 누구에게 전하고 싶은 것들도 있겠다. 글을 쓰는 것과 자기암시라는 대목에서는 늘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고 김영삼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다. 전자는 중학 시절부터 나는 커서 대통령이 될꺼야라고 일기장에 쓰고, 그것도 모자랐던지 책상 앞에 턱하니 붙여놓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반기문 또한 대통령은 아니지만, 어릴 적 부터 자신의 꿈을 계속해서 썼다고 한다. 그 힘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름을 남길 정도 유명인이 됐고 아동도서의 주인공이기도 하니... 


도대체 글에는 어떤 힘이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글에는 어떤 힘이 담겨있는 걸까?, 지은이는 마음을 열어주고, 변화의 힘과 성장을 가져다준다고 했다. 첫째로 글은 마음을 열어주는 역할, 낯선 세계를 향해 조심스럽게 문을 열어 들어가도록 도와준다. 둘째로 글에는 변화의 힘이 있다. 누군가의 글을 읽다 보면 열정에 불이 붙거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샘솟는 듯한 생각들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아마 책일 읽는 이들이 공통으로 경험하는 일이지 않을까 싶다. 세 번째는 성장이다. 마을 열고 새로운 곳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궁극, 무한대로 이끌어 주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온갖 생각들이 떠오른다. 어제의 일, 그리고 오늘의 사건, 내일 일어날지도 모를 그 어떤 불안함까지도, 누군가의 글을 읽고 간접경험을 얻으며, 새로운 정보, 지식을 얻고 그렇게 알게 모르게 넓어지고 깊어지는 현상은 성장이다. 한 뼘 더 자란 내 생각, 한자쯤 더 깊어진 내 생각과 사유들, 이렇게 글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글을 쓰게 된다. 내 성장일기처럼, 또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은 것들….






글은 역시 감각적이어야 하나? 


지은이는 감각적인 글이 좋은 글이라 생각하는 모양이다. 어떤 글이 감각적이냐는 질문에는 이거라고 답하기 어렵다. 그저 암묵지다. 읽는 사람에게 상상할 여지를 만들어 주는 글이라면 답이 될까, 

글이 사람을 만들고, 때로는 사람이 글을 만든다는 작가의 말, 맞다. 글은 쓴 사람의 생각이며, 세계관과 가치가 담는다. 그래서 글이 곧 사람이며, 그 사람이 곧 그의 책이다. 꽤 멋진 말이다. 





글쓰기가 뭘까를 생각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훌륭한 선생님이 되어줄 듯하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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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사 다이어리 - 서울대 의대생의 미국 볼티모어 레지던트 도전기
김하림 지음 / 군자출판사(교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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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사 다이어리는 인스타그램에 그림과 짦은 글을 올려, 한 주에 기억에 남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다. 레지던트수련기이기도 하지만 이민자, 외국 노동자의 삶과 차별 등에 관해서도 눈길을 놓치지 않고 있다. 넓은 세상에서 많은 사람과 교류하면서, 인권의 보편성 또한 의술과 함께 길러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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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사 다이어리 - 서울대 의대생의 미국 볼티모어 레지던트 도전기
김하림 지음 / 군자출판사(교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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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툰” 만화책 미국 의사 다이어리


한국에서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의사 시험을 거쳐 전공의과정을 마치기까지의 과정, 내과 전문의인 지은이 김하림, 북툰이라는 새로운 형식, 신박하다. “그림 하나” 그리고 촌철살인의 문장, 바쁜 시대에 걸맞은 가볍지만 알찬 내용의 책이다. 


알게 모르게 한국에서 의대를 마치고 미국에서 전공의(레지던트, 전공과에 따라 3~4년의 수련 기간) 과정 중에 매주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이야기를 만화로 74화 연재, 수련을 마치고 책을 묶어낸 것이 이 책이다. 1년 차 29화, 2년 차 25화, 3년 차 20화를 따라가면서 지은이의 수련 생활을 함께한다. 물론 간접경험이지만, 문자투성이 책보다는 입체적이다. 짧은 글, 이른바 현장에서 보고 느낀 ‘단상’이다.




몸과 마음이 힘들고 어려움을 겪었을 때, 그 당시의 감정과 느낌을 그림으로 옮기고, 생각나는 대로 “순간의 포착”과 “순간의 감정변화”를 그대로 드러내는 그야말로 소통의 수단으로서 내 그림일기다. 


10년 동안 꿈꿔온 미국 의사 되기, 출산 3주 차, 세이레 21일이 지나자 바로 미국행, 가고 싶었던 미국의 동쪽 끝 뉴욕, 서쪽 끝 로스앤젤레스, 사정은 녹록지 않아 뉴욕 밑에 있는 볼티모어로, 일기의 시작은 “마약”, 응급실에 실려 온 사람들 마약 관련이 70%, 총기사고도, 완전히 별천지를 경험한다. 


책 속 곳곳에 소개된 짤막한 정보(Tip) 또한 눈여겨볼 필요가 있겠다. 미국 의대를 나오지 않고도 미국 의사 되기 등, 1년 차 1화로 옮아가 보면, 볼티모어가 그렇게 무서운 도시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낯선 거리의 첫인상은 그렇다. 다행스럽게도 볼티모어의 아름다움도 느끼고, 활기찬 구역도 있음을, 지은이는 이미 볼티모어에 빠진 듯,



한국의 병원 응급실과 달리 두 개의 응급실 “마약응급실” 금속탐지기와 마약 탐지견이 지키는 살벌한 출입구와 마약중독자의 천태만상, 마약은 가난해서, 현실이 힘들어서, 모두 하니까, 우리가 생각하는 마약사용의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을 일러준다. 


영어는 여전히 신경 쓰이네?


지은이는 솔직하게 나름 영어를 한다고, 현지 병원 현장, 영어의 부족함을 업무처리능력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미국 의사 되기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귀중한 조언이다. 한국보다는 덜 힘들 것이라던 미국 레지던트, 그 나름의 고달픔도 아픈 사람은 국가, 인종, 문화와는 상관없이 아프다고 진통제 달라고 악을 쓰고, 환자 보호자에게 치료계획 설명하기 따위…. 함께 레지던트를 하는 네팔 친구, 같이 타고를 먹으며 하소연하는 요르단 친구, 다행스럽게 서로 격려하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친구들과 만남 또한 중요한 힌트다. 


영어는 듣기다. 사투리가 섞여 있거나 억양이 다르거나 하면 현지 사람들도 못 듣기는 마찬가지, 미국의학드리마 <레지던트>를 꾸준히 보면서 사람들은 어떤 언어를 쓰는지 병원 내 상황들을 연습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도전해! 미국에서는 네가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어


인도 출신의 선생이 지은이에게 해준 말이다. 이민자 의사라는 사실에 움츠러들지 않도록 하라고. 이민자 의사를 잘 받아주는 병원은 미국 의대생들에게 크게 인기가 없는 곳, 마치 자국민으로 채우기 어려운 인력을 이주노동자로 채우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는 점이다. 외국인 노동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자국민들보다 언어 등 여러 불리함을 안고 시작하는 것이기에, 하지만, 이민자 의사라는 사실이 독특한 나만의 감정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는 지은이 여전히 씩씩하고 용감하다. 


대부분의 미국 레지던트 수련병원들은 레지던트 한 명당 미국 정부에서 10만 달러 이상(적어도 1억 원 이상)의 교육지원금을 받는다. 두 번째 레지던트도 있다. 두 번째는 지원금이 줄어든다. 병원 측이 이해할 수 있도록 왜 내가 두 번째 레지던트를 해야 하는지를 설명해야 하는 일도 생긴다. 아마도, 복수 과를 맡기 위해서는 필요한 듯, 


수구초심


미국에서 수십 년을 살아도 몸도 마음도 병이 들면, 죽기 전에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건 인간의 본능인가, 지은이도 한국으로, 태어나고 자라 온 곳이라는 건 사람들에게 생각보다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해봤다고, 나이지리아로 떠나는 말기 암 환자, 미국에서 돌아가신 아버지 유골을 토고로 보낸 친구, 한국 환자를 보는 건 나에게 뿌듯하고 보람을 준다는 지은이.




보이는 않은 차별


사실 미국인 간호사 중에는 쌀쌀맞은 간호사들도 꽤 있어서 내가 미국인 의사라도 내게 그랬을까 상처를 받을 때도 많았다. 외국인 노동자로 살다 보면 이런 생각이 종종 든다. 


이 책은 단순히 잘난 서울대생이 낯선 미국에 가서 말도 제대로 통할까 싶은 곳에서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전공의 되기, 아 고생했네, 대단하네가 아니라, 지은이는 인종차별, 경제 차, 국력의 차, 아시아, 외국 노동자라는 미국 사회의 새로운 구성원으로서 차별적으로 느껴질 만한 것들 말한다. 실제 차별로 느낄 때도 있지만, 분위기를 전해준다. 한국으로 온 이주노동자들 또한 지은이와 같은 감정을 느낄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때, 머리에 맴도는 “역지사지” 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라는 말. 의사이든 노동자이든 지은이는 이민자 의사라고 하면서 그 성격 규정을 외국인 노동자라고 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게 크다. 


지은이 김하림 선생의 볼티모어 내과 전문의 이야기가 나오기를 기대하면서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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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이방원
이도형 지음 / 북레시피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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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태종 타임 슬립,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다


이 소설을 쓴 작가 이도형은 13년 차 현직 기자다. 8년 동안 정치판을 취재해왔다. 거기에 역사학과 경제학을 공부했던 탓에 태종 이방원을 소환해, 우리 정치판을 다시 만들어본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의 산물이 <국회의원 이방원>이다. TV 드라마 철인왕후처럼 셰프로 명성을 얻던 남성이 조폭들에게 쫓겨 병원 창문으로 떨어져 코마 상태로, 때마침 조선 철종의 왕비가 된 여인이 자살을 기도하여 궁궐의 저수지로 뛰어드는데. 순간 몸이 바뀐다. 현대의 남성이 조선 왕비의 몸으로. 이 소설은 소신과 강단의 아이콘으로 방송패널로 얼굴이 알려진 대학의 정치학 교수 이동진, 지금 여당이 야당이었던 시절, 당시 정권의 실책을 조목조목 이론적으로 지적, 야당의 검으로, 정권교체 후, 인재영입으로 여당의 비례대표로 여의도에 입성하는데, 


밖에서 본 정치판과 안에서 겪는 정치판은 180도 달라, 이게 내가 바라던 꿈 꿔왔던 정치판인가, 후회와 실망 속에서 국회의원을 그만둘 생각도, 여당의 실세로 학원 재벌 문화부 장관 양종훈(비리 온상의 상징), 조선 초기 삼봉 정도전에 버금갈 정치인 원내대표 김태현, 이 둘 사이에 갈등, 국회부의장 후보를 두고, 양측의 경쟁이 물밑에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문화부 장관의 재산문제가 불거지는데, 이동진은 쓴소리를 한마디 했다가, 미래는 오리무중, 공천은 물 건너간 듯한 분위기…. 종묘행사에 참여한 이동진 앞으로 쏟아진 위폐….


정치란 이런 거야, 인재론과 리더십론


혜성같이 나타난 이방원, 이동진의 몸으로, 소설의 흐름은 “여(余, 나, 내)는 지금 어디에 와 있는 것인가? 아조(조선)은 지금의 국왕에게 패했는가? 로 시작되는 이야기, 등장인물 역시, 우리 국회라는 세계의 질서를 엿보게 해준다. 잘나가는 의원보좌관, 권모술수에 스펙까지 짱짱한 미래 국회의원의 원대한 포부를 안고 몸을 낮추고 모시는 의원을 비위는 맞추는 부류에서, 나름의 정치관을 가지고 의원이 되겠노라는 희망, 소신파, 어쨌든 몇 사람의 용이 나오지만, 나머지는 토룡에 ”토사구팽“이 되는 모습을, 정치부 기자의 일상, 의원이라 하지 않고 ‘선배’라 불렀다고?, 


무관의 제왕인 기사, 정치판을 끼웃거리며, 공을 들여, 의원으로 입신하는 이들의 모습이 희미하게 비치는, 작가는 소설의 형식을 빌려 기자가 아닌 작가로 제 할 말을 하는 듯하다. 소설에 작가의 사고와 가치가 투영되지 않았다면 이는 생명이 없는 것이니….


조선왕조실록 태종 편에 나온 기록들의 뒷이야기를 수행비서 수찬(이름도 꽤 신경 쓴 듯 홍문관 수찬이란 벼슬을 생각해보면) 비서관 류다혜(다모를 연상케 한다), 보좌관 장선호, 자기가 모시던 의원을 저격한 원내대표의 보좌관 송인혁(조선 서인 세력의 막후 조정자였지만 서자라 출사를 못 했던 송익필을 떠올리게 한다, 마치 정치권에서 보좌관은 서자(?)요 의원은 적자인 듯한), 강단진 정치부 기자 유한주(조선 시대 사간을 연상케 하는) 등 현실의 캐릭터를 녹여낸 이미지들이다. 정치와 언론의 관계, 언론의 부추김에 들뜨면 칼춤을 추게 된다고, 결국 쏟아낸 말들이 부메랑이 되어 내 목을 베려 하니, 이 소설은 아는 만큼 느낄 수 있다. 평이하게 쓰였다. 몰입도도 있고 쉽게 읽히지만, 그 행간을 깊숙이 들여다보면, 또 다른 무엇을 느끼게 한다. 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여, 야 양당의 움직임이 제대로 보일지도….


소설의 주인공 이동진은 자신의 소신대로 틀 안에서 틀을 보는 것은 큰 정치를 못 했음을 어렴풋이 깨닫는다. 현실의 이방원은 여론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이슈 몰이를 할 줄 안다. 보는 눈과 정치에 관한 이해가 달랐던 것이다. 이동진의 깨어났지만, 이방원의 의식으로 살았던 시간을 기억해내지 못한다. 정국은 급물살을 타는 데 처가 스캔들로 곤경에 처한 대통령에게 문화부 장관 양종훈은 승부수를 던진다. 대통령과 만나 담판을 짓는데, 대선과 총선을 동시에 치르자고…. 대통령의 안전은 보장하겠다고, 이 역시 우리 정치권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아무튼, 대선 레이스의 막이 오르고….


이방원과 이산, 태종을 정조로 바꿨다면 이야기 전개는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17세기 말, 정조 시대를 그렸다면, 정조가 조금 더 살아 순조에게 양위하고 상왕으로 물러나, 화성에서 새로운 국가 건설을 준비했다면, 탕평해나가면서, 자신의 정치세력을 키웠다면, 60년 동안의 외척 준동의 시대는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이 시기에 세계사와 흐름과 맞닿게 된다면, 유학을 버리고 실용, 개방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가능했을까? 꼬꼬무다. 


이 소설은 신박하다고 그칠 게 아니라, 깊숙이 들여다보면, 바로 지금 우리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 현실 그 자체다. 보좌관을 그저, 수단과 도구로 여기지 말고, 인재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 이방원이 줄 곳 이야기하는 것은 친척이든 공신이든, 인재론과 리더십론이다. 인재는 친소와 관계없이 능력대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적재적소, 리더는 백성이 곧 하늘임을(이른바 왕도정치), 날마다 받는 밥상을 백성도 같이 받는 것인지를 생각하라는 말, 정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라는 근본 물음을 제기한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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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의 마술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8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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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의 마술

히가시노 게이고(東野圭吾)의 탐정 갈리레오 시리즈8편, 후지 TV연작드라마 속의 유가와(후쿠야마 마사하루 분)는 천재적인 모습으로 시청자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연출한 오프닝과 후쿠야마의 화법과 우쓰미 가오루의 콤비 연기는 인상적이다. 소설 속 유가와나 오쓰미 가오루의 흥미로운 캐릭터, 이런 게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구사나기의 캐릭터도, 아무튼 용의자X헌신 등에서 처럼, 히가시노가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서기 전에 전기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로서의 경험이 녹아들어있다.

두 건의 사망사고로 시작하는 소설, 도쿄의 번화가 롯폰기 고급호텔에서 이 호텔을 몇 번 찾은 적이 있는 젊은 여성이 스위트룸에서 하반신에 피가 낭자한 상태로 죽었다. 그녀의 동생인 등장인물 고시바 신고와 갈릴레오 유가와는 같은 고등학교 출신, 신고가 고3 무렵 학교 물리학연구회 동아리에 회원이 없어서 문을 닫을 지경, 어떻게든 신입생을 모집하려고 같은 학교 선배인 유가와에게 SOS를 치고, 동아리의 신입회원을 모으기 위해 퍼포먼스용으로 만든 “레일 건”. 그는 유가와가 근무하는 대학 공학부 기계공학과에 장학생으로 입학, 유가와를 찾아와 입학 인사를 하고는 곧장 휴학하고 사라져, 작은 공장에 취직하는데. 무슨 일을 꾸리려는 것인지,

르포라이터 나가오카가 그의 집에서 죽어있다는 여자친구 친구의 신고가 들어오고, 아무런 연관도 없어 보이는 두 건의 죽음, 이 사건은 연결된 것인가, 아니면 전혀 별개의 것인가 만약 연결된 것이라면 공통점은 무엇인가, 어떻게 구사나기 경부호(경위)는 판단하는가,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나카오카가 유가와를 찾은 사실을 알게 된 수사팀, 나가오카는 무엇때문에 유가와를 찾은 것일까? 고시바 신고와의 접점은?

나카오카의 고향은 슈퍼 테크노폴리스 프로젝트(일본 나리타 국제공항 주변에 만들어진 연구단지, 한국 대전의 대덕연구단지를 연상하면 어떨까 싶다)의 장소로 지정된 미쓰하라초, 변변한 기반 시설도 없는 두메 산골, 인구절벽으로 지역경제의 공동(空洞)화는 진행되지만, 다양한 생물, 특별 보호구역이 여럿 있는 고장이다. 이곳 출신의 문부과학대신을 지낸 중의원 오가는 총리를 꿈꾸고 있다. 그는 이곳에 슈퍼테크노 폴리스를 유치하는 것이 소원이다.

경시청 수사1과(일본에서는 엘리트경찰이 모인 곳, 상징적으로 드라마에서도 수사1과는 그런 포지션이다)은 나가오카 르포라이터 살인사건을 수사 중,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을 발견하는데, 그가 취재 때 쓰던 테블릿도, 녹음기도, 배낭도 흔적없이 사라지고 그의 집 탁자 위에서 발견된 USB에 들어있는 알 수 없는 창고의 손상 흔적의 화상, 또 다른 곳에서 신고된 오토바이 기름통 연소폭발사건, 강에 떠 있는 배로 날아든 불꽃, 탄환이든 폭발의 흔적도 찾을 수 없는 괴현상

한편, 슈퍼테크노 폴리스에는 지층 처분연구소라는 방사성 물질을 다루는 곳이 지어진다고, 미쓰하라초 출신인 나가오카는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오가 의원을 쫓고 있다. 이미 미쓰하라초 근처에 레저 타운이 조성됐다고 폭삭 망한 것을 목격한 이곳 주민들의 환경보존을 위해 나서고, 테크노폴리스가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데….환경단체도 서서히 동력이 떨어지는 상황, 나가오카의 죽음은 반대운동과 관계가 있을까?, 그리고 레스토랑을 하는 폴리스 건설 반대 운동의 리더격인 가쓰타와 나가오카의 관계는...

고시바 신고와 호텔에서 죽은 그의 누나, 갈릴레오 유가와, 경시청의 구사나기, 우쓰미과 쫓는 살인범은 과연 누구일까?, 왜 나가오카를 죽인 것일까,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오가 의원일까, 아니면 누구? 하나 둘 단서를 찾아나선다. 범인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인간의 앙면성을 그대로... 아마도 히가시노 소설의 장점이랄까?, 현실을 놓치지 않고, 그 안에 담긴 문제를 표층이 아닌 심층까지, 고뇌하는 인간의 모습을 빠뜨리지 않고, 엮어가는...

오가는 승승장구하고 슈퍼테크노폴리스 프로젝트는 진행되고, 고시바의 아버지의 비밀, 그는 젊었을 적 미국에서 대인지뢰를 만드는 군수 산업체의 연구원으로 일하다, 일본에 돌아와 참회하는 마음으로 캄보디아 지뢰 제거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지뢰 제거를 통해 사회공헌과 참회를. 아무리 젊었을 때 일이라도 사람을 죽이는 과학은 정도가 아니라고, 과학을 제패하는 자가 세계를 제패한다고 늘 입버릇처럼 말하던 고시바의 아버지….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사는 길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 고시바 누나의 기자로서의 태도, 정치생명을 지키기 위해 비윤리적 행동도 서슴지 않는, 과학은 동전의 양면, 양날의 검임을, 이 소설에 녹여낸 이야기들…. 너무 익숙하지 않은가, 개발과 보전의 논리, 그 안에 잠든 이익을 위해서 제 살길을 위해, 악마가 되는 보통사람들을 이야기를. <금단의 마술>은 과학기술의 양면성, 인간에 내재한 선악의 양면성, 누군가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책임지려는 모습들이 섞여 있다. 과학을 제패한 자가 세계를 제패한다는 말이 새삼 두렵게 들려온다. 시리즈 중 수작이라는 평가가 있지만, 판단이야 제각각이니...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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