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 - 히치하이커와 동물학자의 멸종위기 동물 추적 프로젝트
더글러스 애덤스.마크 카워다인 지음, 강수정 옮김 / 현대문학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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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마지막 일지도 몰라 


히치하이커, 우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쓴 작가 더글러스 애덤스와 동물학자 마크카워다인의 유머러스한 멸종위기 동물 프로젝트, 지금이 아니면 이 동물은 다시 못 볼지도 모른다. 지금이 이 동물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누가 생각해 낸 아이디어인지 몰라도 참신하다. 요샛말로 신박, 그 자체다. “멸종위기의 동물을 보호합시다.” “관심을 두세요.” “1분 귀를 기울여주세요.”라는 말보다는 차라리 이 책이 훨씬 더 멸종동물에 관한 생각이 들게 한다. 지은이들의 유명세도 한몫했겠지만, 힘든 여정을 재미있게 풀어내는 글이어서 몰입도가 높다. 


6장에 걸친 좌충우돌 탐사기의 흐름을 따라가 본다. 1장 작대기 테크놀로지다. 마다가스카르에서만 사는 아이아이 여우원숭이 이야기, 원숭이 사회에 작대기를 쓸 줄 아는 원숭이들이 출현하면서 40여 종이 넘는 원숭이들은 하나둘 자취를 감추고, 세상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아이아이 여우원숭이를 만나러 작대기를 든 원숭이 둘이 그들의 보금자리를 찾아가는데, 그 여정이 웃음을 자아낸다. 불과 칼로도 모자라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무장한 원숭이들, 이른바 인간을 가리키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제 욕심만 치릴 줄만 알았더라도 진즉에 생태계는 하지만, 다행히 인간은 제 잘못이 무엇인 줄 알고 고칠 수 있는 특징이란 게…. (이른바 신인간중심주의 환경론), 


2장에서는 코모도 도마뱀을 보호하는 국립공원을 가는 길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여정이다. 비행기를 타고, 배를 타고, 나중에 움직일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자동차를 타고 오지로 향하기도하고...작은 배 앞에 살아있는 닭 네 마리를 싣고 코모도로, 


3장 표범가죽 납작모자 이야기는 자이르(민주콩고공화국의 옛이름) 모부토 대통령이 표범가죽 납작모자를 쓰고 낡은 액자 속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는 표현은 자아르의 야생동물보호 역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영어로 쓴, 국민여러분, 이 사람은 우리 나라의 손님입니다.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하면 공손하게 응해주세요.라고, 그런데 문제는 영어로 쓴 이 카드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이 없다는 데 있었다. 깊은 골자끼 실버백 마운틴 고릴라서식지와 남자들의 정력에 좋다는 북부흰코뿔소이야기가 나온다. 헛소문에 마구잡이 사냥이 자행돼 코뿔소는 이곳 자이르에 22마리가 남아있다. 


아무튼 이들의 안전을 지키는 건 관광객이다. 그렇지 않으면 고릴라 등의 서식지는 농사를 짓기 위해 벌목과 불을 지르게 되는데, 고릴라는 제 삶이 터전을 잃고 더 깊숙한 곳으로, 더 이상 갈데가 없는 절벽 낭떠러지로 내몰린다는 말이다. 


4장 심야의 고동 소리는 뉴질랜드의 밤앵무 카카포 이야기다. 통통한 몸체에 뒤뚱뒤뚱 걷는 날지 못한 새 카카포, 야조와 비슷하다. 타조는 날지는 못해도 엄청나게 빨리 달리고, 키위새는 성질이 사나와 제몸 하나쯤은 지킬 수 있지만…. 1987년까지 뉴질랜드 남섬의 넓은 산악지대 피오르드랜드에 가면 한밤중에 울려 퍼지는 딴 세상의 소리처럼, 심장고동 소리가 온 계곡에서 들린다. 사람들이 발을 들이기 전에는 이곳은 새들의 땅이었다. 수만 마리에서 점점 줄어 마흔 마리 지금은 한 마리도 없다는 게 정설이라 하니. 도대체 그 많은 새는 어디로 갔을까?, 고양이에게 먹혀버렸다는 말도. 원체 순둥이라서, 고양이를 보면 그 자리에서 얼음이 된다나. 그래도 지은이들은 찾아내 직접 눈으로 확인했으니….


5장 앞이 보이지 않는 공포는 양쯔강에 사는 돌고래를 이야기다. 소리에 민감하고 휘파람으로 소통하는 돌고래가 개발과 함께 어디론가, 시력이 좋지 않아, 양쯔강을 다니는 배의 엔진소리나 프로펠러 돌아가는 소리에 혼란을 일으켜, 배와 충돌하는 사고 등으로 2천 킬로미터나 되는 양쯔강 불과 200마리뿐이라던 돌고래는 2002년에 우한에서 기르던 개체가 죽었고, 중국 정부는 2009년에 정식으로 양쯔강 돌고래의 멸종을 선언했다. 


6장 아주 희귀한, 조금 덜 희귀한, 로드리게스 큰 박쥐를 비롯하여 모리셔의 황조롱이 등이 사라져간다. 쥐를 키워서 박쥐 먹이로 제공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일본 애니메이션<모노노케 히메>(한국상영은 <원령공주>로) 산을 지키는 사슴신을 죽여없앰으로써 산은 인간의 땅이 되어간다고. 죽어간 동물들의 저주가 분노의 화신이 되어 인간을 덮친다. 인간과 자연의 영역, 인간이 지구상의 유일한 영장류로서 세계를 지배하는 시대(인류세라는 지질시대도 2024.8이면 최종결정 나게 된다. 인류세라 명명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지금 보지 않으면 앞으로 영원히 보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는 야생의 멸종위기 동물들의 이야기는 하나같이 슬픈 이야기다. 동물들은 인간에게 아무런 요구도 하지 않는데 인간은 제멋대로 동물들을 쫓아내고 산을 헐어버리고, 놀이 삼아 죽인다. 생물다양성, 지구 절반의 주인은 동물이라는 점을 일깨워주는 서글프고도 씁쓸한 이야기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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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칼호에 비친 내 얼굴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 3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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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新)몽골로이드 한국인 얼굴과 문화


작고한 이어령 선생은 연구자로서, 작가로서 쉼없이 활동하신 분이다. 문학과 문화 특히 문화에서는 한일문화 비교로 많은 일본사람사이에서 유명인이 되기도 했다. 선생의 저작 <축소지향의 일본인>과 <하이쿠로 일본을 읽다>, 이어령식의 일본사회와 일본인에 관한 분석인데, <축소지향의 일본인>의 일어판은 일본 중고서점에가도 쉽게 눈에 띄는 책일 정도로 많이 팔렸던 책 중 하나였다. 


선생은 한·중·일의 문화에 관한 하나의 “관(觀)”을 가진 고수였다. 20대 때부터 신문에 글을 쓰고, 연구하고 가르치는 등 부지런하다. 그를 그답게 만든 것은 바로 한국문화론, “한국인 이야기”(전 4권),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전 6권) 등, 한국인의 원류와 문화를 천착해 온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책<바이칼호에 비친 내 얼굴>은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 3권이다. 이를 김태완이 엮어낸 것이다. 이어령 지음, 김태완 엮음의 형식이 됐다. 


바이칼호에 비친 내 얼굴의 다시금 읽어야 하는 이유


김태완은 이어령 선생의 2주기를 맞이하여 한국인의 얼굴 원형을 찾아서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나와서 갈라지면서 <별의 지도>(천, 天), <땅속의 용이 울 때> (지, 地), 그리고 이 책이 인, 人에 해당하여, 천지인이 완성됐다고 말한다. 아울러 선생이 남기신 유고와 저서에 관해 말을 보태어 출간해도 좋다는 허락과 당부가 있어, 이 책을 엮었단다. 


이 책은 6부다. 1부, 위대한 한국인 얼굴의 대장정, 여기서는 경주 신라 고분과 시베리아 스키타이를 들어, 시베리아에서 내려왔음을, 남방계와 북방계의 몽골로이드 등을 다룬다. 2부 인간의 얼굴은 문화의 얼굴, 3부, 미소로 본 한국인의 얼굴(선사의 미소로 시작하여 불상의, 천년의 탈의, 장승의 각 미소를 풀어놓는다. 4부 한국 미인의 얼굴, 5부 아름다워지려는 욕망과 모험 유전자, 6부 흐르는 눈물, 빛나는 눈빛, 


외모 지향, 욕망, “애는 한국 애처럼 안 생겼어요”가 칭찬?


애는 한국 애처럼 안 생겼어요라는 말이 의미심장한 칭찬으로 자리매김한다고, 코는 오뚝하고 눈은 쌍꺼풀이 진 아이를 보고 “아이가 참 서양 애 같다”라는 말을 들으면 엄마들은 속으로 뿌듯하게 생각한다고, 왜?, 서양을 닮고 싶어 하는 욕망인가, 이미 미디어 홍보판의 기준이 그렇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윤곽이 뚜렷하면 카메라를 잘 받아서다. 또한 코스메틱 시장, 이른바 화장품 시장을 휩쓴 한국제들, 화장품이야 원가의 수 십배의 이익이 생기니,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하지만, 선전 또한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야 하고, 유행을 타니, 쉼없이 개발하지 않으면 밀려나기도 하는 시장이다. 


얼굴, 인간의 타고난 얼굴은 완전하지 않은 불균형이다. 일종의 카오스(혼돈)인데, 이의 질서를 잡는 것이 코스모스, 카오스를 코스모스의 세계를 바꾼다는 의미가 화장, 화장품에 담겨있다. 인간의 부족함에 채워 완전하게 만드는 것이 아름다움이요 조화다. 불상의 미소가 그렇고 탈의 미소가 그렇다. 


발상의 전환을, 내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화장을 하는 것, 나를 위장하고 가면을 쓰는 게 아니라 나를 보완하고 진실한 소통을 위한 수단으로써 화장한다. 화장을 하는 것이 가면을 쓰듯, 나의 민얼굴을 가려 거짓된 얼굴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냐, 아니냐에 따라 화장 문화 역시 달라진다. 외모에 집착하는 현상은 효율과 생산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사회병리적 풍조 때문은 아닐까? 라는 진단 또한 경청할 만하다. 


화장과 성형의 평가와 그 양면성


화장을 페르소나, 가면으로 본다면, 거짓된 얼굴, 민얼굴, 쁘띠(부분) 성형이라도, 쌍꺼풀수술이라도 해서 자신감이 생긴다면, 이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외모지상주의의 이중성을 눈여겨 봐야 한다. 동전의 양면처럼, 나를 조화롭게 예쁘게 보이고 싶은 것은 동물 세계 수컷들의 전유물이 아니라(자손을 퍼뜨리기 위해 암컷에게 구애를 해야 하니, 어필 포인트로서 화려한 외관이 필요했다), 인간 여성 역시 그러하다. 왜 그럴까, 남성우월주의 사회, 가부장제도 아래에서, 규방의 얌전한 규수라는 말을 들어야 했던 시대가 바로 그런 사회문화적 가치관이 질서였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예뻐지고 싶은 것이 본성이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 그렇게 가치가 두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은?, 이어령 선생의 본질에 관한 이야기 “나를 보완하고 진실한 소통을 위한 수단으로써 화장”에 그 연장선에서 성형에 관한 견해도 위와 마찬가지다. 페미니스트적 관점에서 보자면 이의제기가 있겠지만, 


얼굴이 잘생기고 못생기고가 대수인가?


얼굴이 잘생겼다 못생겼다는 판단 기준은 무엇인지, 아무튼 이는 별론으로 해두고, 이전에 아웃 오브 아프리카, 즉 인류탄생 그리고 이동 경로, 그곳 환경에 따라 진화된 인종, 백인을 뜻하는 코카소이드는 캅카스(코카서스)산맥 부근에 이르른 사람들, 이를 경계로 동, 서양을 나누기도 하지만, 이보다 먼 여정으로 시베리아 북쪽으로 올라가 바이칼호 근처에서 혹독한 추위를 견디며 살아남은 몽골로이드, 아예 아프리카를 떠나지 않고 그곳에 눌러앉았던 니그로이드, 자 이렇게 보면 무엇이 우월한 것인가, 또 무엇이 열등한 것인가….


선생의 한국인 이야기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자연환경에 따라 각자 삶을 이어온 흔적이 얼굴이 남아있는 것이다. 코가 높고 뾰족하고, 코가 낮고 마늘처럼 생겼다고.


얼굴에 자신이 없는 사람들, 콤플렉스를 느끼는 사람들 보다, 그 사회가 그렇게 만든 것이다. 즉, 사람들 앞에서 자신감을 느끼게 해줄, 화장, 그리고 성형,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것이 갖는 의도적 전략을 구분할 줄 아는 지혜 역시 필요함을 선생은 그의 글 행간에 남겨두고 있다. 상징적으로는 지금 네 얼굴이 바이칼호에 비친 몽골로이드, 신(新)몽골로이드 얼굴이야, 꽤 멋지게 생겼잖아...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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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모든 버전
그레이스 챈 지음, 성수지 옮김 / 그늘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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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된다는 건 뭐지


2088년, 한국식으로 말하면 1988년 서울올림픽 후 100년이다. 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온갖 과학기술이 동원되기에, 개최국의 경제효과는 물론 관광지로서 세계인을 향한 국가마케팅의 결정판이다. 100년 후의 과학기술은 인간세의 끝자락일는지는 모르겠지만, AI는 이미 AGI단계를 넘어서 전인미답의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고 있는지도, 이 소설의 무대 역시 대충 이 정도 시기일 듯싶다. 앞으로 두 세대 후의 현실일지도. 주인공 타오이, 네이빈 등. 타오이는 인공수정으로 태어났고, 네이빈은 선천적으로 신장이 좋지 않아, 줄기세포로 분화 등으로 얻은 신장은 자기면역결함 때문에 사용할 수 없고. 과학기술이 발달한 만큼, 인간의 몸 또한 같이 미묘한 변화가 큰 질적 차이를 가져오기도. 아무튼 작가가 의사이라서 그런지 꽤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마인드 업로딩, 아바타, 코드로 감각을 조작하는 세계, 그곳에서 여전히 나로서 존재할 수 있을까 하는 회의론적 존재론인가, 2009년에 나온 영화<써로게이트> 대리 혹은 대행자란 의미, 인간의 존엄성과 기계의 무한 능력을 결합하여 만든 대리 로봇(써로게이트), 혹은 아바타를 통해 세상을 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현실 세계와 가상 세게 사이의 갈등과 역설, 사람들의 숨겨진 욕망을 드러내고 본질을 잃어가는 모습을 그린다. 이런 맥락에서 영화<아바타> 시리즈 또한 그러하다. 한편으로는 영화<터 미 네이트 5>는 기계군단과 싸우는 인간해방군의 지도자 존이 기계와 융합된 인간의 모습으로 등장하는데, 바로 이것이 이 소설에서도 등장하는 마인드 업로딩이다. 정신 전송(마인드 트랜스퍼, 마인드 카핑)으로 마음이 인공육체에 주입되어 생각한 대로 움직이는 신체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쯤 되면 한쪽 팔이 없더라도 다리 한쪽이 없더라도 움직이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정신(마음)만으로 모든 걸 움직일 수 있으니. 영생불사의 몸, 


이런 현실과 가상, 지구 밖의 또 다른 별에서 이루어지는 일이거나, 시간여행을 통해서 과거와 미래를 왕래할 수 있는 환경이든 그 무대와 배경은 아무래도 좋다. “인간의 미래”와 “미래 인간 사회”의 모습이 어떻게 변해가는가, 또 변했는지를 들여다보는 소설, 


“가이아”라는 가상 시뮬레이션 세계와 현실, 가이아를 만든 뉴로네티카-솜너스는 마인드 업로딩 기술을 개발, 아바타의 몸으로 늙거나 병들지 않는 새로운 인류의 시대를….


몸이 사라진 뒤 정신 혹은 마음만 남은 세계에 “인간성”이 무엇인지를 묻는 작가, 


...“그녀가 비명을 지른다. 사람들이 수술실로 급하게 들어온다, 그 혼돈 속에서 바늘 하나가 네이빈의 혈관으로 들어가는 길을 찾는다.”(중략) 미안해요. 타오이 연결 오류가 있었어요. 그의 정신을 가이아로 이전하지 못했고, 그의 두뇌에서 구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네요.“ 

290쪽


아주 오래전에 느낀 공포가 현실로 모습을 드러낸다. 


물리적 제약으로부터 정신을 분리하면 마음에 들지 않는 일부 정신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자기 안에 있는 톱니바퀴가 어설프게나마 손볼 수 있는 하나의 작은 신이 된다. 


타오이는 뇌졸중을 한 차례 겪었다. 뇌가 줄어든다. 인지기능저하가... 할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게 했던, 어머니가 불멸을 포기했던 어두운 마음이, 이제 그 그림자가 타오이에게 와 있는 걸까? 


타오이는 네이빈을 사이보그라 농담스레 부른다. 네이빈은 타오이에게 요즘 나한테 '자기야'하고 안 부르더라고... 

이들 사이에서도 타오이와 네이빈은 한계를 극복해보려 하는데...


생과 사, 현대의 난치병, 육신의 고통으로부터 과학기술은 마음을 육체 로봇으로 옮아가게 할 수는 있지만, 온전한 인간성까지 고스란히 아바타한테로 옮겨갈 수는 없을 듯, 영화<아바타>야 옮겨갔다지만. 작가는 인간성은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무엇이라고 생각한 듯하다. 인류세의 미래비전, 과학기술의 발전과 그 한계와 두 방향, 하나는 소름끼치게도 이천 여년전 불멸, 불사를 위해 불로초를 찾아 세상을 뒤지게 했던 진시황처럼 늙지않고 지 않는 인간을 향한 욕망, 또 하나는 인간성을 지키는 길이란 무엇인지, 아바타든 무엇이든 간에 살아있다는 감각, 픔의 고통을 느끼는 편이 낫다는 생각, 아무튼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게 하는 소설이다. 너의 모든 버전, 고통받는 현실의 인간이든, 고통없이 지내는 가상세계의 아바타이든, 때때로 어느 버전을 그리워할 때가 있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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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사항 보고서 네오픽션 ON시리즈 21
최도담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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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사항 보고서


최도담 작가의 작품은 꽤 인상적이다. 이 소설<특이사항 보고서>은 유체이탈, 평면 세계, 동일 인물이 다른 세계에서 같은 시간대를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상상과 현실의 이면 사회구조를 날카로운 시각은, 영화와 TV 드라마의 설정 배경이기에 그리 낯설지는 않지만, 이것들과는 구분되는 그 무엇 “결”이 다름을 느낀다. 


등장인물 서이안, 희진, 재윤, 재식, 호찬 등 지금 한 일터에서 근무하지만, 제각각의 삶의 궤적, 오늘에 이르는 배경은 다르다. 힘든 경험이라고 한 마디로 일축해버릴 수 없는 그들 삶의 틈새를 엿보는 주인공 서이안, 


이야기의 시작은 주안 고용복지센터 실업급여과에 들이닥친 복면강도 때의 출현, 강도들은 총을 든 무장 강도다. 누군가가 이안에게 총을 쐈고, 이안은 쓰러져 병원으로. 바이털에는 이상이 없는데,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 않는다. 자신이 누워있는 침대를 바라보는 이안, 유체이탈이다. 


실업급여과의 창구 안팎은 "상실"시대 


실업급여 신청을 위해 온 사람들, 모두 불안하고 초췌한 얼굴로, 대기표를 뽑는 키오스크 앞에 늘어선다. 창구 안쪽에서 보이는 실업급여과 풍경이다. 창구 너머 신청자의 모습과 이곳 창구를 찾게 된 이전의 사연들까지, 함께 일한 이들의 속사정까지, 유체 이탈한 이안이 무의식 속에 새겨졌던 기억을 찾아다니는데, 고단한 노동을 하는 삶, 직장에 들어가기만 하면 얼마 가지 않아 그곳이 문을 닫게 된다는 사람, 부려 먹을 대로 부려 먹고 우리가 회사가 원하는 인간형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리의 노숙인들이 신문지 한 장을 두고 쟁탈전을 벌이듯, 우리 사회 노동자들은 마음에 신문 한 장을 덮기 위해 아등바등 사는 것이라고, 현실의 고용복지센터 창구를 찾는 이들을 통해 우리 사회의 노동시장과 신자유주의의 질서 속의 “각자도생”의 초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평생을 열심히 살았건만, 나이 먹고 힘도 없는 데다 가진 것도 없어 그 창구를 찾을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라는 것만으로 그쳤다면 이 소설은 사회파 소설?, 장르 소설에 그치고 말았을지도 모르겠다. 여기에 이체 유탈자가 보이는 호철과의 대화를 통해 늘 굳은 표정을 했던 진실을 알게 되고, 무장 강도 사건의 트라우마를 겪던 희진의 자살 기도, 평행세계인 듯하면서도 또 차원이 달라지는. 아마도 이 소설의 몰입과 흥미는 이런 대목이 아닐까 싶다.


우연과 우연이 겹치면


주인공 이안은 어릴 때부터 실업급여과와의 인연?. 아니 우연에 우연이 겹쳤다. 직장에서 일하다 엄지손가락이 잘린 아버지, 요양보호사 일을 하는 어머니, 이들이 어떻게 실업급여 받는 생활의 지속할 수 있었는지 그 비결 속의 조연을 했던 이안, “복지”센터 안에는 복지가 없다. 장애인을 앞세워 기초생활 수당과 얼마 안 되는 임금을, 더 잔악하게 장애인을 고용한 회사에 쳐들어가 장애인차별이라고 인권위에 신고하겠다고, 이렇게 반복적으로 수탈하면서 고급자동차 벤틀리를 타는 여인, 추악한 인간의 군상도 보여준다. 이안이 왜 총알을 맞았을까, 왜 무장 복면강도는 총을 들고 나타난 것일까, 고용복지센터 실업급여과를 은행 창구로 착각한 것을 아닐 텐데…. 여기에 숨겨진 비밀은 과연? 악마는 선한 인간의 모습을... 


몸에서 빠져나온 이안은 그간 자신이 상담했던 이들에게서. 보였던 것(현상)과 보이지 않는 것(실체 진실)의 괴리, 일부러 알려고도 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보이지 않았던 진실을 보게 되는데, 선한 인간을 만나는 것보다 괴물을 피하는 것이 인생이 베푸는 호의였음을 알게 된다. 실업급여과가 상징하는 것은 “상실”이다. 보통 사람들의 삶 속에 새겨진 “상실”과 이 상실을 먹고 사는 인간의 모습을 한 악마가 있음을. 이것이 특이사항에 관한 보고서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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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천
이매자 지음 / 문학세계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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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매자의 소설 <음천>의 원제는 “The Voices of Heaven”이며 영어로 쓰인 것이다. 작가는 오랜 시간 공을 들여 한글판으로 냈다. 주인공 음천(音天, 천상의, 하늘의 소리)과 남편 귀용, 그리고 그의 둘째 아내(첩) 수영, 업둥이 미나의 인생 이야기다. 일제강점기를 벗어나 해방정국의 한국, 한국 전쟁 전후, 그리고 미나의 금의환향.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제2의 성>과 기 드 모파상의<여자의 일생> 이 겹쳐오는 이 소설은 시대를 관통하는 하나의 여성사다. 모두들 그렇게 살았을까, 그렇게 살았다. 하지만, 그런 관습은 고정된 관념으로 자리하고 다들 겉으로는 별 탈없이 그렇게 살았으니, “첩”으로 사는 여성의 일생 또한 늘 불안하고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여성 모두에게 고통을 안기는 남성우월주의 사회에서 주인공은 늘 남성이었기에, 여성의 피폐해져가는 마음, 심적 고통은 사회문제로 화두가 된 적도 없었다. 


지은이는 60년대 대학 영문학과를 나와 70년에 결혼을 하면서 미국으로 갔다. 늦깎이 작가로 작품활동, 한국의 근대와 현대라 할 것도 없지만, 남존여비, 남아선호사상의 사회문화의 희생자로서의 여성을 그린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음천, 수영, 미나, 그리고 이들의 남편이자 아버지라는 존재인 귀용, 당대 결혼은 중매, 이른바 집안 간에 조건을 맞춰 혼사를 치렀던 게 일반적이었다. 음천은 쉽게 유산하는 체질, 집안의 대를 잇고 조상제사를 모실 사내아이도 못 낳는 여인, 15년의 혼인 생활을 하면서 아이가 없다. 미나 역시 제 속으로 나은 자식이 아닌 업둥이다. 수영, 어린 신랑에게 소박맞고, 아버지의 일터에서 일하는 귀용의 첩으로 들어가는데, 귀용모, 음천의 시어머니 역시 고루한 습속에 메어 살기는 마찬가지. 


한 지붕 아래, 심적으로 고통받는 두 여인의 정신세계


수영이 집에 들어오고, 남편 귀용이 수영과 첫날밤을 보내는데, 갑자기, 함께 자자고, 한 남자에 여자 둘이 한 방에서. 그날 밤 음천은 심하게 아팠다. 여성으로서의 수치, 아들을 못 낳는다는 자괴감, 남편과 첩의 몸을 섞는 소리까지. 이렇게 시작된 음천과 수영의 일생, 당대의 첩은, 자식을 생산만 할 뿐, 씨받이(?) 역할 외에 또 뭐가 있을까, 제 속으로 나은 자식이지만, 호적의 부와 모란에 수영의 이름은 들어갈 곳이 없다. 이른바 첫째 부인에 대한 질투가 일 수밖에, 음천 역시 여성의 참고 살아야 할 족쇄에 묶여, 수영에 관한 양가감정들, 전근대적인 가족, 남아선호, 여성에 관한 구조적 차별, 이러한 가치관은 경제발전으로 급성장한 한국 사회는 경제와 문화와 법과 관습의 변화는 제각각. 그렇게 수영은 자식 사남이녀는 낳고 살았다. 공문서 어디에도 흔적도 없이 여전히 미혼자로 친정 호적에 얹혀있는 유령이다. 유령의 삶, 그 자식들은 귀용의 둘째 부인으로 호적에 올리려 해도 안 된다는 말만 들었을 뿐….


남성우월주의 한국을 떠나, 금의환향? 미나, 그녀에게도 아픔의 굴레가 


미나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귀국을 몇 번이고 망설였던 이유는 뭘까, 남성우월주의 사상 때문에 여성에겐 사자굴 같았던 한국, 그녀가 한국을 떠나올 때, 아니 그 이전 부모 세대 당시의 사회와 사상들에 대해서도 좀 더 유기적, 건설적으로 이해하고자 했던 마음으로 귀국을 결심한 것이다. 지긋지긋한 집을 몰래 도망쳐 나왔다, 오랫동안이 흐른 후, 다시 찾은 것처럼, 중년의 미나, 꽤 성공적인 삶이다. 이 넘었다. 미국 남성을 배우자로 택한 미나는 남편이 ‘어떤 사람이다’가 아니라 ‘어떤 사람이 아니다’라는 점에서였다. 작은엄마 수영을 찾아가는 택시 안에서 미나는 “다시 태어나면 우리 아빠하고 또 살 것 같아요?”라고, 작은엄마 수영을 만나 왜 우리 아빠한테 오게 된 건가요. 라고 묻는다. 어릴 적 엄마 음천의 고통 기억하면서, 작은엄마는 뜻밖의 이야기를, 너는 업으로 들어왔단다고…. 한국 사회의 가난 때문에 버려진걸까, 고루한 습속 때문에 버려진 걸까... 똑똑한 미나도 한국사회에서는 여자 아이일뿐이었다. 남자아이가 아닌.


작가는 청소녀시기를 보냈던 한국 사회를 벗어나고 싶어 성인이 되자 도망치듯 미국으로, 중년이 되어 현대화된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여성이란 굴레는 망령처럼 사회를 휘감고 있는데. 미 나의 이야기는 작가 자신의 이야기인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소설 구석구석에 남겨진 작가의 표현은 오랫동안 고심하고 깎고 또 깎은 장인의 작품처럼. 서술은 아름답고 우아하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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