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도시 이해 - 북한 도시를 아십니까? 북한 도시의 빛과 그림자를 찾아서…
강채연 지음 / 바른북스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북녘 도시의 이해


지은이 강채연은 국제정치학자로 통일연구원과 통일부 정책자문위원을 지냈던 국립 통일교육원 교수다. 성균관대학 정치외교학과 국가전략대학원에서 가르치고 있다. 그의 학문적 관심 영역은 북한 연구 분야다. <북한의 발전 전략과 평화경제>, <북한 선군정치와 ‘관료적 시장경제’>, <김정은 시대 녹색 담론의 정치경제> 외 다수가 있다. 


그는 이 책<북한 도시 이해>에서 “도시란 무엇인가?” 지리, 역사, 정치와 경제환경에 따라 도시의 의미는 달라지기 마련인데, 도시는 단순히 철학과 정치경제, 사회적 측면에서 어떤 기준으로 도시를 규정하는 건 어렵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도시의 속살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먹고, 자고, 일하는 일상공간이기에 그렇다. 지은이는 수년 전에 2년여에 걸쳐 25편의 북한 도시 연구를 주제로 다뤘던 북녘 사람들의 삶의 공간으로서 도시를 조감해본다. 북에는 28개 시(남한 85개시)가 있다. 특별시(평양, 남포, 나선)와 25개의 시, 이중 평안북도 구성, 정주, 평안남도 덕천, 강원도 문천, 양강도의 삼지연 등 다섯 곳을 빼고 23개 시의 도시를 스케치해본다. 


구성은 4개 장이며, 1장 ‘가깝고도 먼 도시’ 에서는 평양, 사리원, 평양의 관문 평성, 서해평화협력지대의 꿈이자 남북 NLL(북방한계선)의 중심에 있는 해주, 남북분단의 완충지 개성 등 다섯 개 시를, 2장 ‘항구도시의 밤과 낮’에서는 북한의 항구도시를, 3장 ‘국경이란 무엇일까?’에서는 국경도시를, 4장 ‘금은보화에 가려진 그림자들’ 이란 주제로 광물 등 천연자원이 있는 도시를, 입체적인 관점에서 접근한다. 북한의 도시는 성장하고 변화한다. 건물의 변화에도 당대의 시대정신을 담겨있듯이, 지금 북녘 도시의 색깔은 무엇일까? 상상해 볼 수 있는 것만으로 흥미롭다. 


국경이란 무엇인가? 북중, 남북의 경계선 도시들


철마를 달리고 싶다. 목포-신의주, 남과 북, 상징적인 판문점을 지나 두만강과 압록강을 경계로 중국과 러시아, 또 절반의 백두산 너머에 중국, 국도 1호선 기점 목포에서 신의주까지, 신의주는 북중친선의 냉온 교두보이자 한반도 통일의 교두보, 분단과 통일의 딜레마를 안고 있는 국경도시다. 조선 시대의 의주 땅이 새의주, 신의주로 이름을 바꾸었다. 이곳에는 해방 후 현재까지 화교가 가장 많이 사는 지역인데, 해방 전부터 신의주와 단둥 사이의 무역은 동북아에서 가장 중요한 해상교통 중심이었다. 북중 무역의 70퍼센트가 이루어지는 공식, 비공식 국제무역 도시다. 2000년대에는 김정일의 새로운 특구 구상에 따라 ‘신의주특별행정자치구’를 추진하기도, 신의주 특별행정구 장관으로 네덜란드 국적의 화교인 양빈을 임명하기도, 중국과 홍콩의 관계와 대비되는 곳이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혼탕, 혼합지역이기도 한 신의주는 신흥자본가들이 모여든 곳으로 20만 달러 이상의 아파트 거래될 정도이니, 북한은 못살고 굶주린 한국의 60~70년대 도시 모습으로 생각했다가는 오산이다. 기업과 시장의 유기적인 공생관계가 구축된 이곳, 자발적 소유화와 민영화가 추진된 지역이라니, 가히 상상할 수 있겠는가?, 


압록강변의 만포진, 조선시대부터 전략요충지였던 북부내륙의 전략적 요새, 만포진은 한국전쟁 때, 인천상륙작전 개시 후, 중국 남하군이 도강했던 곳이다. ‘사회주의 본태가 살아있는 곳’ 2017.12.3. 김정은이 만포시의 압록강타이어공장을 시찰하면서 한 말이란다. 지안-만포 사이의 만포 국경철도와 제3 압록강 대교를 통해 북중 교류가. 2011년 김정일이 이 철교를 통해 중국을 비공식 방문하기도, 한국인과 일본인의 이용, 방문은 현재까지는 엄금, 절대 금지 구역이다. 만포경제개발구가 현실화하면 제2 단둥-신의자 내지 나선경제무역지대와 같은 곳이 될 전망이다. 북의 군수공업을 대표하는 전략적 요충지인데.


북중 국경지대, 조선 시대 밀무역 지대였던 곳이 지금도 이루어지고 있다. 물론 형식과 내용은 변했을지라도 국경이 맞닿아 있는 곳의 모습, “국경‘이란 무엇인가? 라는 흥미로운 주제이지만, 조선왕조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슬픈 역사가 깃들여 있는 곳이기도. 다음으로 압록강 연안의 교두보 자강도의 중심 ”강계“ 청동기시대, 고구려, 발해, 고려, 조선에 이르기까지 내륙 고산지대의 역사유물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고장이다. 


이 책에 실린 도시 23곳, 그중 국경도시 몇 곳,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섞인 공간이자, 화교들이 모여든 곳이기도, 천연자원을 북에서 북으로 중국을 향해 끊임없이 트럭 행렬을,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남북공동경비구역이 남북공동 경제연합지역에 한반도 출신의 특별행정구 장관을 임명한다면, 개성에서 한때 손발을 맞췄던 남과 북의 경제협력, 개성 역시 국경지대다. 북중처럼 남북무역이 이루어지는 공간, 개성이 열리는 순간은 정전에서 종전으로 대치와 경쟁에서 협력과 평화로 뒤바뀌는 질적 변화가 오지 않을까, “금강산”관광이, 경제협력으로, 북중관계가 냉온탕을 왔다 갔다 하듯이, 남북 또한 그러하다. 역사적으로 보면 분단국가 70년은 한반도 평화 정착 부침의 과정이라고 해야 옳을 듯하다. 


여전히 어색한 남북한 국경이란 말


국경이란 말이 여전히 어색하다. 3.8도 선이니, 휴전선, 비무장지대가 오히려 익숙하다. 유엔의 동시 가입으로 국제법상으로는 남북은 독립국이지만, 정서적으로는 하나의 국가, 분단된 상태, 통일이 소원인 남북,  법적으로도 북한은 미수복지역인 대한민국의 영토다. 여전히 남과 북은 정전상황이라 체제 유지에 서로를 적절하게 무기로 삼고 있다. 때때로 TV뉴스에서 들리는 국가보안법 위반, 북과 당국의 허락없이 통신, 만남,소통했다는 이유, 북을 찬양했다는 죄명으로, 분단이 낳은 슬픈 상황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북녘에도 사람이 살고 있고, 이들도 눈치작전도 하고 시장주의 경제가 부분적으로 통용되기도, 사람 사는 곳은 경제체제와 관계없이 기본적으로 움직인다는 점을 잠시 잊고 있었다. 아주 특별한 곳이라는 ”북한“ 그것에도 사람이 살고 있음을, 범죄도, 사회 이슈도 유행도, 휴대전화도, 호텔도, 유원지도, 술도 노래도 있는 사람 사는 곳이라고. 국경도시 개성은 남북 문화교류, 경제교류의 장으로 하면 남북 사이의 어떤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까 상상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필 스터츠의 내면강화 - 흔들리면서도 나아갈 당신을 위한 30가지 마음 훈련
    필 스터츠 지음, 박다솜 옮김 / 다산초당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자유로운 삶, 고통 마주하기 연습


    이 책<필 스터츠의 내면 강화>은 지은이 필스터츠의 40년 동안의 정신건강의로서 경험을 담았다. 그가 임상 의료 현장에서 마주했던 현실, 정신과 진료 규정이라는 매뉴얼은 결코 심리치료에 효과적인 도움을 줄 수 없었다. 내담자는 존재하지 않는 과거와 미래의 환상 속에, 현재가 없는 전통적인 치료법의 구조 자체가 내담자의 변화를 막는다고 느꼈다. 이를 극복하는 대안이 내담자 앞에 현재에 깃든 무한의 지혜의 문을 열어주는 “툴스” 였다. 이 치료의 특징은 세 가지, 첫째는 과제, 진료실 안에서 체험하는 짧은 경험만으로는 한 사람의 인생이 바뀔 수 없다. 인생은 끊임없이 나아가는 과정이기에 “과제”를 만드는 것이다. 둘째, 앞으로 나아가기, 셋째, 고차원의 힘을 끌어올리기다. 어떤 한계를 경험하면서 이를 극복하려는 힘이다. 


    책 구성은 6장이며, 1장 ‘고통은 어떻게 문을 여는가’ 에서는 철학으로 삶을 준비했더라면, 그게 바로 당신에게 일어나야 하는 일이다. 나에게 필요한 모든 것은 행동할 때 알게 된다. 나는 착한 사람인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나지, 내 안에 이미 있다는 것이다. 2장 ‘돌아갈 수 없는 길’은 과거에 갇힌 전통적 심리치료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다. 우리가 쥐고 있는 강력한 도구 한 가지, 고통이 나에게 알려준 것, 3장 ‘진정 자유로운 삶’ 물고기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헤엄칠 때 자유롭다. 4장 ‘내 삶에 더 큰 힘을 들이는 법’에서는 떠밀려 살지 않는 삶을 위한 것들, 5장 ‘어둠만이 알려주는 것들’ 만약 당신의 삶이 내 것이었다면, 모든 것이 부서지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6장 ‘아픔을 넘어서는 관계’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 의존과 친밀의 차이, 감당이 아닌 사랑하기 위하여 등을 다루고 있다. 


    다른 사람이 나를 뭐라고 평가하든 신경 쓰지 말고, 누군가를 가혹하게 평가하려 들지말라 


    함께하는 사람과 이웃 등 내 주변 사람들이 나를 뭐라고 평가하든 신경 쓰지 마라, 아울러 누군가를 평가하려 들지 말라. 우리의 에고는 자부심에 중독돼있다. “자신이 옳다는 생각”을, 이를 신념이라고 하면 신념이고 고집이라면 고집이겠지만, 평가하려는 순간을 방해하라, 지금 다른 누군가를 가혹하게 평가하는 순간, 우리의 정신이 어떻게 변하는지, 이런 끈을 놓아라. 정신이 편안해지고 마음이 열리는 것을 느껴보라.


    내게 필요한 모든 것은 행동할 때 알게 된다


    현재다. 익숙하지 않은 행동에 나서는 일은 대부분 사람에게 원초적 두려움을 일으킨다. 두려움을 넘어서려면 행동을 새롭게 보는 태도가 필요한데 지은이는 효과적인 행동을 만드는 세 가지 원칙으로 속도와 밀도, 자기 전 성찰을, 속도는 말 그대로 속도다. 행해지면 바로 실행, 주어진 시간보다 많은 행동, 자기 전 10분 만 그날의 행동과 다음 날 하고 싶은 행동을 적어보라.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다. 동기를 찾지 못해 무기력해진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다. 고정된 생각으로 동기를 보지말라, 지금 걷고 있는 길에 아무 확신이 들지 않더라도 당장 행동하는 것이 동기를 만드는 것이다. 즉, 동기는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일으키는 것이라고, 


    우리를 가두는 것은 스트레스 없는 삶을 꿈꾸는 게 망상이란 걸 깨닫지 못하기 때문


    스트레스 피하려고 의식적으로 행동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다. 어딘가에 갇혀 있는 것을 의식하고 두려워하기에 엘리베이터나 비행기에서 공황발작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른바, 없는 것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에 집착하는 순간, 역설적으로 그런 모든 것들이 나에게 일어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인생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을 피할 수 있다는 망상이 흔히 누릴 수 있고 경험할 수 있는 유대감이나 열정 등을 가로막게 하는 것이다. 인생은 목적을 향해 가는 고차원적 힘이다. 살다 보면 돈을 벌려고 일하지 않아도 되는 지점에 다다를 수 있다. 하지만, 살아있다고 느끼려면 어떤 방식으로든 앞으로 나아가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상실 받아들이기 


    자유를 원하지만, 지금 자유로운 삶인지조차 모를 때가 많다. 하지만 상실감은 정확하게 느낀다. 아무리 피하려 해도 말이다. 피하는 게 좋은지 정면으로 받아들이기는 게 좋은지는 별론으로 하고, 우선 상실을 수용해야 한다. 상실을 삶에서 피할 수 없는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 상실에서 고차원적 힘을 가능성 인식하기, 즉, 위기는 또 다른 기회라는 생각 말이다. 상실이 일어나는 순간에 상실 경험을 처리할 능력 키우기다. 이 역시 앞으로 밀고 나아가기다. 내려놓아라. 돈과 지위 그 모든 것은 애초부터 내 소유가 아니라 잠시 나에게로 와서 머물다 가게 마련인 것이라고, 상실로 스트레스를 받을 이유가 없어지니, 이런 맥락에서는 갈등 또한 마찬가지다. 


    무엇무엇이 없는 상태, 또 무엇무엇이 완전히 나에게 머문 상태란 그저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는 걸 바라는 요행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집착하고, 잡으려 하고, 아쉬워하는 마음 때문에 스트레스, 갈등, 상실 등으로 나를 지키지 못하고 누군가를 위해 사는 “떠밀려 사는 삶”이 되기 쉽다. 왜 이런 것이 어려울까? 소크라테스처럼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알았기에 현자가 됐지만,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깨닫는 과정은 스트레스와 갈등, 그리고 상실을 느꼈다. 


    자유스러운 삶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이 지향하는 삶의 상태, 바람직한 삶의 모습일 수 있다. 멀리서 보면 화려하게 보이지만, 그 과정에 이르는 길이 순탄치 않기에 “자유”를 더 갈망하고 갈증을 느끼는 것이다. 고통을 마주해 이를 넘어서는 순간 자유스러움의 의미를 알게 될 터인데, 고통은 피해가려고 간다. 아무튼, 금수저든 흙수저든 사회적 지위의 높고 낮음이든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나름의 고통이 따른다. 자유스러운 삶은 고통을 경험하면서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는 것밖에, 달리 특별한 게 없다. “특별”함은 망상일 뿐이다. 이 망상에서 깨어나는 것은 자신의 내면을 강화하는 길뿐이다. 과정의 고통은 이겨내야 할 분명한 장애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생각을 잃어버린 사회 - 시대를 앞서간 천재 버트런드 러셀의 비판적 세상 읽기
        버트런드 러셀 지음, 장석봉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70년을 넘어 지금 다시 “생각을 잃어버린 사회”를 읽어야 할 때


        버트런드 러셀의 인기 있는 에세이집 “생각을 잃어버린 사회” (자신의 “인기 없는”이라 표현했지만), 앞에는 현란한 추천사가, 뒤에는 자신이 65세 때 쓴 “내가 쓰는 나의 부고”(1937)로 끝을 맺은 15년 동안의 써 온 철학에세이를 묶어 1950년에 출간했으니, 무려 32년을 더 살다 간 것이다. 1차 대전 발발 후에는 반전 평화 운동을, 2차 대전 후에는 핵무장 반대와 쿠바위기, 베트남전쟁 반대운동에 참여했다. 이른바 생각하고 실천했던 “행동하는 양심”이었다.


        지금 왜 러셀의 “생각을 잃어버린 사회”인가, 


        시대를 앞서간 버트런드 러셀의 비판적 세상 읽기라서 그런 것인가 싶다. 오광일이 쇼펜하우어의 저작<소품과 부록>에 실린 글쓰기 철학이다<쇼펜하우어의 글쓰기 철학>(유아이북스, 2025)에서 ‘자신의 시대를 초월한 글을 써라’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게 바로 이 책이며, 70년의 고전을 읽어야 할 이유가 그 내용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열두 꼭지의 글, 1장. 세상을 보는 냉철한 철학적 시선, 2장 불확실성을 견디고 판단을 유보하는 힘, 3장 인류의 미래를 위한 철학적 제언, 4장, 잘못된 사고를 꿰뚫어 보는 힘, 5장. 억압과 착취에 맞선 약자들의 숨겨진 힘, 6장. 시대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기 위하여, 7장. 어리석음에 대한 통렬한 고발: 인간은 왜 끊임없이 오류를 저지르는가, 8장. 교육, 사고의 틀을 깨는 힘, 9장. 진보의 역사: 인류를 발전시킨 위대한 생각들, 11장. 내가 만난 두 얼굴의 유명인들, 12장. 나의 삶, 나의 신념: 내가 쓰는 나의 부고가 실려있다. 


        맹목적인 믿음은 광기의 시작


        교조주의를 경계하라, 러셀은 “맹목적인 믿음은 광기의 시작이다. 비판적 사고만이 우리를 진실로 이끈다.” 그가 남긴 말 중 “문제의 근본 원인은 현대 사회에서 지식인은 의심으로 가득 차 있는 동안, 어리석은 사람은 확신에 차 있다는 것입니다.” Russell and Harry Ruja. Mortals and Others, VII: American Essays 1935, 1933년에 쓴 글이라 한다. 교조주의는 지적인 사고가 아닌 권위를 견해의 원천으로 삼는다. 글이나 말도 설득력 있는 자기주장의 논리를 펼 수 없으니, 유명 철학자의 권위에 기대어 자신의 의견인 양 말하는 것 또한 교조주의다. 


        또 보자, “인간은 이성적인 동물이라고 합니다. 나는 평생 동안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를 찾아왔습니다.”(1950), 역설적 표현이다. 제발 이성적으로 행동하라고, 군중심리를 타고, 이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무리 즉, 극단주의로 치닫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예비군 현상처럼, 멀쩡하게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나름의 위치에서 체면도 차리고 예의도 잊지 않고 행동하던)이 예비군복으로 갈아입고 집단에 섞이는 순간 바뀐다. 이성과 지성의 작동이 순간 멈춰버리고 대신에 무질서가, 규모가 크면 클수록 책임질 일이 없기에, 이게 군중심리다. 이를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극단(극우든 극좌든)으로 치닫게 돼 있다. 러셀의 경고는 ‘교조와 극단’ 모두를 경계하라는 것이다. 


        문제는 지금 내 상태가 맹목적 믿음에 빠진 혹은 경도된 상태인가를 어떻게 의식, 혹은 인식할 수 있는가다. 러셀은 자신이 오류에 빠질 수 있음을 늘 인정, 즉 경계하라는 말인데, 이는 자기성찰과도 같은 맥락이다. 절대적인 주장을 늘 피하라는 말이다. 자기들만의 세계에서 통하는 자기네 방식으로 세상을 보면, 다른 사람들은 모두 별종으로, 어리석은 사람으로 보이니 답답할 뿐이라는 생각(터널 현상과도 같이 주변이 보이지 않는 데서 생긴 말), 하지만 그 부류와 속한 사람들은 제각각의 목적으로 가지고 섞인 것이라면, 어떨 것인가, 러셀이 한 말을 보자 “어떤 의견이 널리 받아들여졌다는 사실은 그것이 완전히 터무니없는 것이 아니라는 증거가 아닙니다.” 받아들였다는 사실이 곧 진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네 말도 옳고, 너의 말도 옳고, 부인 말도 옳소라고 했다던 황희정승의 사고의 유연함이자 상호 관용의 가치를 말하는 것이다. 러셀은 “좌파건 우파건 그 어느 쪽에서도 교조주의에 굴복해서는 안 되며, 개인의 자유, 학문의 자유, 상호 관용의 가치는 굳게 믿어야 한다. 이러한 믿음이 없다면 정치적으로 분열되었지만, 기술적으로는 통합된 이 지구에서 오랫동안 살아가기 어려울 것이다.”(28쪽)


        억압과 착취에 맞선 약자들의 숨겨진 힘


        억압받는 자들에게 우월한 덕성을 부여하는 시기는 일시적이고 불안정하다. 이는 억압자들이 양심의 가책을 느낄 때만 시작되며, 그들이 가진 권력이 더는 안전하지 않을 때만 일어난다. 피해자를 이상화하는 것은 일시적으로는 유용하다. 땅을 빼앗긴 아메리카 선주민을 고귀한 야만인으로, 잔혹한 산업주의로 농민을 끌어다 공장노동자로 만들어놓고 가난한 사람들의 연대기라고, 또 여성에게는, 여성들을 더러운 정치에서 배제하는 것은 남성들의 훌륭한 자기희생이란 개소리를 하는 것처럼. 덕성은 가장 큰 선이고, 복종이 덕을 만든다면 권력을 거부하는 것은 친절한 행위라고 했다. 억압받는 계급이 우월한 덕성이 권력을 갖는 것이라 주장할 것이고, 억압자들은 자신들의 무기가 거꾸로 자신을 향하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권력이 평등해지면 이런 우월한 덕성 이야기는 모두 헛소리였고 평등을 요구하는 근거로서 불필요했다는 것을 모든 사람이 알게 된다. 우월한 덕성, 인류의 오래된 망상 중 하나는 어떤 인종이 다른 인종보다 도덕적으로 뛰어나거나 열등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자신의 성별, 계급, 국가, 시대에 대해서도 그렇다. 로마 시대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생각을 잃어버린 사회, 사유를 할 줄도 모르고 무엇이 사유인 줄도 모르는 사회,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것 자체가 그저 귀찮을 뿐이다. 정해진 경로와 얻어진 지위와 그에 따르는 권력의 영속성만을 생각한다.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이 엄연한 질서이자 당대의 삶을 편안히 살 수 있는 방법이다. 인간이란 본디 이런 모순을 살아있는 교육으로 깨어나게 하는 것이지만, 이 모든 것들이 잠들어 버리면, 어떻게 깨울 것인가? 그래서 때때로 물음표를 달아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살수첩 - 보통의 시선에서 벗어난 자살을 향한 대담한 사유
        가스가 다케히코 지음, 황세정 옮김 / CRETA(크레타)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자살 수첩


        이 책<자살 수첩>은 지은이 정신건강의학의 가스가 다케히코가 자살의 메커니즘에 접근해보려는 시도다. 전조증상 없이 자살하는 사람들, 기실 한국의 자살률을 생각해보면 일본에서 일어난 자살 원인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2024년도 자살률 잠정치를 보도한 한 언론의 기사 제목은 자살이라는 사회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 28.3명은, 2022년 25.2명에서 2023명 27.3명으로 증가했다. 하루 4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 불안한 기세를 꺾지 못하면 최고치였던 2011년의 31.7명을 넘어설 수도, 자살률은 1997년 13.2명에서 1998년 18.6명으로 급증하는데, 이건 외환위기의 영향이지만 정확히는 그 위기를 '견딜'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아서 발생한 일이라고 분석한 작가 오찬호(프레시안 오찬호의 <틈새> “자살률 국가비상사태, '두 번째 질문'을 던져야 한다.”(2025.3.19.자) 서구사회와 이웃 나라 일본이 자살률이 높아 전전긍긍할 때, 한국은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지지 못했다. 그저 한국의 따뜻한 가족문화 타령하기 바빴다. 


        이 통계가 비슷한 생활세계를 구축한 나라들에서 대등하게 나타난다면,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 질문으로 접근할 문제일 거다. 그런데 왜 한국 사람이 더 죽는가, 성별, 나이별로 따져보면 한국 사람 중 누가 더 죽는지가 드러나지만 그건 한국 안에서 차이일 뿐이다. 남성 자살률이 여성 자살률보다 높은데, 여성 자살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니, 할 말 다 한 셈이다. 노인자살률이 세계 상위권인 청소년자살률보다 더 높다. 한국은 20년 넘게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다. OECD 국가 자살률 평균이 10~11명이니, 한국 아니었다면 평균은 한 자릿수 아니었을까, 이런 국가적 상황이라는 거대 담론으로서 “자살”은 “사회적 타살”로 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자살을 선택할 수 없는 임계상황을 만든 것은 거시적으로 보면 사회구조라는 것이다. 자살은 사회현상이라고 갈파한 에밀 뒤르켐, 그가 쓴 <자살론>(청아출판사, 2008)은 20세기 전에 자살에 관한 사회학의 고전으로 비사회적 요인, 사회적 요인과 사회적 유형, 그리고 사회현상으로서 자살의 일반적 성격을 규명, 자살 방지 방법은 무엇인지까지 다루고 있다. 

        지은이의 이 책은 왜 비슷하게 힘든 상황에 부닥친 다른 사람들은 똑같은 선택을 하지 않는 것일까? 라는 의문 속에서 자살을 더 깊게 이해하고 톺아보려는 시도다. 


        자살 이유를 논하며, 지극히 개인적인 해석 


        아무튼, 개개인의 자살을 들여다보는 지은이는 12장에 걸쳐 자살을 좇는다. 1장 ‘자살을 기록하다.’ 자살의 징조를 2~3장 소설로 읽는 자살 1, 2를, 4 ‘유서들’ 유서의 현실성에 대하여, 5~11장은 ‘자살의 유형’ 7가지를 다룬다. 미학과 철학에 따르거나, 허무함 끝에 일어나거나, 동요와 충동으로, 고뇌의 궁극으로 선택, 목숨과 맞바꾼 메시지로서, 완벽한 도망으로서, 정신질환이나 정신상태 이상으로, 하지만 모든 자살을 설명할 수 없음을 12장에 밝힌다. 


        소설 속의 자살- 무엇이 결정타가 됐을까?-


        뚜렷한 자살 동기가 없었고, 자살의 명확한 이유를 알 수 없는 예도 있다. 자살의 동기가 될 수 없을 만한 ‘소소한 동기’가 차곡차곡 쌓이다가 여기에 결정적, 아니 상징적이라 부를 만한 사건이 ‘결정타’를 날려 결국 자살에 이르는 것이 아닐까 싶을 때가 있다. 아니, 매일 같이 낙담과 실망으로 하나둘씩 쌓여 나가다가 어느 사소한 일로 정신이 완전히 무너져 버렸던 걸까, 이야기 속의 자살은 줄거리를 좌우하는 소재로 사용되기도 하는데, 어쩌면 자살을 일종의 필연으로 여기기 때문은 아닐까, 인간 자체에 대한 의문이 노골적이고 뜻밖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자살이라는 뜻이 된다. 


        자살의 유형들


        미학과 철학에 따른 자살, 순수, 고고함을 사랑한다든가 추잡한 현실을 혐오하는 사람들은 자살과 친화성이 높다. 하지만, 개인이 고집하는 삶의 방식과 그에 따라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일은 결코 직결돼 있지 않다. 이를 직결시키고 싶은 심리는 그럴듯한 괴담에 끌리는 안일한 심리와는 별반 다르지 않다. 미학에 따른 자살이란 설령 존재하더라도 실제로는 좀 더 근본적인 이유가 숨어 있으며, 그 이유에 겹치는 형태로 미학적 문제가 전경화 됐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허무함, 동요나 충동, 고뇌의 궁극, 완벽한 도망을 위해 선택한 수단이 자살이라고, 또한 정신질환이나 정신상태의 이상으로 인한 자살, 


        어떤 유형의 자살이든 자살의 탬플릿(프레임, 틀)을 쉽게 따르는 사람과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사람은 제정신을 차릴 확률이 높다. 아이돌의 자살, 지은이는 이를 자살 체질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자살 체질 혹은 자살 친화성이 높은 사람은 확실히 존재한다고 말한다. 자살에 대한 저항감이 놀라울 만큼 저항감이 없다는 걸 깨닫기도 한다. 


        이 책은 지은이의 임상경험과 일본의 소설 속의 자살, 그리고 실제 일어났던 사건의 자살자들의 심리를 추리한다. 뒤르켐의 자살론 내용과 겹쳐 보이는 대목도 눈에 띈다. 전자는 마치 후자의 사회적 보고의 일본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자살 방지를 위한 대안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자살자의 심리적 배경을 유형으로 분류했다. 이는 다만 편의성의 구분일 뿐, 이 또한 해석하기 곤란하다. 그의 수첩에 담긴 “자살”과 자살자의 심리를 추적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다만, 왜 자살을 결심했고 어떤 사람은 조용한 죽음을, 또 어떤 사람은 죽어가는 과정을 인터넷으로 중계하기도 하고, 소설 같은 유서를 남기기도 한다. 오래 살아야 한다거나 종교적으로 자살을 죄악으로 여긴다거나 하는 것과는 결이 다른 이야기며, 심리부검과도 양상이 다른 그 무엇이며 “불가해성”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작은 나라, 당찬 외교
        안문석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작은 고추가 맵다


        당당하게 국제 사회에서 주장 있는 외교(강대국 눈치 보지 않고 할 말 하는 외교)와 지대추구 외교(좋은 게 좋은 거지, 현상 유지, 불가근 불원근, 강대국에 기대어 명운을 거는 외교), 지은이 안문석의 외교학 이해다. 국익의 3대 요소 SPR(외교의 기본 생존, 번영, 명망이라는 키워드) 작은 나라의 존재법이랄까,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려면 생존과 번영은 기본, 이를 확보하면 강소국, 여기에 명성이 더해지면 최강소국이라, 조금은 생소하다. 아울러 여기에는 강대국 사이에 낀 약소국은 어떤 외교전략이 필요한지를 엿볼 수 있다. 이들의 생존을 위한 전략적 선택은 편승, 균형, 중립 지위 유지 따위의 세 가지다. 시기와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선택하는 게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외교의 이미지는 강대국과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 미국, 일본, 중국, 트라이앵글 속에서 한반도의 긴장 완화와 힘의 균형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주로 지정학적인 접근의 안보 외교와 한국보다 경제적으로 낙후된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와의 관계 신남방 전략 등, 경제협력 개발기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등에 중심이 쏠린 경제협력외교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애초 외교 자체가 안보와 경제 등 자국과 다른 나라와의 관계 설정과 유지 등을 위한 국제무대에서 정치, 국제정치가 곧 외교는 아니지만, 외교는 국제정치일 수 있다. 이 대목에서 필요한 것이 인적요소의 중요성이다. 즉 교섭 현장에서 활동하는 외교관의 자질을 말한다. 진실성과 정확성, 침착성, 인내심, 관용성, 겸양, 충성심 등 7가지 필수조건을 갖춰야 한다고.


        이 책은 6장에 걸쳐 작은 나라 당찬 외교의 모습을 그려본다. 1장에서는 외교란 무엇이며, 약소국 외교는 어떤 모습인지를, 2장 ‘소국의 큰 외교’에서는 강소국 싱가포르, 새우의 고래급 외교, 군대 없이 큰 평화외교 코스타리카, 피아 구분 없는 통근 외교 쿠바, 3장 ‘소신의 외교’ 대나무 같은 외교 베트남, 신념 외교 리투아니아, 유연한 자주 외교 네덜란드, 4장 ‘배짱 두둑한 결기 외교’에서는 영국과 세 번이나 굴복시킨 미니국가 아이슬란드, 미국의 강압 외교, 북한, 5장 ‘현란한 실리 외교’ 팔색조의 외교 튀르키예, 화려한 군사기지 외교 지부티, 6장 ‘중립 외교’ 고슴도치 중립 스위스, 무장중립 스웨덴, 참여적 중립, 오스트리아까지 모두 13개국의 외교 노선과 특징을, 적확한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앞에 붙은 수식어는 꽤 자의적이랄까, 지은이의 분류기준에 이데올로기가 작동한 듯.


        당당한 외교, 싱가포르 덩치는 새우 외교는 고래


        리콴유의 리더십이 돋보이는 나라, 아시아로 들어오거나 나가는 입구 역할을 하는 항공 MRO 제국, 물가가 비싸든 어쨌든 외교안보적으로 안정된 나라라서 가능하다. 이 또한 외교전략 덕에 경제가 돌아가는 셈이니, 말레이연방에 있다가 1965년에 독립했고 별명은 ‘잘사는 북한’이라면 이해가 될 듯하다. 미국에 할 말 하는 안보협력, 중국에다도 할 말 다 하면서 경제협력이다. 등거리 전략 구사로 강대국 중, 미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슈퍼 새우인데 고래급 외교가 가능한 이유는 어디에 있나? 5가지의 이유를 들고 있는데 첫째는 국가지도자의 분명한 외교 인식, 둘째, 내정 절대 불간섭, 셋째 원칙과 규범 준수, 넷째, 국익 중심의 독자적 판단, 다섯째, 전략적 자산에 대한 엄밀한 평가와 적극 활용이다. 중국이 이 작은 새우를 못 건드리는 이유는 뭘까, 핵이 있는 것도 아닌데, 바로 수입 원유의 80퍼센트가 싱가포르 해역을 통과하는데, 중국이 싱가포르의 내정 불간섭원칙을 건드리거나 하면 바로 불편해질 수 있다. 유조선 통과를 방해하면 곤란한 건 중국이니까, 우리와 싱가포르는 전혀 다르다. 보수정권들은 싱가포르처럼 배짱을 튕기지 못한다.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는 위험성이라는 측면에서만 이해하기에 부정적으로 보이지만, 싱가포르 사고방식을 따르면 완전히 미, 중 사이에서 등거리를 할 수 있는 그래서 “안미경중”이라는 전략이 나오기는 했지만, 국가지도자의 무원칙과 불분명한 외교 인식이 이런 지정학적 이점을 놓치게 했다. 


        중미의 스위스, 풍요로운 해안이라는 뜻의 코스타리카, 큰 외교는 왜 가능한 걸까?


        내전 방지를 위해 군대를 폐지한 코스타리카는 소농 중심의 사회구조이며,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평등의식, 정치엘리트의 리더십의 방향은 확고했다. 군대 폐지, 영세중립국 선언, 중미 국가들의 내전 종식의 중재자로서 역할 등이 있었기에, 거기에 선진적인 정치교육을 바탕으로 한 민주주의 시민교육 강화 등의 네 가지 요소가 코스타리카를 떠받치는 기반이다. 군대 폐지로 여유가 생긴 예산을 교육에 투자, 이른바 평화 배당금인 셈이다. 결국에는 전 국민 교육으로 그치지 않고, 민주시민교육을 통한 평등의식과 선진적인 정치교육 등은 나라의 향방을 결정짓는 국민의 수준과 질 향상으로 이어지고 이를 바탕으로 코스타리카는 인구의 10퍼센트 가량의 난민을 받아들이는 국가가 됐다. 


        쿠바, 꾸준하고 진정성 있는 의료 외교 "인도주의 실천국"이란 명분가 실리가 돋보인다


        얼마 전 한국과 수교했다. 물론 북한에서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비난을 해댔지만, 쿠바 외교의 첫째가는 과제는 미국의 압박 대응이다. 2015년에 미국과도 수교로 우선 전쟁의 위험성은 크게 줄었다. 전통적으로 쿠바의 외교특징은 의료 외교였다. 1962년 알제리의 의료체계를 정비를 적극적으로 도왔다. 2005 파키스탄, 2006인도 지진 때, 쿠바 의사들이 참여했고, 코로나19 팬데믹 때는 5개 대륙 40개국에 의사들을 파견했다. 쿠바는 60년 동안에 164개국에 40만 여 번에 걸쳐 의사를 파견한 것은 물론 외국 학생들에게도 무료 의학교육을. 히포크라테스선서와 나이팅게일 정신이 살아있는 ‘인도주의 실천국’이란 명분과 함께 주어지는 명예와 금전적 지원은 선순환을 이룬다. 


        이 세 나라의 예만 보더라도 지정학적 위치를 국가의 자산으로 명확하게 인식한 싱가포르, 민주시민교육과 정치교육, 평등의식이 왜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예, 또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외교전략 수단으로 삼아 명분과 실리를 함께 얻어내는 쿠바가 우리에게 전하는 말은 무엇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