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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나라, 당찬 외교
안문석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5년 3월
평점 :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작은 고추가 맵다
당당하게 국제 사회에서 주장 있는 외교(강대국 눈치 보지 않고 할 말 하는 외교)와 지대추구 외교(좋은 게 좋은 거지, 현상 유지, 불가근 불원근, 강대국에 기대어 명운을 거는 외교), 지은이 안문석의 외교학 이해다. 국익의 3대 요소 SPR(외교의 기본 생존, 번영, 명망이라는 키워드) 작은 나라의 존재법이랄까,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려면 생존과 번영은 기본, 이를 확보하면 강소국, 여기에 명성이 더해지면 최강소국이라, 조금은 생소하다. 아울러 여기에는 강대국 사이에 낀 약소국은 어떤 외교전략이 필요한지를 엿볼 수 있다. 이들의 생존을 위한 전략적 선택은 편승, 균형, 중립 지위 유지 따위의 세 가지다. 시기와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선택하는 게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외교의 이미지는 강대국과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 미국, 일본, 중국, 트라이앵글 속에서 한반도의 긴장 완화와 힘의 균형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주로 지정학적인 접근의 안보 외교와 한국보다 경제적으로 낙후된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와의 관계 신남방 전략 등, 경제협력 개발기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등에 중심이 쏠린 경제협력외교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애초 외교 자체가 안보와 경제 등 자국과 다른 나라와의 관계 설정과 유지 등을 위한 국제무대에서 정치, 국제정치가 곧 외교는 아니지만, 외교는 국제정치일 수 있다. 이 대목에서 필요한 것이 인적요소의 중요성이다. 즉 교섭 현장에서 활동하는 외교관의 자질을 말한다. 진실성과 정확성, 침착성, 인내심, 관용성, 겸양, 충성심 등 7가지 필수조건을 갖춰야 한다고.
이 책은 6장에 걸쳐 작은 나라 당찬 외교의 모습을 그려본다. 1장에서는 외교란 무엇이며, 약소국 외교는 어떤 모습인지를, 2장 ‘소국의 큰 외교’에서는 강소국 싱가포르, 새우의 고래급 외교, 군대 없이 큰 평화외교 코스타리카, 피아 구분 없는 통근 외교 쿠바, 3장 ‘소신의 외교’ 대나무 같은 외교 베트남, 신념 외교 리투아니아, 유연한 자주 외교 네덜란드, 4장 ‘배짱 두둑한 결기 외교’에서는 영국과 세 번이나 굴복시킨 미니국가 아이슬란드, 미국의 강압 외교, 북한, 5장 ‘현란한 실리 외교’ 팔색조의 외교 튀르키예, 화려한 군사기지 외교 지부티, 6장 ‘중립 외교’ 고슴도치 중립 스위스, 무장중립 스웨덴, 참여적 중립, 오스트리아까지 모두 13개국의 외교 노선과 특징을, 적확한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앞에 붙은 수식어는 꽤 자의적이랄까, 지은이의 분류기준에 이데올로기가 작동한 듯.
당당한 외교, 싱가포르 덩치는 새우 외교는 고래
리콴유의 리더십이 돋보이는 나라, 아시아로 들어오거나 나가는 입구 역할을 하는 항공 MRO 제국, 물가가 비싸든 어쨌든 외교안보적으로 안정된 나라라서 가능하다. 이 또한 외교전략 덕에 경제가 돌아가는 셈이니, 말레이연방에 있다가 1965년에 독립했고 별명은 ‘잘사는 북한’이라면 이해가 될 듯하다. 미국에 할 말 하는 안보협력, 중국에다도 할 말 다 하면서 경제협력이다. 등거리 전략 구사로 강대국 중, 미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슈퍼 새우인데 고래급 외교가 가능한 이유는 어디에 있나? 5가지의 이유를 들고 있는데 첫째는 국가지도자의 분명한 외교 인식, 둘째, 내정 절대 불간섭, 셋째 원칙과 규범 준수, 넷째, 국익 중심의 독자적 판단, 다섯째, 전략적 자산에 대한 엄밀한 평가와 적극 활용이다. 중국이 이 작은 새우를 못 건드리는 이유는 뭘까, 핵이 있는 것도 아닌데, 바로 수입 원유의 80퍼센트가 싱가포르 해역을 통과하는데, 중국이 싱가포르의 내정 불간섭원칙을 건드리거나 하면 바로 불편해질 수 있다. 유조선 통과를 방해하면 곤란한 건 중국이니까, 우리와 싱가포르는 전혀 다르다. 보수정권들은 싱가포르처럼 배짱을 튕기지 못한다.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는 위험성이라는 측면에서만 이해하기에 부정적으로 보이지만, 싱가포르 사고방식을 따르면 완전히 미, 중 사이에서 등거리를 할 수 있는 그래서 “안미경중”이라는 전략이 나오기는 했지만, 국가지도자의 무원칙과 불분명한 외교 인식이 이런 지정학적 이점을 놓치게 했다.
중미의 스위스, 풍요로운 해안이라는 뜻의 코스타리카, 큰 외교는 왜 가능한 걸까?
내전 방지를 위해 군대를 폐지한 코스타리카는 소농 중심의 사회구조이며,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평등의식, 정치엘리트의 리더십의 방향은 확고했다. 군대 폐지, 영세중립국 선언, 중미 국가들의 내전 종식의 중재자로서 역할 등이 있었기에, 거기에 선진적인 정치교육을 바탕으로 한 민주주의 시민교육 강화 등의 네 가지 요소가 코스타리카를 떠받치는 기반이다. 군대 폐지로 여유가 생긴 예산을 교육에 투자, 이른바 평화 배당금인 셈이다. 결국에는 전 국민 교육으로 그치지 않고, 민주시민교육을 통한 평등의식과 선진적인 정치교육 등은 나라의 향방을 결정짓는 국민의 수준과 질 향상으로 이어지고 이를 바탕으로 코스타리카는 인구의 10퍼센트 가량의 난민을 받아들이는 국가가 됐다.
쿠바, 꾸준하고 진정성 있는 의료 외교 "인도주의 실천국"이란 명분가 실리가 돋보인다
얼마 전 한국과 수교했다. 물론 북한에서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비난을 해댔지만, 쿠바 외교의 첫째가는 과제는 미국의 압박 대응이다. 2015년에 미국과도 수교로 우선 전쟁의 위험성은 크게 줄었다. 전통적으로 쿠바의 외교특징은 의료 외교였다. 1962년 알제리의 의료체계를 정비를 적극적으로 도왔다. 2005 파키스탄, 2006인도 지진 때, 쿠바 의사들이 참여했고, 코로나19 팬데믹 때는 5개 대륙 40개국에 의사들을 파견했다. 쿠바는 60년 동안에 164개국에 40만 여 번에 걸쳐 의사를 파견한 것은 물론 외국 학생들에게도 무료 의학교육을. 히포크라테스선서와 나이팅게일 정신이 살아있는 ‘인도주의 실천국’이란 명분과 함께 주어지는 명예와 금전적 지원은 선순환을 이룬다.
이 세 나라의 예만 보더라도 지정학적 위치를 국가의 자산으로 명확하게 인식한 싱가포르, 민주시민교육과 정치교육, 평등의식이 왜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예, 또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외교전략 수단으로 삼아 명분과 실리를 함께 얻어내는 쿠바가 우리에게 전하는 말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