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메커니즘 - 나의 행복은 타인의 행복과 연결돼 있다
이용범 지음 / 클라우드나인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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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당신은 지금 행복한가?


지은이 이용범 작가의 책<행복의 메커니즘>은 “나의 행복은 타인의 행복과 연결돼 있다”라는 부제와 함께, 당신은 행복한가를 묻고 있다. 책 구성은 5장으로 돼 있으며, 1장은 ‘행복과 진화인류학’이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인간은 무리를 짓는 것이 본능이기에 나의 행복은 타인에게 달려있다. 2장 행복과 행동경제학에서는 꽤 난해한 질문이지만,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돈이 얼마나 필요할까, 3장 행복과 정치사회학에서는 왜 종교와 정치에 목숨 걸고 싸우는가, 보수주의자나 진보주의자 중 누가 더 행복한가, 미국의 공화당 지지자들은 뇌의 편도체를 많이 쓰고, 진보주의자들은 소득 불평등이 커질수록 불행해진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다. 4장 행복과 뇌과학에서는 행복은 쾌락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5장 행복과 심리학, 일상에서 행복의 작은 조각을 찾는다. 그는 대담하게 진화인류학, 행동경제학, 정치사회학, 뇌과학과 심리학 분야에 걸쳐 “행복”이란 키워드로 들여다본다. 장별로 구분됐지만, 행복이란 개념에서 보면 각 분야는 접근의 각도를 달리하고 있을 뿐이다. 행복을 어떻게 이해하는가는 사람마다 다르다. 사전적 의미로 행복(幸福)은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이다. 이 책은 동서양의 고전을 비롯하여 각종 실험결과와 연구논문 등을 다수 다루고 있다. 그야말로 “행복”에 관련된 모든 자료를 동원한 듯.


내 행복은 다른 사람의 행복과 이어져 있다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너와 우리, 즉 인간관계로 이는 수명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다. 혼자보다 함께 있을 때 행복하다. 홀로 사는 사람들, 1인 가구, 초개인화는 인간본능에 반하는 삶의 모습이다. 반려견에게도 위안받는다. 반려, 치료목적만이 아니라 외로움을 달래주는 친구가 돼주기도 한다. 개는 충실, 충직하기에 주인을 다른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반려견과 함께 하는 사람들이 더 행복하다. 인간관계에 따라 행복하기도 불행하기도 하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삶에서 행복 대신에 불행만이, 보기에는 남부러울 것 없지만,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늘 자신보다 더 나은 환경(경제적이든 사회적이든)에서 생활하는 이들을 부러워한다. 또한, 사람들에게 있는 타인에게서 자신의 존재 가치 따위를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인정욕구)가 있다. 또한, 최근 우리 사회의 논쟁거리가 된 외모지상주의도 어쩔 수 없다. 잘생긴 얼굴에 환호하고 못생긴 얼굴에 거부감을 느끼는 건 자연스럽다. 시대의 흐름과 유행에 따른다. 행복은 기준을 바꾸면 된다. 우리의 뇌리에 박힌 고정된 관념을 살짝 비틀어보면 즉, 자신만의 미적 기준을 확립하는 것, 외모보다 다른 특성을 더 중요하게, 보편적 미의 기준을 받아들이되 자신의 강점을, 외모가 아닌 다른 가치들로 경쟁하는 전략이지만 관계는 사람의 평가 기준을 바꾸기도 한다. 


돈 많이 벌고 부자가 되면 행복해질 수 있는가?


이 물음은 모범답안이다. 모든 사람이 돈 많이 벌어 경제적으로 윤택하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행복하다고 여긴다. 맞는 말인가, 미국의 심리학자 에드 디너는 2001년, 미국 캘리포니아와 인도 콜카타의 노숙자, 빈민, 매춘부들의 삶의 만족도를 측정했다. 미국의 노숙자가 한 달 동안 쓰는 돈은 평균 270~358달러였고 인도의 노숙자는 평균 24달러였지만 삶의 만족도는 인도의 노숙자가 더 높았다. 행복은 돈만으로 측정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더라도 전혀 상관이 없지는 않다.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에 따르면 부와 행복의 상관관계는 연 소득 7만5천 달러(환율 1달러:편의상 1000원이라 하면 원화 7천5백만 원)까지라고, 그 이상을 넘어서면 별 관계가 없는 듯하다(이스털린의 역설). 이를 입증해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대니얼 카너먼은 2008~2009년 갤럽이 진행한 설문 조사결과를 분석, 연간 소득 7만5천 달러를 넘어서면 행복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행복의 척도는 다른 사람이 원하는 걸 가질 수 있는가, 이 역시 상대적이다. 우리가 행복의 꿈을 놓치지 않는 이유는 미래에 부유해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인간은 행복과 관련된 세 가지 특질을 유전적으로 물려받았다. 첫째는 물질적인 만족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 둘째 현재의 만족이 아니라 현재보다 나아지는 상태를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 셋째 앞으로 나아지리라는 기대다. 사람들은 부의 크기가 아니라 사용하는 방식이 중요하다고 여기며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경험은 확실한 행복이다. 즉, 행복에도 한계효용이 있다는 말이다. 


왜 인간은 삶의 의미를 찾고 행복을 추구하는가?


인간은 행복을 추구하도록 진화했기 때문이다. 뇌가 느끼는 쾌감을 행복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삶의 의미를 묻는 동물은 인간이 유일하다(적어도 현대과학이 밝힌 한도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는 삶의 궁극적 목적이 “행복”이라고, 즉 최고선은 행복이며 모든 행동의 목적이다. 2200여 년이 지난 후 칸트는 최고선의 자리에서 행복을 끌어내리고 그 자리에 도덕을 올려놓았다. 행복과 도덕이 항상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고 여겼다. 도덕적인 사람이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니며, 때로는 도덕적 의무를 다하기 위해 행복을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행복을 바라보는 철학자의 관점은 금욕주의와 쾌락주의로 나뉘지만, 오늘날의 과학자들은 쾌락주의 관점을 지지한다. 생존과 번식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했을 때 뇌는 쾌감을 느끼고 우리는 이들 행복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성공을 위한 노력, 명예를 얻으려 애쓰는 것은 결국 행복을 얻기 위해서다. 최종 결과물, 이런 모든 행동의 결과를 생존과 번식으로 귀결된다. 


지금 여기가 바로 내 인생의 황금시대다


행복의 메커니즘, 삶의 의미를 찾고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바로 지금 여기에 있는 인생이 황금시대라는 사고다. 미래에 대한 기대, 그게 오든 오지 않든, 행복은 과정임을 과대망상도 열등감도 없이 그저 나는 나대로 노자의 말처럼 ‘자중자애’ 나를 중히 여기고 사랑하는 것은 만족과 기쁨을 느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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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 인생공부 - 보고 듣고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의심하라
김태현 지음, 니콜로 마키아벨리 원작 / PASCAL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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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 “인생공부”


<군주론>은 지금도 해석과 논쟁의 대상이다. 읽는 사람에 따라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책이기에 1559년 교황 바오로 4세가 금서로 정했다 “악마의 서”가 됐다. 왜 그랬을까, 이 대목은 1750년의 시대 간격이 있는 전국시대의 법가 사상가 한비자의 <한비자>가 금서로 묶였던 이유와 유사했다. 힘없는 약소국이 살아남는 방법과 성악설에 기반으로 둔 제왕학이 담긴 현실주의적 정치철학이라는 면에서다. 아울러 한비자는 미국의 역사학자 존 킹 페어뱅크<신중국사>(까치, 2001)에서 ‘동양의 마키아벨리’라 불렀다. 마키아벨리를 ‘서양의 한비자’라 불러야 마땅한 게 아닌가(김영수<한 번만 읽으면 여한이 없을 한비자>(창해, 2024)라고 묻기도 할 정도다. 두 사람은 절대권력의 근처에 가보지 못한 채 생을 마감했다.


시간의 간격에도 불구하고 <군주론>과 <한비자>는 지금까지 정치철학, 통치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자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정치사회의 철학으로, 미국외교 정치의 근간으로 자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후자는 고대 중국에서 현대 시진핑 체제까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에서 같은 맥락이라 이해할 수도 있겠다.


지은이 인문학자 김태현은 인생 공부라는 차원에서 <군주론>을 42가지 주제로 풀어냈다. 인생에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철학, 군주는 언제든 자기가 한 약속을 깰 정당한 권리가 있다고 말한 마키아벨리의 생각, 옳고 그름을 따지는 그 자체는 약소국의 생존 앞에서는 사치일지도 모른다. 정치란 윤리와는 결이 다른 것이어서, 한데 다룰 수 없고, 정치는 운과 역량이 함께해야 하며, 모든 게 진실일 필요는 없다. 다만, 모두에게 그렇게 보이면 될 뿐이라는 선전선동까지 놀랍게도 모두 현대 정치의 A~Z까지 담겼다. 군주론에 대한 평가, 니체, 나폴레옹, 스탈린, 홉스, 디즈레일리, 베이컨, 루소에 이어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 또한 긍정적으로 봤다. “정치적 현실주의” 가 핵심이다. 


책 구성과 내용은 4장 42꼭지로 1장에서는 수단과 목적을 구분하지 말아라(1~10), 힘보다 속임수가 더 좋다. 첫 번째는 목적이고 두 번째가 수단이다. 두려움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라, 회피하지 말고 선제적으로 해결하라는 등, 상대보다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 그리고 리더로서 효과적인 명령을 내릴 것이며, 지위보다 중요한 것은 행동이라는 현실론을 편다. 2장에서는 복수는 상대가 두려워할 정도로 심하게 해야 한다(11~21). 어설픈 관용은 금물, 대중은 외관에 잘 속는다. 철저히 준비하고 무장하라, 급진적 변화는 위기를 초래한다. 오늘날 중동세계에 불어온 아랍의 봄이 바로 증명이다. 대담함이야말로 진정한 성과를 이루기 위한 필수 덕목이다. 통치술의 핵심, 모든 문제의 근원은 자기 재산이라는 점. 3장 적은 항상 내부에 있으니 측근을 경계하라(22~32), 4장 때로는 도덕적 기준을 무시하고 행동하라(33~42), 위에서 본 마키아벨리즘의 3원칙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42가지 주제에 접근하기 


지은이는 각 주제의 글을 시작하면서 고대 로마의 사례 소개로 시작한다. 한비자가 고사로 시작하는 것처럼, 기억에 남는 내용은 목차에 실려있는 주제 중 1장 06 경험에서 지혜를 얻지 못하면 파멸한다. 08 운명의 절반은 주변 사람들이 좌우한다, 2장에서는 16. 인간은 본질에서 이기적이며, 물질적 이익을 더 중시한다. 18. 예상치 못한 반감을 경계하라. 19 이상을 뒷받침할 힘을 확보하라 20 윤리와 전략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21. 모든 문제의 근원은 자기 자신이다. 3장에서 26. 최소한의 악을 선택하라, 28. 최고의 요새는 군중이다. 31. 초기경고 신호를 무시하지 말라. 4장에서는 41. 신의는 힘으로 지켜야 한다. 42 리더십의 부재는 파괴를 불러온다 등 12가지를 골라봤다. 


인생 공부라는 차원에서 접근하기 


아주 간단하게 생각해보자. 작은 조직이든 큰 조직이든 인간은 무리를 짓는 본능에 따라 공동체를 이루고 생존 활동을 하는데 여기에서 생겨나는 조직과 이를 이끄는 리더와 그가 이끄는 무리, 이른바 지배와 피지배라는 구조가 생겨나는데, 무리를 이루는 사람의 본디 성질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성선설’이냐 ‘성악설’이냐를 따진다. 또한, 여러 무리가 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른바 경쟁조직이 있을 때, 그 조직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하는 등에 따라 합종연횡을 하기도 하고, 평화협정을 맺기도 한다. 이렇게 보면 외교 관계로 혹은 사내 부서 관계로, 볼 수 있다. 개인 차원에서는 어떨까, 개인이라 할지라도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살아가기 마련이다. 작은 팀 단위라도 리더는 있다. 자 여기서 우리가 기억해줄 것을 생각해보자. 어떤 경험에서 지혜를 얻지 못하면 파멸한다는 것과 모든 사람은 본질에서 자기중심적, 이기적이며 물질적 이익을 우선한다. 이것이 정상이다. 이상만 가지고는 현실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를 관철할 힘이 필요하다. 최선을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차악, 최소한의 악을 선택할 수 있는 유연성을 도덕과 윤리라는 잣대는 거리가 멀수록 명확해지지만 가까워질수록 그 경계가 모호해지기도 한다는 점을 유념하라. 마치 외줄 타기처럼. 


이 책은 이런 것들이 유의하면서 생활하라는 말이 아니라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를 묻고 있다. 설사 우리가 이런 판단을 하더라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자는 말이다. 42가지의 주제는 우리 인생을 살아가면서 개인이든 팀 단위이든 큰 조직이든 리더십 부재는 파괴를 불러온다는 점과 모든 문제의 근원은 자기 자신임을 기억해두자. 그 누구의 탓이 아니다라는 말의 무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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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 아노크라시, 민주주의 국가의 위기
바버라 F. 월터 지음, 유강은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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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내전, 정치적 폭력과 테러리즘을 연구하는 지은이 바버라 F.월터가 “내전”, “전쟁”은 정치적 성향이 아닌 인종, 종족주의가 밑바탕을 이루고 그 상태는 발발(勃發) 전야라고 보고 있다. 각지에서 벌어지는 움직임은 마치 주전자 속 물이 끓어 올라 기체로 바뀌기 직전의 내는 소리나 요란한 움직임은 “파벌화”와 “극단주의”다. 이는 단지 우려에서 나오는 주장에 그치는 게 아니라 다양한 데이터 분석과 연구결과로 입증됐다. 놀라운 것은 우리가 상식이라 여기는 교과서 수준의 설명과 정반대라는 점이다. 민주주의는 확고한 안정성을 지녔고 위기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회복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믿음이 오판이었다는 것이다. 그 징후는 이른바 민주주의 선진국이든 부분적 민주주의이든 독재체제이든 공통으로 나타나는 <아노크라시(anocracy)> 현상은 완전 독재(autocracy)와 민주주의(democracy) 경계 상태를 의미하는데, 현대 민주주의 국가들은 아노크라시 상태에 빠져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아노크라시는 한 나라를 내전의 위험에 빠뜨리는 것일까? 라는 것이 이 책의 문제의식이다. 


책 구성은 8꼭지다. 1장은 아노크라시의 위협은 모습을 그려보고, 2장 파벌이 어떻게 생겨나고 고조되는지를, 3장에서는 기득권이 없어지는 사람들은 어떻게 변하는가, 지위 상실이 가져온 암울한 결과, 4장에서는 희망이 사라질 때, 5장 촉매, 6장 우리는 얼마나 가까운가? 7장 전쟁은 어떤 모습일까?, 마지막 8장에서는 어떻게 내전을 예방할 것인가라는 내용을 담았다. 


아노크라시, 정치 불안정 연구단의 정치체 점수 ?10에서 +10까지


정치 불안정의 변수는 사회, 경제, 정치 분야의 38개 변수, 빈곤, 종족 다양성, 인구 규모, 불평등, 부패 등인데, 가장 좋은 불안정 예측 지표는 소득 불평등이나 빈곤이 아니라 정치체의 점수였다. 오늘날 미국은 어디쯤 와 있을까? 아노크라시의 문턱에 선 파벌화된 나라로 빠른 속도로 공공연한 반란 단계로 접근 중이다. 아노크라시는 ?5에서 +5사이에 상태다. 


특히, 2020년 미 대선 결과에 불복한 트럼프지지자들의 국회의사당 난입 사건은 매우 상징적이다. 트럼프지지자였는지, 아니면 소셜미디어 음험한 선동에 사로잡힌 시민들이었는지, 전통적인 공화당원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정치적 스펙트럼 자체가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미국은 백인의 땅이며 지금 백인의 권리가 소수 민족에게 빼앗기고 있다. 이렇게 무장해제를 당하면 결국 우리는 패배자가 될 것이라는 개소리를 담은 MAGA(위대한 미국만들기)내전 상태다. 


2021년 미국 대통령 바이든의 취임사에서 민주주의의 퇴보를 우려했다. 무늬만 민주주의이지 내용은 전통적으로 인식했던 전체주의와 독재체제가 새롭게 포장하여 국민의 눈을 가리고 거짓말을 하면서 독재의 고속도로를 뚫고 있다. 민주주의를 표방하면서 민주주의를 보호하는 안전장치를 무용화시키는 것이다. 안전장치에는 대통령에 대한 제압과 입법, 사법, 행정의 견제와 균형, 책임성을 요구하는 자유로운 언론, 공정하고 개방된 정치적 경쟁을 귀찮은 장애물로 여기는 것이다. 헝가리의 오르반, 튀르키예의 에르도안, 러시아의 푸틴, 브라질 보우소나루 등이 독재자 지망생들이다. 


내전의 메커니즘


일종이 ‘각본’에 따라 일어나는 갈등이라면 내전 예방 또한 가능하다는 말이다. 내전이 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없애버리면 되는 것이기에, 역사를 거슬러 올라보면, 보스니아나 우크라이나, 이라크, 시리아, 이스라엘, 특히 영국의 북아일랜드 개신교와 가톨릭 신자의 차별과 아랍의 봄을 계기로 중동국가에서 보이는 현상은 독재에서 급격한 민주주의로 옮아가는 프로그램은 내전 발발환경을 무르익게 했다. 상당 기간 억압된 다양한 불만은 종교 파벌화로 집약되어 폭발했다. 인도의 무디 역시 힌두주의를 주장하면서 무슬림을 구조적으로 배제하고, 미얀마의 민주주의 상징이었던 아웅산 수찌는 로힝야족의 말살을 눈감았다. 이제는 민주주의냐 사회주의냐는 체제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회 구성원의 정신과 문화를 지배하는 종교나 인종이 갈등의 씨앗이 되고 있다. 왜 그럴까, 이는 생각이 깊다는 독일 국민이 왜 히틀러의 나치 선동에 넘어가 그를 열렬히 환영한 걸까, 나치의 선전장관 괴벨스의 말처럼 거짓말도 백 번을 하면 진짜처럼 믿는다는 것처럼. 그때는 오프라인의 선전선동이었지만 지금은 소셜미디어다. 


내전을 부추기는 소셜미디어 


페이스북과 트위터(X) 등을 통해 가짜뉴스를 유포하고, 인종과 종족주의 부추기는 정치, 유럽의 스웨덴민주당 같은 나치당이라 인식됐던 이 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3당, 2당으로까지 부상했으니, 프랑스 또한 그러하다. 인터넷이 정치판을 복마전과 갈등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파벌화”를 부추기는 수단으로 이용된다. 민족, 보호, 타자, 분노, 공포 등을 이용한 국내 불평세력의 열등감을 건드린다. “우파 포퓰리즘이 항상 더 매력적”이라는 무기로, 한편 미국 CIA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반란 등에 관련된 정보(기밀 해제된 2012년 보고서)에서 자생적 극단주의의 진화를 엿볼 수 있는데, 대부분의 반란은 생활주기를 거치면서 비슷한 발전 단계를 통과한다는 보편성이다. 반란 전 단계에서는 한 집단이 공통의 불만을 확인하고 흥미를 끄는 서사(지지자 규합과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이야기나 신화)를 중심으로 집단적 정체성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1990년까지는 내전 연구에 참고할만한 데이터가 드물었고, 19세기 미국에서 벌어진 내전에 관한 연구서 또한 지금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내전, 나라와 시간을 가로질러 되풀이되는 공통된 요소들이 없었다. 최근 노르웨이 웁살라 대학에 있는 내전 관련 데이터 수집처는 오슬로 평화연구소, 스웨덴 연구협회, 국제 개발협력청, 스웨덴 은행 300주년 재단 등이 재정을 보태주고 있다. 


미국의 의사당습격사건과 세계에서 벌어지는 갈등양상, 이를 부추기는 소셜미디어를 통한 극우들의 활동이 놀랄 만큼 한국의 지금 상황과 비슷하다. 정치체 점수로 보자면 한국은 지금 어디쯤 와 있을까? 궁금하다. 이 책에 실린 동유럽에서 서유럽을 거쳐 대서양 건너 미국까지, 그리고 태평양을 넘어 한국에 이르기까지, 참고할만한 책으로는  스티븐 레비츠키, 대니얼 자블랫의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어크로스, 2024)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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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되는 기술 - 영혼의 고귀함, 진정한 인간이 되는 경이로움에 관한 고찰
롭 리멘 지음, 김현지 옮김 / 힘찬북스(HCbooks)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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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코스모스 도서평가단>

인간이 되기란 진정 어려운 것인가?

 

네덜란드 공공지식인이자 작가인 롭 리멘이 쓴 <인간이 되는 기술>은 영혼의 고귀함, 진정한 인간이 되는 경이로움에 관한 고찰이란 부제가 붙었다. 동, 서양으로 구분할 필요도 없는 주제이긴 하지만, 유학이 세상이 질서이던 시절, 사람을 구분할 때, 된 사람, 든 사람, 난 사람으로 구분한다. 이 책의 영혼의 고귀함과 진정한 인간이란 “된 사람”을 일컬음이라 여겨진다. 

 

인간이 되는 기술은 학문이 아니며, 인간이 되는 것은 기술이다. 올바른 삶의 방식과 좋은 사회란 무엇인가라는 아젠다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지만, 소크라테스의 유명한 독배 사건에서 그가 보여주었던 죽음에 대한 태도는 한참 후에 이해되기도 했다는데, “정신의 고귀함”이 인간이 되는 기술이었음을. 다윗왕은 2,000여 년 전에 이렇게 말했다고도 한다. “우리의 연수는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겠지,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 신속히 가니 우리는 날아가나이다(시편 90:10)”라고,

 

이 책은 블레즈 파스칼이 <팡세>에서 한 경고에 대한 답이다. 파스칼은 “인간이라는 자신으로 돌아가, 모든 존재와 비교했을 때 인간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중략) 우주라는 작은 방에 갇혀 지구와 세계, 그리고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매겨보자. 무한함 속의 인간이란 무엇인가? 라는 물음에 관한 네 가지 고찰(첫 번째 고찰, 전쟁에서 배우는 삶-니체의 편지, 두 번째 고찰, 어리석음과 거짓에 대하여, 세 번째 고찰, 용기와 연민에 대하여, 네 번째 고찰, 불안과 몽상)을 담았다. “올바른 삶”과 ”좋은 사회”란 무엇인가를 찾는 단서들이다. 

 

이 책은 멕시코 국립자치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빅토르 가르시아 살라스가 철학과 학생들과 지은이가 쓴 책<영혼의 고결함> 읽기에서 나온 학생들의 질문을 전하고 그에 관한 작가의 답신이란 형태로 쓰였다. 

 

세계는 여전히 인권의 존재, 개인의 자유와 평등이 위협받고 있다

 

지은이는 인간이 되는 기술을 위협하는 현대 사회에 나타나는 현상을 지적한다. 모든 것을 돈과 숫자, 계산으로 바꾸는 삶의 경제화(금융자본주의, 물신숭배, 성과주의 성장주의의 모든 것들), 옳고 그름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드는 도덕적 상대주의, 그들만이 절대 진리를 독점한다는 자본주의, 즐거움과 덧없는 것을 최고로 평가하는 질 낮은 키치(kitsch)문화, 인간 존재와 기계와 시스템에 종속되는 기술화, 정신적 덩굴 식물처럼 모든 객관적인 진리를 억누르는 비합리주의의 만연, 이 모두는 인간이 되는 기술을 위협한다. 

 

이 책에 실린 네 가지 고찰은 곱씹어야 할 대목이 적지 않다. 고대 철학자의 인간이 되는 것은 무엇인지, 좋은 사회는 어떤 것인지를 끊임없이 자신의 언어로 각자의 표현으로 제기한다.

 

막스베버의 ”소명으로서의 학문“에 담긴 경고 속에서

 

1971년 11월 뮌헨에서 열린 강연에서 학문은 무한한 전문화로 세분될 것이다. 합리화의 결과로 학문은 모든 사실을 규정할 수 있게 되겠지만, 그 사실의 가치는 결코 규정할 수 없는 지성화, 따라서 학문은 언제나 본질적인 명확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베버는 ‘합리화’와 ‘지성화’를 통해 가장 심오하고 숭고한 가치가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지고 신비적인 삶의 초자연적 영역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그는 자신의 실존적 선택을 명확히 할 수 있는 용기를 갖는 것이 훨씬 낫다고 봤다. 

 

수많은 저작의 바닷속에서 건져 올린 ”인간이 되는 기술“에 관한 언설을 담은 이 책은 교양서를 넘어, 이데올로기의 혼란 속에서 진정한 인간이 될 것인가를 음미해볼 수 있는 계기를, 동기를 유발하는 책이다. 대통령 탄핵으로 갈라진 생각들, 그 바탕에 자리한 이데올로기, 나와 같은 생각이 아니면 적이다. 시대의 똘레랑스, 당신 생각은 그런가요라는. 존중의 태도가 사라진 지금의 대한민국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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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는 안 가르쳐주는 업무 센스 - 전체 프로세스를 꿰뚫는 87가지 일의 기술
이동조 지음 / 경이로움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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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코스모스 도서평가단>


회사에서 인정받는 직원의 일머리란? 

 

이 책 <회사에서는 안 가르쳐주는 업무 센스>는 실무현장 지침서다.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법에서 1장짜리 보고서 만드는 법, 팀 리더의 의중까지 파악하여 프로젝트 관련 사전(시장, 과거 유사 프로젝트 등에 관한 정보취합 등) 조사를 한다면, 어떨까, 이런 걸 “일머리”라고 하지 않을까, 늘 염두에 두지만 일에 매몰되다 보면 마치 터널 속에 있는 것처럼 상하좌우와 앞뒤를 가리지 못하고 늪에 빠질 때가 있다. 

 

지은이 이동조는 프로젝트 기획을 수행하기도 하고, 기획 자문, 기술평가위원 등으로 현장에서 터득한 자신의 경험을 매뉴얼화(지은이의 “통합 업무 스킬 교육 매뉴얼”)하여 일 잘하는 사람이 되기 위한 지침을 이 책에 담았다. 구성은 일의 성공을 전제로 구조화된 5가지 영역을 각 장에 실었다. 

 

1장에서는 위기와 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일 통찰과 혁신 사고 영역’을 다루는데, 일에 끌려다니지 않고, 일을 장악하는 법 등 20가지의 기술을 설명한다. 

 

2장은 주어진 일을 완벽하게 마무리 짓는 방법을 담은 ‘업무역량 향상 영역’이다. 프로젝트 기획안 작성법에서 일할 때 실수를 줄이는 법과 전문가 찾기가 중요한 이유까지 19가지의 기술을, 3장에서는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소통이란 어떤 것인가를 다루는 ‘커뮤니케이션 영역’이다. 핵심은 의사결정자의 심리 파악, 효과적인 회의 준비, 말하는 법, 신뢰감을 주는 언어에서 명함을 주고받는 것까지 16개의 기술을, 여기서는 작은 차이가 다른 결과를 불러온다는 점을 설명한다. 

 

4장 조직문화 이해 영역은 이른바 건강, 행복한 조직 만들기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주제인데, 싫은 선배와 일 잘하는 법, 직원 사이의 선을 넘지 않는 방법 등, 자칫 “직장 내 괴롭힘” 예방을 비롯하여 성평등, 성인지, 차별적 용어(성희롱, 여성비하 표현 등 주의하기 등과도 관련된 부분이다. 선배가 후배를 위해서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고 정중하게 알려주었는데, 이런 행위의 의도가 후배에게는 압박으로 작용한다면, 소통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적어도 선을 넘지 않는 태도, 이른바 평등 대우와 상대에 관한 존중이다. 퇴근 후까지 이어지는 미묘한 활동들, 후배, 선배 모두 경계해야 할 내용으로 17가지 스킬을, 

 

그리고 마지막 5장은 자기 창조 기술이다. 집단 혹은 조직안에서 구성원들과 소통, 호흡도 중요하지만, 자기 계발, 즉 자기 발전에 도움이 되는 조직과 개인이 되어야 함을 강조하는 대목이다. 미래를 바꾸는 마인드 셋을 비롯하여 유리멘탈 극복에서 마인드 컨트롤까지 15가지 스킬이 실려있다.

 

읽기 전에 생각해보기, 내 경우와는 다르잖아는 없다 

 

신입부터 경력까지 기본적으로 숙지해두고 체화해야 할 것들 이른바 전체 프로세스를 꿰뚫는 87가지 일의 기술이다. 이 책을 처음부터 차례로 읽을 필요는 없다. 지금 여기서 내가 궁금한 것을 목차에서 찾아서 읽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아무리 훌륭하고 좋은 것이라도 다듬고 정리하여 쓸모 있게 만들어 놓아야 제 것이 되듯, 이 책은 기본적으로 업무매뉴얼(지침서)이라고 생각하면 편할 듯하다. 내용을 외울 필요도 없다. 키워드(주제)항목을 살펴보고, 연계되는 부분을 찾아서 읽어내면 하나의 문제라도 다양한 각도에서의 접근이 가능함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은 자신이 처한 지금의 상황이 어떤 상태인지만 알면 헤쳐나가는 데 유용한 팁으로 작용할 것이다. 신입이든 경력이든 현상 파악을 하는 데 우선 일독을 하고 나서 자신의 환경과 현장을 이미지화해보는 것도 또 하나의 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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