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되는 기술 - 영혼의 고귀함, 진정한 인간이 되는 경이로움에 관한 고찰
롭 리멘 지음, 김현지 옮김 / 힘찬북스(HCbooks)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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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코스모스 도서평가단>

인간이 되기란 진정 어려운 것인가?

 

네덜란드 공공지식인이자 작가인 롭 리멘이 쓴 <인간이 되는 기술>은 영혼의 고귀함, 진정한 인간이 되는 경이로움에 관한 고찰이란 부제가 붙었다. 동, 서양으로 구분할 필요도 없는 주제이긴 하지만, 유학이 세상이 질서이던 시절, 사람을 구분할 때, 된 사람, 든 사람, 난 사람으로 구분한다. 이 책의 영혼의 고귀함과 진정한 인간이란 “된 사람”을 일컬음이라 여겨진다. 

 

인간이 되는 기술은 학문이 아니며, 인간이 되는 것은 기술이다. 올바른 삶의 방식과 좋은 사회란 무엇인가라는 아젠다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지만, 소크라테스의 유명한 독배 사건에서 그가 보여주었던 죽음에 대한 태도는 한참 후에 이해되기도 했다는데, “정신의 고귀함”이 인간이 되는 기술이었음을. 다윗왕은 2,000여 년 전에 이렇게 말했다고도 한다. “우리의 연수는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겠지,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 신속히 가니 우리는 날아가나이다(시편 90:10)”라고,

 

이 책은 블레즈 파스칼이 <팡세>에서 한 경고에 대한 답이다. 파스칼은 “인간이라는 자신으로 돌아가, 모든 존재와 비교했을 때 인간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중략) 우주라는 작은 방에 갇혀 지구와 세계, 그리고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매겨보자. 무한함 속의 인간이란 무엇인가? 라는 물음에 관한 네 가지 고찰(첫 번째 고찰, 전쟁에서 배우는 삶-니체의 편지, 두 번째 고찰, 어리석음과 거짓에 대하여, 세 번째 고찰, 용기와 연민에 대하여, 네 번째 고찰, 불안과 몽상)을 담았다. “올바른 삶”과 ”좋은 사회”란 무엇인가를 찾는 단서들이다. 

 

이 책은 멕시코 국립자치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빅토르 가르시아 살라스가 철학과 학생들과 지은이가 쓴 책<영혼의 고결함> 읽기에서 나온 학생들의 질문을 전하고 그에 관한 작가의 답신이란 형태로 쓰였다. 

 

세계는 여전히 인권의 존재, 개인의 자유와 평등이 위협받고 있다

 

지은이는 인간이 되는 기술을 위협하는 현대 사회에 나타나는 현상을 지적한다. 모든 것을 돈과 숫자, 계산으로 바꾸는 삶의 경제화(금융자본주의, 물신숭배, 성과주의 성장주의의 모든 것들), 옳고 그름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드는 도덕적 상대주의, 그들만이 절대 진리를 독점한다는 자본주의, 즐거움과 덧없는 것을 최고로 평가하는 질 낮은 키치(kitsch)문화, 인간 존재와 기계와 시스템에 종속되는 기술화, 정신적 덩굴 식물처럼 모든 객관적인 진리를 억누르는 비합리주의의 만연, 이 모두는 인간이 되는 기술을 위협한다. 

 

이 책에 실린 네 가지 고찰은 곱씹어야 할 대목이 적지 않다. 고대 철학자의 인간이 되는 것은 무엇인지, 좋은 사회는 어떤 것인지를 끊임없이 자신의 언어로 각자의 표현으로 제기한다.

 

막스베버의 ”소명으로서의 학문“에 담긴 경고 속에서

 

1971년 11월 뮌헨에서 열린 강연에서 학문은 무한한 전문화로 세분될 것이다. 합리화의 결과로 학문은 모든 사실을 규정할 수 있게 되겠지만, 그 사실의 가치는 결코 규정할 수 없는 지성화, 따라서 학문은 언제나 본질적인 명확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베버는 ‘합리화’와 ‘지성화’를 통해 가장 심오하고 숭고한 가치가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지고 신비적인 삶의 초자연적 영역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그는 자신의 실존적 선택을 명확히 할 수 있는 용기를 갖는 것이 훨씬 낫다고 봤다. 

 

수많은 저작의 바닷속에서 건져 올린 ”인간이 되는 기술“에 관한 언설을 담은 이 책은 교양서를 넘어, 이데올로기의 혼란 속에서 진정한 인간이 될 것인가를 음미해볼 수 있는 계기를, 동기를 유발하는 책이다. 대통령 탄핵으로 갈라진 생각들, 그 바탕에 자리한 이데올로기, 나와 같은 생각이 아니면 적이다. 시대의 똘레랑스, 당신 생각은 그런가요라는. 존중의 태도가 사라진 지금의 대한민국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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