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의 과학 - 세상을 움직이는 인간 행동의 법칙
피터 H. 킴 지음, 강유리 옮김 / 심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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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의 과학, 두 축


신뢰 결정의 두 축, “역량”과 “도덕성”이다. 지은이가 명쾌하게 정리했듯이, 역량과 도덕성은 대칭적이다. 전자는 누군가에게 과제 수행에 필요한 전문기술, 대인관계 능력이 있다는 믿음이 있고, 후자는 누군가가 용납할 만한 일련의 원칙을 지키리라는 믿음이다. 역량과 도덕성, 우리는 다른 사람을 인지할 때, 이 두 요소를 각각 달리 해석한다. 사회과학자들은 신뢰를 다른 사람의 의도나 행동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치(심리 상태로서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약함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의지(다른 사람에게 품을 수 있는 긍정적인 기대치에 따른 상관관계로서의 신뢰)로 이뤄진 심리 상태라고 정의한다. 


역량에는 긍정 편향이, 도덕성에는 부정 편향이 작용한다.


역량에는 긍정 편향이 도덕성에는 부정 편향이, 역량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자, 무능한 사람이라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없다고 가정할 것이다. 이때 그 사람이 단번에 성과를 거두면 이를 신뢰할 만한 신호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또, 유능한 사람이 평소보다 못 미치는 수준의 성과를 낸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무능의 신호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래서 신뢰 위반이 “역량” 문제로 인지되면 극복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중요한 것은 행동 자체가 아니라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인식되느냐이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여기서는 보이는 게 다라는 게 맞다. 아주 적은 정보로도 누군가를 선뜻 신뢰하는 것은 예외가 아니라 표준이란 점 또한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보면 이해될 듯하니, 하지만 의도와 이면 또한 존재한다.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그래서 깊이 들여다 보는 통찰력이 필요한 대목이기도 하다.


도덕성에서는 이 편향이 반대로 바뀐다. 도덕성이 높은 사람은 어떠한 상황에서든 부정직한 행동을 삼가는 데 반해, 도덕성이 낮은 사람은 보상에 따라 정직 혹은 부정직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직관적으로 믿는다. 사람들은 누구든 가끔은 정직하게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단 한 번의 정직한 행동을 높은 도덕성의 신호로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하지만, 도덕성이 낮은 사람들은 부정직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가정해, 단 한 번의 부정한 행동도 낮은 도덕성 신호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신뢰 위반이 도덕성 문제로 인지되면 극복하기 어렵다. 이 두 가지 요소는 기회비용의 경제학에서도 드러난다. 진정한 신뢰에는 남이 나를 실망하게 할 수도 있지만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취약함을 감수하고자 하는 의지가 필요하다(실제 신뢰한다는 말과 행동의 내용에는 이런 요소가 분명 녹아들어있으니 말이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신뢰가 어떻게 형성되고, 또 훼손되는지, 신뢰를 회복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 우리가 자주 경험하는 혼란, 배신, 실망, 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또다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사회적 연결고리를 만들어나가는 방법에 관한 통찰을 제시한다. 이를 11장에 걸쳐 논하고 있다. 1장~3장에서는 신뢰의 출발과 이것이 어떻게 깨지고, 사과가 신뢰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본다. 4장에서는 우리가 거짓말을 참을 수 없는 이유를 들고 있다. 이른바 의심이란 것도 믿어야 생기는 법이듯, 거짓말은 더 큰 배신감을 남긴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5장, 보여주고 싶은 것과 보고 싶은 것이 다를 때, 6장, 신뢰 회복을 위한 좋은 행동과 나쁜 행동의 딜레마, 그리고 7장~11장까지는 리더와 신뢰의 상관관계를 비롯하여 사회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신뢰를 권장해야 하고, 사회적 트라우마를 치유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또한 개인에게 묻는다. 인생에서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른 집단의 사람을 믿는다는 것의 의미는, 강한 집단 결속력은 위선을 낳는다. 원하거나 뜻하지 않는 방향으로 자가 발전하기도 한다.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늘 “신뢰”를 입에 달고 산다. 약속 시간, 뭔가를 해주겠다는 약속 등을 지키지 못할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습관적으로 누구에게나 입버릇처럼 쉽게 남발하는 약속들, 신뢰는 어디에서 생기는지, 그 메커니즘을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신뢰를 지키는 방법들, 만약에 지킬 수 없거나, 깨뜨렸다면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결국 우리 사회가 건강해지려면 구성원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되어야 함은 너무나 분명하기에. 지금, 우리 사회가 여기서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충분히 그리고 차고도 넘칠 정도다. 


사회적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힘


사회적 신뢰를 얻는데 중요한 대목이 있다. 범죄의 피해자와 가해자의 화해와 용서는 개인 대 개인의 경우도 있고, 집단 대 개인의 경우도 있다. 이른바 국가폭력 앞에 무너지고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긴 사람들, 이 책에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예를 들고 있지만, 아무튼 가해자를 형사처벌 한다고 피해자의 고통이 없어지지 않는다. 여기서 나오는 게 회복적 정의다.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가해자는 그에 적합한 처벌을 받는 것이 바람직한 사회로 가는 길이다. 말하고, 기억하며, 용서를 구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쟁범죄이든, 집단학살이든 말이다. 하워드 제어의 <우리 시대의 회복적 정의>(대장간, 2019)에서 응보적 렌즈 vs 회복적 정의 렌즈라는 개념을 내놓았다. 최소한 가해자의 이름이라도 알기를 원하고 그 범죄 내용을 공식 기록에 남기고 싶은 피해자들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감옥에 갇히는 대신 용서를 받음으로써 스스로 존엄성을 지키고 조금이라도 존재 가치를 회복할 수 있다면 가해자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기에.


신뢰의 과학이란 메커니즘을 통해, 지은이는 신뢰 사회로 가는 네 가지 조건을 제시한다. 첫째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망, 둘째, 진실의 복잡성,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말처럼, 무슨 일이 왜 일어났는지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진실의 복잡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셋째, 의도와 이면, 우리에게 주어진 정보가 항상 불완전하다는 전제에서 더 깊이 알고자 하는 의지가 중요하다. 넷째, 용서에는 위반자의 협력이나 위반자의 피해인정이 필요하지 않지만, 신뢰 회복에는 위반자의 역할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점이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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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행성계 미스터리 - THE MYSTERY OF EXOPLANET SYSTEMS 김종태 미스터리 시리즈
김종태 지음 / 렛츠북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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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행성계 미스터리


책 제목이 마치 “X파일”을 떠올리게 한다. 달에 사는 토끼는 오늘도 방아를 찧나? 하고 하늘을 쳐다본다. 영화 “천문”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세종과 장영실, 장영실이 북두칠성을 세종에게 보여주려는 참이다. 침전에 있는 촛불을 모두 끄고 내관에게 창호지 뒤편으로 초를 밝혀 달라고 부탁한다. 영실은 대붓에 먹을 잔뜩 묻히어 창호지를 칠해 검게 만든 뒤에 나뭇가지로 창호지에 구멍 7개를 뚫고 그 틈새로 새 나오는 빛을 북두칠성이라 세종에게 말한다. 뒤이어 영실은 별의 명칭을 중얼거리며 천문도를 창호지 위에 그대로 모두 옮긴다. 구멍 사이로 초의 불빛이 새어 나오며, 마치 아름다운 별빛처럼 보인다. 그렇게 우주는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천명이다. 하늘의 명령을 받드는 자는 천자요. 별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달력을 만들어내는 것도 천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고대부터 하늘을 보고 길흉을 점치는 점도 있었지만, 이를 관찰하는 망원경을 만든 과학도 존재했다. 이 책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별까지 모두를 헤아릴 수 없어서 우주라 한다. 측정 불가능이라 관념하는 것이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여러 개의 천체를 묶어서 살펴보는데, 내행성에서는 수성과 금성, 외행성에는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을, 수성과 금성은 이미 알려진 정보가 많고 미스터리적 요소가 별로 없어,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을 각각 장으로 구분하여 다룬다.


주피터에서 가상의 네메시스까지 


목성계는 목성(주피터)과 이오, 유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 행성을, 토성계에서는 토성, 타이탄, 엔셀라두스, 테디스, 디오네, 레아, 이아페투스를, 천왕성계에서는 천왕성, 티타니아, 오베른, 아리엘, 엄브리엘, 해왕성계는 해왕성과 트리톤, 네레이드, 히포캠프 그리고 5장에 행성X를, 해왕성 바깥 천체들과 플래닛 나인, 니비루, 네메시스 이렇게 24개와 그 밖의 것들을, 


우리는 지구과학 수업 시간에 행성 시스템의 안쪽에 작고 바위가 많은 지상 세계인 수성, 금성, 지구, 화성이 있고, 외부에 가스 거인인 목성과 토성, 얼음 거인인 천왕성과 해왕성이 있다고 배웠다. 행성X 편에 소개한 네메시스에 관한 정보, 그 성질과 특성은 밝혀진 게 없다. 그저 7~12등성 정도의 적색왜성 혹은 갈색왜성이라는 주장들은 관측이 어렵다는 것이다. 네메시스의 존재 가능성과 같은 맥락에서 미국의 연구자들(하버드, 버클리 대학 공동연구팀)은 수십 억 년 전 지구에는 2개의 태양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목성의 미스터리였던 “줄무늬”는 어떻게 변화하는가? 변화의 미스터리를 밝히는 많은 연구가 나왔다. 목성 연구는 목성 근처를 도는 주노 우주선이 보내준 정보를 통해서 그곳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목성의 거대한 바위 중심핵은 없는 듯, 이는 고전적인 목성 연구의 전제였는데, 깨진 것이다. 목성의 물질의 18%만이 바위로 돼 있다고.


유로파의 지각과 지구의 판 구조


근래 튀르키예 대지진과 중국 각지의 산발적 지진, 일본의 늘 지진 등은 지각판 운동으로 생겨나는 것인데, 이는 지구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지질 활동이다. 죽은 행성이 아니라면 암석 행성에서는 지질 활동이 일어나기에 태양계에서는 화성, 금성에서 일어나고, 그 결과로 엄청난 크기의 화산과 협곡도 존재하지만, 지각이 판 구조 형태는 아닌 듯하다. 


목성의 위성 유로파, 두꺼운 얼음 지각 아래에 바다가 있는 형태, 지구의 지각판이 맨틀 위에 떠 있는 것처럼 거대한 얼음 지각이 조각난 채로 물 위에 떠 있다. 미국의 휘튼 대학의 제프리 콜린스 팀은 나사의 갈릴레오 우주선(1995년~2003년까지 목성의 궤도를 돌았던)이 보내온 유로파 표면자료에서 과거 판 운동 비슷한 것을 했다는 증거를 찾았다. 아직 액체 상태의 물을 직접적으로 발견한 것은 아니지만, 수증기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네메시스 존재 가능성, 태양계에는 두 개의 태양이 존재했다?


네메시스는 태양에서 약 5만~10만 AU(astronomical unit) 떨어진 궤도를 돌고 있을 것이라 예상하는데, 1AU(천문단위)는 태양과 지구 사이로 평균 거리가 약 1억 5천만 킬로이니, 5만이고, 10만이고, 계산 불가다. 몇천 년이 걸릴지도 지구에서 달까지 0.0026AU. 아무튼 네메시스의 존재 가설은 지구상의 주기적인 대량절멸을 설명하기 위해서이고 태양의 동반성이라는 것이다. 1984년 시카고대학의 고생물학자 데이비드 라우프 등이 2억 5천만 년 동안의 대량절멸의 주기성을 찾았다는 논문을 발표, 평균 기간을 2,600만 년으로 추정, 백악기-제3기 멸종과 에오세의 대량절멸 때에는 지구에 큰 충돌이 있었을 것으로 봤다. 소행성 충돌로 인한 공룡의 멸종도 포함돼있다. 


두 개의 태양가설은 이렇다. 45억 년 전 태양은 형제로 태어났고, 이 중 하나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점점 멀어져 태양계 밖으로 밀려났다, 태양보다 크기가 작고 빛도 약한 네메시스는 타원 형태로 움직이는데 이 경로에 오르트 구름이 존재한다. 물론 가상의 천체 집단이다. 네메시스가 2,600만 년을 주기로 오르트 구름을 지나가면서 그곳을 교란해서 대량의 혜성이 만들어지고 그중 일부가 지구에 떨어져 대량멸종 사태를 만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네메시스를 “이블 트윈”이라고도 한다. 진짜로 네메시스는 존재할까?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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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은 어떻게 삶을 치유하는가 -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헬스케어 디자인
노태린 지음 / 클라우드나인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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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중심의 헬스케어 디자인


병원, 아동병원이나 소아청소년과 병동의 울긋불긋한 벽과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모습은 눈에 익숙하다. 그저 아이들에게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정도로 이해돼왔는데, 일반병동에도 “사람 중심의 헬스케어 디자인”이라는 관점에서 환경을 바꾸고 있다. 환자에게 안전, 편안함, 불안감 해소 등의 심리적 돌봄 차원에서 접근이며, 신경 건축학이란 영역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결과, 병실 창가에 있는 환자가 다른 사람보다 더 빨리 퇴원한다고, 창문 하나가 환자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지은이 노태린 디자이너는 "공간 디자인은 편리함에서 배려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오늘도 희망을 전하는 치유 공간을 설계한다"라고, 이 말 속에는 이 책의 열쇳말이 들어있다. 공간 디자인, 특히 병원은 사람 중심, 환자 중심으로 디자인되어야 한다고, 


병원 디자인은 환자의 경험과 공간 사용자의 이해가 핵심


예쁜 외관이나 편의 시설만으로는 부족하다. 사용자의 심리와 행동을 깊이 있게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신경 건축학은 공간이 인간 뇌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규명한다. 이 책은 병원은 질병 치료를 넘어 사람들의 건강한 삶을 디자인하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사람 중심, 환자 중심의 병원 만들기, 의료진과 환자 사이의 소통을 증진하는 공간 배치 등은 병원 경영자가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기도 하지만, 3분 진료 공장이란 진료 환경과는 다소 결이 다른 입원환자를 위한 공간 배치는 또 다른 이야기 되겠지만, 이런 긍정적 사고가 병원업계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대해본다. 


신경 건축학적 접근의 디자인, 공간이 질병의 치료를 돕는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내용은 “신경 건축학”의 현장 실천 가이드라고 해두자. 지은이의 문제의식은 “어떻게 치유 공간에서 인간 중심 디자인을 할 것인가”에 있다. 이런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는 7부로 구성됐으며, 1부는 기본 원칙인 사용자 중심 디자인이다. 우선 사람을 이해해야 공간이 보인다는 점을 강조, 병원에 최고의 환자 경험을 담으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사람의 마음을 읽으면 디자인이 달라진다고, 2부 공감 디자인이 되어야 한다. 사용자의 경험 속에 “공간의 본질”이 있다는 휠체어에 앉아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는 말 속에 함축된 의미는 각각의 환자의 눈높이에서, 즉 사용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하는 말이다. 3부에서는 서비스 디자인을, 4부에서는 “신경 건축학 디자인”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설명하는데 그 중심에 뇌가 좋아하는 공간이 몸과 마음을 치유한다고…. , 5부는 근거 기반 디자인으로 공간 디자인은 감정이 아닌 과학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6부에서는 배려와 감동은 꼼꼼한 디자인으로 완성된다고, 7부 이니셔티브 디자인, 공간 디자인은 공간의 본질에 주목해야 하고, 여기에 인문학과의 긴밀한 연계가 필요하다. 


꽤 신박하다. 과학적이다. 건축물의 기능, 하얀 벽, 무미건조한 공간 배치, 병원에 들어서는 순간, 소독약 냄새가, 환자들의 고통에 찬 앓는 소리가 멀쩡한 사람조차 환자가 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만든다. 어떤 사람은 병원에만 가면 없던 병도 저절로 생길 정도라고 말한다. 병원은 치료하는 공간이라는 기능적 의미에서 감성을 뇌의 자기 회복력의 뭔가에 자극을 주는 신경 건축학이라는 접근은 아주 흥미롭다. 무엇보다도 환자 중심, 사용자 중심, 그리고 기능 우선이 아닌 사람 우선의 디자인이라면 그 공간은 병원의 시끌벅적한 분주함과 다른 안정되고 편안함을 주는 공간으로 충분히 바꿔낼 수 있다는 사고와 발상 자체에 공감한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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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내가 그토록 힘들었던 이유, 관계심리학에 묻다
이헌주 지음 / 코리아닷컴(Korea.com)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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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심리학, 혼자 있으면 외롭고, 같이 있으면 괴로울까?


최근에 세간의 관심을 받는 유발 하라리나 마르쿠스 가브리엘, 특히 가브리엘은 개인에는 ‘신실재론’ 공동체에는 ‘윤리’라는 개념을 통해서 함께 살아가는 법, 나답게 살아가는 법을 <지나치게 연결된 사회>(메가북스, 2022)에 담았다. 그의 또 다른 저서 <마르쿠스 가브리엘 vs>(사유와공감, 2022)에서 차이와 분열의 극복 철학을 논하는데, 이 역시 같은 맥락이다. 우리가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사람과 산다는 것은 인간의 내재한 무리 본능 때문이듯 세상을 “혼자 살아갈 수 없다” 무리를 지어 살 수밖에 없는 게 인간이고, 무리 속에서 관계를 맺으려다 보면, “타자에 대한 이해가 기본이자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갈파한다. 


이 책을 쓴 이헌주의 생각이 아마도 위와 같지 않을까 싶다. 그는 사람들이 모이면 어떤 이야기를 가장 많이 나눌까? 라고 묻고 답한다. 아마 사람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라고. 원래 인간은 그런 동물이다. 무리생활이 늘 평화롭지만은 않으니까, 갈등과 오해도 충돌도 또 화해와 화목의 평화도, 이렇게 시끌벅적하게 떠들고 사는 것이 인간 사회의 특징이다. 자 그럼 왜 혼자 있으면 외롭고, 같이 있으면 괴로울까, 이미 이에 관한 답은 위에서 적어둔 내용 안에 다 들어있다. 바로 “관계 맺기에 관한 것” 때문이다. 불가근 불원근, 너무 가까이도 너무 멀리하지도 말라는 고전의 말씀처럼, 지은이가 이 책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무례한 사람에게 상처받지 않고, 불편한 사람에게 휘둘리지 않는 관계의 기술”을 익혀두자는 것이다. 나만의 경계선 심적 바운더리를 쳐두자는 것인데, 구체적으로는 소통의 기술도 들어간다.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도 내 영역을 지키는 것 말이다. 


“인간관계가 바다와 같다면 바다를 배우고 이해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수영도 배우고, 돛도 올리면서 도전하는 항해술도 필요하다.”라는 말을 책을 읽기 전에 그리고 읽고 난 후에는 관계는 어렵다. 그러나 희망은 ‘관계’ 속에 있다는 말을 꼭 유념해 둘 필요가 있다. 


지은이는 7장에 걸쳐서 관계 심리를 설명하고, 나만의 바운더리를 구축하자는 말이다. 1장은 우리 사회의 현상, 초연결사회에서의 관계 맺기가 어려운 환경을 설명한다. 2장. 불안의 공동체, “혼자 있으면 외롭고, 같이 있으면 괴로운 이유를” 상처 이면에 숨겨진 불안, 3장, 마음을 알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증거 ‘의사소통’ 도저히 이해 안 되는 사람의 심리와 마음이 남긴 강력한 흔적으로서 의사소통, 이 책의 핵심이자 본문 내용이다. 4장에서 다섯 가지 의사소통의 패턴을 톺아본다(회유, 비난, 초이성, 산만, 일치), 그리고 5장에서 인간관계가 만든 그늘 ‘과대기능’과 ‘과소기능’을 정리해본다. 6장에서는 관계맺기의 연습, 나와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한 자기돌봄과 저널링을, 그리고 관계 개선을 위한 네 가지의 실천과제를 알려준다. 7장. 일치형의 의사소통. “헤아림의 언어”를 찾아서, 


저히 이해가 안 되는 그 사람의 심리와 헤아리는 열쇠 ‘의사소통’


우리는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사람과 산다고 전제하고 관계 맺기를 주저한다면, 인간 사회는 유지될 수 없을 것이다. 인간본능에 역행하는 것이기에 말이다. 서로 부대끼고 살다 보면 어떤 연유로든 서로가 불편해지면서 갈등이 표면화되기 시작한다. 늘 우리가 경험하는 일이다. 여기서부터 출발해보자. 불편, 갈등의 밑바탕에 흐르는 것은 “불안”이다. 이 불안이 낯선 존재면 어색함으로, 친숙한 관계가 되면 사라지는 듯 보이지만, 갈등이 생기면 불안은 곧바로 증폭된다. 불안에 대응하는 패턴을 보자, 신경이 예민해지면서 싸우거나, 회피하거나, 얼어붙는 세 가지 행동 방식이 나타난다. 관계가 불안을 덜어주는 안전한 장소인 동시에 불안을 오히려 증폭시키는 장이기 때문이다. 관계에서 생기는 큰 상처는 대부분 가까운 사람에게서 일어난다. 


마음을 이해하면 관계라는 게 쉽다. 하지만 마음의 고약한 특성 때문에 쉽게 알 수 없게 된다. 우선 보이지 않는다. 계속 변한다. 또 복합적이다. 이러니 마음을 헤아린다는 게 쉬울 수 없는 일이지 않겠는가, 그런데도 다행히도 그 사람의 언어를 보면 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의사소통이 마음을 아는 열쇠가 된다는 것이다.


의사소통의 세계의 다섯 캐릭터, 다른 사람에게 맞춰주는 회유형(아무거나요. 죄송해요, 괜찮아요를 자주 쓰는 타입, 104쪽), 인류에 큰 영향을 미친 사람들 주변에는 회유형 인간이 많이 있었다. 그다음으로 분노와 억울함으로 가득 찬 비난형(제발 잔소리 그만해, 화 좀 그만 내, 네 말이 너무 아파라는 말을 자주 듣는 타입, 113쪽), 차갑고 억압이 강한 초이성형, 합리적이지만 감정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는 타입, 129쪽), 웃고 있지만 웃고 있는 것이 아닌 산만형, 너는 아무 걱정도 없을 것 같아, 넌 참 유머러스하다, 넌 항상 활기차다는 말을 듣는 타입, 137쪽), 이런 타입의 사람이라면 조금 더 자기돌봄이 필요할 듯하다. 속마음과 감정 표현이 일치하는 ‘일치형’을 지향하자. 기실 감정노동이 문제가 되는 것은 속마음과 겉으로 표현하거나 상대에게 보여줘야 하는 특정 표정이, 자신의 감정과 일치가 되지 않는 데서 오는 부적응과 스트레스, 이른바 마음에 병이 생긴다는 것이다. 


세상에서 나만 모르는 나를 알기


결국 이 책의 결론은 나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를 말하려는 데 있다.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휘둘리지 않고, 상대에게 맞춰주거나, 속마음과 겉으로 만들어 내는 모습 사이에서 생기는 괴리는 내면의 감정과 전혀 들어맞지 않아, 마음을 병들게 하는 것이라고, 자기돌봄이라는 것 또한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내 준비다. 인간관계에 관한 고민이 이 책 한 권을 읽는다고 해서 해소될 것이라 기대는 하지 않지만, 적어도 노력해 볼 그 어떤 것은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 최소한의 자세라도 말이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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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시대 지방정부 외교와 공공외교 - 전략적 소통과 지역 브랜딩의 방법과 사례
송기돈 외 지음 / 오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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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시대, 지방정부 외교와 공공외교


일반적으로 공공외교란 국가의 중앙정부가 국익을 위해서 외국 대중과 소통하면서 자국에 유리하도록 그들의 생각, 감정 및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활동이며, 여기서 활용하는 자원의 종류를 기준으로 문화외교, 교류외교, 기여외교 및 매체외교로 나눌수 있다. 공공외교의 실행 주체는 국가의 중앙정부를 떠올리기 쉬운데, 국민 개개인, 기업, 비정부조직 등으로 다양하다.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의 봉준호 감독이나 2021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단독 공연을 한 방탄소년단의 예가 공공외교라 할 수 있다. 최근 유행처럼 회자되는 글로컬(지방이 곧 국제화란 뜻)시대, 글쎄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생존전략인지 모르겠지만, 갈수록 축소되는 국내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경제전략은 물론, 국제교류와 개발지지 연대 등, 좁은 의미의 국가간 외교간들이 만나는 그런 외교의 이미지를 벗어나 훨씬 크고 넓은 범위를 말하는 외교다. 


이 책은 외교부 밑에 있는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2016년 “공공외교법”에 따라 공공외교의 공식기관으로 지정된 뒤, 대학, 대학원 수준의 고등교육 기회를 마련할 목적으로 2018년부터 공공외교 역량강화 시범대학으로 수도권의 6개 대학과 지방 한 곳(전북대학교)을 선정, 온라인 강의교재와 대학원 과정에 “지방정부 공공외교론”과목을 운영했다. 연구결과는 서울대에서 2019년 발간됐고, 2020년 전북대 <공공외교:이론과 사례>에 이어서 나온 책으로 14명이 집필했다. 3부로 구성됐고, 1부는 지방정부 외교 및 공공외교의 개념 이해와 이론을 3장으로 나누고, 지방정부의 공공외교와 지역브랜딩이라는 이 책의 핵심내용을 다룬다. 2부는 수행주체별 지방정부의 외교와 공공외교를 다루는데, 4~10장까지 유럽연합, 스페인, 전북 지방정부의 공공외교와 뉴욕과 브뤼셀, 서울의 도시외교와 공공외교를, 3부는 문제영역별 지방정부의 외교와 공공외교로 11장~15장으로 평화협력, 국제개발협력과 지방정부 공공외교를 비롯하여, 문화교류헙력으로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의 사례, 국제도시협력으로 일본 요코하마 등을 사례를 다룬다. 


이 책의 열쇳말인 “지방정부의 공공외교”인데, 한국에서 지방정부, 즉 지방분권이 이뤄진 상태에서 재정 등의 독립 등, 정부라 부를 수 있는 여러 요소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이나, 국제비교를 위해 편의상 “지방정부”로 통일해서 쓰고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전략적 소통과 지역 브랜딩의 방법과 사례


이 책이 다루는 범위와 내용은 넓지만, 핵심은 지방정부가 공공외교를 효과적으로 밀고 나가기 위해서는 나름의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고, 이에 연구자들은 지역을 브랜드화하는 안을 내놓는다. 지역이란 공간을 브랜드라고 전제하고 그곳의 특징에 따라 농촌 혹은 도시 브랜딩, 여행목적지 브랜딩으로 부르지만 “지역 브랜딩”은 기업의 브랜딩 관점과 기법을 활용, 지역 브랜드 자산을 구축, 측정, 관리하는 활동이라 정의한다. 지방 정부가 실행 주체가 되고, 다양한 이해당사자들로 만들어진 인적 네트워크다. 브랜딩의 목표 대중은 외국 대중, 자국민 및 지역 이해당사자들인 지역 브랜드 소비자들이다. 브랜딩의 포지셔닝 활동 유튜브 채널 운영(이미 모두 지자체가 운영하는 중)하여 지역 브랜드 소비자(도시민에게 어릴 적 추억의 장소로 시간여행을 하듯, 국외교포에게 고향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등)에게 알리는 것이다. 이른바 사회적 마케팅이다. 여기에는 브랜드 심리학, 도시학, 디자인학 등 학제 간의 융합으로 지금까지와 다른 오래되고도 새로운 뭔가를 만들어 내는 것을 의미한다. 


공공외교, 도시외교


공공외교가 무척 거창하고 추상적으로 다가오지만, 실상 지역 브랜드, 지역 브랜딩이란 관점에서 접근하면, 이미 내 고장 알리기, 지역의 역사유물 홍보하기 관광객 유치 등의 활동을 해오고 있었던 것인데, 이를 공공외교라는 관점에서 지방정부가 실행 주체가 되어 다른 여러 나라에 자기 고장 알리기를 하는 것이다. 수도권 일극 집중 해소 지역으로 인구 분산 등의 국내 인구정책과 지방경제 활성화 등이 총체적으로 얽힌 상태에서 다만, 어느 곳, 어는 것에 초점을 맞춰서 문제를 생각하고, 그 해결방안을 찾고 풀어낼 것인가 하는 관점에 서면, 그 전체의 맥락과 흐름이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힐 듯하다. 인구감소, 지역 공동(空洞)화와 연결돼있으니 말이다. 지속가능발전법과도 닿아있다. 어떤 식으로 표현하든 한국의 미래와 직결된 사대와 교린, 이른바 공공외교라는 영역에서 지방 정부가 어떤 식으로 참여할 것인가, 하는 점에서는 아주 중요한 방안을 담고 있다. 


관광이라는 부문 혹은 분야에서의 접근은 단절적, 파편적인 성과밖에 얻을 수 없지만, 지역경제 활성화, 고령인구의 일자리 창출, 인구감소 혹은 소멸 위기에서의 탈출방안 등으로 접근하자면 지역의 사활이 걸린 문제일 수밖에 없다. 특히, 전북대학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내놓은 방안(10장, 이영호 집필, 373쪽 이하), 그리고 “생각해볼 문제”로 제시된 7개 항 또한 크든 작든 17개 시, 도가 기본적으로 안고 있는 고민이다. 국제교류 면에서도 중앙정부와 지방 정부 민간 등이 상호유기적인 연관이 없이 독립적으로 각각 진행했을 때의 문제점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이민규(서울연구원)의 한중외교, 서울베이징통합위원회 등은 도시외교 모델의 하나로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겠다. 양국관계사의 부침 속에서 특히 중요하다. 


이 책에 담긴 구상과 문제의식과 접근 방법들을 독자들에게 공개하고 공유함으로써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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