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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은 어디까지 설명할 수 있는가 - 현대 물리학의 존재론적 질문들에 대한 도발적인 답변
자비네 호젠펠더 지음, 배지은 옮김 / 해나무 / 2024년 7월
평점 :
물리학은 어디까지 설명할 수 있을까
우주의 시작과 끝, 지식과 과학의 한계는 있는가?, 젊음을 되돌릴 수 있는가, 꽤 도발적인 질문으로 가득 찬 이 책, 존재론과 구체적 실재론 등 어렵고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들이 읽는 동안에 어렴풋이 정리되고, 이미지까지 그려지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 자비네 호젠펠더는 130만 명의 독자가 있는 유튜버로, 이론물리학자, 작가이며 과학 커뮤니케이터, 즉 대중과학자로서 과학자가 아닌 일반인에게 과학의 세계를 설명해주는 활동을 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과학 커뮤니케이터는 직업인지, 아니면 과학에 관한 소임인지, 경계가 분명하지는 않지만, 켄텍(한국에너지공과대학)의 조숙경은 <클래스가 다른 과학고전>(타임북스, 2023)에서 과학 커뮤니케이터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 장동선(한양대 창의융합원)은 과학 커뮤니케이터는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한 질문을 던지고 사람들 스스로 질문이 싹터 과학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게끔 만드는 역할”이라며 “스스로에게도 질문하고 과학자와 과학을 궁금해하는 사람에게도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동아사이언스, 2024.02.21. 게재)라고 말한다.
위에서 보듯, 이 책은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한 질문을 던지고 사람들 스스로 질문이 싹터 과학에 대한 관심을 끌게 하는 게 목적이다. 물리학이 우리와 우주의 관계에 관해 뭔가 할 말이 있다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과학과 종교는 같은 뿌리에서 나왔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이 문제를 다루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는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 우리 지식의 한계는 어디일까?
과학의 현재 한계 안에서 “우리가 아는 한”이란 단서를 붙이고, 지금까지 발견했던 것들, 과거에 비과학이라 했던 것들이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지금 모른다고 해서 비과학적이란 말을 쓸 수 없다는 점을 지은이는 강조한다. 오히려 “무(無)과 학”이라고,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의 메시지는 과학커뮤니케이터 이전에 과학자로서 자질이 우선 필요하다(지은이는 서문 14쪽에 “나는 자연에 기반한 증거를 바탕으로 수립된 이론만 고수할 것이다”라고 분명하게 적고 있다) 자신이 아는 한이라는 한계를 명확히 해며 도그마에 빠져 맹신하는 태도로 과학을 대하면 유사과학이나 사이비로 넘어갈 수 있고 과학 발전에도 저해가 된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책의 구성은 9장이며, 1장에서는 과거는 정말 어딘가에 존재하는지를, 2장 물리학은 우주의 시작과 끝을 밝혀낼 수 있는가(팀 파머와의 “과연 수학이 전부인가”라는 주제의 인터뷰를 싣고 있다). 3장, 항노화, 노화의 정지 등 유사 이래 인간 욕망 중 하나가 젊음이요. 회춘이다. 물리학적으로 젊음을 되돌릴 수 있는가, 3장 우리는 그저 원자가 든 자루일 뿐인가, 5장. 정말 다른 세계에 또 다른 내가 존재하는가, 이른바 평행세계다. SF 드라마의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데, 나와 똑같은 사람이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데 성격은 다르다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할까, 6장은 물리학은 자유의지를 부정하는가, 그렇다면 의식은 연산 가능한가, 즉 헤아릴 수 있느냐는 물음이다. 7장. 우주는 우리를 위해서 만들어졌는가?, 8장. 우주는 생각하는가?, 9장. 인간의 예측 가능한 존재인가 여기에 실린 질문은 상상력을 끌어내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질문들이다. 마치 과학과 종교가 겹치는 듯한 느낌이다. 스티븐 제이 굴드가 종교와 과학은 서로 겹치지 않는 두 교권(敎權)이라 했다.
이 책은 아주 친절하게도 1~9장까지 장 끝에 간단한 답변이라 코너를 두어, 지은이가 각 장의 주제에 관한 이론과 주장 등을 싣고, 이를 정리해서 현재 상황이 어떤지,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지에 관한 힌트를 주고 있다.
과거의 정말 어딘가에 존재하는가?
현재까지 성립된 자연법칙에 따르면 과거와 현재, 미래는 모두 같은 방식으로 존재한다. 그 이유는 ‘존재’라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와 상관없이, 이 법칙 안에서 하나의 순간을 다른 순간과 구분할 수 있는 것이 전혀 없어서다. 그래서 과거는 현재와 정확히 같은 방식으로 존재한다. 자연법칙은 정보를 완전히 보전하는 듯 보인다는 말이다. 선조의 인생 이야기를 구성하는 모든 세부정보는 영원불멸이다. 내가 정확하게 해두었다면 내 손자 혹은 그 후에도 계속…. 이른바 지식의 전수와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싶다.
물리학으로 젊음을 되돌릴 수 있을까?
지은이는 여러 학자의 이론을 소개하면서 내린 결론, 현재 과학적 수준을 바탕으로, 우리가 나이를 먹어가는 것은 그것이 가장 일어날 법한 일이기 때문이고, 우리 이론 수준은 시간의 1차원적 본질과 지금에 관한 우리의 인식으로 설명될 것이다. 일부 물리학자들은 기존의 설명에 만족하지 않고, 더 나은 설명을 찾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이라고 여길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것이 필요하거나 가능하리라 생각할 이유는 없다.
노화와 관련된 생물학적 과정과 그 원인은 여전히 연구대상이다. 우리 몸이 오류를 축적하는 것은 있을 법하지만, 이것을 자발적으로 원상태로 되돌리는 것은 있을 법하지 않기에 늙는 것이다. 우주가 시간의 순방향, 즉 시간의 화살을 따르는 이유다. 이것이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이고 진화법칙의 성질이 아니다. 진화법칙은 시간 가역적이니까, 노화는 엔트로피의 증가다. 젊음은 되돌릴 수 없다는 말이다. 적어도 현재 과학 수준으로서는
이 책은 상상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지금 우리가 한계를 설정하고 뭔가 아니라고 한 것들이 이후 과학적으로 밝혀질 수 있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나오기 전까지,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것들이 현실로 나타났지 않았는가, 이 책은 바로 이런 무한 가능성을 논한다. 여기에 실린 질문들은 책일 읽기 전에 나름대로 적어보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그 논거를 정리해놓고 이 책을 읽는다면, 꽤 흥미로운 결론에 이를 듯하다. 이 점이 이 책의 매력이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